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적의 오디션> 우승자 손덕기

“이제 시작일 뿐, 진짜 기적을 연기하겠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그것은 기적이었다.’ 시선장애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던 손덕기가 SBS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의 최종우승자가 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새로운 경험, 그리고 조금의 환상. 배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도전한 오디션이었다. 그리고 손덕기는 2만20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8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끝내고 떨리는 목소리로 우승소감을 전한 지도 어느새 두 달.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크리스마스 특별연극’을 준비하고 있는 손덕기를 대흥동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시선장애 극복한 ‘기적의 사나이’, “내년 신인상이 목표”
“질리지 않고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최종 우승자가 됐을 때 ‘설마…’라고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소위말해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내가 될까? 했는데 됐더라고요.(웃음) 우승 자체가 그야말로 ‘기적’이었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처럼 부족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 같아 기뻤어요.  나와 같은 상처와 아픔으로 좌절하고 있을 많은 분들에게 ‘용기’가 된 것 같아서요. 지금은 내년 상반기 SBS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

손덕기는 이제 막 아마추어라는 꼬리표를 떼고 프로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이 신예, 처음부터 ‘작은 봉우리’를 꿈꾸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결코 쉽지 않은 치열한 경쟁 속으로 이끈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손덕기는 ‘꿈’이라고 짧게 말했다.

“거제도에서 지냈던 어린시절부터 배우를 꿈꿔왔어요. 영화를 보면서 ‘아 나도 저 사람처럼 연기하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어느새 꿈이 되어버렸죠. 그리곤 ‘배우가 되려면 서울에 가야한다. 서울에 가려면 공부를 잘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는 어릴 적 뇌종양 제거 수술로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할 수 없는 시선장애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해 영문학과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제 공부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맷 데이먼이나 나탈리 포트만처럼 똑똑하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죠. 공부도 연기의 일부분일거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어요.”

대학에 입학한 그는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지난 4년간 뮤지컬을 했고, 1년은 연극도 했다. 단편영화도 2편 찍었고, 지하철 및 길거리 공연도 4년이나 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손덕기는 스스로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연기를 지속적으로 하긴 하는데, ‘나는 배우를 해도 되는 사람인가?’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나에게 있나?’라는 의문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죠. 무엇보다 ‘제가 연기를 계속 해도 됩니까?’라는 물음에 답을 얻고 싶었어요. 그러던 찰나에 <기적의 오디션> 관련 기사를 보게 됐고,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컸던지라 ‘미라클 스쿨’ 안에서 PD와 스타 연예인이 직접 연기지도를 해준다는 말에 솔깃했어요. 8개월 동안 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확인받음과 동시에 연기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익히게 된 것 같아요.”

운명처럼 <기적의 오디션>에 도전하고 연기자로서의 치명적인 약점인 시선장애를 극복하고 우승을 하기까지. 그는 두려움을 이겨냈고,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연기는 그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저는 하나에 빠지면 아주 집중해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연기에 대한 제 열정도 마찬가지죠. 연기를 할 때 걸림돌이 되는 시선처리 문제도 저 스스로 방법을 터득할 때까지 연습했더니 나중엔 크게 문제될 게 없었죠. 드림마스터였던 범수형에게 하루 10시간 넘게 연기지도를 받은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손덕기의 연기를 향한 노력은 오디션 회가 거듭될수록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어떤 미션이든 주어지는 대로 완벽히 소화해냈고,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냈다.

오디션하는 매 순간 강한 감정과 떨림, 갈등을 느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지만, 즐기며 할 수 있었다는 손덕기는 우승의 부상으로 내년 상반기 SBS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출연할 기회를 갖게 됐다.

“먼저 내년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요. 그러면서 천천히 ‘손덕기’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가 쌓여나갔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의 연기는 볼만 하다. 혹은 이 사람의 연기는 다를 것이다. 가볍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현실적인 목표는 신인상을 타는 거예요.(웃음)” 

연기가 주는 카타르시스

이어 손덕기는 자신의 롤모델로 배우 이병헌, 조승우, 하정우, 송강호, 유해진 등을 꼽았다. “남들이 비웃을 만큼 꿈을 크게 꾸자는 철학이 있어 언젠가 이병헌 선배님처럼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조승우 선배님처럼 영화와 뮤지컬을 동시에 하고 싶기도 하고요. 또 하정우?송강호?유해진?김윤석 선배님처럼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는 자신과 같이 20, 30대 도전하는 청춘들을 위한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당장 행동에 못 옮기더라도 꿈을 꾸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무엇이든지 계속 배우려고 하고, 삶의 변화를 주고,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면 분명히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배우 손덕기. 그가 내년 상반기 어떤 색다른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설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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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