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브래드 피트 첫 내한

“오스카 상, 받으면 좋겠지만…”

[일요시사=박상미 기자]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처음으로 한국팬과 만남을 가졌다. 브래드 피트는 신작 <머니볼>의 프로모션차 11월14일 밤 김포공항을 통해 방한, 이튿날 공식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행사를 소화했다.

인생역전 스토리 <머니볼> 프로모션차 1박 2일간 한국 방문 

브래드 피트는 15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올블랙 콘셉트의 의상과 두꺼운 뿔테 안경, 단발 머리에 적당히 수염을 기르고 나타난 브래드 피트는 전성기시절 여심을 뒤흔들었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브래드 피트는 이날 여유 있는 손인사에 이어 “안녕, 하세요”라는 어눌한 한국어로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국에 처음으로 온 것이니 만큼 설렘과 긴장이 교차한다”면서 “지난해 한국에 왔던 아내 안젤리나 졸리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 꼭 방문하고 싶었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머니볼>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해 기대가 남다르다. 극중 오합지졸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빈으로 분한 브래드 피트는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산해 올해 ‘오스카 상’ 유력한 후보자로 떠올랐다. 그는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수상을 한다면 큰 즐거움이 될 것 같다”고 넌지시 기대를 내비쳤다.

과거 멜로 영화 <가을의 전설> 등을 통해 마성의 배우로 세계 영화 팬을 사로잡은 스타였던 브래드 피트는 그간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오랜 시간은 연기의 폭뿐만 아니라 외모와 인생관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나이듦과 함께 지혜가 생기니 나이 드는 것이 좋다”면서 “젊음보다는 지혜를 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연기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산업의 발전에 일조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배우를 넘어 제작자로 가능성 있는 신예들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밀고자 한다. 브래드 피트는 한국 롯데시네마와 손을 잡고 거대한 좀비영화 <월드 워 Z>의 제작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다.


최근 “50세까지만 연기할 것”이라는 내용의 인터뷰로 불거진 은퇴설은 이 과정에서 흘러나왔다. 브래드 피트는 “연기생활의 기한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은퇴설을 일축했다. 그는 “영화 제작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지 배우로서 은퇴를 이야기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재능이 있는 배우와 제작진에게 투자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브래드 피트를 한국으로 이끈 영화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를 전전하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성공신화를 그렸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해 탄탄한 시나리오가 눈에 띄며, 경기 데이터를 분석해 오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들을 배치해 승률을 높이는 이론인 ‘머니볼’ 이론을 소재로 했다. 브래드 피트는 “한국 야구팬들의 열정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야구에 관한 이야기니 만큼 많은 기대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11월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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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