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1월의 가볼 만한 곳-④경남 하동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2.01.19 17: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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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정상에서 다도해의 아침을 열다

한국관광공사는 ‘일출도 보고, 소원도 빌고’라는 테마하에 2012년 1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제주 서귀포, 강원 고성, 전남 순천, 경남 하동, 충남 태안, 경기 파주 등 6곳을 선정해 발표하였다.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맞아 다도해의 이색 해돋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경남 하동 금오산을 네 번째로 소개한다.

섬진강 물길 따라 매화꽃 흐드러진 3월도 아니고 벚나무 와글와글 하얗게 ‘꽃터널’을 이룬 4월도 아닌데 굳이 이 황량한 계절에 하동까지 먼 길을 나서는 이유는 단 하나,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기막히게 아름다운 남해바다 조망과 해돋이 때문이다.  

일출이란 으레 동해바다에서 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다도해의 장쾌한 풍경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하동 금오산에서의 해맞이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일출명소 어느 곳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 아닌 까닭에 새해 첫 날만 피한다면 교통체증이나 북적이는 인파와 맞닥뜨릴 염려도 없다. 호젓한 일출여행이 가능한 것이다.

사람의 발길 많지 않아
호젓한 일출여행 가능 

금오산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던 곳이라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다. 지금은 군시설이 거의 이전을 했고 통제도 없어졌지만, 일부 등산 애호가와 지역민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아는 이가 드물다.

금오산 정상은 해발 849m다. 북한산 백운대가 836.5m,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이 739.5m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산이 아니건만, 주변에 1000m 넘는 봉우리가 줄줄이 첩첩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는다. 

금오산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동군 청소년수련원을 들머리로 왕복 4시간가량이 걸리는 등산로를 이용하거나 정상까지 차량으로 바로 오르는 것이다.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금오산 일출여행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단, 군 작전차량과 승용차 외에 대형 차량은 진입할 수 없으니 알아 두자.


금오산이 있는 금남면과 진교면은 하동군에서도 가장 남쪽에 속한다. 쌍계사가 있는 화개면이나 최참판댁이 위치한 악양면까지의 거리보다 오히려 남해군과 더 가깝다. 따라서 자가운전을 한다면 하동 IC보다 진교 IC로 나오는 것이 편하다. 남해고속도로 진교 IC를 나와 남해 방면으로 2km 남짓 진행하면 ‘금오산’ 표지판을 만나는데, 여기서부터 금오산 정상까지는 약 9km 거리다. 전 구간이 매끈하게 포장되어 있으나 도로폭이 좁고 굴곡이 심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첩첩이 줄달음치는 연봉
뒤에는 남해대교가 떠억

금오산 정상은 송신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바로 아래 헬기장 옆에 정상석을 세웠다. 정상석엔 두 가지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금오산과 소오산이다. 옛날에는 곡식을 쌓아둔 노적가리처럼 생겼다 해서 소오산이라 불렀다 한다.

헬기장 아래 차를 세우고 전망 데크로 간다. ‘해맞이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널찍하게 만들어둔 전망 데크에는 일출 촬영을 나온 출사객 서넛이 추위 속에 서성이고, 지난밤 비박의 흔적인 듯 일인용 텐트도 몇 동 보인다. 

일곱 시 무렵이 되자 새벽 여명이 어슴푸레 밝아오기 시작한다. 남쪽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검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몸을 뒤척이며 깨어나고, 이윽고 아침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밝은 기운이 빠른 속도로 하늘과 바다를 가득 채운다. 바람이 어찌나 찬지 장갑과 목도리, 모자로 중무장을 했어도 춥고 떨리는 몸을 추스르기 힘들다.

여덟 시가 넘어 온전히 형체를 드러낸 섬과 바다와 하늘은 일출이 아니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매혹적이다. 방아섬, 굴섬, 솔섬 등 수많은 섬들은 적당한 간격으로 올망졸망 정답고, 멀리 사천대교와 창선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남해대교는 연이어 누운 세 개의 봉우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헬기장에서는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도 볼 수 있다.

