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흥신소 그곳이 알고 싶다

”돈만 주시면 죽은 사람 무덤도 파드립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돈만 있으면 뭐든 다 되는 세상이다. 개인의 소재나 가족관계를 파악하고 신용정보나 사생활 등 뒷조사까지 돈만 주면 뭐든지 해결되는 흥신소가 활개를 치고 있다. 흥신소라는 명칭이 부정적으로 보일 것을 우려해 최근에는 ○○기획 ○○대행 등 그럴싸한 간판을 달아놓은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심부름센터’로 알려진 흥신소는 불법적인 일을 대행하는 업체로 각인돼 있어 대부분의 정보가 감춰져있는 상태. 취재가 매우 어려웠던 이유이다. 취재를 요청한 10곳의 업체 중 단 한 곳에서 익명을 약속하고 취재에 응해 주었다. <일요시사>는 전국적인 체인망을 두고 있는 서울 구로구의 한 흥신소를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뢰비용, 소요 인력·시간에 따라…30~500만원 선
○○기획 ○○대행 등 그럴듯한 간판 달고 영업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빌딩을 찾았다. 2층에 위치한 이 흥신소는 ○○기획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면으로 상담실이 보였고 1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은 여느 사무실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 기자의 눈에 (사진을 인화하는 곳으로 보이는) 암실과 카메라·캠코더·녹음기 등 각종 장비들이 보였다.

업무 90% 이상
사람찾기 차지

얼마 뒤 상담실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과 고객이 나왔고 중년남성으로 보이는 고객은 빠르게 문을 열고 사라졌다. 흥신소의 특성상 신분을 감추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5년째 이 업체에서 근무했다는 신모(34·남)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씨는 취재기자에게 휴대폰 등의 개인 소지품을 맡기기를 요구했다. 익명으로 진행되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신씨에 따르면 흥신소의 업무 중 90% 이상을 사람찾기가 차지한다. 사람찾기는 단순 신상정보를 찾아 알려주거나 가출 배우자 및 청소년 찾기 등이 있다. 단순 신상정보는 전문 브로커(현직 공무원이나 정보통신업계에 근무 중인 사람들로 추정됨)에 의뢰하여 찾아주고 사람을 직접 찾아야하는 경우는 흥신소에서 직접 나선다.

비용은 30~500만원 선. 단순 신상정보는 흥신소에서 해당 브로커에게 10~30만원을 주고 정보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직접 뛰어 찾아야 하는 경우에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500만원 가까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람찾기의 경우 착수금 입금이 확인되면 이름, 전화번호, 주민번호 등 의뢰인이 제공한 정보를 가지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합니다. 인터넷 해킹을 통해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그를 토대로 쇼핑몰을 해킹, 실거주지나 직장주소를 파악합니다. 알아낸 주소 등을 가지고 미행을 해 현재 위치한 장소를 알아내고 그 정보를 의뢰인에게 전달하고 성공보수를 받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
불륜현장 포착

신씨는 불륜현장 포착을 가장 힘든 일로 꼽았다. 정보는 많지만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

"의뢰인이 상대 배우자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져오기 때문에 착수는 쉬운 편이지만 미행, 잠복, 차량추적, 촬영 등 해야 할 일도 많고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들은 모두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포착이 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신씨에 따르면 불륜현장 포착에 드는 비용은 300~500만원 선. 일단 착수금이 들어오면 일을 시작한다.

오전에 상담실을 방문한 중년남성도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착수금을 내고 의뢰를 한 상태라고 했다.

"착수금도 지불했고 오늘 배우자가 불륜남을 만난다는 정보도 있어 지금 움직이려 합니다. 동행해도 좋지만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못합니다."

의뢰인이 신씨에게 전해준 자료는 인감증명서를 포함한 각종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서류와 배우자가 어떤 시간에 외출을 하고 어디로 이동하는 지에 대한 자료였다.

신씨는 사무실의 직원 몇 명을 불러 역할을 지시했고 취재기자는 신씨를 포함한 직원 4명과 함께 승합차에 올라탔다.

