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진화하는 ‘스마트범죄’ 실태

지금 누군가 당신의 스마트폰을 노리고 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고가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찜질방에서 자고 있는 사이 도난당하거나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가 범행 대상이 되는 것은 이미 흔한 일. 관련범죄가 진화하면서 그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훔치기 위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위장취업까지 한 10대가 적발됐는가 하면,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삥듣기’ 수단, 스마트폰 대출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고가의 스마트폰만 노리는 사람들. 진화하는 스마트폰 범죄 실태를 추적해봤다.

날로 진화하는 스마트폰 범죄, 조직적 범행의 새로운 표적
단순절도 넘어 ‘폰삥’사기…스마트폰 담보로 ‘대출사기’까지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2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국민의 4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이를 노리는 범죄도 한층 조직화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관련한 범죄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휴대전화 가격이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

현재 스마트폰 가격은 80만~90만원 선에 이른다. 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손에 넣은 후 바로 처분할 수 있는 장물판로가 확보돼있다는 점도 스마트폰이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또 다른 이유다.

이전에는 훔친 휴대전화를 주로 국내 시장에서 처분했지만 이제는 손쉽게 해외로 팔아넘길 수 있게 돼있다. 최신형 스마트폰은 해외 판매용으로 30여만원 상당의 고가에 거래되는데다 인터넷으로도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절도범죄의 표적
‘고가의 스마트폰’

이렇듯 범죄의 새로운 표적이 된 스마트폰. 단순 절도뿐만 아니라 분실 스마트폰을 습득해도 ‘팔면 돈이 된다’는 이유로 돌려주지 않고 처분해 버리는 범죄도 흔하다. 최근에는 훔치거나 잃어버린 스마트폰 수백 대를 수거해 중국으로 밀반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중국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국내에 자금책과 수집책을 두고 도난·분실 스마트폰을 대량 수거해 항구를 통해 중국으로 밀반출한 손모(37)씨 등 2명을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최모(31)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 유령회사를 설립·운영한 중국총책 홍모(34)씨 등 2명은 현재 추적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총책 홍씨를 중심으로 자금총책 2명, 수집책 6명, 스마트폰 절도범 7명 등으로 구성돼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홍씨가 대포폰과 장물매입자금을 자금총책에게 건네주면 이를 건네받은 자금총책은 수집책을 통해 훔치거나 습득한 스마트폰을 구입해 중국에 밀반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밀반출한 스마트폰은 477대로 총 4억2930만원 어치에 달했다.

절도 등의 혐의로 붙잡힌 7명은 찜질방에서 훔치거나 길거리에서 주운 스마트폰을 수집책들에게 최고 28만원을 받고 판매해왔다. 이 중에는 이모(16·여)양 등 10대 청소년 5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스마트폰 절도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하던 도중 훔친 스마트폰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장물업자를 만나 판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후 스마트폰 밀거래 조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기획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국 총책에 대해 경찰청을 통해 국내 송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단순히 훔쳐 팔아 넘기는 것을 넘어 조직적으로 도난 분실된 스마트폰을 팔아넘기는가 하면 최근에는 폰삥, 대출사기, 보험사기 등으로 그 수법도 더욱 진화하고 있다.

‘폰 삥뜯기’부터
‘대출사기’까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을 빌린 후 이를 되돌려 받으려면 돈을 내놓으라며 돈을 빼앗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하도 정도가 심해 ‘폰삥’이라는 신종 은어(隱語)까지 등장했다.

서울 중부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월 중학생 박모(16)양은 친구 2명과 함께 옷을 사기 위해 서울 동대문의 쇼핑몰들을 돌아다니다 여고생으로 보이는 2명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배터리가 다 됐다. 전화 1통만 쓰게 해달라”고 했고, 박양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넸다. 여고생들은 전화를 거는 척하며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가더니 돌변해 돈을 요구했다. 박양은 17만원을 뺏겼다.

동대문 쇼핑몰 인근에서는 지난 3월 중순에도 똑같은 범행이 있었다.

스마트폰 보험사기도 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제공하는 스마트폰 보험서비스를 악용, 허위로 분실신고한 후 스마트폰을 팔아버리는 식이다.

지난달 9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스마트폰 분실보험을 악용해 100대가 넘는 단말기를 보상받아 내다 판 혐의(사기)로 강모(32)씨와 휴대전화 대리점 주인 이모(44)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대학생이나 중국 유학생 등의 명의를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보험회사에 보상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단말기 128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대출사기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 준다며 폰을 택배로 받은 후 연락을 끊는 식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14일 스마트폰 담보 대출 사기 혐의로 신모(34)씨 등 8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1년여 동안 신용불량자에게 “스마트폰을 개통해 주면 최고 500만원까지 대출해 주겠다”는 스팸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메시지에 솔깃한 이들은 신씨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보냈지만 대출금은 끝내 받지 못했다. 신씨는 2000여명으로부터 시가 19억원에 달하는 휴대전화 2300여 대를 챙긴 후 연락을 끊었다. 

다양화된 ‘스마트폰 범죄’
사전에 막으려면…

이처럼 스마트폰 관련범죄는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범행에 가담하는 피의자도 호기심 많은 10대에서부터 50대 장년층까지 나이를 불문한다.

이들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해보려는 욕심에 훔친 스마트폰에 자신의 휴대폰 정보가 담긴 유심칩을 넣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훔친 스마트폰을 전문 브로커들에 의해 중국으로 밀거래해 다시 동남아시아 등지로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다.

팍팍해진 삶에서만 원인을 찾기에는 미흡하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관련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찜질방 등 대중공간에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들고 있거나 미리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 장물거래 기승…일부 중고매매 사이트서 버젓이 거래
스마트폰 사용자 2000만 시대, 늘어나는 범죄 대책은 없나?


경찰은 또 택시 절도의 경우 손님에게 돌려주면 2만~3만원, 우체국을 통해 돌려주면 1만원의 사례금만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장물업자에게 팔면 기종과 상태에 따라 최대 20만원까지 받을 수 있어 현혹당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택시업자들을 대상으로 중고 스마트폰을 매입하겠다는 장물업자들도 점점 조직화 전문화 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에게 명함 전단을 뿌려 자신들을 홍보한 뒤 택시기사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한 대당 7만~20만원씩 사들인 뒤 곧바로 도매업자들에게 대당 25만~45만원씩 팔아넘기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짭짤한 부수입에 현혹돼 이 같은 범행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며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릴 경우를 대비해 가급적 카드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받아둬야 한다”고 권했다.

경찰은 아울러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의 경우 익명 또는 차명 거래가 가능해 장물 스마트폰의 주요 거래창구로 악용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공익요원인 박모(24)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장물 스마트폰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다 적발됐다.

박씨는 사이트에서 ‘해외폰’ ‘국내개통 불가폰’ 등의 용어를 사용해 장물폰을 구입하겠다는 글을 올린 뒤 갤럭시S와 아이폰3는 10만~15만원에 매입해 25만~35만원에 매도하고, 갤럭시S2와 아이폰4는 25만~30만원에 구입해 35만~40만원에 팔았다. 국제우편(EMS)이나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과 필리핀 등지로 판매 처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고가의 스마트폰을 장물로 유통하는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장물거래조직이 도난·분실 스마트폰을 고가로 매입하면서 용돈이 궁한 노인들과 청소년들을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하고 있다”면서 “휴대전화 절도범과 중고거래 사이트 등 장물유통 경로를 추적, 강력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