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더 바쁜 사람들 '애환' 엿보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20 1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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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빨간 글씨를 검정색깔로 칠 했습니다"

[일요시사=한종해기자] 코앞으로 다가온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분주한 대한민국. 하지만 이 와중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들이 있다. 취업준비와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과 가족들의 구박이 무서운 노총각·노처녀들이 그렇다. 여기에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환경미화원 등도 어쩔 수 없이 국민들을 위해 명절을 반납해야만 한다. 민족의 대명절을 챙기기엔 삶이 고달픈 이들을 <일요시사>가 미리 만나봤다.

4일 ‘빡세게’ 일해 등록금·학원비 충당
‘월화수목금금금…’ “쉴 틈이 없어요”

취업준비와 대학등록금을 위해 명절도 반납해야 하는 20대들에게 다가오는 설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한 오세민(29·남)씨는 지난해 추석도 자취방에서 혼자 보냈다. 평소에도 집에만 가면 부모님이 "졸업한지가 언젠데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느냐"는 말을 들어왔는데 일가친척들까지 다 모이는 명절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떡국도 못 먹고…”
쓸쓸한 민족 명절
 

오씨는 "중요한 면접 준비 때문에 이번에도 집에 가지 못하겠다고 핑계를 댔다"며 "떡국도 못 먹고 쓸쓸하게 집에서 홀로 설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씁쓸하다"고 했다.

올해 임용고시에서 낙방해 재수를 결심한 임정희(26·여)씨도 이번 설에는 큰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 이미 부모와도 얘기를 마쳤고 혼자 집에서 마음을 추스르며 새로운 계획을 마련할 작정이다. 임씨는 "큰집에 가면 가장 먼저 합격여부부터 물어올 텐데 그런 분위기가 부담스럽고 싫다"며 하소연했다.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명절은 단지 '평소보다 돈을 더 받는 날'일 뿐이다.

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된 김남희(20·여)씨는 이번 설 연휴기간에 대형마트에서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평소 하루 5만원이던 임금이 이번 설 연휴기간 동안에는 10만원으로 훌쩍 오른 것.

김씨는 "지난해 등록금까지는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당장 이번 학기부터는 등록금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한다"며 "남들이 쉴 때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시에 합격해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대학생 이근명(19·남)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학 입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도 연휴도 없이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고 있다. 모 보험사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씨는 이번 설 연휴에도 비상근무인력으로 남아 일하기로 했다.

이씨는 "달력의 빨간 글씨를 검은색 글씨로 칠해 놓아 아쉬움을 줄이려고 한다"며 "이번 4일 동안 일을 한 대가로 평소 시급의 2배 이상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구인구직사이트에 따르면 '2012 설 단기 알바 채용관'을 오픈하고 설날 아르바이트 정보를 모아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포장알바' '진열알바' '판매알바' '배송도우미' 등은 하루 평균 2000여 건의 클릭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량진 등에서 행정·경찰·소방 등 각종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설 연휴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2월25일에 5급 공채 1차 시험이 있고 4월7일에는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있다. 일부 학원은 설을 맞아 과목별로 '1일 특강'을 개설했으며 강의시간도 최대 8시간까지 이어진다. 설날인 23일에는 특강도 없고 독서실도 대부분 문을 닫지만 일부 학원 자습실은 개방된다. 이런 자습실은 첫 개방시간인 아침 8시부터 마감시간인 새벽 2시까지 매년 만석을 이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은 언제? 결혼은 언제? “고향가기 싫다”
‘민족의 명절’ 챙기기엔 “내 삶이 너무 고달파”

노량진역 근처에서 만난 하지성(27·남)씨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하씨는 이번 설 연휴기간동안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씨는 "장남이라 명절 때 집을 비우기가 쉽지 않지만 명절 당일 아침에만 잠깐 얼굴을 비추고 학원 자습실로 향할 계획이다"며 "집안의 어른들로부터 반농담으로 '건방지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막막하기는 결혼적령기를 놓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솔로생활을 하고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애써 변명해 보는 그들이지만 설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올해 설도 '나 홀로 고향' 길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처량하고 연휴 내내 들을 부모님의 잔소리도 두렵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박은나(36·여)씨도 설 연휴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조건만 따져보면 박씨가 노처녀인 게 이상하다. 서울의 명문 4년제 대학을 나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연봉을 받으며 통장잔고도 꽤 된다. 물론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누가 봐도 그녀는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독신주의 여성이지만 그녀 부모님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박씨는 "평소에는 조심스럽게 결혼에 대한 말을 꺼내시지만 명절만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2시간이 넘게 결혼얘기만 한다"고 푸념했다.

