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설 특집] 작심3일로 끝나는 새해 다짐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1.25 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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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잘∼꿰어야 보배”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2012년 흑룡의 해가 시작됐다. 새로운 시작에 들뜬 사람들은 캘린더의 첫 장을 넘기면서 너도나도 새해 다짐을 세운다. “올 연말까지 꼭 1000만원을 저축할 거야.” “다음 달까지 체중을 10㎏ 줄여야지.” 그동안 실천하지 못했던 계획을 하나하나 적는다. 그리고 이 계획들을 실천하는 데 적어도 ‘작심삼일은 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처음 세운 목표를 완벽히 달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굳게 다짐한 새해 결심이 느슨해질 시기. ‘작심일년’을 향한 각오를 새로이 다져보자.

새해 작심삼일 단골계획, ‘작심 삼백일’ 되는 법
다이어트 “과욕은 금물, 장기적인 플랜 세워야”

우리는 늘 무언가를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기 때문.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를 계획하고, 월초에는 한 달을 계획하고, 연말연초에는 신년을 계획한다.

이 여러 가지 계획 중에서 뭐니 뭐니 해도 단연 으뜸인 것은 신년계획이다. 살이 많이 찐 사람은 살을 빼겠다고 다짐하고, 흡연의 해악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금연을 결심하고,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사람은 운동을 계획한다.

그러나 신년계획이건 일상계획이건 그 시작은 쉽게 하지만 계획했던 결과를 제대로 얻기란 힘들다. 처음 결심대로라면 세상에 못 이룰 게 없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활에서, 또 문화 속에서 계획을 세우지만 습관처럼 고치지 못하는 다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런 결심이 기껏 3일밖에 가지 못하는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 위한 비결은 무엇일까.

살과의 전쟁
다이어트


새해 결심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다이어트다.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버리고 싶은 것으로 ‘나의 묵은 살들’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이어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의 주요 관심사이다. 특히 살이 고민인 많은 여성들에게는 평생 안고 가야 할 고민과 동시에 새해가 될 때마다 다짐하게 되는 목표 중 하나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사회활동에 있어 외적 요소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보기 좋은 몸매도 중요한 경쟁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여성은 음식을 가려먹거나 운동을 하며 탄력 있고 조화로운 몸매를 만들고자 애를 쓴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다른 어떤 계획보다도 실패나 중도에 포기하기 쉽다. 체중감량 후 요요현상을 겪으며 체중조절에 실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욕심이 앞서 무리한 체중감량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다이어트 전문 업체 전문가는 “체중에 민감한 여성들은 조금만 살이 쪄도 식사를 굶거나 적게 먹으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사전 계획 없이 마음만 앞서서 시작한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칠 뿐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우선 장기적인 다이어트 플랜을 짜고 이에 따른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살은 쪘다가도 빠지고 빠졌다가도 다시 찌기 때문에 조금씩 체중을 줄여가면서 일정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가장 목표로 하는 다이어트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에 맞는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실천해 보는 것이 올바르다. 이때는 다이어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건강 상태와 비만의 정도, 생활패턴 등을 고려한 꼼꼼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다.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후에는 신체활동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면서 음식으로 섭취한 에너지를 활동에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평소 당분 함량이 높고 기름진 음식 대신 열량이 낮은 채소와 해조류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량 후 꾸준한 운동으로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운동은 하루 1시간 정도가 적당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체지방 연소를 돕는 유산소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금연·금주 등
악습 근절

다이어트에 이어 금연, 금주 등 생활의 절제도 새해 결심으로 등장하는 단골계획 중 하나다. 무엇보다 새해 금연을 결심한 이들에겐 담배가 골칫거리다. 1월1일부로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했지만, 어느새 또 담배를 물고 “그래~이 맛이야!”를 외친다.

이내 한 개비, 두 개비 피우는 개수를 늘여 가다가, ‘진짜 새해는 음력 1월1일’이라며 스스로를 위안 한다. 어떤 이는 “담배를 끊으며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해로운 담배라도 피우고 행복하겠다”라고 말한다. 금주다짐 역시 마찬가지다. 해마다 반복하는 악순환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악순환이 당신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담배는 유일한 합법적 발암물질이다. 담배를 피우면 각종 암, 호흡기계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담배를 피운 기간이 길수록, 최근까지 담배를 피웠을수록 위험률은 올라간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끊는다 끊는다’ 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함께 할수록 신체에 미치는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음주를 하면서 피우는 담배 맛을 아는 사람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술 마실 때 유난히 담배 생각이 간절해지고 담배 맛 또한 더 좋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해 금연·금주 재다짐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금연·금주와 같이 하기 싫었던 일을 하는 것이라면 혼자서 지키기 어렵다.

금연·금주 “금연의 이점 상기하면서 이겨내야”
영어공부 “승진·이직 등 학습목표 확실히 해야” 

일단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에게 본인의 금주다짐을 단호하게 선포해 결심이 무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뜻이 맞는 술친구와 함께 시작하는 것도 술자리 유혹의 기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단, 그럴 경우 한 명의 포기로 자칫 함께 흔들릴 수 있으므로 과감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다음은 기록하는 것이다. 휴대폰 캘린더 또는 회사 탁상달력, 수첩 등에 자신의 금연·금주일을 체크한다. 계획을 나의 머릿속에서 입 밖으로 내뱉음으로써 타인에게 내 의지를 드러냈다면, 펜으로 기록하는 행위로 그 의지가 더욱 확고해진다.

금연·금주에 성공한 날마다 하루하루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나가면서, 자칫 약해졌던 마음을 반성하는 동시에 다시금 굳건히 다잡을 수 있다. 금연과 금주를 함으로써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영어 정복하기’
어학공부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는 이들의 단골다짐은 ‘어학공부’다. 대학생이나 직장인 누구나 자기계발을 위해 새해에 어김없이 어학공부를 계획하곤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새해 초 다짐과 달리 끊어둔 학원은 일과 약속을 핑계로 나가기 귀찮아 지고, 급기야 책장 한 번 넘겨보지 않은 채 널브러지기 일쑤다.

새해 결심한 어학공부가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우선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영어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왜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는 이유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승진인지 이직을 위함인지 동기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다음으론 학습목표를 인지함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

자신의 커리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비즈니스 영어 실력 향상이나 영어 공인인증시험 성적 향상 등을 목표로 하는 게 좋다. 좋아하는 팝송, 영화나 미국 드라마 등을 자막 없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를 목표로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운 다음에는 자신의 영어 수준을 알아야 한다. 영어 실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진단 테스트는 여러 어학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되며 각 어학원의 무료 컨설팅도 활용할 만하다.

그 다음으론 공부 환경을 잘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전감각을 빠르게 익힐 수 있도록 주변 환경과 생활을 모조리 영어화하도록 해야 한다.


해외 어학연수나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을 보면 영어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는 영어 실력이 정말 뛰어나서라기보다 익숙함에서 오는 자신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영어 환경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면 영어의 불편함과 두려움이 사라진다. 영어가 익숙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말하기가 수월해진다.

또 지금까지는 영어공부를 위해 무엇을 ‘안 하기’로 목표를 정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하자’로 목표를 정해 보는 것이 좋다. 외국인이 많은 카페에 가거나 영어마을을 찾는 등 평소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한번 시도하거나 이루는 것을 목표를 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 영어공부는 훨씬 실천하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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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