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게이들의 '놀이터' 이태원을 가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27 10: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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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가 어때서요?" '이태원 프리덤'

[일요시사=한종해기자] “자기~ 남친 있어?” “어 나 파트너 있어.” 이태원에 위치한 게이클럽 안에서 나눠지는 대화 중 일부다.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이 즐겨 찾는 주점이 밀집한 이태원은 게이들을 위한 해방구다. 이태원역을 가로지르는 길에 위치한 소방서를 지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게이 업소가 모여 있는 ‘게이힐’이 나온다. 종로와 신당동을 이어 이태원이 게이들을 위한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게이뿐만 아니라 이성애자와 여성들도 자주 찾는다는 이태원의 게이힐을 <일요시사>가 직접 찾아 취재했다. 

이태원 '게이힐', 편견 벗어난 '소수민족' 해방구
18년 된 게이클럽 역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난 14일 오후 11시께. 게이들의 모임이 열린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방서 근처 한 클럽. 클럽을 주변으로 펼쳐진 미로 같은 골목길에는 곳곳에 게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날리고 있었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인근 도로까지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짧은 머리에 가죽바지를 입은 20대 초반의 남성, 면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호리호리한 체격의 30대 중반 남성 등 대부분이 남자였다.

여성 입장료,
남성의 두 배

입장료는 남성 1만원, 여성은 2만원이었다. 보통 클럽의 경우 여자는 돈을 덜 받거나 공짜인 것과는 정반대의 경우. 게이들이 주가 되는 클럽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종이티켓을 받아 손목에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휘황찬란한 조명과 음악에 맞춰 수백 명의 남자들이 서로 뒤엉켜 춤을 추고 있었다. 외국 남성들과 한국 남성들이 대부분이었고 일부 여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남성들이 많아 우중충할 것 같았던 생각과는 다르게 생기가 넘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40여 평의 무대를 가득 메운 수백 명의 남성들은 음악에 온몸을 맡긴 채 자신의 끼를 내뿜고 있었다. 윗옷을 벗어던지고 춤을 추는 이도 있었고, 서로를 끌어안거나 상대의 몸을 쓰다듬으며 춤을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에 마련된 바에는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이 맥주와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는지 살피거나 작업을 거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동성이 있으면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칸막이가 쳐져있는 공간도 있었다. 클럽 내부가 수많은 무지개 빛깔의 깃발들로 치장되어 있고 남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라는 것 말고는 여타의 클럽과 같아 보인다. 이곳이 바로 이태원 '소수민족'의 놀이터다.

바에서 홀로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외국 남성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 남성은 이태원과 인접해 있는 용산미군기지의 군인이란다.

이 남성은 "가끔 미국의 자유분방함을 느끼고 싶을 때 이곳을 찾는다. 여기서는 대부분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별다른 거리낌이나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클럽을 찾은 외국 남성 중 상당수가 주한미군이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건장한 체격의 외국 남성들이 간혹 보이는 여성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 남성은 또 "솔직히 누가 게이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여기서 마음껏 즐기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라며 자리를 피했다.

기자가 미군과 대화를 나두던 도중 입구를 통해 8명의 여성들이 클럽으로 입장했다. 전체적인 성비로 봤을 때 극히 일부분이었지만 여성들의 입장도 꾸준했다. 두 배 이상 차이나는 입장료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게이클럽을 즐겨 찾는다는 이수연(24)씨는 "집적대는 남자들이 없어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다"며 "여자들에겐 어떤 유흥가보다 안전 한데다 귀찮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함께 온 신국화(24)씨도 "게이들 중에는 젊고 잘생긴 '훈남'들이 많아 '눈요기' 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이클럽도 역시 클럽인 걸까? 이런 여성들을 노리는 남성들도 있었다. 호기심에 게이클럽을 찾았다는 조영일(29·남)씨가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씨에게 다가왔다. "옆에 남성분과 일행이냐?"라고 물었고 기자가 아니라고 하자 이씨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성들이 모여 있는 곳엔 반드시 남자들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들과 게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게이클럽을 찾는 게이들은 이들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한 게이커플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 커플은 "게이들을 위한 공간에서 게이들이 호기심의 대상으로 전락하는데 불쾌하다"며 "안 그래도 많은 사람들 때문에 공간도 부족한데 인구밀도를 쓸데없이 높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자가 있는 곳엔
반드시 남자도 있어

