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왕따’ 벗어나려면? ‘왕따 마케팅’ 극성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1.27 10: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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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막는 거 어렵지 않~아요…우리 학원에 오면 돼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요즘 한국 사회는 잇따른 중·고등학생의 자살사건으로 술렁인다. ‘집단 따돌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건도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소식에 '혹시나 나도 왕따의 표적이 되진 않을까?'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아이들과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어보려는 일부 학원과 병원까지 나타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OO 없으면 왕따” “일진되는 법 알려 드린다”며 업체를 홍보한다. 이런 세태가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을 낳고 있다.

학부모-학생 불안심리 이용한 ‘왕따 마케팅’
학교폭력, 학원폭력, 왕따 피해보장 보험까지

“저는 6년 동안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같은 학년 아이들과는 제대로 말해본 적도 없고 심지어 친구들은 저를 바이러스 취급 하면서 피해 다닙니다. 이젠 너무 심해져서 저보다도 어린 아이들까지 절 만만히 보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 말해도 조치해 주겠다는 말만 할 뿐 달라 진 게 없고, 엄마에게 말해도 그냥 참고 친구 사귀란 말만 하네요. 전 그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인데, 왕따에서 탈출 할 수 있는 방법 없나요?”

학원·병원들
‘왕따 마케팅’ 열풍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중학교 2학년 A양(15)의 질문이다. A양은 이 같은 질문을 올렸다가 한 마술학원 관계자에게서 “우리 학원에 등록해보라”는 답글을 받았다.

마술학원에 등록하기만 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자신감이 생겨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마술을 펼치면 주변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때문에 왕따에서 벗어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단언했다. 이 학원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인터넷 게시글에 일일이 학원 광고 댓글을 달며 이른바 ‘왕따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현재 여러 포털 게시판에는 ‘왕따 탈출법’ ‘왕따 안 당하는 법’ ‘인기 많아지는 법’ 등에 대한 학생들의 문의 글이 수백 개에 달한다. 딱히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어 많은 학생들이 사이버상에서 왕따 생활의 고충을 토로하며 해결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 역시 급증하는 학교폭력과 자살 등의 사건이 연일 보도됨에 따라 아이가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왕따 마케팅은 학생들과 부모의 이런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작고 외소한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학부모 B씨는 최근 학교폭력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걱정이 커졌다. 그러던 중 “왕따 한방에 탈출”이라는 한 무술학원의 전단지를 보게 됐고, 자신감을 키울 목적으로 아이와 함께 학원을 찾았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일부 학원과 병원은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이 같은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 한 업체는 “왕따를 벗어나 일진까지 될 수 있다”고 홍보하는가 하면 “왕따 안 당하는 법, 일진 이기는 법, 나쁜 놈 저주하는 법”이라며 볏짚인형 판매 사이트가 링크되기도 했다.

해병대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 업체는 “체험캠프에 참가하기만 하면 학교에서 아무도 못 건드린다. 일진 학생이 돈을 빼앗으려 할 때 방어하는 법, 학교폭력 대처법도 가르쳐주기 때문에 왕따를 당할 염려가 전혀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는 중·고등학생에게 간접적으로 성형수술을 유도하는 듯한 글까지 올리고 있다. 한 학생이 인터넷 게시판에 “눈이 작고 코도 낮고 피부는 까매요. 얼굴이 못생겨서 왕따를 당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예뻐질 수 있을까요”라는 글을 올리자 한 성형외과는 “10대 성형수술, 전화를 주면 수술비용과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주겠다”는 내용의 쪽지 등을 건넸다.

한 웅변학원 역시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 아이가 왕따를 당해서 걱정이 많으셨나요? 왕따나 따돌림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왕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와 자신감을 크게 키워주고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외에도 강인한 성격 길러주기, 학기 초 기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호신방법이나 자기방어술을 가르쳐준다는 ‘왕따 과외’도 등장했다.


보험업계
‘왕따보험’ 출시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왕따 보험’ 상품도 출시했다. 자녀들이 학교폭력이나 왕따를 당해서 정신적, 신체적인 위해를 받았을 경우 이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주고 관련한 의료비 보장을 해주는 것이다.

현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의 회사들이 학교 폭력으로 다치면 위로금을 최대 500만 원까지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최근 사회분위기에 맞물려 학부모들로부터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내용을 보면 먼저 동부화재 ‘프로미라이프 스마트 아이사랑보험’은 폭행이나 강도로 전치 4주 이상의 폭력 피해를 보면 최대 300만원 한도에서 보상을 해주고 있다.

흥국화재 ‘더플러스 사랑보험’은 폭력 피해시 최고 300만원을 보상하며 폭행으로 인한 상처로 성형수술이 필요한 경우 최고 500만원까지 지급한다.

현대해상의 ‘하이라이프 굿앤굿 어린이CI보험’은 단순 폭행은 물론이고 성폭력이 발생한 경우에도 300만원까지 보상이 가능하다. 또 유괴나 납치, 감금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최대 1350만원까지 위로금이 지급된다.

메리츠화재의 ‘우리아이 성장보험 M-Kids’도 학원 폭력 치료비 등으로 최대 300만원까지 피해 보상금이 지급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왕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보험 계약시 ‘우리 아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왕따특약을 꼭 포함시키는 추세”라며 “보험사마다 왕따로 인한 보상 지원건수와 보상지원금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는데 이는 왕따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밝혔다.

맞지 말고 맞서자? “내 아이만 아니면 돼~”
이제 부모들이 먼저 우리 아이를 지켜야 할 때

이런 세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공교육이 부실하자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학교나 교사들이 왕따 문제를 제도권 안에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믿음을 심어줬더라면 학부모나 학생들이 ‘왕따 불안 마케팅’에 지금처럼 쉽게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부모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학교폭력이 근절되기 쉽지 않은 터라 학생 스스로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갖춰 놓아 가해 학생들의 ‘표적’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가 된다”고 말했다. 

왕따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부적 차원에서의 지원은 한계가 있다 보니 조금 더 현실적인 방법을 원하게 되고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왕따 마케팅 열풍이 부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김은숙(40·여)씨는 “정부나 학교 측에서 제 아무리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그곳에선 마치 짐승처럼 힘으로 서열을 매기게 되는데 그곳에서 힘이 약한 아이는 도태되고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근절이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내 자녀만은 피해를 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예방’만이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왕따 대비책?


청소년기 왕따 사건은 늘 있어왔다. 그래서 더 대수롭지 여기지 않았다. 교육시스템 역시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방치해 온 것도 사실이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사태를 비로소 인식하는 듯,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지만 과연 이것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구조 변혁으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고해서 왕따 마케팅 열풍에 이용당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인식과 부모의 역할이다. 자극적인 매체나 게임 등에 노출을 삼가고 어린시절부터 부모들의 적절한 훈육을 통해 의식 있고 올바른 청소년으로 자라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이제 부모들이 먼저 우리 아이를 지켜야 할 때이다. 아이들의 행동에 변화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가해 혹은 피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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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