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진 거짓말’로 본 복잡한 파라다이스 집안 탐구

한 지붕 두 가족 ‘카지노 재벌’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낸시랭과 왕진진의 갈등으로 화제가 된 그룹이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파라다이스 그룹이다. 낸시랭은 왕진진이 자신을 파라다이스 그룹의 혼외자라고 속였다고 폭로하면서 불똥이 튀었다. 눈길이 쏠린 파라다이스 그룹을 확인했다.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그의 남편 왕진진은 부부의 연을 맺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논란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낸시랭과 왕진진은 지난해 12월27일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왕진진의 과거 범죄 행적 의혹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혀 무관”
난처한 그룹

왕진진은 또 2011년 고 장자연의 지인이라며 고인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지만 진위 여부를 두고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왕진진이 파라다이스그룹의 혼외자라는 주장을 펴면서 세간의 눈길은 더욱 집중됐다. 

이와 관련 사기 혐의로 왕진진이 피소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라다이스 그룹과 왕진진과의 관계에 눈길이 쏠렸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사업가 A씨는 “(왕진진이) 지난해 3월 사업자금으로 3000만원을 빌려 간 뒤 1년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않고 있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왕진진이 자신을 파라다이스 전낙원 창업주의 아들이라며 5000억원대 소유 도자기로 아트펀드 사업을 하는 재력가라고 속인 후 접근해 3000만원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논란 속에서도 굳건해 보였던 낸시랭과 왕진진 부부 관계는 의외로 쉽게 깨졌다. 여기서도 어른거리는 것이 파라다이스 그룹이었다.

낸시랭은 왕진진이 파라다이스 전 창업주와는 무관하다면서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낸시랭은 한 언론사를 통해 “왕진진이 진실 고백만 했어도 새로운 삶을 함께할 계획이었다”며 왕진진의 모친과 대화하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의 어머니는 왕진진이 ‘내가 낳은 자식이고, 농사짓던 아버지는 전남 강진서 경운기 사고로 돌아가셨고, 전 회장(창업주)은 왕진진의 아버지가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낸-왕 갈등으로 전씨일가 가계도 주목
왕회장 혼외자? 창업주 이름 오르내려

하지만 왕진진이 다시 언론 등을 통해 반박하면서 진실게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왕진진은 23일 <일간스포츠>에 “낸시랭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공개한 문자 내용은 악용된 부분이 많다. 시골에 계신 (날 키워주신)어머니와 가족들이 모두 어처구니 없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팀을 꾸려 지금 법적대응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공방을 예고했다.

파라다이스 그룹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전 창업주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오르내리는 상황이 유쾌하지 않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2003년 배우 김상중이 전 창업주의 딸 전우경씨와 혼인이 임박했다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파라다이스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기사 내용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기사 전문에 전 창업주의 딸로 소개된 전우경 양은 초등학교 1학년 생 손녀의 이름”이라고 해명했다. 

최초 보도한 언론사도 해당 기사를 삭제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왕진진의 주장으로 전 창업주의 과거 악몽이 되살아났다.   

본의 아니게 이름이 오르내린 전 창업주는 카지노업계의 큰손으로 지난 2004년 11월3일 작고했다. 전 창업주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뒤 올림포스 관광호텔 대표이사로 관광업계에 발을 들였다. 

1973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카지노를 인수하면서 카지노 사업의 큰손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세운 파라다이스는 현재 서울, 부산, 제주, 도고, 인천, 아프리카 케냐 등에 호텔을 설립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1993년 6월 <한국일보> ‘카지노 5개 거느린 <밤의 황제>/전낙원씨는 누구인가’ 제하 기사에 따르면 전 창업주는 워커힐카지노 인수 후 1조원이 넘는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교술이 뛰어나고 재력도 탄탄해 정·관·재계는 물론 언론계 인사 등과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라다이스 그룹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서울과 인천, 부산 제주에 각각 1개소, 총 4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파라다이스는 연결기준 매출액 6680억419만원을 기록했다.

배다른 자녀
재산 다툼도 

전 창업주가 타개하고 나자 그가 소유한 상속분을 두고 골육상쟁이 벌어졌다. 전 창업주는 생전 두 번 혼인했다. 첫 번째 부인과는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과 전원미씨를 뒀으며, 두 번째 부인 사이에는 전지혜씨가 있다.

