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절대 망하지 않는 집창촌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15 15: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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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홍등'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사라질 듯 절대 안 사라지는 곳이 있다. 지난 2004년 9월23일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집중 단속이 이뤄져 직격탄을 맞았던 서울시내 집창촌의 모습이다. 2000년 김강자 당시 종암경찰서장의 주도로 이뤄진 대대적인 단속과 2008년부터 시작된 재개발로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일부 업소들은 아직도 공사장에 둘러싸여 외로운 홍등을 밝히고 있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영업 방식도 등장했다. <일요시사>가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들을 찾았다.

모텔로 옮겨서 성매매 하기도…경찰 눈속임 영업
없어졌다는 서울 5대 집창촌 대다수 성업 중

지난 7일 오후 5시.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아온 서울의 강추위는 매서웠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청량리역 광장은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백화점을 드나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장을 빠져나와 5분쯤 걸었을까? 롯데백화점을 끼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말 그대로 암흑가가 펼쳐진다. 수백여m 남짓한 골목에는 성매매가 이뤄졌던 일명 ‘유리방’들이 양쪽으로 즐비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지금의 30~40대 남성들에게 '성지'(性地)라고 불렸던 속칭 '청량리588'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단속의 영향인지 홍등을 밝혀놓은 집은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 꺼진 청량리
실제 영업은?

드문드문 보이는 '청소년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과 '철거'라고 적혀진 업소 출입문만이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멍하니 업소를 쳐다보고 있을 때 한 중년여성이 기자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멋진 오빠 오랜만에 왔나보네? 왜? 한번 하시게? 내가 평일 낮이니까 특별히 싸게 6만원에 해줄게. 아가씨 보러 가자."


못 이기는 척 여성을 따라 걸었다. 10여 분을 걸었을까? 여성이 기자를 한 PC방으로 이끌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성 몇몇이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경찰 단속을 피해 몰래 숨어서 영업을 이어가는 듯했다.

이곳에서 유리라는 이름을 쓰는 29살의 한 여성을 만났다. 유리씨와 함께 대실비 1만5000원을 지불하고 근처 여관으로 들어갔다. 옷을 벗기려는 그녀를 만류하고 취재 중임을 밝혔다. 돈을 지불하고 정해진 30분 동안 얘기를 나누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리씨는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건넨 6만원 중 2만원을 기자에게 다시 돌려줬다. 이유를 물어봤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인가 뭔가 시행되고 지금까지 우리가 시위했을 때 기자분들이 저희 의견 잘 반영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하는 언니들이나 동생들이 많아요. 물론 매스컴이 집중되면 어쩔 수 없이 경찰들도 더 많이 오긴 하는데 살아남는 방법이 있어요. 3만원은 포주 언니 줘야하고 30분 비용으로 만원만 받을게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청량리588 일부 업소는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모두 철거되거나 문을 닫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포주들이 근처 포장마차나 불 꺼진 업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나면 은근슬쩍 접근해 아가씨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근처 PC방이나 책방, 미용실 등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손님은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함께 모텔이나 여관으로 이동해 '연애'를 한다. 경찰이 오더라도 연인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무허가 집창촌
카드 결제 가능

현금이 없을 경우 카드로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무허가 집장촌이 어떻게 카드 결제가 가능할까? 그녀는 속칭 '카드깡'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외부업체(카드깡업체)의 단말기로 손님이 결제를 하면 하루단위로 금액을 정산해서 일정 수수료를 떼고 남는 금액을 업소에 지급해 준다는 것. 수수료는 보통 15% 정도를 떼는데 가령 하루 결제금액이 100만원이라면 15만원을 카드깡업체에서 가져간다. 대신에 카드깡업체는 세금문제 등 불거져 나올 수 있는 각종 문제를 처리해주는 시스템이다.


업소가 문을 열지 않으면 여성들이 어떤 방법으로 숙식을 해결하는지 궁금해졌다. 유리씨는 이곳에서 4년을 일했다고 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대부분 '보도방'이나 '키스방' 등 유사 성행위 업소로 거처를 옮겼다. 유리씨는 현재 청량리588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포주의 횡포나 선불금, 감시, 감금은 옛말이에요. 지금은 하루 벌어 하루 챙기고 아프면 안 나올 수도 있고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요."

시계를 보니 어느덧 약속시간인 30분을 한참 넘었다. 너무 늦게 가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유리씨와 함께 여관을 빠져나와 헤어졌다. 다시 업소가 모여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골목은 이내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퇴근시간 교통체증을 피해 진입한 몇몇 차량들의 전조등만이 을씨년스러운 골목을 간간히 비췄다.

