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흥신소 그곳이 알고 싶다

”돈만 주시면 죽은 사람 무덤도 파드립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돈만 있으면 뭐든 다 되는 세상이다. 개인의 소재나 가족관계를 파악하고 신용정보나 사생활 등 뒷조사까지 돈만 주면 뭐든지 해결되는 흥신소가 활개를 치고 있다. 흥신소라는 명칭이 부정적으로 보일 것을 우려해 최근에는 ○○기획 ○○대행 등 그럴싸한 간판을 달아놓은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심부름센터’로 알려진 흥신소는 불법적인 일을 대행하는 업체로 각인돼 있어 대부분의 정보가 감춰져있는 상태. 취재가 매우 어려웠던 이유이다. 취재를 요청한 10곳의 업체 중 단 한 곳에서 익명을 약속하고 취재에 응해 주었다. <일요시사>는 전국적인 체인망을 두고 있는 서울 구로구의 한 흥신소를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뢰비용, 소요 인력·시간에 따라…30~500만원 선
○○기획 ○○대행 등 그럴듯한 간판 달고 영업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빌딩을 찾았다. 2층에 위치한 이 흥신소는 ○○기획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면으로 상담실이 보였고 1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은 여느 사무실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 기자의 눈에 (사진을 인화하는 곳으로 보이는) 암실과 카메라·캠코더·녹음기 등 각종 장비들이 보였다.

업무 90% 이상
사람찾기 차지

얼마 뒤 상담실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과 고객이 나왔고 중년남성으로 보이는 고객은 빠르게 문을 열고 사라졌다. 흥신소의 특성상 신분을 감추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5년째 이 업체에서 근무했다는 신모(34·남)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씨는 취재기자에게 휴대폰 등의 개인 소지품을 맡기기를 요구했다. 익명으로 진행되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신씨에 따르면 흥신소의 업무 중 90% 이상을 사람찾기가 차지한다. 사람찾기는 단순 신상정보를 찾아 알려주거나 가출 배우자 및 청소년 찾기 등이 있다. 단순 신상정보는 전문 브로커(현직 공무원이나 정보통신업계에 근무 중인 사람들로 추정됨)에 의뢰하여 찾아주고 사람을 직접 찾아야하는 경우는 흥신소에서 직접 나선다.

비용은 30~500만원 선. 단순 신상정보는 흥신소에서 해당 브로커에게 10~30만원을 주고 정보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직접 뛰어 찾아야 하는 경우에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500만원 가까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람찾기의 경우 착수금 입금이 확인되면 이름, 전화번호, 주민번호 등 의뢰인이 제공한 정보를 가지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합니다. 인터넷 해킹을 통해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그를 토대로 쇼핑몰을 해킹, 실거주지나 직장주소를 파악합니다. 알아낸 주소 등을 가지고 미행을 해 현재 위치한 장소를 알아내고 그 정보를 의뢰인에게 전달하고 성공보수를 받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
불륜현장 포착

신씨는 불륜현장 포착을 가장 힘든 일로 꼽았다. 정보는 많지만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

"의뢰인이 상대 배우자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져오기 때문에 착수는 쉬운 편이지만 미행, 잠복, 차량추적, 촬영 등 해야 할 일도 많고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들은 모두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포착이 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신씨에 따르면 불륜현장 포착에 드는 비용은 300~500만원 선. 일단 착수금이 들어오면 일을 시작한다.

오전에 상담실을 방문한 중년남성도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착수금을 내고 의뢰를 한 상태라고 했다.

"착수금도 지불했고 오늘 배우자가 불륜남을 만난다는 정보도 있어 지금 움직이려 합니다. 동행해도 좋지만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못합니다."

의뢰인이 신씨에게 전해준 자료는 인감증명서를 포함한 각종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서류와 배우자가 어떤 시간에 외출을 하고 어디로 이동하는 지에 대한 자료였다.

신씨는 사무실의 직원 몇 명을 불러 역할을 지시했고 취재기자는 신씨를 포함한 직원 4명과 함께 승합차에 올라탔다.