전지혜씨는 전 창업주의 상속재산에 대한 공정한 분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2006년 서울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혜씨는 소장을 통해 “2004년 11월3일 당시 전락원 회장의 사망으로 장남과 장녀, 차녀 등 세 남매가 공동상속인이 됐으나 장남인 전필립씨가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할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지혜씨 측은 상속 재산 규모는 예금규모만 최소 수천억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파라다이스 주식과 계열사의 주식을 합하면 상속재산 규모는 더 확대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외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전 회장이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할을 거부하면서 실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전 회장이 전 창업주 사망 직후 전 창업주의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고 유언에 따라 상속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상속재산을 모두 가져갔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 측은 전 창업주 상속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지난 2004년 11월3일 돌아가신 고 전 창업주의 상속 재산은 고인이 생전에 작성한 유언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상속됐다”며 “당시 지혜씨도 상속에 대한 이의 제기가 없는 상황에서 전 회장이 법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 성실한 납세자의 의무를 다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상속이 완료된지 2년여가 경과한 시점서 종결된 사안을 지혜씨가 문제시하며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피상속인인 전 창업주가 2004년 7월23일 법무법인 공증아래 유언 증서를 작성했다”며 “전 창업주의 재산 상속은 유언 증서의 내용에 따라 한 치 틀림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당시 소송은 이른바 배다른 남매지간의 소송으로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재판부는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듬해 열린 선고 공판서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는 지혜씨가 전 회장과, 고인의 큰딸 원미씨를 상대로 낸 상속재산 분할 청구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유언 공증에 참여한 사람들이 필립씨와 친할 뿐 전락원 전 회장과 친분이 없고, 유언을 작성한 장소가 사실과 다르다며 유언장이 무효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상속합의서를 작성한 것은 착오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착오란 외부 의사표시와 마음속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당사자가 모르는 것인데, 당시 원고의 마음속 의사에 대한 아무런 주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골육상쟁의 법정 다툼이 마무리된 이후 전 회장이 파라다이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 그룹 지주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의 지분 67.33%를 가지고 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주력 계열사 파라다이스를 비롯해 두성, 비노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투어, 파라다이스플래닝, 파라다이스에이치앤알, 파라다이스이앤에이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법정 분쟁 이후에도 지혜씨가 주력 계열사 파라다이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점이다. 지혜씨는 파라다이스글로벌, 학교법인계원학원, 파라다이스복지재단 등의 법인을 제외하면 전 회장을 제치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혜씨의 지분률은 1.9%로 전 회장의 지분 0.46%를 웃돈다. 이복 언니인 원미씨의 0.29%보다도 많은 지분이다. 한 차례 분쟁을 겪은 후 공존 관계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기꾼에 걸린
김상중도 등장

파라다이스그룹의 오너 일가 가풍은 은둔형 경영으로 유명하다. 이는 언론에 부정적인 이름이 오르내려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전 창업주는 문민정부 초기인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 탈세 혐의를 받고 검찰의 수사를 피해 3년간 도피생활을 했다. 

이후 귀국했으나 서울대병원서 치료를 받으며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전 창업주는 122억원을 탈세하고 1600만달러를 당국의 허가없이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결국 전 창업주는 재판에 넘겨져 1997년 2월 징역 5년 벌금 161억원 및 추징금 120억원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한 뒤 이듬해 8·15 특사로 석방됐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카지노 사업을 주력으로 그룹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에 사행성 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따라다닌다. 이 때문에 언론 등에 대한 노출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창업주부터 시작된 은둔형 경영은 아들인 전 회장이 물려받았다.

하지만 거액의 현금이 오고가는 사업인 만큼 사정당국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파라다이스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국세청은 이달 초 서울 중구 동호로 소재 파라다이스그룹 본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소속 조사요원들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011년 이후 6년 만에 이루어지는 정기세무조사였다. 하지만 지난 2006년과 2011년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어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

부정적인 이미지 부각
과거 일가 사칭 사건도

특별세무조사는 조사4국이 투입된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서울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하는 것은 비자금 조성 등 구체적인 탈세 혐의를 포착했을 경우다. 피조사자에게 통보 없이 조사해 비정기 세무조사라고도 한다. 

세무조사 과정서 탈세 행위 등이 드러나면 세금 추징하고 검찰 고발한다. 이 때문에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재계의 눈길이 쏠린다.

2011년 정기 세무조사에서는 거액의 세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당시 세무조사에서는 파라다이스가 148억원 상당의 추징금 부과 결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다이스는 공시를 통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2006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의 법인세 신고·납부 내용에 대한 통합세무조사를 받고, 추징금 148억7627만원을 부과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전 회장은 은둔형 경영자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인 사업과 문화적인 사업 등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가 지난달 아시아 모던&컨템포러리 예술전시공간인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PARADISE ART SPACE)’를 개관했을 당시도 전 회장은 적극적으로 사업을 설명했다.

당시 전 회장은 “국내외 유수 아티스트의 대표작 소개와 관람객 참여를 유도하는 체험형 전시 기획을 통해 국적을 넘나드는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는 파라다이스그룹이 수집해 온 주요 미술품과 새로운 현대미술 기획 전시를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데미안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제프쿤스, 카우스 등 동시대 가장 핫한 세계 유명 미술 작품이 곳곳에 배치돼있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은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과 부인 최윤정(48)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은 올해 세계적인 영국 미술전문 계간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200대 컬렉터’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이름도 올라있다.

사행 이미지
문화로 쇄신

재계의 한 관계자는 “파라다이스 그룹의 성장이면에는 사행성 사업이란 어두운 면이 자리잡고 있다”며 “왕진진의 거짓말 논란은 어둠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호기심 때문에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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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