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더 바쁜 사람들 '애환' 엿보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20 1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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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빨간 글씨를 검정색깔로 칠 했습니다"

[일요시사=한종해기자] 코앞으로 다가온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분주한 대한민국. 하지만 이 와중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들이 있다. 취업준비와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과 가족들의 구박이 무서운 노총각·노처녀들이 그렇다. 여기에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환경미화원 등도 어쩔 수 없이 국민들을 위해 명절을 반납해야만 한다. 민족의 대명절을 챙기기엔 삶이 고달픈 이들을 <일요시사>가 미리 만나봤다.

4일 ‘빡세게’ 일해 등록금·학원비 충당
‘월화수목금금금…’ “쉴 틈이 없어요”

취업준비와 대학등록금을 위해 명절도 반납해야 하는 20대들에게 다가오는 설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한 오세민(29·남)씨는 지난해 추석도 자취방에서 혼자 보냈다. 평소에도 집에만 가면 부모님이 "졸업한지가 언젠데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느냐"는 말을 들어왔는데 일가친척들까지 다 모이는 명절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떡국도 못 먹고…”
쓸쓸한 민족 명절
 

오씨는 "중요한 면접 준비 때문에 이번에도 집에 가지 못하겠다고 핑계를 댔다"며 "떡국도 못 먹고 쓸쓸하게 집에서 홀로 설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씁쓸하다"고 했다.

올해 임용고시에서 낙방해 재수를 결심한 임정희(26·여)씨도 이번 설에는 큰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 이미 부모와도 얘기를 마쳤고 혼자 집에서 마음을 추스르며 새로운 계획을 마련할 작정이다. 임씨는 "큰집에 가면 가장 먼저 합격여부부터 물어올 텐데 그런 분위기가 부담스럽고 싫다"며 하소연했다.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명절은 단지 '평소보다 돈을 더 받는 날'일 뿐이다.

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된 김남희(20·여)씨는 이번 설 연휴기간에 대형마트에서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평소 하루 5만원이던 임금이 이번 설 연휴기간 동안에는 10만원으로 훌쩍 오른 것.

김씨는 "지난해 등록금까지는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당장 이번 학기부터는 등록금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한다"며 "남들이 쉴 때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시에 합격해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대학생 이근명(19·남)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학 입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도 연휴도 없이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고 있다. 모 보험사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씨는 이번 설 연휴에도 비상근무인력으로 남아 일하기로 했다.

이씨는 "달력의 빨간 글씨를 검은색 글씨로 칠해 놓아 아쉬움을 줄이려고 한다"며 "이번 4일 동안 일을 한 대가로 평소 시급의 2배 이상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구인구직사이트에 따르면 '2012 설 단기 알바 채용관'을 오픈하고 설날 아르바이트 정보를 모아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포장알바' '진열알바' '판매알바' '배송도우미' 등은 하루 평균 2000여 건의 클릭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량진 등에서 행정·경찰·소방 등 각종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설 연휴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2월25일에 5급 공채 1차 시험이 있고 4월7일에는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있다. 일부 학원은 설을 맞아 과목별로 '1일 특강'을 개설했으며 강의시간도 최대 8시간까지 이어진다. 설날인 23일에는 특강도 없고 독서실도 대부분 문을 닫지만 일부 학원 자습실은 개방된다. 이런 자습실은 첫 개방시간인 아침 8시부터 마감시간인 새벽 2시까지 매년 만석을 이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은 언제? 결혼은 언제? “고향가기 싫다”
‘민족의 명절’ 챙기기엔 “내 삶이 너무 고달파”

노량진역 근처에서 만난 하지성(27·남)씨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하씨는 이번 설 연휴기간동안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씨는 "장남이라 명절 때 집을 비우기가 쉽지 않지만 명절 당일 아침에만 잠깐 얼굴을 비추고 학원 자습실로 향할 계획이다"며 "집안의 어른들로부터 반농담으로 '건방지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막막하기는 결혼적령기를 놓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솔로생활을 하고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애써 변명해 보는 그들이지만 설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올해 설도 '나 홀로 고향' 길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처량하고 연휴 내내 들을 부모님의 잔소리도 두렵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박은나(36·여)씨도 설 연휴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조건만 따져보면 박씨가 노처녀인 게 이상하다. 서울의 명문 4년제 대학을 나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연봉을 받으며 통장잔고도 꽤 된다. 물론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누가 봐도 그녀는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독신주의 여성이지만 그녀 부모님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박씨는 "평소에는 조심스럽게 결혼에 대한 말을 꺼내시지만 명절만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2시간이 넘게 결혼얘기만 한다"고 푸념했다.

