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청소년 탈선의 온상 '변종PC방' 충격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19 1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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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침대에 샤워시설까지 "모텔이야 PC방이야?"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최근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룸 형식의 놀이공간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젊은층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독립적인 놀이공간을 원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2010년부터 노래나 게임, 영화 등 복합적인 놀이시설을 모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멀티방'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다. 멀티방은 시간당 6000~7000원의 가격으로 대학가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에게는 이마저도 부담이 되는 가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어린 학생들의 가벼운 지갑을 생각(?)한 변종 피시방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샤워시설까지 갖추고 시간당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한 PC방을 <일요시사>가 직접 찾아가 보았다.  

시간당 2000원으로 모텔 가격 5분의 1
1인실·2인실 독립공간, 성인 PC방 연상케 해

지난 10일 오후 1시쯤 서울 모 대학 인근 PC방. 외부에서 본 피시방은 '○○○ PC방' 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하고 있었으며 일반 PC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 PC방 내부로 들어섰다. 내부는 방학시즌이라서 그런지 PC방을 이용하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대기 중인 모든 손님들은 모두 커플로 보였다.

방학시즌 성수기
학생들로 북적여

이 중 한 커플에게 말을 걸어봤다. 자신의 나이가 18세라고 밝힌 신모군은 "여자친구와 단둘이 데이트 하고 싶은데 날씨도 춥고 마땅한 공간도 없어서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도 일반 멀티방보다 싸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창문도 가릴 수 있어서 장점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PC방이라면 응당 있어야할 컴퓨터가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양 옆에 방으로 보이는 작은 공간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지나가던 종업원을 붙잡고 이용방법에 대해 물었다. 이 종업원은 "카운터에 있는 비회원용 카드를 이용하거나 방에 들어가 컴퓨터로 회원가입을 하면 된다"며 "혼자 왔으면 1인실용, 둘이 왔으면 2인실용 대기표를 뽑고 자리가 나면 들어가서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친구가 곧 온다고 말을 하고 10여 분간의 대기 끝에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2인실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컴퓨터 2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으며 접이식 간이 매트리스와 창문을 가릴 수 있는 블라인드,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샤워부스가 딸려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회원가입을 하려하자 종업원이 기자를 말리며 "비회원용 카드로 이용하는 게 더 좋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이유는 곧 드러났다.

자리에 앉기 위해 매트리스를 옆으로 치우자 쓰고 버린 것으로 보이는 콘돔과 휴지뭉치가 나왔다. 키보드와 컴퓨터 본체 사이에서도 콘돔이 발견됐다. 성관계의 흔적이 엿보였다.

문을 열고 종업원을 불러 "청소년도 출입 가능한 업소가 아니냐? 정서상 안 좋을 것 같은데"라고 운을 떼자 이 종업원은 "말도 마라. 최근 중·고등학교가 방학을 해서 학생커플의 이용이 대폭 늘었다. 방금 이 방에서 나간 커플도 고등학생 커플이다"고 말했다. 

종업원과 얘기를 하는 와중에 기자가 입실한 옆방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입장했다. 20여 분이 지난 뒤 이 커플의 방에서 커다란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소리는 옆방에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으며 1시간가량 이어졌다. 음악소리가 멈추고 그 커플은 방을 빠져나와 계산을 하고 빠르게 계단을 통해 사라졌다.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는 듯했다. 기자는 종업원의 눈을 피해 그들이 이용했던 방에 들어가 봤다.

들어선 방은 후텁지근했다. 샤워실에서 식지 않은 수증기가 실내로 유입되고 있었고 역시 방 이곳저곳에서 휴지와 콘돔 등이 발견됐다.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하곤 한다"는 종업원의 말이 사실로 밝혀진 것. 시간당 2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치르고 가게를 빠져나오는 기자의 옆으로도 한눈에 봐도 어려보이는 커플들이 여럿 지나갔다.


