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모친 살해 양부에게 유산까지 빼앗긴 아들

“피해자 목에 ‘방울’다는 사회?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지난 2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살인자가 어머니의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만 건이 넘는 조회기록을 남기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슬픔과 분노가 가득 담긴 글을 올린 사람은 바로 살해당한 여성의 아들이다. 글에서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계부에게 어머니가 평생 동안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은 아들. 이 거액의 상속자가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이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법원, “부인 살해한 계부에게 아들재산도 넘겨라?”
아들, “삶의 보금자리도 잃고, 빚만 수억원 떠안아”

지난 2008년 3월 모텔을 운영하는 재력가의 한 여성이 재혼한 남편에게 살해됐다. 그런데 이 살인범은 반성은커녕 자신이 살해한 부인의 재산이 모두 자기 것이라며 양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라고 생각한 양아들은 이내 뒤통수를 맞았다. 법원이 이 계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계부의 손에 어머니를 잃은 아들은 재산마저 모두 계부에게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안게 생긴 아들. 지금부터 그 기막힌 사연을 들여다봤다.

재혼으로 행복 꿈꾼 엄마
양부에게 무참히 살해돼

아들 김모(33)씨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어머니 홍모(2008년 사망)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그 후 홍씨는 강남의 아파트와 위자료로 횟집과 모터보트임대업, 목욕탕업 등의 사업을 운영하며 홀로 외아들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지난 1995년 서모(54)씨를 알게 되었고, 둘은 97년 재혼했다. 당시 양부인 서씨는 세 번째 결혼이었고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자식이 있는 상태였다.

서씨와 재혼을 하고 홍씨는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하면서 그 돈으로 인천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모텔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홍씨의 두 번째 결혼 역시 순탄치 못했다. 재혼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터 홍씨와 서씨의 말다툼이 자주 일어났고 이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곤 했다.

당시 양부인 서씨가 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노름의 습벽을 버리지 못했고, 외도를 하는 등 혼인파탄을 초래하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다는 게 아들 김씨의 주장이다. 

부부싸움이 자주 일어나자 홍씨는 군대 전역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김씨를 찾아와 양부와의 불화관계 등을 설명하면서 “인천에 내려와 모텔을 함께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김씨는 2005년부터 어머니 홍씨와 함께 모텔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김씨가 모텔사업에 합류한 이후에도 양부인 서씨와의 불화로 어머니 홍씨는 늘 괴로워했다. 서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이혼해 줄 테니 위자료로 10억을 내놓으라”는 말 뿐이었다. 터무니없는 위자료 요구에 홍씨는 이혼절차를 밟을 수 없었고,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2008년 어느 날, 어머니 홍씨는 양부와 최종적인 담판을 하겠다며 홍씨의 친정인 춘천으로 서씨와 함께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날 김씨는 외삼촌으로부터 어머니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두 사람에게 별채의 방을 줬는데 다음날 점심 때까지도 인기척이 없어 식사하라고 찾아갔더니, 양부는 없고 어머니는 침대에서 떨어진 채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내연녀의 집에 머물러 있던 양부 서씨는 이틀 뒤 자수했다. 서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을 하다 좀 세게 밀었을 뿐이다. 그런데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부검결과 거짓진술임이 들통 났다.

아들 김씨는 “부검결과 어머니는 목 설골이 부러졌는데, 그것은 강한 힘으로 아주 오랫동안 눌렀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며 “결국 양부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를 살해사실을 인정한 후 내연녀의 집에 숨어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스스로 문란한 사생활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살인 저질러 놓고
재산까지 탐내는 양부

그 후 남편 서씨는 부인 홍씨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7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유책배우자로서 재산상속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부인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상속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씨는 부인의 재산은 명의신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즉 자신의 돈을 줬고 그 돈으로 모든 재산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아들 김씨는 “어머니 장례식장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던 양부의 가족은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와중에 어머니와 제가 함께 운영하던 모텔을 점령하면서 이제부터 모텔은 자신들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들은 어머니가 맨몸으로 양부와 결혼했고 건물을 지었을 때 투자한 돈은 모두 양부의 돈이었으며, 그러니 이제 이 건물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김씨는 실랑이 끝에 경찰을 불러 그들을 일단 몰아내긴 했지만 이때부터 민사소송이 시작됐다. 그리고 열린 1심과 2심 재판. 날벼락 같은 판결이 떨어졌다. 양부의 명의신탁이 인정돼 모텔을 포함한 어머니의 재산을 양부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었다.


살해 후에 재산 가로채는 행위, 법이 정당화 시켜
유사범죄로 악용되지 않도록 끝까지 진실 밝혀야


1심에선 총 재산 중 양부에게 90%, 아들 김씨에게 10%의 재산을 나눠 가지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9월19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재판은 1심보다 더 한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아들 김씨가 명의신탁된 모텔을 무단으로 점유했으니 3년간 운영했던 모텔 임대료 역시 양부에게 줄 것을 판시했다. 또 모텔업을 하면서 생긴 리모델링 비용이나 채무관계 등은 모두 아들 김씨에게 떠넘겨졌다.

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던 모텔을 상속받아 상속세까지 납부하며 영업하고 있었고, 모텔을 담보로 낡은 인테리어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내부공사를 하는 등 최근까지 영업해 왔었다. 

그러나 2심 재판의 판결은 “상속세까지 내고 상속받은 모텔을, 어머니를 살해하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양부 서씨의 재산”이라 판결하고 “양부 서씨의 모텔을 양아들 김씨가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어 내부 수리비 6억원은 양아들 김씨가 갚고, 2009년 8월부터 이사건 판결 확정일까지 매월9850만원(약3억원)을 어머니를 죽인 양부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입장은 이렇다. “양부는 부동산 취득 자금의 근거를 제시했고 양부의 아들은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당시 양부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 측의 어머니는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동산 취득에 필요한 자금은 양부가 제공했음을 짐작케 한다”는 것이다. 

판례 없다고 가해자에게
‘유리한 법’이 되어서야

하지만 죽은 홍씨의 아들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어머니 재산을 나라에 세금으로 다 내야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분하고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배우자에게 재산을 주기 싫으면 배우자를 죽인 뒤 막말로 7년만 교도소에서 살고 나오면 그 재산이 다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살인을 한 자가 피해자의 재산까지 차지하게 되는 형국이라니….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며 “재판의 결과는 하나의 판례로 남고 비슷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와 같은 유사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널리 알려지고 바로 잡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아들 김씨는 어머니가 직접 모텔부지를 매매한 흔적을 제시했다. 그리고 오히려 양부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건물을 지을 당시 계약서, 등기권리증 등 각종 서류가 모두 어머니 이름이었고 직원들 월급까지 어머니 명의로 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는 법정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양부가 어머니 홍씨에게 쓴 각서도 발견됐다. ‘결혼 이후 형성된 모든 재산은 어머니의 것’이라는 내용의 양부의 친필각서(양부 스스로도 인정)였지만, 공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양부인 서씨의 가족들은 모든 재산이 자신들의 것이 맞고 법원으로부터 정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홍씨 명의로 된 재산은 가족들의 토지보상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들 김씨는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7일 G법무법인을 피고의 소송 대리인으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다른 한 쪽은 침묵하는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함은 분명하다. 주머니에 든 칼은 언젠가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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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