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대담]임진년 희망 전하는 박희태 국회의장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 받는 국회 만드는 데 힘 쓰겠다”

[대담 정리=이주현 기자] 다사다난 했던 신묘년(辛卯年)이 저물고 임진년(壬辰年)이 밝아오고 있다. 지난해보다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 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국민 모두 다가오는 임진년에는 새로운 희망을 가득 안고 밝고 활기찬 한 해가 되기를 너나 할 것 없이 바라고 있다. ‘서울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이는 데 기여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일요시사>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 G20국회의장회의 성공적 개최 자랑스러워”
한미FTA 비준안 “직권상정에 대해선 매우 유감”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 2011년 한 해를 누구보다 파란만장하게 보냈다. ‘서울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이는 데 기여함은 물론, 비록 철회하긴 했지만 국회의장으로서 57년 만에 법안 발의를 하기도 했다.

18대 후반기 국회의장 취임 이후 줄곧 국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해온 박 의장은 서민들의 편에서 그들의 고충을 직접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서민을 위한 국회의장’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 의장은 <일요시사>와의 신년특집대담에서 “18대 국회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며 “기회가 된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남은 임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18대 국회에서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약 4분의 3의 임기를 수행하셨는데 그간의 소회가 어떠신지요.
▲ 검사로서 22년, 국회의원으로서 23년 동안 바쁘게 살아왔지만 특히 18대 국회에서는 참으로 분주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16대에 이어 두 번째 당 대표를 맡았고, 양산 주민들의 도움으로 6선 의원이 되어 현재는 국회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조직에서 최고봉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화(和)’의 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는 단순한 화합을 넘어서는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융화, 차이를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존의 정신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회가 화의 경지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늘 그랬듯 최근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이 인식이 썩 좋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할 ‘민의의 전당’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할 해결방안으로 염두에 둔 바가 있으신지?
▲ 나라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신뢰라 생각합니다. 일찍이 공자님도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을 신(信)’자 하나라고 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무너지고 말지요. 따라서 국회다운 국회, 법대로 국회, 정쟁보다는 정책으로 대결하는 국회, 싸움보다는 타협의 장이 되는 국회만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의장 직권상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를 결심한 배경과 입장을 밝히신다면?
▲ 한미 FTA 비준안이 여야 간 합의처리가 되지 못하고 직권상정 되었다는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와 수없이 만나고, 대통령까지 국회로 오시게 해서 타협안을 마련하려고 마지막까지 최대한 노력을 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 한나라당이 연이은 재보선 패배 후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습니다. 당 쇄신안을 놓고 탈당하는 의원까지 속출했고 결국은 박근혜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한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선배 정치인으로서 조언을 하신다면?
▲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고 무조건 ‘갈등이다’ ‘대립이다’ 이렇게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생명이지요. 현재의 상황이 겉으로는 분열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일치단결할 수 있다면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는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 대변인 시절 ‘촌철살인’의 명대변인으로 꼽히셨는데, 오랜만에 대변인 시절로 돌아가 현재 정치권을 논평해 보신다면?
▲ ‘선 국사 후 당사(先 國事 後 黨事)’의 자세로 여야 의원 모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 국회 역사상 가장 큰 국제행사로 기억되는 ‘서울 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셨습니다. G20국회의장회의를 치르며 느끼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 대한민국의 국격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신장했다는 점입니다. 서울 국회의장회의의 개최도 오타와 국회의장회의에서 주요국 의장들이 만장일치로 지지해주어 자연스럽게 유치하게 된 것입니다. 작금 세계가 대한민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봅니다. 세계의 도로에 우리의 자동차가 달리고, 세계인의 가정 곳곳에 우리 가전제품이 가득 차 있으며, 세계인들의 손에는 우리의 핸드폰이 들려 있지 않습니까. 저 넓은 오대양에는 우리가 만든 배들이 가득 떠다니는 등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하는 나라로, 국제질서를 따르던 나라에서 국제질서를 만드는 나라로 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벅차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서울 G20국회의장회의가 남긴 의미와 역사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먼저 G20 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각국 의회에서 법제화되고 정책으로 제도화하는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주요국 의장들이 모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지구촌 안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담아낸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이번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정례화의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국회의장회의가 국제현안을 논의하는 주요 거버넌스([governance] 국가경영 또는 공공경영)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회의 의원외교 역량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세계대진출’에 있어 국회가 든든한 레일을 놓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 의장 취임 이후 줄곧 국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경이 궁금한데요?
▲ 현재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심지어 비정규직 여직원의 경우에는 1~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기에 안심하고 2세를 가지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장이 된 직후 국회부터 비정규직을 없애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국민들의 아픈 부분을 치유하는데 앞장서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실시한 이러한 조치들이 최근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도 파급되기 시작해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위해 노력 “보람 느껴”
“<일요시사> 애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최근 한국 영해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이로 인해 해경 한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민들은 극심한 비난에 나섰고 한·중 간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높은데, 이에 대한 입장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신다면?
▲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조업이 허락된 중국어선은 연간 1700여 척, 허가 어획량은 6만5000톤 정도이지만 실제 불법조업 어선 수는 20만 척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이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은 전투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다각적이고 단호한 재발방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한·중 간에 최악의 분쟁요인이 될 위험성이 큽니다.


