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진 거짓말’로 본 복잡한 파라다이스 집안 탐구

한 지붕 두 가족 ‘카지노 재벌’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낸시랭과 왕진진의 갈등으로 화제가 된 그룹이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파라다이스 그룹이다. 낸시랭은 왕진진이 자신을 파라다이스 그룹의 혼외자라고 속였다고 폭로하면서 불똥이 튀었다. 눈길이 쏠린 파라다이스 그룹을 확인했다.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그의 남편 왕진진은 부부의 연을 맺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논란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낸시랭과 왕진진은 지난해 12월27일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왕진진의 과거 범죄 행적 의혹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혀 무관”
난처한 그룹

왕진진은 또 2011년 고 장자연의 지인이라며 고인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지만 진위 여부를 두고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왕진진이 파라다이스그룹의 혼외자라는 주장을 펴면서 세간의 눈길은 더욱 집중됐다. 

이와 관련 사기 혐의로 왕진진이 피소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라다이스 그룹과 왕진진과의 관계에 눈길이 쏠렸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사업가 A씨는 “(왕진진이) 지난해 3월 사업자금으로 3000만원을 빌려 간 뒤 1년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않고 있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왕진진이 자신을 파라다이스 전낙원 창업주의 아들이라며 5000억원대 소유 도자기로 아트펀드 사업을 하는 재력가라고 속인 후 접근해 3000만원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논란 속에서도 굳건해 보였던 낸시랭과 왕진진 부부 관계는 의외로 쉽게 깨졌다. 여기서도 어른거리는 것이 파라다이스 그룹이었다.

낸시랭은 왕진진이 파라다이스 전 창업주와는 무관하다면서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낸시랭은 한 언론사를 통해 “왕진진이 진실 고백만 했어도 새로운 삶을 함께할 계획이었다”며 왕진진의 모친과 대화하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의 어머니는 왕진진이 ‘내가 낳은 자식이고, 농사짓던 아버지는 전남 강진서 경운기 사고로 돌아가셨고, 전 회장(창업주)은 왕진진의 아버지가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낸-왕 갈등으로 전씨일가 가계도 주목
왕회장 혼외자? 창업주 이름 오르내려

하지만 왕진진이 다시 언론 등을 통해 반박하면서 진실게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왕진진은 23일 <일간스포츠>에 “낸시랭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공개한 문자 내용은 악용된 부분이 많다. 시골에 계신 (날 키워주신)어머니와 가족들이 모두 어처구니 없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팀을 꾸려 지금 법적대응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공방을 예고했다.

파라다이스 그룹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전 창업주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오르내리는 상황이 유쾌하지 않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2003년 배우 김상중이 전 창업주의 딸 전우경씨와 혼인이 임박했다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파라다이스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기사 내용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기사 전문에 전 창업주의 딸로 소개된 전우경 양은 초등학교 1학년 생 손녀의 이름”이라고 해명했다. 

최초 보도한 언론사도 해당 기사를 삭제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왕진진의 주장으로 전 창업주의 과거 악몽이 되살아났다.   

본의 아니게 이름이 오르내린 전 창업주는 카지노업계의 큰손으로 지난 2004년 11월3일 작고했다. 전 창업주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뒤 올림포스 관광호텔 대표이사로 관광업계에 발을 들였다. 

1973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카지노를 인수하면서 카지노 사업의 큰손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세운 파라다이스는 현재 서울, 부산, 제주, 도고, 인천, 아프리카 케냐 등에 호텔을 설립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1993년 6월 <한국일보> ‘카지노 5개 거느린 <밤의 황제>/전낙원씨는 누구인가’ 제하 기사에 따르면 전 창업주는 워커힐카지노 인수 후 1조원이 넘는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교술이 뛰어나고 재력도 탄탄해 정·관·재계는 물론 언론계 인사 등과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라다이스 그룹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서울과 인천, 부산 제주에 각각 1개소, 총 4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파라다이스는 연결기준 매출액 6680억419만원을 기록했다.

배다른 자녀
재산 다툼도 

전 창업주가 타개하고 나자 그가 소유한 상속분을 두고 골육상쟁이 벌어졌다. 전 창업주는 생전 두 번 혼인했다. 첫 번째 부인과는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과 전원미씨를 뒀으며, 두 번째 부인 사이에는 전지혜씨가 있다.

