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영화 <너는 펫> 인격모독 논란

“나는 집 지키는 개가 아니야”…남자들 뿔났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남자들이 제대로 뿔났다. KBS2 <개그콘서트> ‘애정남’에서 남자를 사람이 아닌 검은 동물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애완동물(영화 <너는 펫>)로 묘사해 남성 인격을 모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남성연대는 영화 개봉 전부터 성을 비하했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격 비하논란이 확산되며 네티즌들 사이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영화는 예정대로 개봉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주인과 남성 애완동물의 관계를 남녀 사랑의 일부로 포장하는 것을 두고 불편한 심경을 전하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영화를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돼 네티즌들 사이 찬반논란이 뜨겁다.

찬성측 “남자를 개 취급하는 영화 만들어서 돈벌이 하냐”
반대측 “즐기자고 만든 영화… 왜 다큐로 보는지 모르겠다”


요즘 혼자 살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사람’이 애완동물처럼 있어준다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 봤음직한 판타지와 현실의 미묘한 경계선, 영화 <너는 펫>은 일본 만화가 오가와 야요이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외모, 능력 등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연애에는 서툰 여주인공 지은(김하늘 분)이 상자 속에서 발견된 정체불명 강인호(장근석 분)와 동거하며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린다.

“이건 인격모독이야”

실제 영화 속에서는 지은의 펫이 된 강인호가 은이가 키우던 강아지 ‘모모’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모습들이 꽤나 적지 않다. 은이는 인호를 ‘모모’라 부르며 실제 애완견을 대하듯 재롱을 요구한다.
 
‘손’이라고 하면 자신의 손에 손을 올리게 하고, ‘빵’이라고 외치면 쓰러져 뒹구는 액션을 요구하기도 한다. 심지어 강아지 목걸이를 실제 액세서리로 걸어주기도 한다.

이에 남성연대는 남성을 ‘애완견’으로 설정해 여성 주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두고 남성 인격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남성연대는 홈페이지에 장근석, 김하늘 주연 <너는 펫>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게시자는 10일 개봉 예정인 영화 <너는 펫>에서 여성이 ‘주인님’으로 남성이 ‘개’로 표현돼 두 사람의 관계가 주인과 애완동물의 것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만약 ‘펫’ 역할을 여성이 했더라면,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하고 애교부리는 영화였다면 그래도 이 영화가 로맨스와 멜로가 충만한 영화인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개처럼 말 잘 듣는 남성을 상상하며 즐거웠다면, 개처럼 남성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상상도 해봐라.”라며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은 공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주장했다. 더불어 사랑은 상하의 관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이 존엄과 가치를 가진 상호 평등한 존재라는 전제 아래서 가능한 일임을 강조했다. 또한 재미를 위해 누군가의 인격이 모독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확고히 하며, “좋은 영화를 가려보는 작은 지혜가 당신의 머릿속을 청결하게 할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 지었다.

때 아닌 ‘인격모독 논란’에 휩싸였지만 영화는 지난 10일 정상적으로 개봉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된 후에도 ‘재미있긴 했지만 보고 나니 꽤 기분 나빴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 또한 막장극과 다를 게 없더라’, ‘남자라면 결코 유쾌할 수 있기 힘든 영화’라는 후기들이 적지 않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역시 찬반 양측으로 갈라져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아이디 qkdltbtb***는 “남자를 개 취급하는 영화 만들어서 자기네만 돈벌이하면 다입니까? 그로 인한 사회적인 책임이나 파장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라면서 “저 영화를 보고 저런 환상을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또 여러 기업들의 마케팅까지 겹쳐져서 그런 것을 당연시 여기는 풍조마저 조장된다면 이미 땅에 떨어져 있는 이 땅의 남성 인권은 아예 지하로까지 파고들어갈 것”이라고 강도 높게 영화내용을 비판했다.

또 다른 아이디 lees1***도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 상대방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 행동,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동 등은 말 그대로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다”라고 불쾌한 시선을 내비쳤다.

“영화는 영화일 뿐”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영화는 영화일 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주장이다. 아이디 yun08***는 “이 영화가 인격모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는펫>의 원작을 읽어나 봤는지 모르겠다”며 “남성을 펫의 이미지로 구현하긴 했지만 남성을 ‘개’처럼 부려먹고 ‘개’처럼 비하하지도 않는다. 남성들이 이렇게까지 반응해야 하는 영화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이디 emotion*** 역시 “가상의 일을 상상해 만든 영화에 ‘인격모독’이라는 주장은 너무 터무니 없다”며 “특히나 ‘문화 콘텐츠’ 라는 음악, 영화 같은 부분에서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상한 집단들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가중시키는 모습이 불편할 따름이다”라고 지적했다. 

“한 번쯤 생각해보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듯 하다”, “다양한 목소리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라는 입장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아이디 ssun***는 “‘영화는 영화일 뿐 따라하지 말자. 영화는 판타지 이다’라는 말들도 맞지만 실제로 영화 한 편이 세상에 미치는 파급력은 굉장하다”라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영화를 단순하게 재미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문제는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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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