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조건 빵빵한 배우자에 대한 선호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결혼 적령기의 사람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는 답이 있기는 하나 모든 사람들이 사랑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배우자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 이다. 다시 말해 사람마다 이상적인 배우자 조건은 다양하지만, 그 조건이 어떻든 상대방이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결혼을 결심하는데 있어 가장 고려하게 되는 사항이라는 말이다. 최초의 만남이야 우연적이고 비계산적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만남이 결혼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보통. 그렇다면 대한민국 미혼남녀들은 소위말해 ‘조건 빵빵한’ 배우자와의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미혼여, “조건만 좋은 배우자라면 외도쯤이야 쿨하게 OK”
미혼남, “미모의 여친과 결혼 후, 필사적으로 외도 막겠다"


“조건만 좋으면 결혼 후 이성 들끓어도 신경 안 써요~”

예비 신랑신부들은 경제력이나 외모 등 상대의 조건이 아주 좋으면 결혼 후 이성들이 주변에 들끓을 가능성이 있어도 결혼을 하는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고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연애결혼 정보업체 커플예감 필링유와 공동으로 지난 7일∼12일에 걸쳐 전국의 결혼희망 미혼남녀 554명(남녀 각 277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조건이 너무 좋아 결혼 후에도 이성들로부터 인기가 높을 것 같은 사람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선호도’를 설문조사한  결과이다. 

‘외도 가능성’ 감수

이 질문에 대해 남성 응답자의 56.7%와 여성의 46.4%가 ‘(배우자감으로서) 아주 좋다’(남 35.4%, 여 17.3%)거나 ‘좋은 편’(남 21.3%, 여 29.1%)과 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비중이 가장 높게 나온 것. 

다음으로 ‘그저 그렇다’(남 28.4%, 여 40.7%)는 대답이 뒤따랐고, ‘별로이다’와 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비중은 남성 14.9%, 여성 12.9%에 불과했다. 

자세한 응답 분포를 보면 남성의 경우 ‘아주 좋다’-‘보통이다’-‘좋은 편’-‘별로이다’ 등의 순이고, 여성은 ‘보통이다’가 가장 높고, ‘좋은 편’-‘아주 좋다’-‘별로이다’ 등의 순이다. 

조건만 좋으면 결혼하겠다는 응답비중이 남녀 모두 매우 높으나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집 장만이나 자녀교육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남성의 외벌이만으로는 생활이 벅차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류모(31·남)씨는 “외모나 성격도 중요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맞벌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배우자의 조건과 능력도 중요한 것 같다”며 “옛날처럼 한 사람 월급만으로 허리띠 졸라매며 살림살이해서야 언제 집 장만하고 차 굴리고 내 생활을 즐기면서 살 수 있겠냐”고 말했다.

비에나래의 손동규 커플위원장은 “남녀 모두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일단 최고 조건의 이성과 결혼을 하고 부차적인 문제는 그때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특히 결혼 후 외도 가능성은 여성보다 남성이 높기 때문에 조건 좋은 사람에 대한 선호도에서 남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라고 덧붙였다.  

‘이성들로부터 인기가 너무 많아 결혼 후 외도 가능성이 있을 경우의 대처 방안’을 묻는 질문에서는 남녀 비슷한 응답 순위를 보였다. ‘지극정성으로 잘해준다’(남 54.9%, 여 46.9%)는 답변이 가장 많고,  ‘(외도) 기회를 차단한다’(남 30.9%, 여 35.3%)와 ‘감시를 철저히 한다’(남 7.0%, 여 11.8%) 등이 그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외도 방지책’ 세워

직장인 배모(29·여)씨는 “결혼 후 잘난 남편의 1회적 충동으로 성적 외도는 한 번쯤 눈감아 줄 수 있겠지만, 정서적 외도는 아무리 잘난 남편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며 “물론 그렇게 돼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게 됐다고 해도 가정을 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은 다 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대한 잘해주고 아내로서의 내조를 충실히 해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남편이 느끼도록 하고 전문가와의 상담 등을 통해 외도를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해 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필링유의 손숙현 커플매니저는 “요즘 20, 30대들은 남녀 모두 자신감이 매우 높다”라며 “결혼만 하면 상대를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문결과를 해석했다. 

사실 좋은 배우자를 고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었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설령 좋은 짝을 만나 결혼했다 해도 그것은 사랑의 출발선일 뿐이다. ‘조건’이 아무리 좋은 배우자를 만났어도 서로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진정한 결혼생활은 결코 완성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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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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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