<현장르포>신종?합성?변태업소 잠입취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10 12: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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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없는 그들만의 '엿보기방'을 아십니까?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아무리 '방'이 많은 나라라고 하지만 이런 방까지 등장할 줄은 몰랐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이른바 '엿보기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직접적인 성관계나 유사성행위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변태업소인 것은 확실하다. 3시간을 넘게 뒤져도 한 곳밖에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그 영역이 미비하지만 기자가 직접 다녀온 이 변태업소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요시사>가 소수취향의 사람들이 다닌다는 이 업소를 잠입취재했다.

3시간 뒤져 발견한 관음증·노출증 환자들의 아지트
남자는 여자를 볼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를 볼 수 없다

지난달 27일 기자에게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영등포 인근에 새로운 변태업소가 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불법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이냐"고 묻자 "2차는 절대 나가지 않는 업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별반 호기심이 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들려온 말은 기자를 이튿날 영등포로 향하게 했다. 남자는 여자를 볼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2차는 나가지 않아
뭐하는 곳이기에?

대략적인 위치를 전해 듣고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기자와 통화를 한 지인을 역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시간인 6시를 훌쩍 넘었는데도 지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기도 꺼져있었다. 기자에게 있는 단서는 그 변태업소가 영등포역 근처에 있다는 점, 대로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간판이 없다는 점, 업소가 있는 건물 주변에 각종 유니폼을 입을 여자들이 돌아다닌다는 점뿐이었다.

결국 기자는 저녁 7시경부터 영등포역 일대를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주 공략 대상은 간판은 없지만 외부 창문이 시트지 등으로 가려져 있거나 유니폼을 입은 여자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경칩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녁 날씨는 쌀쌀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찾을 수가 없겠다'라는 불길한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3시간여를 돌아다녔을까.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기자는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후미진 골목에 들어와 있었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 '내일 다시 오자'는 생각으로 영등포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세일러복 스타일의 옷을 입은 한 여인과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기자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지인이 말한 "각종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돌아 다닌다"는 말이 생각났고 휴대폰을 확인하는 척, 그들이 기자를 지나치기를 기다렸다. 한눈에 봐도 연인사이는 아닌 듯했다. 그들은 기자가 있던 곳 인근의 한 건물로 나란히 들어갔다. 여자가 남자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에는 어떠한 간판도 붙어있지 않았으며 단순 주택으로 보였다.

건물주변을 돌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간혹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지나다닐 뿐 술 취한 사람이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이 건물 쪽으로 오기에는 무리가 있을 법한 외진 곳이었다.

10여 분을 기웃거렸을까? 건물 입구에서 한 남성이 나와 기자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기자는 즉시 "소문 듣고 왔다"고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지인의 말을 듣고 왔으니까….

남성의 얼굴이 밝아졌다. 손짓으로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그럼 들어오시지 뭐하고 계세요. 따라오세요. 이런데 처음이시죠? 제가 올라가서 설명해드릴게요."

남성의 뒤를 따라 건물 3층으로 올라갔다. 시트지가 붙어있어 외부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유리문이 잠겨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카메라가 보였다. 남성이 벨을 눌렀고 '철컥'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니 노래방에 온 것만 같았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일자로 뻗은 복도 양쪽에는 다닥다닥 방들이 붙어 있었고 카운터 옆에는 건물 외부와 복도가 보이는 컴퓨터 화면이 돌아가고 있었다. 남성이 기자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게 하더니 이용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비용은 30분에 2만5000원이에요. 방에 들어가면 유리를 통해 애들이 보여요. 방안에서는 뭘 하든지 자유지만 애들은 손님을 볼 수가 없어요. 손님도 애들한테 따로 뭘 요구할 수 없고…. 매직미러라고 아시죠? 한쪽은 투명한 유리고 한쪽은 거울이고. 손님이 방에 입장하면 애들 방에 불이 들어오고 애들이 알아서 포즈를 취해줄 거예요."

설명을 들어도 도대체 뭘 하는 곳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직접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2만5000원을 카운터에 지불했다. 방 열쇠와 '러브젤'을 받았다. 방에 들어가려는 순간 이용방법을 설명했던 남성이 기자에게 뛰어왔다. 낌새를 눈치챘을까봐 가슴이 철렁했다. 이내 들려온 말은 그런 기자의 마음을 안정시켰지만 다시 실망하게 했다.

"깜빡하고 말씀 못 드린 게 있어요. 카운터에 가방이랑 휴대폰 맡기셔야 해요. 간혹 애들을 촬영해 가시는 분이 있어서요. 방에 '몰카 탐지기'도 설치돼 있으니까 혹시라도 찍으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하하."

