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떼강도 알고 보니 그 때 그 강도

"9년전 김영완 집에서 180억 아닌 1400억 털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9년 전 현대그룹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영완(58)씨 집에서 100억원대 금품을 강탈한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주범 장모(57)씨가 지난 3월 또다시 모 재벌그룹 친척집에 침입해 강도짓을 저질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2년 무기중개상 김씨 집에서 당시 피해액으로 알려진 180억원이 아닌 1400억원을 털었다고 주장해 자금 출처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출소하니 1400억 휴지조각, 떼강도 재조직 어쩔 수 없었다"
훔친 1400억원 중 현금은 8억뿐 "부자들 신고 꺼려 노렸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부유층이 사는 주택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 등)로 장모(58)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장물 처분을 도운 혐의로 최모(42·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주범 장씨는 지난 2000년 현대그룹에서 양도성 예금증서 150억원 상당을 건네받아 돈세탁한 뒤 정치권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무기중개상 김영완씨의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털었다가 붙잡힌 범인이다.

김씨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200억 원을 제공한 혐의와 현대상선 비자금 3000만 달러를 스위스은행 계좌로 송금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 등으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범행 나흘 전부터 합숙

경찰 조사결과 장씨 등 일당 4명은 지난 3월 15일 오전 10시 서울 이태원동의 케이블TV 업체 사주였던 모 재벌그룹 친척 A씨의 자택에서 시가 30억원대의 조선 후기 백자와 시가 5000만원 상당의 금괴 1kg 등을 강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낮엔 집의 방범장치를 꺼두는 점을 이용해 오전 시간을 노렸으며 범행 나흘 전부터 치밀하게 사전 답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을 넘어 침입한 일당은 집에 있던 A씨의 아내와 자녀, 가사도우미 등 5명을 흉기로 위협해 일부는 이들은 감시, 장씨만 A씨의 아내를 데리고 와 금고 등을 열게 해 금품을 털었다. 일당은 현금 3000여만원과 금괴(5000만원), 귀금속 1200여만원어치와 조선 후기 백자(30억원 추정) 등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장씨는 경찰조사에서 "부유층은 현금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경찰 신고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표적으로 했다"고 진술했다.

장씨의 예상대로 피해자는 신고를 하지 않았고, 지난달 경찰이 강도 일당을 검거하고 이들에게서 피해물품을 받아 피해자에게 보이자 대리인을 통해 피해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지난 7월 서울 청운동에 위치한 의사 이모(73)씨의 자택에 문을 따고 들어가 현금 2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고급시계를 훔쳐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장씨는 경찰조사에서 지난 2002년 김씨 집에서 훔친 액수가 애초 발표액 180억원을 훨씬 웃도는 1400억원이라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002년 3월 31일 김씨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 9인도 떼강도가 들이닥쳐 김씨 가족들을 흉기로 위협한 뒤 현금과 수표, 채권 등을 털어 달아났다.

이 사건은 김씨가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은 데다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서대문경찰서마저 입을 닫으면서 묻혔고, 1년여 만인 2003년 6월 대북송금 특별검사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현대그룹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며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박광빈 특검보가 박 전 장관을 심문할 당시 "김영완씨 집에 강도가 들었냐"고 물었고 박 전 장관은 "언론사 간부를 통해 들었다"고 답하여 사건 발생 1년여 만에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장씨는 검경 합동수사 과정에서 "그 당시 떼강도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나 검찰 어느 곳에도 훔친 금품 액수를 정확하게 물어보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장씨와 공범들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피해 금액을 보면 현금은 한화 7억원과 달러, 엔화 등 8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채권은 금액도 없이 총 개수만 기재돼 있었다.

장씨는 이어 "무슨 이유에선지 김씨가 자신에게 변호사비용을 대줬으며 검찰도 피해금액을 8억여원으로 줄여 발표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주범인 장씨가 끝까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자신의 인생사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며 "장씨의 이런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장씨의 주장대로 자신이 2002년 당시 김씨 집에서 훔친 금액이 1400억원대의 거금이라면 출소 후 충분히 먹고살만한 여유가 있었을 텐데 왜 다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당시 김씨의 집을 털었던 장씨를 포함한 공범의 수는 9명이고 1400억원을 9명씩 나눠 가져도 개인당 155억원 상당에 이른다. 김씨 집을 턴 혐의로 8년을 복역했지만 자기 몫을 숨겨뒀다면 또다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1400억 휴지조각 전락


이유는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장씨가 김씨 집에서 턴 금품 가운데 현금은 8억원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수표나 채권이었다. 채권은 범행 후 대부분 인출금지 가처분 신청이 되어 있어서 현금화하지 못 했고, 장씨가 쓸 수 있던 돈은 공범 8명과 나누고 난 금액인 8000여만원이 전부였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몫마저도 동료에게 맡겨뒀는데 출소 이후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며 "어쩔 수 없이 다시 떼강도단을 조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장씨 등 강도일당은 검거 당시 필로폰 0.4g이 들어 있는 주사기와 대마초 0.5g을 가지고 있었고 약물반응이 양성으로 나와 훔친 금품의 대부분을 유흥비와 필로폰·대마초 등의 마약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공범 중 한 명인 안모(46)씨가 약물 과다 투여로 숨졌고 유모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서울 성동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달아난 공범 1명의 행방을 ?는 한편 고급주택관련 정보를 입수한 경로를 추적해 이들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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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