대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한재경(45)씨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기 전 신붓감을 구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씨는 "나보다 어리기만 하면 누구든 괜찮다"며 2012년 최대 목표가 된 결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결혼을 이룬 이들 중에도 임신이 되지 않아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다. 특히 시댁식구와 마주해야 하는 설날은 임신이 되지 않는 며느리들에겐 가시방석이 아닐 수 없다.

결혼 5년차인 주부 권기정(34)씨도 설 명절이 두렵다. 시댁의 첫 손자에 대한 기대가 해가 지날수록 더욱 더 커지기 때문.  

명절 연휴 일하면
'목돈' 잡을 수 있어

결국 권씨는 남편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고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임신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난소에 구멍이 뚫려있어 임신이 쉽게 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됐다. 이때부터 권씨에게 명절은 최대의 고역이 됐다.

권씨는 "말씀 드려야지, 드려야지 하는데 내 몸에 문제가 있어 임신이 어렵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이번 설에는 또 어떤 이유로 시부모님을 안심시켜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고 하소연 했다. 


설 명절동안 국민들의 안전과 청결을 위해 연휴를 반납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소방관들은 3교대 비상근무체제까지 도입하며 크고 작은 재해를 막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환경미화원도 명절이라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 거리 곳곳의 쓰레기와 낙엽들로 설다운 설 한번 못 보내고 있다.

소방근무자들에게 설은 더 이상 특별한 날이 아니다. 단지 구조 신호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구한 날이 이들에게는 더 없이 특별한 날이다.

경찰·소방관·환경미화원
'즐길만한 여유 없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이모(41) 소방관은 소방서에 첫발을 디딘 지 올해로 11년째지만, 이 햇수만큼  명절 때마다 부모님께 아들 얼굴을 보여주지 못하는 불효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며 "오히려 아이들이 이런 나를 자랑스러워 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으로 15년간 근무했다는 윤경식(50)씨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날 아침 몇 시간이라도 가족들 얼굴을 보려면 밤을 새워 청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매일매일 청소를 해야 한다"며 "요즘 시민들의 질서의식 수준이 높아서 쓰레기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쓸고 돌아서면 또 쌓이고, 치우고 돌아보면 떨어져 있고 그런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비쳤다.

경찰 역시 설 전후 특별방범활동와 교통관리 등으로 국민들이 편안하고 유쾌한 설 명절을 보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금은방과 금융기관, 편의점 등 현금을 다액으로 취급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한 강·절도 사건과 명절 연휴 동안 빈집을 노린 사건 등을 예방하고자 형사활동 역시 강화하고 있다.


명절이면 더욱 바빠지는 곳도 있다. 철도, 버스 등의 귀경길 운송수단 매표소다. 매표소에서 근무하는 역무원들은 쉬겠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아침 첫차부터 밤 막차까지의 발권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 연휴기간을 전후로 해서 약 일주일 동안 매표소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발권하려는 손님부터 취소표라도 나올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기다리는 손님들까지 매표소직원은 모두를 상대해야 한다.

그들도 유니폼을 벗고 나면 한 가정의 가장이요, 엄마다.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제 직업이다"며 "버스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고향을 찾아가실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준비나 설거지 등으로 명절 때만 되면 바빠지는 평범한 주부들의 일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고 전했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무서운 사람들

예년보다 2주정도 일찍 찾아온 설은 이래저래 시름을 더한다. 치솟는 물가와 경제 불황 때문에 당장 차례상 차리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시장을 다녀온 주부들의 한숨이 부엌에 가득하다.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은 평소보다 시급을 더 준다는 말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섰고 취업준비생들은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다. 노총각, 노처녀 들은 결혼 압박에 시달리고 소방관·경찰관·역무원·환경미화원 등은 마음 편히 명절을 보낼 수도 없다.

명절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지내온 축일'이라는 말이 있다. 설은 예로부터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명절음식을 만들고 서로 신년 덕담을 나누는 뜻 깊은 명절이었다. 하지만 삶이 고달픈 서민들에게는 점점 옛말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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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