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일요시사 선정>2011 이슈메이커 50인 - 연예계 10인

여기서 저기서 펑펑 ”바람 잘 날 없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 매년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하며 습관처럼 서두에 꺼내는 말이다. 으레 하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2011년 연예계 역시 다사다난했다. 2011년 연예계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화려한 조명 속에서 축하받은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동전의 양면처럼 우중충한 한 해를 보낸 연예인도 적잖았다. 지난 1년간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화제의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들을 되짚어봤다.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가요계 휘청휘청
서태지-이지아 비밀결혼 ‘발칵’ 속았네…

<수십억원대 탈세 의혹 강호동>

강호동(41)은 지난 9월 탈세 의혹이 불거진 뒤 비난여론이 크게 일자 즉각 잠정은퇴를 선언, 칩거에 들어갔다. 강호동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비롯해 KBS <1박2일> SBS <강심장> 등 지상파 3사를 모두 오가며 국민MC로 활약해 왔던 터라 전 국민이 깜짝 놀랐다.

강호동은 당시 탈세 논란이 단순 의혹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즉각 잘못을 인정하며 잠정은퇴를 선언해 물의를 일으키고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다른 스타들과 대조를 이뤘다. 국세청이 부과한 수억의 추징금도 곧바로 납부했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평창 땅투기 의혹 등이 불거져 나오며 곤경에 처했다.

현재 강호동은 예전에 가족들과 함께 자주 방문하던 양평 별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두문불출 상태다. 일부 네티즌들은 "다시보고 싶다" "없으니까 허전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강호동의 방송복귀를 바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이르다" "죄를 지은 것은 사실이니 조금 더 자숙의 기간이 필요할 것"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드스타다운 모범적 군생활 비>

지난 10월11일에는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가수 비(본명 정지훈·29)가 경기도 의정부 306보충대에 입대했다. 비는 입대 직전 기자회견 형식의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으며 케이블 방송으로 입대 현장이 생중계 되는 등 월드스타로서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비는 육군5사단 신병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았으며 사격훈련에서 주간사격 20발 중 19발, 야간사격 10발 중 10발을 각각 명중시켜 특등사수로 인정받기도 했다.

비는 훈련소 퇴소식 때 훈련병 대표로 사단장 표창을 받아 포상휴가도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2일부터 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본격적인 군복무를 시작했다.

비는 이곳에서 현역으로 21개월간 복무한 후 2013년 7월10일 만기전역할 예정이다.

<해병대 자원입대한 현빈>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30)은 비보다 한발 앞서 지난 3월 경북 포항시 해병교육훈련단에 자진 입소했다. 평소 현역 입대의사를 밝혀오던 현빈은 지난해 12월 해병대 지원서를 접수하고 같은 날 수원병무청에서 면접을 본 후 해병대 1137기로 합격했다. 현빈은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성공과 영화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연이은 흥행으로 군 입대 전 활발히 활동했다. 현빈이 입소하던 날 그의 입대를 격려하기 위해 1000여 명의 팬과 5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으며 케이블TV는 생중계로 그의 입대를 방송했다. 특히 일본의 NHK를 비롯해 홍콩, 대만 등의 해외언론도 열띤 취재경쟁을 벌여 장사진을 이뤘다.

현빈은 백령도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으며 입대 후 발생한 해병대 총기사고와 자살사건 등으로 인해 예정보다 한 달여 가량 늦은 지난 7월27일 첫 휴가를 나왔다. 현빈은 휴가기간 동안 특별한 행보 없이 가족, 지인들과 시간을 보냈으며 9월에 일병으로 진급했다.

현빈은 스스로 해병대를 선택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연예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입대 전 촬영해 놓은 CF덕에 그의 인기는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오홍홍홍으로 최고 전성기 정재형>

실력있는 뮤지션이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재형(41)이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후 정재형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까칠하고 도도하지만 쪼잔하고 소심한 구석까지 가지고 있는 그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와 함께 남성의 웃음소리라기엔 어울리지 않는 "오홍홍홍" 소리까지 더해지면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파리에서 유학까지 한 엘리트 뮤지션이라는 딱딱한 이미지 대신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등 무한도전 멤버의 끼에 뒤지지 않는 예능의 신으로 탈바꿈 했다.

<은둔형 가수에서 스타 도약 임재범>

임재범은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은둔형 가수였다. 그는 가수 데뷔 25년 만의 예능 출연에서 여러분(윤복희), 빈잔(남진)을 불러 대중의 심금을 울렸으며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로 단박에 국민스타로 변신했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연예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최대수혜자는?이라는 설문조사에서도 당당히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임재범은 <나가수> 이후 여성 의류 브랜드 TV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자신이 주축이 된 MBC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에 출연했으며 생애 처음으로 앨범 쇼케이스를 여는 등 관심의 중심에 선 톱가수가 됐다.

