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흥신소 그곳이 알고 싶다

”돈만 주시면 죽은 사람 무덤도 파드립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돈만 있으면 뭐든 다 되는 세상이다. 개인의 소재나 가족관계를 파악하고 신용정보나 사생활 등 뒷조사까지 돈만 주면 뭐든지 해결되는 흥신소가 활개를 치고 있다. 흥신소라는 명칭이 부정적으로 보일 것을 우려해 최근에는 ○○기획 ○○대행 등 그럴싸한 간판을 달아놓은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심부름센터’로 알려진 흥신소는 불법적인 일을 대행하는 업체로 각인돼 있어 대부분의 정보가 감춰져있는 상태. 취재가 매우 어려웠던 이유이다. 취재를 요청한 10곳의 업체 중 단 한 곳에서 익명을 약속하고 취재에 응해 주었다. <일요시사>는 전국적인 체인망을 두고 있는 서울 구로구의 한 흥신소를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뢰비용, 소요 인력·시간에 따라…30~500만원 선
○○기획 ○○대행 등 그럴듯한 간판 달고 영업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빌딩을 찾았다. 2층에 위치한 이 흥신소는 ○○기획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면으로 상담실이 보였고 1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은 여느 사무실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 기자의 눈에 (사진을 인화하는 곳으로 보이는) 암실과 카메라·캠코더·녹음기 등 각종 장비들이 보였다.

업무 90% 이상
사람찾기 차지

얼마 뒤 상담실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과 고객이 나왔고 중년남성으로 보이는 고객은 빠르게 문을 열고 사라졌다. 흥신소의 특성상 신분을 감추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5년째 이 업체에서 근무했다는 신모(34·남)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씨는 취재기자에게 휴대폰 등의 개인 소지품을 맡기기를 요구했다. 익명으로 진행되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신씨에 따르면 흥신소의 업무 중 90% 이상을 사람찾기가 차지한다. 사람찾기는 단순 신상정보를 찾아 알려주거나 가출 배우자 및 청소년 찾기 등이 있다. 단순 신상정보는 전문 브로커(현직 공무원이나 정보통신업계에 근무 중인 사람들로 추정됨)에 의뢰하여 찾아주고 사람을 직접 찾아야하는 경우는 흥신소에서 직접 나선다.

비용은 30~500만원 선. 단순 신상정보는 흥신소에서 해당 브로커에게 10~30만원을 주고 정보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직접 뛰어 찾아야 하는 경우에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500만원 가까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람찾기의 경우 착수금 입금이 확인되면 이름, 전화번호, 주민번호 등 의뢰인이 제공한 정보를 가지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합니다. 인터넷 해킹을 통해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그를 토대로 쇼핑몰을 해킹, 실거주지나 직장주소를 파악합니다. 알아낸 주소 등을 가지고 미행을 해 현재 위치한 장소를 알아내고 그 정보를 의뢰인에게 전달하고 성공보수를 받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
불륜현장 포착

신씨는 불륜현장 포착을 가장 힘든 일로 꼽았다. 정보는 많지만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

"의뢰인이 상대 배우자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져오기 때문에 착수는 쉬운 편이지만 미행, 잠복, 차량추적, 촬영 등 해야 할 일도 많고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들은 모두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포착이 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신씨에 따르면 불륜현장 포착에 드는 비용은 300~500만원 선. 일단 착수금이 들어오면 일을 시작한다.

오전에 상담실을 방문한 중년남성도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착수금을 내고 의뢰를 한 상태라고 했다.

"착수금도 지불했고 오늘 배우자가 불륜남을 만난다는 정보도 있어 지금 움직이려 합니다. 동행해도 좋지만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못합니다."

의뢰인이 신씨에게 전해준 자료는 인감증명서를 포함한 각종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서류와 배우자가 어떤 시간에 외출을 하고 어디로 이동하는 지에 대한 자료였다.

신씨는 사무실의 직원 몇 명을 불러 역할을 지시했고 취재기자는 신씨를 포함한 직원 4명과 함께 승합차에 올라탔다.

