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태> ‘왕따’에 멍든 대한민국

‘따돌림’에 피눈물…“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지난달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에 사는 중학생 K(14)군이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 목숨을 끊었다. 이후 K군의 유서4장이 공개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K군을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으로 이끈 폭력의 실상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밝혀지면서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K군의 죽음으로 우리는 학교폭력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이 싹틈과 동시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절망했고 분노했다. 우리의 자녀들, 우리의 친구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대구 자살 중학생 파문으로 본 학교폭력 실태 ‘경악’
한국 왕따, 일본 이지메보다 가혹행위 잔인하고 악독

“죄송해요.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지만 제가 살아 있으면 오히려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가족을 기다릴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또래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교 2학년 K군의 애절한 유서가 공개돼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K군은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같은 반 친구들에게 폭력과 협박, 인간 이하의 모욕을 겪으며 살아야 했다.

라디오 선을 목에 휘감은 채 끌려 다니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어야 했고, 물로 고문당하고, 단소로 맞아가며 친구들의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대신해야했다. 주위에선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자신이 왜 만날 돈을 요구 하는지, 왜 게임을 유독 많이 하고 성적이 떨어지는지, 집안음식이 없어지는지 등 자신이 집단 괴롭힘을 받는다고 말하지 못했다. 뒷감당이 무서워서였다.

결국 14살 아이가 선택한 건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고통 받는 아이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절박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책을 안은 채 안절부절못하던 대전의 여고 1년생 A(16)양의 최근 동영상도 충격 그 자체였다.

뒤늦게 공개된 동영상에서 그는  몇 번 머뭇거리다 결국 옥상으로 가는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그리곤 세상을 등졌다. 왕따(집단 따돌림)가 원인이었다. A양은 일부 학생들로부터 오랫동안 왕따를 당해 무척 힘들어했으며, 숨지기 이틀 전에는 반장과 담임교사를 찾아갔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이 두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25층 옥상에서 중학교 2학년 B(14)양이 투신했다. B양은 옥상으로 올라간 지 약 10분 뒤 유서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뛰어내렸다.

경찰 조사결과 B양은 ‘그룹 내 왕따’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밝은 성격으로 부반장을 맡을 정도로 또래 사이에서도 적극적이었지만, 친구들과 오해가 생기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B양은 친구들과 함께하던 인터넷 채팅공간에서도 소외되고,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는 등 따돌림이 계속되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05년 2518건에서 2009년 5605건, 작년 782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피해 학생 수는 2005년 4567명이었으나 작년에는 3배가 넘는 1만3748명으로 증가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벌인 ‘2010 학교폭력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학생이 전체의 30.8%, 죽을 만큼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한 학생은 13.9%에 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오랫동안 지속된 집단 괴롭힘을 대부분의 학교는 물론 부모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학교폭력이 지능적이고, 갈수록 집요하고 잔인해진다는 방증인데,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이지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확산된 왕따 문화가 한국으로 전염된 뒤 세계에 유례가 없고 일본 보다 더 잔인하고 악독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목격하는 아이들도 대부분 보복이 두렵거나, 왕따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못 본 척한다. 학교 안전망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셈이다.

“OO셔틀 시대~”
이기적인 문화 ‘아찔’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는 왕따뿐만 아니라 ‘빵셔틀’(빵 심부름하는 것), ‘일진따’(왕따 중의 왕따), ‘신발셔틀’(신발가방 들어주는 것) 등의 용어들이 일상어로 사용된다. 빵셔틀은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수송비행선의 이름과 빵을 조합한 신조어다.

심지어는 돈을 가져오라고 강요하는 ‘돈셔틀’, 숙제를 해주는 ‘숙제셔틀’, 안마를 해주는 ‘안마셔틀’ 등도 학생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

‘자신을 고2 빵셔틀’이라고 소개한 C양은 “중학교 때 처음으로 같은 반 친구의 심부름을 ‘내꺼 사먹으러 간 김에 사와야지’라는 생각에 싫은 티 안내며 해줬더니 그게 반복이 됐고,  다른 반으로까지 퍼져 다른 반 학생들까지 심부름을 시켰다”며 “나중에 되니 점심시간에 밥도 못 먹고 친구들 심부름을 다녀야 했고 반 친구들까지 날 보면서 ‘빵돌이다~빵사오는길이냐?’며 놀리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곤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끝날 줄 알았던 ‘악몽’은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한 친구가 고등학교에 “쟤~우리학교 빵셔틀이었어”라는 소문을 내면서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되는 D군은 중학교를 다니던 내내 돈 셔틀, 담배셔틀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D군보다 1살 많은 선배들은 D군에게 “담배를 구해와라” “하루에 친구들끼리 합쳐서 20만원을 모아와라”고 요구했고, 지시사항을 달성하지 못하면 맞아야 했다.

D군은 방학때도 형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친구들과 알바를 해야 했다. 정말 친한 친구는 옥상에서 자살시도까지 했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런 ‘은어의 일상화’ 현상은 따돌림 현상이 10대들의 보편적 문화현상이나 키워드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면서 폭력물에 대한 노출, 가정과 학교의 붕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학교 폭력이 점차 잔인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왕따는 인성 파괴를 넘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중대 범죄임에도 가해 학생들은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얼마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은 다양한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나밖에 모르고 사는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K군 사건에서도 K군을 폭행한 학생들 역시 “장난 삼아 한 일인데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진술해 충격을 줬다. 그만큼 학교에 왕따가 만연하고 이를 제어할 시스템은 전무하다는 얘기다.

학교폭력 해법은?
소통과 관심이 중요…

전문가들은 왕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통의 핵심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의하달식도 피하며, 서로 간에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도 결국 왕따와 함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피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소통의 공간이 있음을 알려줌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왕따가 발생하면 학교는 물론 사법당국이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피해 학생에게는 신고하면 문제가 잘 해결된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가해 학생은 잘못을 반성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빵셔틀, 일진따 등 ‘은어의 일상화’가 문화로 자리잡아
“소통의 중요성” “왕따는 범죄”라는 인식 뿌리 내려야


또 전문가들이 교사가 관심만 갖고 관찰하면 피해 학생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하는 만큼 무엇보다 일선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왕따는 저항할 능력이 없는 피해자가 대상이 되는 만큼 교사들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는 공부만 가르칠 게 아니라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누군지, 특별히 기운 없어 보이는 학생이 없는지, 소매 사이로 멍 자국이 보이는지 등을 살펴 담임교사에게 알리고 상담교사로까지 연결해 조치를 취하는 체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교사들의 잡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상담교사도 늘려서 학생들을 촘촘히 살피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눈에 보여야만 해결하는 식의 사후처리 대안이 아니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와 관련 ‘핀란드 키바 학교의 역할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한 중학교에서는 수업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역할극을 하는데 학생들은 돌아가며 ‘왕따’ 역할을 한다. 간접적인 왕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피해학생의 고통을 공감하고, 또 나머지 학생들은 왕따 학생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해 나간다.

지난해 핀란드 학교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이 프로그램은 조사 결과 5000여 명의 아이들을 왕따 위험에서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이제 낡은 레코드판을 다시 트는 땜질식 처방들을 버리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울 때이다. 사건 직후 반짝 난리를 치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선 안 된다. 더 이상 아이들의 유서를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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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