이어 "이 클럽을 찾는 이유가 동성애자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주기 때문인데 우리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게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와 대화를 마치고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클럽을 나간 이 게이커플을 보다가 문득 게이커플의 남녀역할이 궁금해졌다. 클럽의 종업원을 만나 게이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이 종업원의 말에 따르면 게이커플 사이에도 분명히 남녀가 존재한다. 게이커플의 성관계에서 남성 역할을 하는 사람을 '때짜', 여성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마짜'라고 한다. 성관계에서 마짜는 때자보다 비교적 편하고 쾌감이 크기 때문에 게이 중 상당수는 마짜다. 한마디로 여성의 역할을 하는 게이들이 많다는 것.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성관계를 할까? 이 종업원은 "모텔을 이용한다. 하지만 게이들은 대부분은 재력가가 많다"며 "결혼 생각이 없기 때문에 돈을 모으기보다는 팍팍 쓰는 경향이 있어 호텔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편하게 놀려는 ‘여자’, 그를 노리는 ‘남자’
보디빌더 고용한 게이전용 남성마사지

이어 그는 "게이들 사이에서도 외모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한다"며 "잘생기고 젊은 게이들은 우대받고 못생기고 뚱뚱한 게이들은 상대적으로 천대 받는다"고 덧붙였다.

취재를 마치고 클럽을 빠져나온 시간은 새벽 1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반짝이는 네온사인 덕에 대낮을 방불케 했다. 거리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으며 술에 취해 길바닥에 앉아 있는 남성을 꾀려는 게이들도 있었다. 지나가는 남자들을 붙잡고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는 게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이 업소가 위치한 골목은 통상 '게이힐'로 불리고 있다. 이태원역 3번 출구를 통해 나와 소방서가 있는 곳으로 걷다가 소방서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아스팔트 바닥에 '진입금지'라고 적혀있는 곳부터 '게이힐'이 시작된다.

이곳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P클럽, Q클럽 등 게이클럽이 있고 게이들만 출입 할 수 있는 게이바가 있다. 바로 옆 골목에는 트렌스젠더들을 위한 바가 있으며 아랫골목에는 예전 미군들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집창촌 후커힐이 있다.

남성역할은 ‘때짜’
여성역할은 ‘마짜’

골목을 따라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게이들을 위한 남성전용마사지 업소도 있다. 이 업소는 보디빌더들을 마사지사로 고용해 인기가 높다 특히 모 업소의 남성 '고고쇼'는 게이들 사이에서 인기폭발이다.

이태원의 게이골목은 금·토·일에만 화려하게 빛나며 새벽 2~4시 사이가 성황이다. 불이 켜지는 3일 동안 이태원 게이골목을 찾는 게이들은 업계 추산 주당 약 1000명에 이른다.

클럽에 출입하기 위해 정해진 입장료를 내고 티켓을 구매해야 하며 티켓이 찢어지거나 분실하지 않는 이상 하루 동안은 계속 출입이 가능하다. 일반 클럽과 마찬가지로 티켓을 이용해 술이나 음료 한 잔을 구매할 수 있으며 더 원할 시 추가비용을 내고 사야한다.

게이클럽의 사장과 종업원들은 모두 게이다. 남성 이성애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클럽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고용된 사설경비업체 요원들뿐이다. 이곳에서는 '소수민족'이 이성애자인 것이다.

이태원의 또 다른 게이문화는 게이바다. 게이바는 클럽과는 다르게 조용함으로 승부한다. 이곳을 찾는 게이들은 상대와 대화를 나눌 뿐이며 이성애자나 여성들은 출입하지 않는다.

이태원에 있는 일반 바도 술집으로 영업하다가 새벽시간이 되면 게이클럽 분위기로 바뀌는 곳도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태원 뒷골목이 게이들의 '놀이터'가 됐을까? 이태원 게이클럽의 역사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경 이태원에 첫 게이클럽 '파슈'가 오픈했다. 이때까지 모든 게이업소는 종로와 신당동에 모여 있었으며 대개 단란주점형식이었던 것에 반해 파슈는 춤을 추며 보다 분방한 섹슈얼리티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파슈는 같은 해 가을 경 '사장이 돈을 갖고 튀었다'는 풍문만을 남긴 채 문을 닫았다.

이듬해 '트랜스'라는 이름의 게이바가 입성했으며 6월 '스파르타쿠스'라는 이름으로 클럽이 오픈했다. 스파르타쿠스는 근대 클럽의 형태로 20대 초반의 게이들이 급증하면서 이태원은 삽시간에 새로운 게이의 메카로 떠올랐다. 2012년 현재 이태원에는 30여 곳의 게이업소들이 성업 중이다.

18년 전부터 시작된
이태원 게이클럽

이태원은 용산미군기지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지역이었다. 그들은 한국 사람들에 비해 성소수자들에게 관대하다 보니 게이들이 자연스럽게 이태원을 찾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에서 오랜 기간 장사를 해왔다는 한 노점상 주인은 "트렌스젠더든 게이든 누가 지나가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럴 수도 있지,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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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