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잠룡 ‘9인9색’ 대권 잰걸음 밀찰취재

잠룡 ‘다산시대’ 돌입…본격 ‘대권본색’ 발산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본격 선거철이 도래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잠룡 ‘다산시대’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잠룡들은 전열을 재정비하며 본격 대선 준비에 나선 모양새다. ‘대권’이라는 여의주를 물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거는 잠룡들. 벌써부터 세간의 시선은 잠룡들이 토해낼 용트림에 집중하는 눈치다.

안철수 에세이집 출간…정치권 ‘대선출사표’로 해석
박근혜 ‘조기등판론’ 고심, 손학규 총선 출마 불투명

요즘 정치권엔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인다. ‘안철수 현상’ ‘디도스 파문’으로 정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상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 위기 상황에서 두드러진 리더십을 펼치면 국민들 뇌리 속에 각인되기 안성맞춤이다.

특히 2012년은 20년 만에 돌아오는 총대선이 함께 열리는 해로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때문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MB와 선긋기 나선 박근혜
“공존은 자살행위?” 

‘안풍’에 의해 대세론이 무너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종편-보도채널 개국 인터뷰 등에 적극 나서며 보폭을 늘려왔다.

하지만 ‘디도스 파문’으로 당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자 박 전 대표는 일단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곧 박 전 대표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만약 박 전 대표가 현재 당의 위기상황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대로 가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물 건너 간다’는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이한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게 절대 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의 견해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MB와의 차별화’ 여부도 관건이다. 박 전 대표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창당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서울시장 보선까지 잇따라 참패한 원인에 대해 박 전 대표는 ‘MB 심판’으로 보고 있다. 최근 MB 친인척·측근 비리가 봇물 터지기 시작한 만큼 더 이상 MB와의 공존은 ‘자살행위’라는 시각이 우세해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친박계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 상당수가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지역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총선을 건너뛰고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 상태다.

김문수‧정몽준‧이재오
삼각연대 ‘재창당설’

여권의 유력 잠룡으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임기 때까지 지사직을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김 지사는 그간 도정과 대권행보를 저울질하며 ‘때’가 되면 역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김 지사의 경우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9월 중순까지 사퇴하면 되지만 먼저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 만큼 총선 직후 또는 경선 시점에 맞춰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선 결과와 이후 정치권 동향에 따른 정치판도 변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지사의 최대 약점은 당내 기반이다. 따라서 오는 411총선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대거 약진해야만 김 지사도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준 전 대표(서울 동작을)와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도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방침이다. 정 전 대표의 측근은 “울산 지역에서 5선을 하고 18대에 서울로 지역구를 옮겼는데 또다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이 의원 등은 이번 한나라당의 내홍을 계기로 삼각연대를 통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힘을 얻어 새로운 지도체제가 구성될 경우 대선을 앞둔 주도권 싸움에서 영영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세 사람은 새로운 정당에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태다. 재창당을 주장하는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대체로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이 의원 등과 가깝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 향후 파란이 예상된다.

야권통합에 사활을 걸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야권통합 전당대회 이후 정치행보 구상에 들어갔다. 손 대표는 일단 내년 총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권 도전을 위해선 내년 11월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경우 오히려 총선 출마가 지역구민들에게 누를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19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손 대표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향후 국정운영과 주요 정책에 대한 책을 집필 하는 등 지지율 제고를 위한 속도 조절 및 포지션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그간 야권통합의 고리로 ‘반(反)이명박 전선’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내년 총대선에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PK지역 출마 가능성…검찰개혁 선봉장 나서    
김문수‧정몽준‧이재오 ‘삼각연대’ 재창당 연계 시 파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책과 현안 중심의 대여 투쟁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좌클릭’ 행보를 통해 진보권을 아우르는 대표주자 이미지를 각인하겠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 그는 당분간 한미FTA 비준동의안 무효화 투쟁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미FTA 문제야말로 가치 중심의 통합을 위해 절실한 과제인 만큼 총ㆍ대선에서 여권과 확실한 대결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내년 총선에서 그는 현 지역구인 전주 덕진 출마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는 전언이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당권 지원과 총선 승리를 넘어 대선으로 향하는 일정표를 짜고 있다. 그는 특히 4선을 했던 전북 지역구를 버리고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3년 전쯤 서울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내년 총선의 승리는 절대적이며 특히 수도권의 승리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수도권에서 전개될 치열한 싸움을 그냥 바라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종로 출마이유를 피력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통합정당의 지도부 경선이 시작되면 대표 후보로 나설 한명숙 전 총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광폭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현재 야권통합이란 옥동자가 탄생 일보직전까지 왔기에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일단 문 이사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부산ㆍ경남(PK) 지역에 출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이 정권교체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임은 물론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도 직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 이사장 측에서는 출마를 결심할 경우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를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 이사장은 최근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개인의 ‘상품성’을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 6~7일 잇따라 부산과 서울에서 검찰개혁 북콘서트를 열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공론화 시켜나가고 있다.

문재인 ‘광폭행보’
안철수 행보 ‘오리무중’

민심을 삽시간에 빨아들여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그는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선두주자지만 극도로 말을 아끼는 까닭에 정치적 행보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진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안 원장의 주식 기부를 두고 정치출사표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때 ‘총선 출마’와 ‘신당 창당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지만 안 원장이 직접 나서 강하게 부인해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다. 때문에 총선을 건너 뛴 채 ‘대선직행’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안 원장은 내년 초 신작 에세이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출판사 측은 올 상반기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그가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그것도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것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이 저서를 내는 점 등에 미루어 사실상 ‘대선출사표’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에세이를 통해 어떤 형식으로든 현안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직ㆍ간접적으로 야권을 측면 지원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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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