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졸한 돈벌이 수단 ‘파워블로거 퇴출’ 논란

돈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 “사업장이야 블로그야~”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어린이 여러분! 8억원 버는 것, 어렵지 않아요. 8억원을 벌려면 ‘파워블로거’가 되면 돼요.”
한창 인기몰이 중인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을 패러디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파워블로거들의 뒷돈거래를 꼬집은 내용이다. 최근 소비자를 기만한 파워블로거의 일탈행위 문제가 소비자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1년간 영리행위 수수료로 8억8000여만원이나 챙긴 블로거에게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을 뿐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악성블로거 퇴출’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문제가 있는 블로거를 모두 적발해 사이트 강제폐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과 “무작정 퇴출보다는 대책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측 “8억 챙기고도 아직 성업?…강제 폐쇄시켜야”
반대측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마련이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밝힌 파워블로거들의 영리행위는 예상보다 대가성이 크고 기업형이었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기업에서 수수료를 받아 제품을 소개하면서도 비영리 공동구매인 것처럼 위장한 파워블로거 7명중 4명에게 500만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나머지 3명에게는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중 한 파워블로거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말까지   158억 2천700만 원어치를 공동구매해 8억 8천여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돈맛 본 ‘블로거’

‘파워블로거’란 각 분야에서 대중 인지도가 높아 영향력이 큰 개인 홈페이지 운영자를 뜻한다. 공정위는 국내 등록된 온라인 쇼핑몰 6만여 개 중 10%인 6천 개 정도가 블로그나 카페 형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를 통한 온라인 쇼핑의 규모는 연간 약 2조 7천억 원에 이른다.

파워블로거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파워블로거가 공동구매를 진행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두통과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해 논란이 되기도 했고, 공동구매 수수료뿐 아니라 돈을 받고 제품 사용 후기를 좋게 쓰거나, 음식점이나 신제품을 품평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한 블로거도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럼에도 소비자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공정위가 조사한 네이버와 다음의 대표 블로그와 카페 50개 중 소비자 보호 규정을 지키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이뤄지는 공동구매는 개인이 사는 것보다 값이 많이 싸 소비자로서는 분명히 매력이 있다. 그렇지만 이를 빌미로 운영자가 소비자를 기만한 채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에 네티즌들은 소비자들을 속이고 영리행위를 취한 파워블로거들을 강제 퇴출시켜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를 높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말 너무 하네요. 이쯤되면 블로그 닫아야지 않겠어요? 아직도 성업 중이라니 뻔뻔하네요” “더 이상 ‘블로그’가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이고 이는 곳 사업장이 됐네요” “무슨 사기 당한 기분이 들어 불쾌하네요. 당장 폐쇄시켜야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euh***는 “소비자를 속이고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덕 블로거는 퇴출시켜야 마땅하다”며 “블로그는 일반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도메인 등록 및 유지 비용이 거의 안들고 서버 등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등 손쉽게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파워블로거의 이 같은 부도덕한 행태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이디 wkdbrnr***도 “인터넷쇼핑에서 ‘입소문 마케팅’의 홍보 효과가 높다는 점을 악용해 업체와 짜고 비영리 공동구매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다니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포털에서 운영 중인 카페나 블로그가 수만 개에 이르러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는데, 우리사회의 신뢰를 무너트리는 이들의 비양심적인 블로거들은 영원히 퇴출 시켜야된다”고 말했다.

과징금은 ‘껌 값’

반면 퇴출반대 입장에 선 네티즌들은 일탈행위를 한 파워블로거 퇴출에 앞서 파워블로거의 선정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sysy87***는 “그들이 소비자를 속이고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껌 값도 안 되는 과태료를 대폭 올리고 법 위반이 잦을 경우 블로그를 아예 폐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아울러 이번 기회에 카페나 블로그 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광고나 영업 행위에 대한 규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아이디 lees***도 “발생하는 이익에 반해 처벌이 경미하면 앞으로도 사람을 속이는 이런 파워 블로거들의 돈벌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들을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고 파워블로거의 거액 수수료 수입에 대해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로거들의 영리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이디 yun366***는 “미국에서처럼 블로거가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지하는 등의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며 “영리를 추구하는 블로거와 그렇지 않은 블로거를 엄격히 구분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비영리 블로그 활동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상 블로거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블로거의 전문 지식은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유용하고, 기업도 제품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블로거 문화를 살리고,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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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