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모친 살해 양부에게 유산까지 빼앗긴 아들

“피해자 목에 ‘방울’다는 사회?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지난 2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살인자가 어머니의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만 건이 넘는 조회기록을 남기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슬픔과 분노가 가득 담긴 글을 올린 사람은 바로 살해당한 여성의 아들이다. 글에서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계부에게 어머니가 평생 동안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은 아들. 이 거액의 상속자가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이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법원, “부인 살해한 계부에게 아들재산도 넘겨라?”
아들, “삶의 보금자리도 잃고, 빚만 수억원 떠안아”

지난 2008년 3월 모텔을 운영하는 재력가의 한 여성이 재혼한 남편에게 살해됐다. 그런데 이 살인범은 반성은커녕 자신이 살해한 부인의 재산이 모두 자기 것이라며 양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라고 생각한 양아들은 이내 뒤통수를 맞았다. 법원이 이 계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계부의 손에 어머니를 잃은 아들은 재산마저 모두 계부에게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안게 생긴 아들. 지금부터 그 기막힌 사연을 들여다봤다.

재혼으로 행복 꿈꾼 엄마
양부에게 무참히 살해돼

아들 김모(33)씨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어머니 홍모(2008년 사망)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그 후 홍씨는 강남의 아파트와 위자료로 횟집과 모터보트임대업, 목욕탕업 등의 사업을 운영하며 홀로 외아들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지난 1995년 서모(54)씨를 알게 되었고, 둘은 97년 재혼했다. 당시 양부인 서씨는 세 번째 결혼이었고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자식이 있는 상태였다.

서씨와 재혼을 하고 홍씨는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하면서 그 돈으로 인천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모텔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홍씨의 두 번째 결혼 역시 순탄치 못했다. 재혼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터 홍씨와 서씨의 말다툼이 자주 일어났고 이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곤 했다.

당시 양부인 서씨가 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노름의 습벽을 버리지 못했고, 외도를 하는 등 혼인파탄을 초래하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다는 게 아들 김씨의 주장이다. 

부부싸움이 자주 일어나자 홍씨는 군대 전역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김씨를 찾아와 양부와의 불화관계 등을 설명하면서 “인천에 내려와 모텔을 함께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김씨는 2005년부터 어머니 홍씨와 함께 모텔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김씨가 모텔사업에 합류한 이후에도 양부인 서씨와의 불화로 어머니 홍씨는 늘 괴로워했다. 서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이혼해 줄 테니 위자료로 10억을 내놓으라”는 말 뿐이었다. 터무니없는 위자료 요구에 홍씨는 이혼절차를 밟을 수 없었고,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2008년 어느 날, 어머니 홍씨는 양부와 최종적인 담판을 하겠다며 홍씨의 친정인 춘천으로 서씨와 함께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날 김씨는 외삼촌으로부터 어머니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두 사람에게 별채의 방을 줬는데 다음날 점심 때까지도 인기척이 없어 식사하라고 찾아갔더니, 양부는 없고 어머니는 침대에서 떨어진 채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내연녀의 집에 머물러 있던 양부 서씨는 이틀 뒤 자수했다. 서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을 하다 좀 세게 밀었을 뿐이다. 그런데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부검결과 거짓진술임이 들통 났다.

아들 김씨는 “부검결과 어머니는 목 설골이 부러졌는데, 그것은 강한 힘으로 아주 오랫동안 눌렀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며 “결국 양부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를 살해사실을 인정한 후 내연녀의 집에 숨어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스스로 문란한 사생활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살인 저질러 놓고
재산까지 탐내는 양부

그 후 남편 서씨는 부인 홍씨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7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유책배우자로서 재산상속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부인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상속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씨는 부인의 재산은 명의신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즉 자신의 돈을 줬고 그 돈으로 모든 재산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아들 김씨는 “어머니 장례식장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던 양부의 가족은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와중에 어머니와 제가 함께 운영하던 모텔을 점령하면서 이제부터 모텔은 자신들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들은 어머니가 맨몸으로 양부와 결혼했고 건물을 지었을 때 투자한 돈은 모두 양부의 돈이었으며, 그러니 이제 이 건물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김씨는 실랑이 끝에 경찰을 불러 그들을 일단 몰아내긴 했지만 이때부터 민사소송이 시작됐다. 그리고 열린 1심과 2심 재판. 날벼락 같은 판결이 떨어졌다. 양부의 명의신탁이 인정돼 모텔을 포함한 어머니의 재산을 양부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었다.


살해 후에 재산 가로채는 행위, 법이 정당화 시켜
유사범죄로 악용되지 않도록 끝까지 진실 밝혀야


1심에선 총 재산 중 양부에게 90%, 아들 김씨에게 10%의 재산을 나눠 가지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9월19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재판은 1심보다 더 한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아들 김씨가 명의신탁된 모텔을 무단으로 점유했으니 3년간 운영했던 모텔 임대료 역시 양부에게 줄 것을 판시했다. 또 모텔업을 하면서 생긴 리모델링 비용이나 채무관계 등은 모두 아들 김씨에게 떠넘겨졌다.

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던 모텔을 상속받아 상속세까지 납부하며 영업하고 있었고, 모텔을 담보로 낡은 인테리어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내부공사를 하는 등 최근까지 영업해 왔었다. 

그러나 2심 재판의 판결은 “상속세까지 내고 상속받은 모텔을, 어머니를 살해하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양부 서씨의 재산”이라 판결하고 “양부 서씨의 모텔을 양아들 김씨가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어 내부 수리비 6억원은 양아들 김씨가 갚고, 2009년 8월부터 이사건 판결 확정일까지 매월9850만원(약3억원)을 어머니를 죽인 양부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입장은 이렇다. “양부는 부동산 취득 자금의 근거를 제시했고 양부의 아들은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당시 양부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 측의 어머니는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동산 취득에 필요한 자금은 양부가 제공했음을 짐작케 한다”는 것이다. 

판례 없다고 가해자에게
‘유리한 법’이 되어서야

하지만 죽은 홍씨의 아들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어머니 재산을 나라에 세금으로 다 내야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분하고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배우자에게 재산을 주기 싫으면 배우자를 죽인 뒤 막말로 7년만 교도소에서 살고 나오면 그 재산이 다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살인을 한 자가 피해자의 재산까지 차지하게 되는 형국이라니….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며 “재판의 결과는 하나의 판례로 남고 비슷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와 같은 유사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널리 알려지고 바로 잡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아들 김씨는 어머니가 직접 모텔부지를 매매한 흔적을 제시했다. 그리고 오히려 양부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건물을 지을 당시 계약서, 등기권리증 등 각종 서류가 모두 어머니 이름이었고 직원들 월급까지 어머니 명의로 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는 법정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양부가 어머니 홍씨에게 쓴 각서도 발견됐다. ‘결혼 이후 형성된 모든 재산은 어머니의 것’이라는 내용의 양부의 친필각서(양부 스스로도 인정)였지만, 공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양부인 서씨의 가족들은 모든 재산이 자신들의 것이 맞고 법원으로부터 정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홍씨 명의로 된 재산은 가족들의 토지보상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들 김씨는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7일 G법무법인을 피고의 소송 대리인으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다른 한 쪽은 침묵하는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함은 분명하다. 주머니에 든 칼은 언젠가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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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