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vs 지상파 힘겨루기 내막

굴러온 돌, 박힌 돌 빼내기 성공할까

[일요시사=박상미 기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종편 4사는 빠듯한 일정에 밤샘 근무도 불사하면 개국 적신호설에 맞서고 있다. 종편사 선정의 기쁨도 잠시, 콘텐츠 마련부터 출연진 캐스팅에 채널 배당까지 경쟁의 연속인 종편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여기에 종편의 싹부터 누르려는 지상파의 움직임이 더해져 종편전쟁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종편 본격 출범, 방송가 불꽃 튀는 파이전쟁 심화
밟고 밟는 싸움 번질 기세, 상생 기대는 시기상조  


오는 12월, 안방극장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적자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 그리고 경쟁을 관망 중인 케이블까지 방송사들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에 쏠린 시선이 뜨겁다.

“경쟁상대는 지상파다!”

개국을 앞두고 속속 라인업을 공개하고 있는 종편 4사는 종편간 각개전투와는 별개로 지상파와의 전쟁을 위한 연합전선을 마련했다.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12월1일 개국을 맞아 개국 공동 축하쇼를 방송한다.

미소 지을 자는 누구?
파이전쟁 과열

이날 오후 5시40분부터 7시50분까지 진행되는 종합편성채널 개국 공동 축하쇼 <더 좋은 방송이야기>는 종편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자리이자, 시청자들에게 예전보다 한층 다양해진 콘텐츠를 선보일 종편 4사를 소개하는 자리다.

종편 측은 특히 기존 방송 프로그램들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참신한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결코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양질의 방송을 선보이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날 축하쇼는 화려한 개막식에 이어 유명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먼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되는 1부 개막식은 방송인 손범수가 진행한다. 삼성무용단의 북춤과 ‘탄생’을 형상화한 대 군무(‘태동과 탄생’)를 시작으로 개국 선포식, 종합편성채널 4개사의 채널 소개가 이어진다. 또 가수 박정현과 원더걸스, 미쓰에이의 축하무대가 꾸며진다.

이어 2부는 시청자들과 시민들이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쇼를 즐길 수 있도록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펼쳐진다. 김건모, 김장훈, 샤이니, 소녀시대,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 인순이 등 국내 톱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해 화려하면서도 각기 특색 있는 멋진 축하무대로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달굴 계획이다.

아울러 1, 2부 중간에는 국내 유명인사들이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방송된다. 이날 축하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초 청와대 측은 연합 보도채널을 포함해 5개사가 함께 행사를 한다면 참석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종편 측은 “새로운 방송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알리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부탁했다.

통합 개국 행사와는 별개로 각 종편의 개국프로그램 간담회도 속속 진행돼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채널A는 11월24일 오전11시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개국프로그램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 개국을 알렸다. 이 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영돈 콘텐츠본부장은 “채널A의 강점은 좋은 콘텐츠를 골고루 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채널A가 도전장을 보낸 상대는 방송가의 터줏대감인 지상파 3사다. 이미 뿌리를 깊게 내리고 넘보지 못 할 아성을 과시하고 있는 지상파를 상대로 펼치는 대결이지만 패기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다. 이 본부장은 “케이블을 상대하려고 1000억 이상의 돈을 쏟아 부은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지상파가 경쟁자다”라고 못박았다.

사실 채널A는 다른 종편보다 약세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종편 4개사 중 초반 도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채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채널A측은 이같은 평가가 못내 자존심이 상한 눈치다. 이 본부장은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 속 채널A는 늘 약세 쪽에 포함돼 있다”며 “채널A는 어떤 종편보다 준비가 잘 돼 있는데 왜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jTBC가 선점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예능프로그램은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프로그램도 상당수다. 외주사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채널A의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해 편집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초반 러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너보단 내가 잘 나가
양보 없는 승부

관계자에 따르면, 채널A는 K-POP 서바이벌 드라마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제작한 프로그램을 다크호스로 내세울 모양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과 공동 제작했고 이와 더불어 뒷심을 발휘할 프로그램도 속속 줄을 세워뒀다. 

