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vs 지상파 힘겨루기 내막

굴러온 돌, 박힌 돌 빼내기 성공할까

[일요시사=박상미 기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종편 4사는 빠듯한 일정에 밤샘 근무도 불사하면 개국 적신호설에 맞서고 있다. 종편사 선정의 기쁨도 잠시, 콘텐츠 마련부터 출연진 캐스팅에 채널 배당까지 경쟁의 연속인 종편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여기에 종편의 싹부터 누르려는 지상파의 움직임이 더해져 종편전쟁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종편 본격 출범, 방송가 불꽃 튀는 파이전쟁 심화
밟고 밟는 싸움 번질 기세, 상생 기대는 시기상조  


오는 12월, 안방극장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적자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 그리고 경쟁을 관망 중인 케이블까지 방송사들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에 쏠린 시선이 뜨겁다.

“경쟁상대는 지상파다!”

개국을 앞두고 속속 라인업을 공개하고 있는 종편 4사는 종편간 각개전투와는 별개로 지상파와의 전쟁을 위한 연합전선을 마련했다.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12월1일 개국을 맞아 개국 공동 축하쇼를 방송한다.

미소 지을 자는 누구?
파이전쟁 과열

이날 오후 5시40분부터 7시50분까지 진행되는 종합편성채널 개국 공동 축하쇼 <더 좋은 방송이야기>는 종편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자리이자, 시청자들에게 예전보다 한층 다양해진 콘텐츠를 선보일 종편 4사를 소개하는 자리다.

종편 측은 특히 기존 방송 프로그램들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참신한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결코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양질의 방송을 선보이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날 축하쇼는 화려한 개막식에 이어 유명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먼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되는 1부 개막식은 방송인 손범수가 진행한다. 삼성무용단의 북춤과 ‘탄생’을 형상화한 대 군무(‘태동과 탄생’)를 시작으로 개국 선포식, 종합편성채널 4개사의 채널 소개가 이어진다. 또 가수 박정현과 원더걸스, 미쓰에이의 축하무대가 꾸며진다.

이어 2부는 시청자들과 시민들이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쇼를 즐길 수 있도록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펼쳐진다. 김건모, 김장훈, 샤이니, 소녀시대,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 인순이 등 국내 톱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해 화려하면서도 각기 특색 있는 멋진 축하무대로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달굴 계획이다.

아울러 1, 2부 중간에는 국내 유명인사들이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방송된다. 이날 축하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초 청와대 측은 연합 보도채널을 포함해 5개사가 함께 행사를 한다면 참석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종편 측은 “새로운 방송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알리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부탁했다.

통합 개국 행사와는 별개로 각 종편의 개국프로그램 간담회도 속속 진행돼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채널A는 11월24일 오전11시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개국프로그램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 개국을 알렸다. 이 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영돈 콘텐츠본부장은 “채널A의 강점은 좋은 콘텐츠를 골고루 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채널A가 도전장을 보낸 상대는 방송가의 터줏대감인 지상파 3사다. 이미 뿌리를 깊게 내리고 넘보지 못 할 아성을 과시하고 있는 지상파를 상대로 펼치는 대결이지만 패기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다. 이 본부장은 “케이블을 상대하려고 1000억 이상의 돈을 쏟아 부은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지상파가 경쟁자다”라고 못박았다.

사실 채널A는 다른 종편보다 약세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종편 4개사 중 초반 도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채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채널A측은 이같은 평가가 못내 자존심이 상한 눈치다. 이 본부장은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 속 채널A는 늘 약세 쪽에 포함돼 있다”며 “채널A는 어떤 종편보다 준비가 잘 돼 있는데 왜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jTBC가 선점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예능프로그램은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프로그램도 상당수다. 외주사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채널A의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해 편집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초반 러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너보단 내가 잘 나가
양보 없는 승부

관계자에 따르면, 채널A는 K-POP 서바이벌 드라마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제작한 프로그램을 다크호스로 내세울 모양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과 공동 제작했고 이와 더불어 뒷심을 발휘할 프로그램도 속속 줄을 세워뒀다. 