대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한재경(45)씨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기 전 신붓감을 구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씨는 "나보다 어리기만 하면 누구든 괜찮다"며 2012년 최대 목표가 된 결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결혼을 이룬 이들 중에도 임신이 되지 않아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다. 특히 시댁식구와 마주해야 하는 설날은 임신이 되지 않는 며느리들에겐 가시방석이 아닐 수 없다.

결혼 5년차인 주부 권기정(34)씨도 설 명절이 두렵다. 시댁의 첫 손자에 대한 기대가 해가 지날수록 더욱 더 커지기 때문.  

명절 연휴 일하면
'목돈' 잡을 수 있어

결국 권씨는 남편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고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임신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난소에 구멍이 뚫려있어 임신이 쉽게 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됐다. 이때부터 권씨에게 명절은 최대의 고역이 됐다.

권씨는 "말씀 드려야지, 드려야지 하는데 내 몸에 문제가 있어 임신이 어렵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이번 설에는 또 어떤 이유로 시부모님을 안심시켜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고 하소연 했다. 


설 명절동안 국민들의 안전과 청결을 위해 연휴를 반납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소방관들은 3교대 비상근무체제까지 도입하며 크고 작은 재해를 막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환경미화원도 명절이라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 거리 곳곳의 쓰레기와 낙엽들로 설다운 설 한번 못 보내고 있다.

소방근무자들에게 설은 더 이상 특별한 날이 아니다. 단지 구조 신호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구한 날이 이들에게는 더 없이 특별한 날이다.

경찰·소방관·환경미화원
'즐길만한 여유 없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이모(41) 소방관은 소방서에 첫발을 디딘 지 올해로 11년째지만, 이 햇수만큼  명절 때마다 부모님께 아들 얼굴을 보여주지 못하는 불효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며 "오히려 아이들이 이런 나를 자랑스러워 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으로 15년간 근무했다는 윤경식(50)씨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날 아침 몇 시간이라도 가족들 얼굴을 보려면 밤을 새워 청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매일매일 청소를 해야 한다"며 "요즘 시민들의 질서의식 수준이 높아서 쓰레기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쓸고 돌아서면 또 쌓이고, 치우고 돌아보면 떨어져 있고 그런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비쳤다.

경찰 역시 설 전후 특별방범활동와 교통관리 등으로 국민들이 편안하고 유쾌한 설 명절을 보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금은방과 금융기관, 편의점 등 현금을 다액으로 취급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한 강·절도 사건과 명절 연휴 동안 빈집을 노린 사건 등을 예방하고자 형사활동 역시 강화하고 있다.


명절이면 더욱 바빠지는 곳도 있다. 철도, 버스 등의 귀경길 운송수단 매표소다. 매표소에서 근무하는 역무원들은 쉬겠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아침 첫차부터 밤 막차까지의 발권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 연휴기간을 전후로 해서 약 일주일 동안 매표소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발권하려는 손님부터 취소표라도 나올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기다리는 손님들까지 매표소직원은 모두를 상대해야 한다.

그들도 유니폼을 벗고 나면 한 가정의 가장이요, 엄마다.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제 직업이다"며 "버스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고향을 찾아가실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준비나 설거지 등으로 명절 때만 되면 바빠지는 평범한 주부들의 일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고 전했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무서운 사람들

예년보다 2주정도 일찍 찾아온 설은 이래저래 시름을 더한다. 치솟는 물가와 경제 불황 때문에 당장 차례상 차리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시장을 다녀온 주부들의 한숨이 부엌에 가득하다.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은 평소보다 시급을 더 준다는 말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섰고 취업준비생들은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다. 노총각, 노처녀 들은 결혼 압박에 시달리고 소방관·경찰관·역무원·환경미화원 등은 마음 편히 명절을 보낼 수도 없다.

명절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지내온 축일'이라는 말이 있다. 설은 예로부터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명절음식을 만들고 서로 신년 덕담을 나누는 뜻 깊은 명절이었다. 하지만 삶이 고달픈 서민들에게는 점점 옛말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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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