"휴대폰 등 촬영기기
카운터에 맡기세요"

물론 기자는 방에서 유리를 통해 보인다는 여성들을 찍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단지 방 안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기자의 가방과 휴대폰은 남성의 손에 넘겨졌고 주머니에 있는 동전 몇 푼과 지갑, 신분증, 방 열쇠, 러브젤 만이 소지품의 전부였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일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면치마와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민소매티를 입은 여성이 반대편에 누워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남성의 말대로 여자는 기자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방을 둘러봤다. 푹신해 보이지만 싸구려로 보이는 소파와 사각티슈, 음료수 몇 개, 세면대와 변기, 여자가 있는 방과는 다르게 어두운 조명, 안에서만 잠글 수 있는 방문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소파에 앉았다. 누워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던 여자가 몸을 일으켜 기자와 정면으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다리 위에는 노트북을 올려놨다. 여자가 몸을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속옷이 보였다. 5분 정도를 조금씩 신체부위를 보여주던 그녀는 노트북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더니 손부채로 덥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내 상의를 벗었다.

대화 불가, 터치 불가
2차 위한 작업도 불가

남성의 설명대로 방에 손님이 들어오면 여성의 방에 신호가 간다고 했으니 자신을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알 것이다. 문득 '정말 이쪽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사각티슈를 집어 들고 유리 앞으로 가 섰다. 여자가 기자 쪽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유리를 내리치려는 포즈를 취했다. 여자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진짜 '매직미러'였다.

지인의 설명대로 2차는 나가지 않는 듯했다. 아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의사소통 자체가 안되니 2차를 나가기 위한 작업(?)을 걸 수도 없었다.

단지 여성들의 자연스럽고도 은밀한 노출을 보면서 카운터에서 지급받은 러브젤로 자위행위를 하는 방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유사성행위업소도 아니고 변종성매매업소도 아닌 단지 변태업소일 뿐이라는 것. 기자가 들어온 방의 콘셉트는 '젊은 여자가 혼자 사는 자취방'인 듯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사이 여성은 5분여 간격으로 옷을 하나씩 벗었고 약속시간 30분이 다 됐을 무렵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다됐다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자는 뚜껑도 열지 않은 러브젤을 보면 의심을 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 변기에 러브젤 일부를 짜버리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열쇠를 뽑아 들고 밖으로 나와 카운터에서 기자의 소지품을 모두 돌려받았다.

그 사이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카운터에 5만원을 계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간판도 없고 호객행위도 없어 입소문만으로 영업 중
직접 성관계도 유사성행위도 안해…단속 근거 없어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던 기자는 건물 밖에서 기자를 데려온 남성에게 "길이 너무 복잡하니 큰 길까지만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남성은 흔쾌히 수락했다. 건물을 빠져나와 골목을 걸어가면서 "손님이 많이 오느냐"고 운을 띄웠다. 남성은 큰길이 보일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안와요. 아니 못 오죠. 이런 데를 아예 모르니까. 보통 관음증이 있는 남성들이 많이 오고…. 손님도 좀 그런 게 있죠? 직접 하는 것보다 몰래 지켜보는 게 더 좋은…. 여자들도 많이 와요. 저희가 데리고 있는 애들은 대학생이나 뭐 그런 애들이고 가끔 소문 듣고 노출증 있는 여자들도 와요. 변태들 참 많죠? 그런데 저희는 변태들이 고맙죠. 먹고 살게 도와주니까…."

남성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기자를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했다. 사지도 정신도 멀쩡한 기자가 순식간에 관음증 환자에 변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어느덧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대로변이 보였고 "이런 곳이 다른데도 있냐"고 물었다.

"있겠죠. 많지는 않겠지만 저희처럼 숨어서 하는 데가 있을 거에요. 이제 다 왔네요. 다음에 또 찾아주시고 조심히 가세요."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매직미러로 속옷을 보여주는 속칭 '엿보기방'을 운영한 일당이 경시청에 적발된 적이 있었다. 엿보기방은 개인룸에 들어간 남자 고객이 유리 맞은편에 있는 여고생과 대화를 하거나 치마 속 팬티를 훔쳐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기자가 찾은 이 변태업소도 간판은 없었지만 일본의 엿보기방을 연상케 했다. 일하는 여성이 미성년자가 아니고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은 다르지만 일본의 엿보기방이 한국에 들어와 변화한 것인지, 한국의 이런 업태가 일본으로 건너가 엿보기방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다하다 이젠
'엿보기방'까지

성관계를 맺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대딸방'이나 '포옹방' '키스방'처럼 유사성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망을 피하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일부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확산되어져 나갈 가능성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방이 많은 나라라고 하더라도 남을 엿보는 엿보기방이라니 그 기발함에 기가 찰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변종·신종·합성 성매매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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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