- 한국경제발전에 큰 공헌을 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얼마 전 별세하셨습니다. 고인과 각별한 인간관계를 쌓아 오신 것으로 압니다만?
▲ 그렇습니다. 박태준 명예회장은 제가 대변인직을 수행 할 때 대표(민정당)로, 또 최고위원(민자당)으로 모셨지요. 많은 사랑도 받았고 격려도 받았는데 아무 보답도 못 했던 것이 여러 가지로 죄송스럽습니다. ‘철강왕’이신 박 명예회장처럼 의지와 창의력, 끈질긴 노력을 후세들이 교과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박 명예회장이 만든 용광로에 여야가 함께 들어가 화합했으면 하는 바람도 큽니다.


-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으로 하여금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북한이 세계와 맺은 약속인 비핵화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남북 간의 대화도 활성화 되어서 이산가족 상봉 등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김 위원장 사망이 향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 그거야 아직 알 수 없지요.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한 치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뜻으로, 특히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난국을 이겨내겠다는 일치단결의 자세를 갖는다면 한반도에 평화를 더욱 공고히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 소망하시는 국회의장상은 어떤 것인지요?
▲ 국회는 원칙적으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운영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의장이 국회운영과 관련하여 할 일이 많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다만, 이런 대화와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오랜 의정경험을 바탕으로 의장이 중재를 해서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의원외교의 강화를 통해 국익에 도움을 주고 입법부의 장기적 발전방향에 대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남은 재임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다면?
▲ 무엇보다 18대 국회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국회다운 국회가 되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합니다. <일요시사>와 애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일요시사> 임직원 여러분 임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색깔 있는 신문’ ‘소리 나는 신문’ ‘향기 나는 신문’ 등 3대 취재편집 방향을 더욱 발전시켜 <일요시사>의 사세가 더욱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일요시사>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도 웃음과 행복이 넘쳐나기를 바랍니다. 특히 <일요시사>가 각계각층의 훈훈한 미담을 더 많이 발굴해 우리 사회에 온기가 넘치게 해주시고 <일요시사> 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사기를 끌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박희태 국회의장 프로필>

2010.06~ 제18대 후반기 국회 의장
2009.10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07~2009.09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4.06 제17대 국회 부의장
2004.05~2008.05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3.05~2003.06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2.05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0.05~2004.05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6.04~2000.05 제15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3.08 법률구조공단 이사
1993.02~1993.03 제42대 법무부 장관
1992.05~1996.04 제14대 국회의원
1988.04~1992.05 제13대 국회의원
198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성동지청 부장검사
1966 청주지방검찰청 검사
1961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
~ 1987 건국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1957~1961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 1957 경남고등학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