종편 각개전투의 최대 무기가 될 채널 번호는 개국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부여되지 않은 상황이다. 종편 4사가 하나같이 20번대 이하를 희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4사 중에서는 가장 앞 번호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협의 중인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종편4사는 빠르게 논의를 마무리하고 시험방송 등 이후 절차 역시 물 흐르듯 진행해 개국 일정을 맞출 계획이다.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가에 변화 흐름이 예상되자 케이블 채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와의 대결에서 일단 무릎을 꿇은 아픈 과거가 있지만, 이번에야 말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케이블은 재대결이니만큼 덩치를 키워 반짝 시선을 끌기 보다는 내실을 기한 프로그램으로 승부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지상파 계열 케이블 채널은 화려한 라인업보다는 다양한 신규 프로그램 자체 제작, 음원ㆍ공연 등으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음악채널 집중 편성, 실험적 장르의 시도 등을 통해 종편 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울러 외주 업체를 대거 끌어들인 종편과 달리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수를 늘려 실력을 과시할 태세다.

KBSN은 드라마와 예능에 집중하고 있는 종편과 달리 KBSN은 교양ㆍ스포츠ㆍ오락ㆍ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승부수를 띄운다. 먼저 HD 다큐멘터리 <서해5도 2011-경계에서> 1부가 11월23일 전파를 탔다. 드라마로는 <쩐의 전쟁 오리지널>과 범죄수사극 <신의 퀴즈2>의 이정표 감독이 연출을 맡은 12부작 <자체발광 그녀>(가제), 야구선수 아내의 내조법을 소개하는 <내조의 여왕>(가제) 등을 방영할 예정이다. 

MBC+는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여세를 몰아 음악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2월 정식 개국하는 MBC뮤직(옛 MBC게임)은 <슈퍼스타K>를 기획했던 M.net 홍수현 국장이 MBC뮤직 사업팀장으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으로 잘 알려진 스타PD 남태정 라디오PD가 센터장으로 영입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국은 미소 연발, 예능국은 골치가 지끈…왜?     
약자 케이블 채널, 내실 기해 재대결 나설 각오 

SBS 역시 음악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지난 11월1일 MTV와 손잡고 개국한 SBSMTV는 케이팝 열풍의 부가가치를 본격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SBSMTV는 지상파 SBS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인기 음악 콘텐츠 및 MTV의 세계적인 음악 콘텐츠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이용해 <SBSMTV 케이팝 20> <SBSMTV 팝 20> <90’s 톱10> 등 새로운 콘셉트의 음악 프로그램을 줄줄이 선보였다.

종편들은 하나같이 킬러 콘텐츠의 강점을 내세우며 지상파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 두터운 입지를 굳히고 있는 지상파 3사는 표면적으로는 종편의 도발에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연예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점잖은 척 뒷짐을 지고서는 보이지 않는 손을 뻗쳐 종편의 순항을 막고 있다.

당초 종편의 등장은 쏠림현상이 심한 연예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스타들에게 밀려 기회를 잡지 못하던 변두리 진주들에게 종편은 구세주와 같은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이돌에 스타MC에 밀려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던 예능인들은 종편의 러브콜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종편 캐스팅 보트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수혜를 본 예능인은 많지 않다. 한 연예관계자는 “종편에서 출연 제의를 해도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면서 “지상파의 눈치를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종편으로 냉큼 갔다가 지상파 출연이 어려워지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가요계에는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지상파 출연 금지라는 괴담도 나돈 바 있다. 지상파 측에서 이 건을 가지고 회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지상파측은 “출연 금지는 사실 무근”이라며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 지레 걱정하고 루머가 퍼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 루머라 해도 방송 출연권에 있어서는 천상 ‘을’의 입장인 매니지먼트들은 제 발목을 제가 붙잡고 있는 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큰 인기를 누렸던 모 가수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인기가 대단할 때야 루머에 개의치 않고 종편 출연을 결정했겠지만 지금은 사실 그렇지 못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갈 수 있으면 가보시지
번외 눈치작전

아무리 지상파 측에서 루머라고 못을 박아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루머라고 해도 종편이 아직 개국하지 않았으니 루머일지 사실일지는 모르는 일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모험을 하느니 지금까지 닦아온 관계라도 유지할 수 있게 종편 출연을 고사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종편의 수혜를 입은 것은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동등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대형 스타나 상대적으로 자의에 따라 이동이 가능한 배우들뿐이다. 스타제작진을 영입하며 킬러콘텐트 과시에 가장 앞장섰던 jTBC의 <인수대비>(가제)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 <발효가족> 등을 비롯해 MBN <갈수록 기세등등>, 채널A <천상의 화원-곰배령>, TV조선 <한반도> 등에는 스타 배우들이 거액의 개런티를 받고 출연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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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