한참을 달리던 승합차는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길가에 주차됐고, 신씨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직원들에게 서둘러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전화는 오전에 상담실에서 봤던 중년남성으로부터 걸려온 모양이다. 배우자가 집을 나섰고 운전하는 차량의 종류와 번호판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이내 아파트단지에서 해당차량이 빠져나왔고 취재기자가 탄 승합차도 20~30m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20여 분을 달리던 차량은 수서역 근처의 한 골프연습장에 도착했고 중년여성이 차에서 내려 골프연습장 안으로 사라졌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골프연습장 안으로 사라졌던 중년여성이 골프가방을 든 한 남성과 함께 자신의 차량에 탑승해 출발, 승합차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갔다.

중년여성과 한 남성이 탄 차량은 남한산성 유원지 인근 식당에 멈췄고 둘은 다정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식당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5시간 동안 이어진
한겨울 007작전


40여 분이 지나자 식사를 마친 것으로 보이는 이 커플은 다시 차량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팔당유원지 인근 한 모텔. 그들이 모텔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신씨는 직원 2명을 남겨두고 근처 식당으로 향해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보통 모텔에 들어가면 2시간 정도 있다가 나오지만 개중에는 급하게 일을 치루고 더 빠르게 나오거나 아니면 자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텔에 함께 들어가고 함께 나오는 것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교대로 밥을 먹는 것이지요."

식사를 마친 신씨는 남은 직원과 교대했고 불륜커플은 모텔에 들어간 지 3시간여 만에 함께 나왔다.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동안 이뤄진 추적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증거사진을 모두 찍은 신씨가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할 것을 지시하자 차량은 일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듯 가볍게 출발했다. 문득 현장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고객이 의뢰한 내용은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습니다. 사실이 확인됐고 의뢰인에게 보고 후 추가적인 의뢰가 있을 경우 다음번에는 의뢰인, 경찰과 동행해 현장을 덮칠 겁니다."

신상정보 해킹 전문 브로커 존재, 건당 10~30만원 지급
3년 사이 업체 폭증 "전망 좋은 직종 부정할 수 없다"


신씨의 말에 따르면 불륜현장을 포착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보통 7일 남짓이다. 의뢰인이 가져오는 정보가 완벽할수록 기간은 단축되며 위의 상황과 같이 하루 만에 포착되기도 한다.

하지만 흥신소라고 해서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정보가 빈약할 경우 의뢰를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신씨는 의뢰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흥신소의 손해는 아니라고 한다.

"일단 모든 흥신소의 업무는 착수금이 입금돼야 일을 시작합니다. 총 소요 비용이 200만원 정도 든다고 가정하고 착수금 50만원을 받고 일을 시작해 의뢰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흥신소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입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불과 2~3년 사이 전국적으로 흥신소는 1000여 개를 돌파했다.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감안하면 2000여 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쟁력에서 뒤쳐진 업체들은 착수금만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어 의뢰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신씨에게 흥신소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신씨의 말에 따르면 ▲과장광고 조심 ▲사무실 유무 ▲타 업체보다 과도하게 저렴한 비용 ▲전액 선 입금 요구 여부를 주의해야 한다.

"100% 성공이라는 광고는 모두 과장광고입니다. 또 사무실을 방문하려 하는데 손님이 있다거나 공사 중이라고 하면서 근처 커피숍 등으로 유인하려 하는 업체는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 신상정보를 찾는 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뢰비용은 100만원을 넘습니다. 타 업체보다 과도하게 싼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추후에 터무니없는 추가 요금을 받으려고 할 겁니다. 전액 선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잠적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의뢰 완수 못해도
흥신소는 남는 장사

마지막으로 신씨는 흥신소에 대해 업체가 대폭 늘어 수입이 조금 줄긴 했지만 전망이 좋은 직종이라고 전했다. 젊은 청년들도 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흥신소로 몰리고 있다고. 하지만 흥신소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명백한 불법이다. 흥신소 직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불법이라도 저질러서 해결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고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한 흥신소가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한국사회의 씁쓸한 초상이 아닐 수 없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