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평범한 20대 대학생이 홀연히 사라졌다. 지난 2006년 6월 졸업반 학생들과 마지막 실험실습을 마친 뒤 동기, 교수들이 함께 회식에 참석했다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이윤희씨(당시29세). 기다림의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오는 6월이면 실종 6년을 맞지만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30만 건이 넘는 통신자료와 이 일대 우범자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용의자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애타는 가족들의 심정에도 불구하고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공산이 커진 것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정경아 사건’의 재수사를 도왔던 아름다운생명 재수사 추진단 유규진 단장의 의견을 통해 이윤희 실종사건을 재조명해 봤다.
용의자만 있고 증거 없는…전북대 여대생 실종사건 6년
유규진 단장 “장기미제 실종사건…원점부터 재수사해야”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이던 이윤희씨는 2006년 6월5일 오후 전주시 금암동 자신의 원룸에서 1.5㎞가량 떨어진 전주시 덕진동의 음식점에서 교수, 학과 동료 40여명과 종강모임을 가진 뒤 다음날인 6일 새벽 2시30분께 혼자 살던 집으로 귀가했다.
하지만 이후 이씨의 종적은 끊겼다. 이씨는 서울 모 여대에서 통계학과 미술 등을 복수전공으로 6년간 수료하고 2003년 전북대 수의대 3학년으로 편입학했다. 졸업까지는 1학기만 남아 있었다.
실종 미궁 속으로…
경찰은 “당시 이씨가 우울해 보이기는 했지만 특이점은 없었으며 모임 후 동료 남학생의 배웅을 받아 걸어서 원룸에 도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원룸에서 6일 오전 2시59분께부터 1시간가량 데스크톱 컴퓨터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했으며 검색창에 ‘성추행’과 ‘112’라는 단어를 3분간 검색했다. 컴퓨터는 오전 4시21분에 꺼졌다.
이 시각 이후 이씨는 사라졌다. 이씨는 실종 3~4일 전 지갑과 휴대폰 등이 든 핸드백을 날치기당하기도 했다.
실종 이틀 뒤인 8일 낮 이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학과 친구들 4명이 원룸을 찾았으나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친구들은 경찰과 119구조대를 불러 현관문 디지털도어락을 부순 뒤 방 안에 들어갔고, 이씨가 곧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 방을 깨끗이 치웠다. 당시 방 안에는 이씨가 키우던 애완견이 있었으며 방은 몹시 어질러졌다고 친구들은 회상했다.
결국 친구들이 방 안을 말끔히 청소하는 바람에 경찰은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하게 된다. 창문 틈에서 담배꽁초 하나가 발견됐지만 이마저도 ‘엄마가 보면 화낼 것’이라는 이씨의 언니를 통해 버려졌다.
수사가 제자리에 머물자 가족들은 초동수사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딸의 행방을 찾아 애타게 동분서주하는 한편, ‘전북대 이윤희 실종사건’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고 실종사건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경찰에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건 당일 이씨를 원룸 근처까지 데려다준 후 자신은 집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한 같은 과 남학생 K씨를 용의자로 지목,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3년이 넘도록 이씨를 짝사랑 해온 것으로 알려진 K씨는 이씨의 머리카락, 이씨가 키우던 애완견의 목걸이 등을 소유할 정도로 이씨에 대한 마음이 남달랐던 인물이다. 하지만 경찰은 K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이 없다며 미제사건으로 처리했다.
이 사건에 대해 유규진 단장은 “실종사건은 제삼자의 개입에 의한 사건이냐, 자의에 의한 실종행위이냐에 구분된다. 그런데 윤희는 자신의 원룸으로 들어가 112, 성추행을 검색하면서 어떠한 우발적인 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을 알아본 바 있고, 이는 피해자의 긴급성을 잘 알려주는 부분이라 유족을 포함한 피해카페 운영자 역시 제삼자의 개입에 의한 사건으로 단정하고 있는 듯하다”며 “그때 사건당시 윤희에게 접근한 인물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에서 의문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는데 첫 번째는 왜 윤희가 자신의 원룸으로 들어와 인터넷에서 112, 성추행을 검색했냐는 것이다. 만약 술을 마시는 중에 성추행을 당한 거라면 112의 긴급성까지 요하지 않았을 것이며 성추행의 시점이 호프집이라고 한다면 그곳의 긴급성은 곧 호프집에서 집으로 들어가기 이전까지이기 때문이다”라며 “이는 윤희가 호프집에서 나온 이후 원룸에 가는 과정에서 어떤 성추행의 범위가 있었다고 살펴볼 수 있으며 어느 누가 집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추행’, ‘112’에 주목
또 유 단장은 “만약 윤희가 원룸에서 피살당한 것이라면 이미 가해자가 그 사건 당시에 빠져 나가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윤희의 사체를 다른데 유기하였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시체유기의 완벽성을 고려해보면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서는 계단으로 끌고 내려가 다른 유기장소를 택해야 하는데 가해자가 차량이 없는 경우라면 그 행위는 그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다”며 “K군이 범인이라고 지목하기 이전에 렌트카 사용이력, 여행용가방을 구입했는지 유무 등 윤희를 유기한 그 무언가에서 증거를 찾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유 단장은 유가족들과 피해카페 운영자에게도 격려의 말을 전했다. 유 단장은 “이미 거친 거짓말탐지기 및 상대방에 대한 명예훼손 등을 제쳐놓고 좀 더 체계적이면서 일괄성 있는 수사이의신청을 해보길 권유한다”며 “조속히 사건이 해결되어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