전지혜씨는 전 창업주의 상속재산에 대한 공정한 분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2006년 서울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혜씨는 소장을 통해 “2004년 11월3일 당시 전락원 회장의 사망으로 장남과 장녀, 차녀 등 세 남매가 공동상속인이 됐으나 장남인 전필립씨가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할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지혜씨 측은 상속 재산 규모는 예금규모만 최소 수천억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파라다이스 주식과 계열사의 주식을 합하면 상속재산 규모는 더 확대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외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전 회장이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할을 거부하면서 실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전 회장이 전 창업주 사망 직후 전 창업주의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고 유언에 따라 상속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상속재산을 모두 가져갔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 측은 전 창업주 상속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지난 2004년 11월3일 돌아가신 고 전 창업주의 상속 재산은 고인이 생전에 작성한 유언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상속됐다”며 “당시 지혜씨도 상속에 대한 이의 제기가 없는 상황에서 전 회장이 법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 성실한 납세자의 의무를 다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상속이 완료된지 2년여가 경과한 시점서 종결된 사안을 지혜씨가 문제시하며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피상속인인 전 창업주가 2004년 7월23일 법무법인 공증아래 유언 증서를 작성했다”며 “전 창업주의 재산 상속은 유언 증서의 내용에 따라 한 치 틀림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당시 소송은 이른바 배다른 남매지간의 소송으로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재판부는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듬해 열린 선고 공판서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는 지혜씨가 전 회장과, 고인의 큰딸 원미씨를 상대로 낸 상속재산 분할 청구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유언 공증에 참여한 사람들이 필립씨와 친할 뿐 전락원 전 회장과 친분이 없고, 유언을 작성한 장소가 사실과 다르다며 유언장이 무효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상속합의서를 작성한 것은 착오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착오란 외부 의사표시와 마음속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당사자가 모르는 것인데, 당시 원고의 마음속 의사에 대한 아무런 주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골육상쟁의 법정 다툼이 마무리된 이후 전 회장이 파라다이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 그룹 지주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의 지분 67.33%를 가지고 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주력 계열사 파라다이스를 비롯해 두성, 비노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투어, 파라다이스플래닝, 파라다이스에이치앤알, 파라다이스이앤에이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법정 분쟁 이후에도 지혜씨가 주력 계열사 파라다이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점이다. 지혜씨는 파라다이스글로벌, 학교법인계원학원, 파라다이스복지재단 등의 법인을 제외하면 전 회장을 제치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혜씨의 지분률은 1.9%로 전 회장의 지분 0.46%를 웃돈다. 이복 언니인 원미씨의 0.29%보다도 많은 지분이다. 한 차례 분쟁을 겪은 후 공존 관계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기꾼에 걸린
김상중도 등장

파라다이스그룹의 오너 일가 가풍은 은둔형 경영으로 유명하다. 이는 언론에 부정적인 이름이 오르내려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전 창업주는 문민정부 초기인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 탈세 혐의를 받고 검찰의 수사를 피해 3년간 도피생활을 했다. 

이후 귀국했으나 서울대병원서 치료를 받으며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전 창업주는 122억원을 탈세하고 1600만달러를 당국의 허가없이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결국 전 창업주는 재판에 넘겨져 1997년 2월 징역 5년 벌금 161억원 및 추징금 120억원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한 뒤 이듬해 8·15 특사로 석방됐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카지노 사업을 주력으로 그룹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에 사행성 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따라다닌다. 이 때문에 언론 등에 대한 노출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창업주부터 시작된 은둔형 경영은 아들인 전 회장이 물려받았다.

하지만 거액의 현금이 오고가는 사업인 만큼 사정당국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파라다이스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국세청은 이달 초 서울 중구 동호로 소재 파라다이스그룹 본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소속 조사요원들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011년 이후 6년 만에 이루어지는 정기세무조사였다. 하지만 지난 2006년과 2011년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어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

부정적인 이미지 부각
과거 일가 사칭 사건도

특별세무조사는 조사4국이 투입된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서울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하는 것은 비자금 조성 등 구체적인 탈세 혐의를 포착했을 경우다. 피조사자에게 통보 없이 조사해 비정기 세무조사라고도 한다. 

세무조사 과정서 탈세 행위 등이 드러나면 세금 추징하고 검찰 고발한다. 이 때문에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재계의 눈길이 쏠린다.

2011년 정기 세무조사에서는 거액의 세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당시 세무조사에서는 파라다이스가 148억원 상당의 추징금 부과 결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다이스는 공시를 통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2006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의 법인세 신고·납부 내용에 대한 통합세무조사를 받고, 추징금 148억7627만원을 부과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전 회장은 은둔형 경영자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인 사업과 문화적인 사업 등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가 지난달 아시아 모던&컨템포러리 예술전시공간인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PARADISE ART SPACE)’를 개관했을 당시도 전 회장은 적극적으로 사업을 설명했다.

당시 전 회장은 “국내외 유수 아티스트의 대표작 소개와 관람객 참여를 유도하는 체험형 전시 기획을 통해 국적을 넘나드는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는 파라다이스그룹이 수집해 온 주요 미술품과 새로운 현대미술 기획 전시를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데미안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제프쿤스, 카우스 등 동시대 가장 핫한 세계 유명 미술 작품이 곳곳에 배치돼있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은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과 부인 최윤정(48)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은 올해 세계적인 영국 미술전문 계간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200대 컬렉터’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이름도 올라있다.

사행 이미지
문화로 쇄신

재계의 한 관계자는 “파라다이스 그룹의 성장이면에는 사행성 사업이란 어두운 면이 자리잡고 있다”며 “왕진진의 거짓말 논란은 어둠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호기심 때문에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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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