한참을 달리던 승합차는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길가에 주차됐고, 신씨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직원들에게 서둘러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전화는 오전에 상담실에서 봤던 중년남성으로부터 걸려온 모양이다. 배우자가 집을 나섰고 운전하는 차량의 종류와 번호판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이내 아파트단지에서 해당차량이 빠져나왔고 취재기자가 탄 승합차도 20~30m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20여 분을 달리던 차량은 수서역 근처의 한 골프연습장에 도착했고 중년여성이 차에서 내려 골프연습장 안으로 사라졌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골프연습장 안으로 사라졌던 중년여성이 골프가방을 든 한 남성과 함께 자신의 차량에 탑승해 출발, 승합차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갔다.

중년여성과 한 남성이 탄 차량은 남한산성 유원지 인근 식당에 멈췄고 둘은 다정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식당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5시간 동안 이어진
한겨울 007작전

40여 분이 지나자 식사를 마친 것으로 보이는 이 커플은 다시 차량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팔당유원지 인근 한 모텔. 그들이 모텔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신씨는 직원 2명을 남겨두고 근처 식당으로 향해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보통 모텔에 들어가면 2시간 정도 있다가 나오지만 개중에는 급하게 일을 치루고 더 빠르게 나오거나 아니면 자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텔에 함께 들어가고 함께 나오는 것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교대로 밥을 먹는 것이지요."

식사를 마친 신씨는 남은 직원과 교대했고 불륜커플은 모텔에 들어간 지 3시간여 만에 함께 나왔다.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동안 이뤄진 추적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증거사진을 모두 찍은 신씨가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할 것을 지시하자 차량은 일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듯 가볍게 출발했다. 문득 현장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고객이 의뢰한 내용은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습니다. 사실이 확인됐고 의뢰인에게 보고 후 추가적인 의뢰가 있을 경우 다음번에는 의뢰인, 경찰과 동행해 현장을 덮칠 겁니다."

신상정보 해킹 전문 브로커 존재, 건당 10~30만원 지급
3년 사이 업체 폭증 "전망 좋은 직종 부정할 수 없다"


신씨의 말에 따르면 불륜현장을 포착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보통 7일 남짓이다. 의뢰인이 가져오는 정보가 완벽할수록 기간은 단축되며 위의 상황과 같이 하루 만에 포착되기도 한다.

하지만 흥신소라고 해서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정보가 빈약할 경우 의뢰를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신씨는 의뢰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흥신소의 손해는 아니라고 한다.

"일단 모든 흥신소의 업무는 착수금이 입금돼야 일을 시작합니다. 총 소요 비용이 200만원 정도 든다고 가정하고 착수금 50만원을 받고 일을 시작해 의뢰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흥신소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입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불과 2~3년 사이 전국적으로 흥신소는 1000여 개를 돌파했다.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감안하면 2000여 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쟁력에서 뒤쳐진 업체들은 착수금만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어 의뢰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신씨에게 흥신소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신씨의 말에 따르면 ▲과장광고 조심 ▲사무실 유무 ▲타 업체보다 과도하게 저렴한 비용 ▲전액 선 입금 요구 여부를 주의해야 한다.

"100% 성공이라는 광고는 모두 과장광고입니다. 또 사무실을 방문하려 하는데 손님이 있다거나 공사 중이라고 하면서 근처 커피숍 등으로 유인하려 하는 업체는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 신상정보를 찾는 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뢰비용은 100만원을 넘습니다. 타 업체보다 과도하게 싼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추후에 터무니없는 추가 요금을 받으려고 할 겁니다. 전액 선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잠적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의뢰 완수 못해도
흥신소는 남는 장사

마지막으로 신씨는 흥신소에 대해 업체가 대폭 늘어 수입이 조금 줄긴 했지만 전망이 좋은 직종이라고 전했다. 젊은 청년들도 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흥신소로 몰리고 있다고. 하지만 흥신소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명백한 불법이다. 흥신소 직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불법이라도 저질러서 해결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고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한 흥신소가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한국사회의 씁쓸한 초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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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