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vs 지상파 힘겨루기 내막

굴러온 돌, 박힌 돌 빼내기 성공할까

[일요시사=박상미 기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종편 4사는 빠듯한 일정에 밤샘 근무도 불사하면 개국 적신호설에 맞서고 있다. 종편사 선정의 기쁨도 잠시, 콘텐츠 마련부터 출연진 캐스팅에 채널 배당까지 경쟁의 연속인 종편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여기에 종편의 싹부터 누르려는 지상파의 움직임이 더해져 종편전쟁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종편 본격 출범, 방송가 불꽃 튀는 파이전쟁 심화
밟고 밟는 싸움 번질 기세, 상생 기대는 시기상조  


오는 12월, 안방극장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적자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 그리고 경쟁을 관망 중인 케이블까지 방송사들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에 쏠린 시선이 뜨겁다.

“경쟁상대는 지상파다!”

개국을 앞두고 속속 라인업을 공개하고 있는 종편 4사는 종편간 각개전투와는 별개로 지상파와의 전쟁을 위한 연합전선을 마련했다.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12월1일 개국을 맞아 개국 공동 축하쇼를 방송한다.

미소 지을 자는 누구?
파이전쟁 과열

이날 오후 5시40분부터 7시50분까지 진행되는 종합편성채널 개국 공동 축하쇼 <더 좋은 방송이야기>는 종편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자리이자, 시청자들에게 예전보다 한층 다양해진 콘텐츠를 선보일 종편 4사를 소개하는 자리다.

종편 측은 특히 기존 방송 프로그램들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참신한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결코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양질의 방송을 선보이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날 축하쇼는 화려한 개막식에 이어 유명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먼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되는 1부 개막식은 방송인 손범수가 진행한다. 삼성무용단의 북춤과 ‘탄생’을 형상화한 대 군무(‘태동과 탄생’)를 시작으로 개국 선포식, 종합편성채널 4개사의 채널 소개가 이어진다. 또 가수 박정현과 원더걸스, 미쓰에이의 축하무대가 꾸며진다.

이어 2부는 시청자들과 시민들이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쇼를 즐길 수 있도록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펼쳐진다. 김건모, 김장훈, 샤이니, 소녀시대,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 인순이 등 국내 톱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해 화려하면서도 각기 특색 있는 멋진 축하무대로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달굴 계획이다.

아울러 1, 2부 중간에는 국내 유명인사들이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방송된다. 이날 축하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초 청와대 측은 연합 보도채널을 포함해 5개사가 함께 행사를 한다면 참석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종편 측은 “새로운 방송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알리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부탁했다.

통합 개국 행사와는 별개로 각 종편의 개국프로그램 간담회도 속속 진행돼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채널A는 11월24일 오전11시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개국프로그램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 개국을 알렸다. 이 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영돈 콘텐츠본부장은 “채널A의 강점은 좋은 콘텐츠를 골고루 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채널A가 도전장을 보낸 상대는 방송가의 터줏대감인 지상파 3사다. 이미 뿌리를 깊게 내리고 넘보지 못 할 아성을 과시하고 있는 지상파를 상대로 펼치는 대결이지만 패기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다. 이 본부장은 “케이블을 상대하려고 1000억 이상의 돈을 쏟아 부은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지상파가 경쟁자다”라고 못박았다.

사실 채널A는 다른 종편보다 약세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종편 4개사 중 초반 도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채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채널A측은 이같은 평가가 못내 자존심이 상한 눈치다. 이 본부장은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 속 채널A는 늘 약세 쪽에 포함돼 있다”며 “채널A는 어떤 종편보다 준비가 잘 돼 있는데 왜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jTBC가 선점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예능프로그램은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프로그램도 상당수다. 외주사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채널A의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해 편집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초반 러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너보단 내가 잘 나가
양보 없는 승부

관계자에 따르면, 채널A는 K-POP 서바이벌 드라마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제작한 프로그램을 다크호스로 내세울 모양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과 공동 제작했고 이와 더불어 뒷심을 발휘할 프로그램도 속속 줄을 세워뒀다. 