고등학생도 출입하는데
널브러진 콘돔과 휴지뭉치

같은 날 밤 10시, 기자는 서울 서대문구의 또 다른 변종 PC방을 찾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커플들이 있었다. 청소년 출입이 불가능한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한눈에 봐도 10대로 보이는 한 커플이 당당하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주민등록증 검사를 담당한 업주에게 "어려 보이는데 의심이 가지 않냐"고 물었다. 이 업주는 "겉모습이 어려 보여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해 검사를 했지만 90년생이었다"며 "주민등록증을 조작해서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해서 더 자세하게 보긴 하지만 진짜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해서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흡연·음주는 기본
커플 아니면 입장불가

PC방 내부를 둘러봤다. 이제 막 이용을 끝내고 비워진 것으로 보이는 한 방에는 소주병과 맥주병, 담배꽁초 등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또 다른 방에서는 역시 다 쓰고 버려진 콘돔과 휴지 등이 발견됐다. 성관계뿐만 아니라 흡연과 음주까지 하는 듯 했다.

밤 12시께 피시방을 떠나는 한 커플과 얘기를 나눠봤다.

기자의 예상대로 이들은 고등학생 커플이었다. 근처 모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는 김군에게 청소년 출입불가 시간인데도 어떤 방법으로 입장했는지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김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군의 말에 따르면 각 반마다 주민등록증을 위조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한 명씩은 있으며 얇은 핀이나 문구용 칼, 면도칼 등으로 주민등록번호를 긁어 숫자를 감쪽같이 바꿀 수 있다. 김군은 "길에서 주운 주민등록증을 돌려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계당국의 허술한 단속을 비웃는 듯 했다.

한편 커플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PC방도 생겨났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커플전용PC방'이다. 이 PC방은 반드시 남녀커플일 필요는 없지만 처음 입장 시에 두명이 아니면 애초에 입장이 불가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 100대가 모두 커플석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개개인 칸막이와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나름대로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다. 여자들끼리 앉아 있는 좌석도 눈에 띄었으나 대부분이 남녀 쌍쌍이었다.

손님이 내부에 있으면 커튼 위쪽에 달린 입실 조명이 켜지기 때문에 서로 민망한 상황도 피할 수 있다.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은 한 커플은 "다른 PC방은 공간이 트여 있어 얘기를 나누기 불편하지만 이곳은 다르다"며 "좁긴 하지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자주 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커플전용PC방이 인기를 끌자 아예 예약제를 도입하는 곳도 있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 기본 대기시간이 1시간을 넘을 정도이며 간혹 연인들끼리 싸움도 일어난다고 한다.

겉은 'PC방' 속은 '모텔' 청소년 출입 가능
블라인드로 가려진 창문 청소년들 성관계까지

이처럼 변종PC방은 청소년의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다. 멀티방 같은 경우에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설기준'에 따라서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창을 설치해야 하지만 변종PC방은 일반 인터넷 PC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런 법망도 우습게 피해갈 수 있다. 또한 멀티방은 지난 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청소년들의 출입이 제한될 전망이지만 변종PC방은 단속에 대한 근거가 마땅치 않다. 사업자등록도 '인터넷 PC방'으로 되어 있거나 아예 등록도 하지 않은 업소도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밤 10시 이후에는 노래방이나 일반 PC방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이용을 제한한다고는 하지만 업주들의 신분증 검사나 경찰의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신분증 검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청소년들이 변종PC방을 이용 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 보인다. 비밀이 보장되는 독립된 공간이다 보니 청소년들은 흡연이나 음주는 물론 성관계까지 맺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실태를 파악해 보겠다. 불법 영업을 하는 곳이 있으면 신고해 달라"며 아직 사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출입제한시간?
“우스운 얘기”

세상 어느 것도 허점이 없는 것은 없다. PC방에 대해서도 국가차원에서 규제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범위가 크다보니 조금만 변칙적으로 운영을 해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애매한 법망을 피해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이런 변종 업소에 대한 확실한 단속과 처벌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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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