종편 각개전투의 최대 무기가 될 채널 번호는 개국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부여되지 않은 상황이다. 종편 4사가 하나같이 20번대 이하를 희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4사 중에서는 가장 앞 번호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협의 중인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종편4사는 빠르게 논의를 마무리하고 시험방송 등 이후 절차 역시 물 흐르듯 진행해 개국 일정을 맞출 계획이다.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가에 변화 흐름이 예상되자 케이블 채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와의 대결에서 일단 무릎을 꿇은 아픈 과거가 있지만, 이번에야 말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케이블은 재대결이니만큼 덩치를 키워 반짝 시선을 끌기 보다는 내실을 기한 프로그램으로 승부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지상파 계열 케이블 채널은 화려한 라인업보다는 다양한 신규 프로그램 자체 제작, 음원ㆍ공연 등으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음악채널 집중 편성, 실험적 장르의 시도 등을 통해 종편 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울러 외주 업체를 대거 끌어들인 종편과 달리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수를 늘려 실력을 과시할 태세다.

KBSN은 드라마와 예능에 집중하고 있는 종편과 달리 KBSN은 교양ㆍ스포츠ㆍ오락ㆍ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승부수를 띄운다. 먼저 HD 다큐멘터리 <서해5도 2011-경계에서> 1부가 11월23일 전파를 탔다. 드라마로는 <쩐의 전쟁 오리지널>과 범죄수사극 <신의 퀴즈2>의 이정표 감독이 연출을 맡은 12부작 <자체발광 그녀>(가제), 야구선수 아내의 내조법을 소개하는 <내조의 여왕>(가제) 등을 방영할 예정이다. 

MBC+는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여세를 몰아 음악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2월 정식 개국하는 MBC뮤직(옛 MBC게임)은 <슈퍼스타K>를 기획했던 M.net 홍수현 국장이 MBC뮤직 사업팀장으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으로 잘 알려진 스타PD 남태정 라디오PD가 센터장으로 영입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국은 미소 연발, 예능국은 골치가 지끈…왜?     
약자 케이블 채널, 내실 기해 재대결 나설 각오 

SBS 역시 음악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지난 11월1일 MTV와 손잡고 개국한 SBSMTV는 케이팝 열풍의 부가가치를 본격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SBSMTV는 지상파 SBS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인기 음악 콘텐츠 및 MTV의 세계적인 음악 콘텐츠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이용해 <SBSMTV 케이팝 20> <SBSMTV 팝 20> <90’s 톱10> 등 새로운 콘셉트의 음악 프로그램을 줄줄이 선보였다.

종편들은 하나같이 킬러 콘텐츠의 강점을 내세우며 지상파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 두터운 입지를 굳히고 있는 지상파 3사는 표면적으로는 종편의 도발에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연예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점잖은 척 뒷짐을 지고서는 보이지 않는 손을 뻗쳐 종편의 순항을 막고 있다.

당초 종편의 등장은 쏠림현상이 심한 연예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스타들에게 밀려 기회를 잡지 못하던 변두리 진주들에게 종편은 구세주와 같은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이돌에 스타MC에 밀려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던 예능인들은 종편의 러브콜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종편 캐스팅 보트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수혜를 본 예능인은 많지 않다. 한 연예관계자는 “종편에서 출연 제의를 해도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면서 “지상파의 눈치를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종편으로 냉큼 갔다가 지상파 출연이 어려워지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가요계에는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지상파 출연 금지라는 괴담도 나돈 바 있다. 지상파 측에서 이 건을 가지고 회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지상파측은 “출연 금지는 사실 무근”이라며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 지레 걱정하고 루머가 퍼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 루머라 해도 방송 출연권에 있어서는 천상 ‘을’의 입장인 매니지먼트들은 제 발목을 제가 붙잡고 있는 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큰 인기를 누렸던 모 가수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인기가 대단할 때야 루머에 개의치 않고 종편 출연을 결정했겠지만 지금은 사실 그렇지 못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갈 수 있으면 가보시지
번외 눈치작전

아무리 지상파 측에서 루머라고 못을 박아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루머라고 해도 종편이 아직 개국하지 않았으니 루머일지 사실일지는 모르는 일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모험을 하느니 지금까지 닦아온 관계라도 유지할 수 있게 종편 출연을 고사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종편의 수혜를 입은 것은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동등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대형 스타나 상대적으로 자의에 따라 이동이 가능한 배우들뿐이다. 스타제작진을 영입하며 킬러콘텐트 과시에 가장 앞장섰던 jTBC의 <인수대비>(가제)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 <발효가족> 등을 비롯해 MBN <갈수록 기세등등>, 채널A <천상의 화원-곰배령>, TV조선 <한반도> 등에는 스타 배우들이 거액의 개런티를 받고 출연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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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