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모친 살해 양부에게 유산까지 빼앗긴 아들

“피해자 목에 ‘방울’다는 사회?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지난 2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살인자가 어머니의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만 건이 넘는 조회기록을 남기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슬픔과 분노가 가득 담긴 글을 올린 사람은 바로 살해당한 여성의 아들이다. 글에서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계부에게 어머니가 평생 동안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은 아들. 이 거액의 상속자가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이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법원, “부인 살해한 계부에게 아들재산도 넘겨라?”
아들, “삶의 보금자리도 잃고, 빚만 수억원 떠안아”

지난 2008년 3월 모텔을 운영하는 재력가의 한 여성이 재혼한 남편에게 살해됐다. 그런데 이 살인범은 반성은커녕 자신이 살해한 부인의 재산이 모두 자기 것이라며 양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라고 생각한 양아들은 이내 뒤통수를 맞았다. 법원이 이 계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계부의 손에 어머니를 잃은 아들은 재산마저 모두 계부에게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안게 생긴 아들. 지금부터 그 기막힌 사연을 들여다봤다.

재혼으로 행복 꿈꾼 엄마
양부에게 무참히 살해돼

아들 김모(33)씨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어머니 홍모(2008년 사망)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그 후 홍씨는 강남의 아파트와 위자료로 횟집과 모터보트임대업, 목욕탕업 등의 사업을 운영하며 홀로 외아들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지난 1995년 서모(54)씨를 알게 되었고, 둘은 97년 재혼했다. 당시 양부인 서씨는 세 번째 결혼이었고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자식이 있는 상태였다.

서씨와 재혼을 하고 홍씨는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하면서 그 돈으로 인천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모텔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홍씨의 두 번째 결혼 역시 순탄치 못했다. 재혼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터 홍씨와 서씨의 말다툼이 자주 일어났고 이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곤 했다.

당시 양부인 서씨가 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노름의 습벽을 버리지 못했고, 외도를 하는 등 혼인파탄을 초래하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다는 게 아들 김씨의 주장이다. 

부부싸움이 자주 일어나자 홍씨는 군대 전역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김씨를 찾아와 양부와의 불화관계 등을 설명하면서 “인천에 내려와 모텔을 함께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김씨는 2005년부터 어머니 홍씨와 함께 모텔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김씨가 모텔사업에 합류한 이후에도 양부인 서씨와의 불화로 어머니 홍씨는 늘 괴로워했다. 서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이혼해 줄 테니 위자료로 10억을 내놓으라”는 말 뿐이었다. 터무니없는 위자료 요구에 홍씨는 이혼절차를 밟을 수 없었고,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2008년 어느 날, 어머니 홍씨는 양부와 최종적인 담판을 하겠다며 홍씨의 친정인 춘천으로 서씨와 함께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날 김씨는 외삼촌으로부터 어머니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두 사람에게 별채의 방을 줬는데 다음날 점심 때까지도 인기척이 없어 식사하라고 찾아갔더니, 양부는 없고 어머니는 침대에서 떨어진 채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내연녀의 집에 머물러 있던 양부 서씨는 이틀 뒤 자수했다. 서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을 하다 좀 세게 밀었을 뿐이다. 그런데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부검결과 거짓진술임이 들통 났다.

아들 김씨는 “부검결과 어머니는 목 설골이 부러졌는데, 그것은 강한 힘으로 아주 오랫동안 눌렀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며 “결국 양부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를 살해사실을 인정한 후 내연녀의 집에 숨어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스스로 문란한 사생활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살인 저질러 놓고
재산까지 탐내는 양부

그 후 남편 서씨는 부인 홍씨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7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유책배우자로서 재산상속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부인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상속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씨는 부인의 재산은 명의신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즉 자신의 돈을 줬고 그 돈으로 모든 재산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아들 김씨는 “어머니 장례식장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던 양부의 가족은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와중에 어머니와 제가 함께 운영하던 모텔을 점령하면서 이제부터 모텔은 자신들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들은 어머니가 맨몸으로 양부와 결혼했고 건물을 지었을 때 투자한 돈은 모두 양부의 돈이었으며, 그러니 이제 이 건물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김씨는 실랑이 끝에 경찰을 불러 그들을 일단 몰아내긴 했지만 이때부터 민사소송이 시작됐다. 그리고 열린 1심과 2심 재판. 날벼락 같은 판결이 떨어졌다. 양부의 명의신탁이 인정돼 모텔을 포함한 어머니의 재산을 양부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었다.


살해 후에 재산 가로채는 행위, 법이 정당화 시켜
유사범죄로 악용되지 않도록 끝까지 진실 밝혀야


1심에선 총 재산 중 양부에게 90%, 아들 김씨에게 10%의 재산을 나눠 가지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9월19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재판은 1심보다 더 한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아들 김씨가 명의신탁된 모텔을 무단으로 점유했으니 3년간 운영했던 모텔 임대료 역시 양부에게 줄 것을 판시했다. 또 모텔업을 하면서 생긴 리모델링 비용이나 채무관계 등은 모두 아들 김씨에게 떠넘겨졌다.

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던 모텔을 상속받아 상속세까지 납부하며 영업하고 있었고, 모텔을 담보로 낡은 인테리어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내부공사를 하는 등 최근까지 영업해 왔었다. 

그러나 2심 재판의 판결은 “상속세까지 내고 상속받은 모텔을, 어머니를 살해하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양부 서씨의 재산”이라 판결하고 “양부 서씨의 모텔을 양아들 김씨가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어 내부 수리비 6억원은 양아들 김씨가 갚고, 2009년 8월부터 이사건 판결 확정일까지 매월9850만원(약3억원)을 어머니를 죽인 양부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입장은 이렇다. “양부는 부동산 취득 자금의 근거를 제시했고 양부의 아들은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당시 양부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 측의 어머니는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동산 취득에 필요한 자금은 양부가 제공했음을 짐작케 한다”는 것이다. 

판례 없다고 가해자에게
‘유리한 법’이 되어서야

하지만 죽은 홍씨의 아들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어머니 재산을 나라에 세금으로 다 내야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분하고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배우자에게 재산을 주기 싫으면 배우자를 죽인 뒤 막말로 7년만 교도소에서 살고 나오면 그 재산이 다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살인을 한 자가 피해자의 재산까지 차지하게 되는 형국이라니….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며 “재판의 결과는 하나의 판례로 남고 비슷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와 같은 유사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널리 알려지고 바로 잡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아들 김씨는 어머니가 직접 모텔부지를 매매한 흔적을 제시했다. 그리고 오히려 양부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건물을 지을 당시 계약서, 등기권리증 등 각종 서류가 모두 어머니 이름이었고 직원들 월급까지 어머니 명의로 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는 법정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양부가 어머니 홍씨에게 쓴 각서도 발견됐다. ‘결혼 이후 형성된 모든 재산은 어머니의 것’이라는 내용의 양부의 친필각서(양부 스스로도 인정)였지만, 공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양부인 서씨의 가족들은 모든 재산이 자신들의 것이 맞고 법원으로부터 정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홍씨 명의로 된 재산은 가족들의 토지보상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들 김씨는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7일 G법무법인을 피고의 소송 대리인으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다른 한 쪽은 침묵하는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함은 분명하다. 주머니에 든 칼은 언젠가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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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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