일출은 끝났지만 바로 내려가기 아쉽다면, 전망 데크 아래쪽으로 난 너덜지대를 지나 15~20분 거리에 있는 봉수대(경상남도 기념물 제122호)와 마애불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고려 헌종 3년(1149)에 설치되었다는 봉수대에서는 해맞이공원의 그것 못지않게 수려한 전망을 바라볼 수 있다. 마애불은 바위굴 암벽에 새겨진 불상이다. 불상 옆에 9층 석탑이 함께 조각되어 있다.

백련리 사기마을 내
새미골도요 금정미술관


일출을 보고 난 후에는 백련리 도요지 사기마을, 하동포구공원, 하동송림, 평사리, 화개장터 순으로 동선을 잡으면 좋다. 19번 국도를 따라가는 이 길은 섬진강 물줄기를 남해 쪽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이자 ‘하동포구 팔십리길’을 따라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백련리 도요지 사기마을은 금오산에서 15분 거리다. 대접, 접시, 사발, 항아리 등 주로 생활용 그릇들을 굽던 이곳은 일본 국보의 하나인 ‘정호다완(井戶茶碗)’의 전래지로 추정되는 우리 전통 찻사발의 본고장이다. 현재 하동요의 정웅기 선생, 새미골도요의 장금정 선생 등이 도요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리 예약하면 도예 체험도 가능하다.

예부터 연꽃이 많아 백련리라 불리는데, 지금은 철이 아니라 아쉽게도 연꽃은 볼 수가 없다. 영화 <취화선>에서 화가 장승업이 활활 타오르는 가마 속으로 들어가던 장면을 촬영한 곳이라는 안내판이 있으나, 촬영지가 잘 보존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하동은 전라북도 진안에서 발원한 섬진강 물길이 남해로 흘러들기 직전, 그 마지막 물줄기가 닿는 땅이다. 섬진강 물이 남해와 만나는 곳부터 화개에 이르는 뱃길을 ‘하동포구 팔십리’라 부르는데, 옛날엔 이 길을 따라 어선과 상선이 드나들면서 포구가 발달하고, 사람과 물자가 활발하게 왕래했었다.

이제 옛 흔적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래도 7~8월이면 커다란 거랭이를 매단 재첩잡이 배와 함지박과 사람들이 섬진강 위를 빼곡히 채우는 하동만의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섬진강 제1의 별미
재첩국과 재첩비빔밥

하동포구공원, 송림공원, 평사리공원 등 강변의 공원들도 쓸쓸한 마음을 달래 준다. 조선 영조 21년(1745)에 방풍과 방사를 막기 위해 조성한 하동송림은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드넓은 모래사장이 함께 어우러져 특히 여름철 유원지로 사랑 받는다. 송림 위쪽에는 하동과 전남 광양을 잇는 섬진교가, 아래쪽에는 경전선 열차가 지나는 철교가 놓여 있다.

송림을 지나 악양면에 들어서면 대하소설 <토지> 속 최참판댁과 평사리문학관, 전통한옥체험관에 들러 보자. 1박 2일 여정이라면 전통한옥체험관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좋겠다.

하동을 대표하는 재첩과 참게로 만든 음식과 더불어 쌍계사 아래의 사찰음식도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하동별미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 금오산 → 백련리 도요지(사기아름마을) → 하동포구공원 → 하동송림 → 최참판댁

♣1박2일 여행코스
- 첫째 날 : 금오산 → 백련리 도요지(사기아름마을) → 하동포구공원 →  하동송림 → 최참판댁 → 전통한옥체험관(숙박)
- 둘째 날 : 고소산성 → 화개장터 → 쌍계사

♣대중교통(버스)
-  서울남부터미널 → 진교터미널 하루 11회 운행(4시간 소요)
-  서울남부터미널 → 하동터미널 하루 8회 운행(3시간 50분 소요)

♣자가운전 : 경부고속도로 → 대전통영고속도로 → 진주 JC → 남해고속도로 → 진교 IC → 남해 방면으로 약 2km → 금오산 표지판 → 금오산 정상

♣주변 볼거리 : 하동공원, 쌍계사, 칠불사, 화개장터, 최참판댁, 고소산성, 평사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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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