이번에는 청량리588과 함께 서울의 양대 집창촌이라고 불리는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촌'을 찾기 위해 다시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오후 시간대와는 다르게 60~70대 여성들이 연신 기자에게 "3만원이면 돼" "한번 하고 가"라는 말을 하며 따라붙었다. 발길을 재촉해 저녁 10시경 길음역에 도착했다.

길음역 10번 출구로 나오니 노란색 바탕에 '청소년 보호구역'이라는 큼직한 빨간 글씨가 보였다. 그 앞에는 모텔 주자장 입구를 연상시키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가림막을 제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청량리588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대부분은 문을 닫았지만 10여 개 업소는 홍등을 밝혀 놓고 호객에 여념이 없었다.

일부 업소
꾸준히 영업 중

업소들이 밀집된 골목 안쪽으로 들어섰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호객꾼들이 끊임없이 기자의 팔을 잡았고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며 흥정을 붙였다. 서툰 한국말로 실랑이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도 간혹 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떠오르며 100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일을 하던 예전 찬란한(?) 텍사스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곳에서 20년 이상을 일했다는 한 50대 업주를 따라 업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에는 흰 드레스를 입은 두 명의 여성이 머리를 단장하고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영업이 가능한 것일까?
이 업주는 현재 상황을 이른바 '폭풍전야'라고 말했다.

"어차피 올해 상반기 안에 철거가 시작된다고 하니까 우리가 너무 노골적으로 호객행위만 하지 않으면 눈을 감아주는 분위기에요.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시키는 등 노력하고 있으니까…."

2009년 1월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월곡 1구역'으로 지정된 미아리 텍사스 일대는 올해 상반기 내에 본격적인 이주 및 철거를 시작한다. 이곳에는 최고 39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9개동(1192 가구)이 들어선다. 현재 일부 업소의 성업은 조만간 있을 경찰과 성매매 업소 간의 '전쟁'에 대비한 '휴전상태'로 보인다.

"이곳을 없앤다고 성매매가 사라질까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또 다른 방법으로 성매매를 할 거에요. 요즘에도 아가씨들이 보도방이나 안마방 같은 데로 옮겨가고 있어요.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터진다고 미아리에서 텍사스촌이 사라지면 다른 지역에 새로운 텍사스촌이 생길거에요."

문을 열고 업소를 빠져나왔다. 골목에는 일(?)을 마친 것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택시를 잡기위해 연신 팔을 흔들고 있었다.


"한 쪽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터지는 법"
'배운 게 도둑질' "이 일 아니면 살 수가 없다"

이렇듯 사라진 줄 알았던 청량리588과 미아리 텍사스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 경찰이 자랑스럽게 완전히 없어졌다고 발표한 용산역 인근 집창촌은 어떨까?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일단 용산역 집창촌이 있던 자리는 도로변 상인들의 안내가 없었다면 찾기 어려웠을 정도로 황폐했다. 쓰레기더미와 연탄재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고 업소 유리창은 깨지고 출입문은 너덜거렸다. 경찰의 발표대로 용산역 집장촌은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발길을 돌렸다. 영등포로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용산역 파출소가 보이는 대로변으로 나왔다.

주차단속원으로 보이는 50대 여성이 도로변에 앉아 있었다. 택시를 잡고 있는 기자에게 갑자기 그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연애하러 왔어? 여기는 없어진지 오래고 딱 하나 남은 곳이 있는데 싸게 해줄 테니까 하고 갈래?"

팔을 잡아끄는 여성을 따라 골목골목을 지나 낡은 건물에 도착했다. '유리방'이 아닌 일반 가정집으로 보였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성매매 업소임을 증명하는 빨간 불빛이 새어나왔다. "생각 좀 더 해보고 오겠다" 는 말로 둘러대니 "너무 오래 끌지 말라"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을 골목에서 헤맨 끝에 다시 대로변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영등포역 인근 집창촌도 일부 업소는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천호동 텍사스' '파주 용주골' 수원역 집창촌'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4년 실시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 7년을 넘었다.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와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 원천적으로 성매매를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였다. 분명히 집창촌 업소의 수가 대폭 줄었다는 사실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업소는 아직 영업 중이며 성매매 여성들과 업소 주인들은 경찰의 눈을 속이기 위한 갖가지 비책(?)들을 내놓으며 변종 성매매를 양산해 내고 있다.

경찰, 일부 업소
영업 사실 파악

아무리 취재라고 하지만 경찰 단속이 뜨면 낯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내내 불안했다. 하지만 하루 동안 방문한 청량리, 미아리, 용산, 영등포에서는 단 한 번도 경찰을 볼 수 없었다. 집창촌 업자들의 말대로 지금은 '폭풍전야'인 것일까?  

경찰관계자는 "아직도 영업을 하는 업소가 있다는 사실은 경찰 내부에서도 파악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성매매 증거를 잡기가 힘든 실정이다"며 "가게 안에 아가씨가 앉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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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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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