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태> ‘왕따’에 멍든 대한민국

‘따돌림’에 피눈물…“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지난달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에 사는 중학생 K(14)군이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 목숨을 끊었다. 이후 K군의 유서4장이 공개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K군을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으로 이끈 폭력의 실상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밝혀지면서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K군의 죽음으로 우리는 학교폭력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이 싹틈과 동시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절망했고 분노했다. 우리의 자녀들, 우리의 친구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대구 자살 중학생 파문으로 본 학교폭력 실태 ‘경악’
한국 왕따, 일본 이지메보다 가혹행위 잔인하고 악독

“죄송해요.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지만 제가 살아 있으면 오히려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가족을 기다릴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또래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교 2학년 K군의 애절한 유서가 공개돼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K군은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같은 반 친구들에게 폭력과 협박, 인간 이하의 모욕을 겪으며 살아야 했다.

라디오 선을 목에 휘감은 채 끌려 다니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어야 했고, 물로 고문당하고, 단소로 맞아가며 친구들의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대신해야했다. 주위에선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자신이 왜 만날 돈을 요구 하는지, 왜 게임을 유독 많이 하고 성적이 떨어지는지, 집안음식이 없어지는지 등 자신이 집단 괴롭힘을 받는다고 말하지 못했다. 뒷감당이 무서워서였다.

결국 14살 아이가 선택한 건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고통 받는 아이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절박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책을 안은 채 안절부절못하던 대전의 여고 1년생 A(16)양의 최근 동영상도 충격 그 자체였다.

뒤늦게 공개된 동영상에서 그는  몇 번 머뭇거리다 결국 옥상으로 가는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그리곤 세상을 등졌다. 왕따(집단 따돌림)가 원인이었다. A양은 일부 학생들로부터 오랫동안 왕따를 당해 무척 힘들어했으며, 숨지기 이틀 전에는 반장과 담임교사를 찾아갔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이 두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25층 옥상에서 중학교 2학년 B(14)양이 투신했다. B양은 옥상으로 올라간 지 약 10분 뒤 유서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뛰어내렸다.

경찰 조사결과 B양은 ‘그룹 내 왕따’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밝은 성격으로 부반장을 맡을 정도로 또래 사이에서도 적극적이었지만, 친구들과 오해가 생기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B양은 친구들과 함께하던 인터넷 채팅공간에서도 소외되고,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는 등 따돌림이 계속되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05년 2518건에서 2009년 5605건, 작년 782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피해 학생 수는 2005년 4567명이었으나 작년에는 3배가 넘는 1만3748명으로 증가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벌인 ‘2010 학교폭력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학생이 전체의 30.8%, 죽을 만큼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한 학생은 13.9%에 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오랫동안 지속된 집단 괴롭힘을 대부분의 학교는 물론 부모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학교폭력이 지능적이고, 갈수록 집요하고 잔인해진다는 방증인데,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이지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확산된 왕따 문화가 한국으로 전염된 뒤 세계에 유례가 없고 일본 보다 더 잔인하고 악독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목격하는 아이들도 대부분 보복이 두렵거나, 왕따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못 본 척한다. 학교 안전망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셈이다.

“OO셔틀 시대~”
이기적인 문화 ‘아찔’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는 왕따뿐만 아니라 ‘빵셔틀’(빵 심부름하는 것), ‘일진따’(왕따 중의 왕따), ‘신발셔틀’(신발가방 들어주는 것) 등의 용어들이 일상어로 사용된다. 빵셔틀은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수송비행선의 이름과 빵을 조합한 신조어다.

심지어는 돈을 가져오라고 강요하는 ‘돈셔틀’, 숙제를 해주는 ‘숙제셔틀’, 안마를 해주는 ‘안마셔틀’ 등도 학생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

‘자신을 고2 빵셔틀’이라고 소개한 C양은 “중학교 때 처음으로 같은 반 친구의 심부름을 ‘내꺼 사먹으러 간 김에 사와야지’라는 생각에 싫은 티 안내며 해줬더니 그게 반복이 됐고,  다른 반으로까지 퍼져 다른 반 학생들까지 심부름을 시켰다”며 “나중에 되니 점심시간에 밥도 못 먹고 친구들 심부름을 다녀야 했고 반 친구들까지 날 보면서 ‘빵돌이다~빵사오는길이냐?’며 놀리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곤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끝날 줄 알았던 ‘악몽’은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한 친구가 고등학교에 “쟤~우리학교 빵셔틀이었어”라는 소문을 내면서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되는 D군은 중학교를 다니던 내내 돈 셔틀, 담배셔틀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D군보다 1살 많은 선배들은 D군에게 “담배를 구해와라” “하루에 친구들끼리 합쳐서 20만원을 모아와라”고 요구했고, 지시사항을 달성하지 못하면 맞아야 했다.

D군은 방학때도 형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친구들과 알바를 해야 했다. 정말 친한 친구는 옥상에서 자살시도까지 했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런 ‘은어의 일상화’ 현상은 따돌림 현상이 10대들의 보편적 문화현상이나 키워드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면서 폭력물에 대한 노출, 가정과 학교의 붕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학교 폭력이 점차 잔인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왕따는 인성 파괴를 넘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중대 범죄임에도 가해 학생들은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얼마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은 다양한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나밖에 모르고 사는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K군 사건에서도 K군을 폭행한 학생들 역시 “장난 삼아 한 일인데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진술해 충격을 줬다. 그만큼 학교에 왕따가 만연하고 이를 제어할 시스템은 전무하다는 얘기다.

학교폭력 해법은?
소통과 관심이 중요…

전문가들은 왕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통의 핵심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의하달식도 피하며, 서로 간에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도 결국 왕따와 함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피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소통의 공간이 있음을 알려줌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왕따가 발생하면 학교는 물론 사법당국이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피해 학생에게는 신고하면 문제가 잘 해결된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가해 학생은 잘못을 반성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빵셔틀, 일진따 등 ‘은어의 일상화’가 문화로 자리잡아
“소통의 중요성” “왕따는 범죄”라는 인식 뿌리 내려야


또 전문가들이 교사가 관심만 갖고 관찰하면 피해 학생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하는 만큼 무엇보다 일선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왕따는 저항할 능력이 없는 피해자가 대상이 되는 만큼 교사들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는 공부만 가르칠 게 아니라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누군지, 특별히 기운 없어 보이는 학생이 없는지, 소매 사이로 멍 자국이 보이는지 등을 살펴 담임교사에게 알리고 상담교사로까지 연결해 조치를 취하는 체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교사들의 잡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상담교사도 늘려서 학생들을 촘촘히 살피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눈에 보여야만 해결하는 식의 사후처리 대안이 아니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와 관련 ‘핀란드 키바 학교의 역할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한 중학교에서는 수업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역할극을 하는데 학생들은 돌아가며 ‘왕따’ 역할을 한다. 간접적인 왕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피해학생의 고통을 공감하고, 또 나머지 학생들은 왕따 학생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해 나간다.

지난해 핀란드 학교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이 프로그램은 조사 결과 5000여 명의 아이들을 왕따 위험에서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이제 낡은 레코드판을 다시 트는 땜질식 처방들을 버리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울 때이다. 사건 직후 반짝 난리를 치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선 안 된다. 더 이상 아이들의 유서를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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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