종편 각개전투의 최대 무기가 될 채널 번호는 개국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부여되지 않은 상황이다. 종편 4사가 하나같이 20번대 이하를 희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4사 중에서는 가장 앞 번호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협의 중인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종편4사는 빠르게 논의를 마무리하고 시험방송 등 이후 절차 역시 물 흐르듯 진행해 개국 일정을 맞출 계획이다.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가에 변화 흐름이 예상되자 케이블 채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와의 대결에서 일단 무릎을 꿇은 아픈 과거가 있지만, 이번에야 말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케이블은 재대결이니만큼 덩치를 키워 반짝 시선을 끌기 보다는 내실을 기한 프로그램으로 승부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지상파 계열 케이블 채널은 화려한 라인업보다는 다양한 신규 프로그램 자체 제작, 음원ㆍ공연 등으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음악채널 집중 편성, 실험적 장르의 시도 등을 통해 종편 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울러 외주 업체를 대거 끌어들인 종편과 달리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수를 늘려 실력을 과시할 태세다.

KBSN은 드라마와 예능에 집중하고 있는 종편과 달리 KBSN은 교양ㆍ스포츠ㆍ오락ㆍ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승부수를 띄운다. 먼저 HD 다큐멘터리 <서해5도 2011-경계에서> 1부가 11월23일 전파를 탔다. 드라마로는 <쩐의 전쟁 오리지널>과 범죄수사극 <신의 퀴즈2>의 이정표 감독이 연출을 맡은 12부작 <자체발광 그녀>(가제), 야구선수 아내의 내조법을 소개하는 <내조의 여왕>(가제) 등을 방영할 예정이다. 

MBC+는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여세를 몰아 음악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2월 정식 개국하는 MBC뮤직(옛 MBC게임)은 <슈퍼스타K>를 기획했던 M.net 홍수현 국장이 MBC뮤직 사업팀장으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으로 잘 알려진 스타PD 남태정 라디오PD가 센터장으로 영입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국은 미소 연발, 예능국은 골치가 지끈…왜?     
약자 케이블 채널, 내실 기해 재대결 나설 각오 

SBS 역시 음악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지난 11월1일 MTV와 손잡고 개국한 SBSMTV는 케이팝 열풍의 부가가치를 본격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SBSMTV는 지상파 SBS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인기 음악 콘텐츠 및 MTV의 세계적인 음악 콘텐츠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이용해 <SBSMTV 케이팝 20> <SBSMTV 팝 20> <90’s 톱10> 등 새로운 콘셉트의 음악 프로그램을 줄줄이 선보였다.

종편들은 하나같이 킬러 콘텐츠의 강점을 내세우며 지상파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 두터운 입지를 굳히고 있는 지상파 3사는 표면적으로는 종편의 도발에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연예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점잖은 척 뒷짐을 지고서는 보이지 않는 손을 뻗쳐 종편의 순항을 막고 있다.

당초 종편의 등장은 쏠림현상이 심한 연예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스타들에게 밀려 기회를 잡지 못하던 변두리 진주들에게 종편은 구세주와 같은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이돌에 스타MC에 밀려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던 예능인들은 종편의 러브콜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종편 캐스팅 보트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수혜를 본 예능인은 많지 않다. 한 연예관계자는 “종편에서 출연 제의를 해도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면서 “지상파의 눈치를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종편으로 냉큼 갔다가 지상파 출연이 어려워지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가요계에는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지상파 출연 금지라는 괴담도 나돈 바 있다. 지상파 측에서 이 건을 가지고 회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지상파측은 “출연 금지는 사실 무근”이라며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 지레 걱정하고 루머가 퍼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 루머라 해도 방송 출연권에 있어서는 천상 ‘을’의 입장인 매니지먼트들은 제 발목을 제가 붙잡고 있는 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큰 인기를 누렸던 모 가수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인기가 대단할 때야 루머에 개의치 않고 종편 출연을 결정했겠지만 지금은 사실 그렇지 못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갈 수 있으면 가보시지
번외 눈치작전

아무리 지상파 측에서 루머라고 못을 박아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루머라고 해도 종편이 아직 개국하지 않았으니 루머일지 사실일지는 모르는 일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모험을 하느니 지금까지 닦아온 관계라도 유지할 수 있게 종편 출연을 고사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종편의 수혜를 입은 것은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동등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대형 스타나 상대적으로 자의에 따라 이동이 가능한 배우들뿐이다. 스타제작진을 영입하며 킬러콘텐트 과시에 가장 앞장섰던 jTBC의 <인수대비>(가제)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 <발효가족> 등을 비롯해 MBN <갈수록 기세등등>, 채널A <천상의 화원-곰배령>, TV조선 <한반도> 등에는 스타 배우들이 거액의 개런티를 받고 출연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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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