<"뼈가 있어야 개그" 최효종>

최근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상승세의 일등공신은 단연 최효종(26)이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하 애정남)와 사마귀유치원 코너로 <개콘> 내 인기순위 1위를 선점했다. 지난달에는 아나운서 성희롱 논란으로 한나라당에서 퇴출된 무소속의 강용석 의원이 사마귀유치원에서 보여준 최효종의 국회의원 풍자 개그가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에 해당한다면서 고소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 강 의원이 "최효종에게 미안하다"며 고소를 취하했지만 최효종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지도가 급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KBS공채개그맨 22기인 최효종은 봉숭아학당의 행복전도사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 남성인권보장위원회 최효종의 눈 트렌드쇼 등의 코너를 줄줄이 히트시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비밀결혼과 이혼 서태지·이지아>

지난 4월 문화대통령 서태지(39)가 탤런트 이지아(33)의 남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연예계만의 파장이 아니었다. 국회에서도, 회식자리에서도 모두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BBK사건 판결을 묻으려고 두 사람의 위자료 소송이 터져나왔다는 음모론까지 나돌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지아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고 만들어진 이지아닷컴은 이후 유명연예인들에 대한 논란이 터질 때마다 생기는 ○○○닷컴의 원조가 되었다.

"군입대도 날 막진 못해…" 입대 후 잘나가는 스타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출연만 하면 뜬다 <나가수>

1997년 이지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에서 결혼해, 3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했다는 내용에 이어 위자료 청구소송가지 벌이며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던 두 사람은 마침내 7월 합의하에 고소를 취하했다.

누리꾼들은 두 사람의 과거를 캐내기에 바빴고, 이로써 데뷔 후 20년 동안 유지해온 서태지의 신비주의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말이 와 닿은 사건이어서 지금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카라>

인기 아이돌그룹 카라는 지난 2월 해체위기를 맞으면서 국내 정상급 아이돌그룹에서 가요계 밑바닥까지 순식간에 추락했다. 니콜, 한승연, 강지영, 구하라 등 무려 네 명의 멤버가 소속사 DSP미디어와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냈고, 남은 한 명의 멤버인 박규리 왕따설까지 나돌았다. 이후 하루 만에 구하라는 DSP미디어와 재계약했고, 나머지 3인의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부모까지 동반된 분쟁에서 투명한 정산과 매니지먼트 전문 인력을 요구하며 DSP미디어와 갈등을 거듭한 끝에 100일 만인 4월 극적으로 화해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만큼 매체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고 자극적인 루머들이 일파만파 전파를 탔다.

이런 큰 갈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에 발표한 스텝은 순식간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고, 일본에서는 여신이라는 칭호와 더불어 오리콘차트 1위를 석권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촬영거부·잠적 혹독한 한 해 보낸 한예슬>

배우 한예슬(본명 김예슬이·29)은 갑작스런 드라마 촬영거부 후 돌연 미국으로 출국하는 초유의 행보로 비난을 샀다.

한예슬은 촬영 스케줄 조율, 촬영현장 개선 등의 문제로 연출자와 마찰을 벌이다 촬영거부를 선언했고,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해 혹독한 구설수에 올랐다. 제작진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팬들 사이에서 기대를 저버린 행동이란 비난이 일자 이틀 만에 자진 귀국한 한예슬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드라마 촬영에 임했다.

한예슬의 이런 행동에 대해 동정론도 일었지만 그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스파이 명월>은 저조한 시청률로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에서도 송중기와 호흡을 맞췄지만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뺑소니 교통사고 무혐의지만 씁쓸 대성>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대성(22)이 교통사망사고에 연루된 일은 국민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대성은 지난 5월 서울 양화대교 남단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정차해 있던 택시와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연이어 들이받았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경찰은 대성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성은 지난 8월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반성의 시간을 보내다 최근 YG패밀리콘서트와 MBN드라마 <왓츠 업>으로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했다.

팬들은 대성이 이번 작품으로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잊고 가수이자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2011년 한 해 연예계는 탈세, 교통사고, 이혼, 군입대, <나가수> 등으로 어느 해보다 시끌벅적했다. 전무후무한 사건들이 연달아 이어졌고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상태에서 연예계 또한 밝고 좋은 소식보다는 어둡고 슬픈 소식이 더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다가오는 2012 임진년 용띠해에는 하늘로 솟구치는 용처럼 연예계가 용솟음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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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