한참을 달리던 승합차는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길가에 주차됐고, 신씨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직원들에게 서둘러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전화는 오전에 상담실에서 봤던 중년남성으로부터 걸려온 모양이다. 배우자가 집을 나섰고 운전하는 차량의 종류와 번호판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이내 아파트단지에서 해당차량이 빠져나왔고 취재기자가 탄 승합차도 20~30m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20여 분을 달리던 차량은 수서역 근처의 한 골프연습장에 도착했고 중년여성이 차에서 내려 골프연습장 안으로 사라졌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골프연습장 안으로 사라졌던 중년여성이 골프가방을 든 한 남성과 함께 자신의 차량에 탑승해 출발, 승합차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갔다.

중년여성과 한 남성이 탄 차량은 남한산성 유원지 인근 식당에 멈췄고 둘은 다정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식당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5시간 동안 이어진
한겨울 007작전


40여 분이 지나자 식사를 마친 것으로 보이는 이 커플은 다시 차량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팔당유원지 인근 한 모텔. 그들이 모텔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신씨는 직원 2명을 남겨두고 근처 식당으로 향해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보통 모텔에 들어가면 2시간 정도 있다가 나오지만 개중에는 급하게 일을 치루고 더 빠르게 나오거나 아니면 자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텔에 함께 들어가고 함께 나오는 것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교대로 밥을 먹는 것이지요."

식사를 마친 신씨는 남은 직원과 교대했고 불륜커플은 모텔에 들어간 지 3시간여 만에 함께 나왔다.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동안 이뤄진 추적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증거사진을 모두 찍은 신씨가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할 것을 지시하자 차량은 일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듯 가볍게 출발했다. 문득 현장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고객이 의뢰한 내용은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습니다. 사실이 확인됐고 의뢰인에게 보고 후 추가적인 의뢰가 있을 경우 다음번에는 의뢰인, 경찰과 동행해 현장을 덮칠 겁니다."

신상정보 해킹 전문 브로커 존재, 건당 10~30만원 지급
3년 사이 업체 폭증 "전망 좋은 직종 부정할 수 없다"


신씨의 말에 따르면 불륜현장을 포착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보통 7일 남짓이다. 의뢰인이 가져오는 정보가 완벽할수록 기간은 단축되며 위의 상황과 같이 하루 만에 포착되기도 한다.

하지만 흥신소라고 해서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정보가 빈약할 경우 의뢰를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신씨는 의뢰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흥신소의 손해는 아니라고 한다.

"일단 모든 흥신소의 업무는 착수금이 입금돼야 일을 시작합니다. 총 소요 비용이 200만원 정도 든다고 가정하고 착수금 50만원을 받고 일을 시작해 의뢰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흥신소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입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불과 2~3년 사이 전국적으로 흥신소는 1000여 개를 돌파했다.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감안하면 2000여 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쟁력에서 뒤쳐진 업체들은 착수금만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어 의뢰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신씨에게 흥신소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신씨의 말에 따르면 ▲과장광고 조심 ▲사무실 유무 ▲타 업체보다 과도하게 저렴한 비용 ▲전액 선 입금 요구 여부를 주의해야 한다.

"100% 성공이라는 광고는 모두 과장광고입니다. 또 사무실을 방문하려 하는데 손님이 있다거나 공사 중이라고 하면서 근처 커피숍 등으로 유인하려 하는 업체는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 신상정보를 찾는 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뢰비용은 100만원을 넘습니다. 타 업체보다 과도하게 싼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추후에 터무니없는 추가 요금을 받으려고 할 겁니다. 전액 선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잠적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의뢰 완수 못해도
흥신소는 남는 장사

마지막으로 신씨는 흥신소에 대해 업체가 대폭 늘어 수입이 조금 줄긴 했지만 전망이 좋은 직종이라고 전했다. 젊은 청년들도 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흥신소로 몰리고 있다고. 하지만 흥신소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명백한 불법이다. 흥신소 직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불법이라도 저질러서 해결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고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한 흥신소가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한국사회의 씁쓸한 초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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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