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국 대변인 이정현 자서전 엿보니~

박근혜 진솔한 뒷모습 담은 ‘진심이면 통합니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박근혜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호박국 대변인 촌놈 이정현의 이야기: 진심이면 통합니다>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펴내고 27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책 제목의 <호박국 대변인>이란 ‘호남 대변, 박근혜의 약속과 신뢰정치 대변, 국민-특히 비주류 대변’이라는 뜻이라고 밝힌 이 의원은 늘 언론에 소개될 때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이라는 수식어가 달린다. 한나라당 최초 호남 국회의원을 향한 열정과 그가 바라봐온 ‘박근혜 정치’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박 전 대표의 면모를 소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근혜, 즐겨 쓰는 전라도 사투리 ‘아이고 어째야 쓰까잉~’
“다른 데 가라고 하면 정치 안하겠다” 박근혜 마음 움직여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광주에서 출마해 전체 유권자 대비 0.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고배를 마신 이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의원이 됐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최초의 호남 지역구의원이 되겠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차기 대선 승리를 염원하는 최측근 인사로서 박 전 대표의 호남 지지세 확산에 ‘밀알’이 되겠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박근혜의 ‘입’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인연은 탄핵 역풍 직후인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해 고군분투 중인 이 의원에게 박 전 대표가 전화를 걸어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라고 격려하면서 시작됐다.

선거 직후 박 전 대표와의 자리에서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 주십시오”라며 수 십분 간 열변을 토했더니 박 전 대표는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하세요”라며 그를 당 수석 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후 상근 부대변인, 캠프 언론특보, 대변인, 비례대표를 역임하며 박 전 대표의 ‘입’ 역할을 하게 됐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패배하자 이 의원은 이명박 후보 쪽으로부터 선대위 고위직 제의를 받고, 김문수 경기지사 쪽으로부터도 정무부지사 자리를 제의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이 후 박 전 대표가 이를 알고 “힘드신데, 그냥 가시지 그랬어요”라며 안타까움을 피력했지만 이 의원은 “다른 데 가라고 하면 정치 안하겠습니다”라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고 박 전 대표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해 두 사람의 돈독한 인연이 시작됐다.

책에서는 박 전 대표의 ‘폭탄주 제조법’ 등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소개됐다.

술을 잘 못하는 박 전 대표지만 가끔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만들 때 “제가 이공계 출신인 것 다 아시죠. 폭탄주도 이공계식으로 제조해요. 비율뿐만 아니라 따르는 각도도 중요하구요, 제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만든 폭탄주가 특별합니다”는 설명을 곁들인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초 중국 방문 중 동행 기자들과의 ‘호프타임’에 늦자 술자리에서 통상 쓰이는 ‘후래자(後來者) 3배(杯)’라는 말 대신 “후래자 세 모금이라면서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는 에피소드도 실었다.

또 박 전 대표가 ‘애잔한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할 길이 없을 때’ 손으로 옆 사람을 살짝 치는 척을 하며 코맹맹이 소리로 “아이고, 어째야 쓰까잉” 하고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고 소개했고 추풍령 휴게소에서 갑작스러운 눈발에 얇은 머플러를 머리에서 턱으로 둘러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을 연출했던 일도 담았다.

또한 박 전 대표는 한 조찬모임에서 어머니인 고(故) 육영수 여사에 대한 시가 낭독돼 행사장이 눈물바다가 됐는데도 끝까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사진기자들이 눈물 사진 못 찍었다고 불만입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웃으며 “저는 흘릴 눈물이 없나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박 전 대표도 2007년 큰 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측근을 문병한 직후에는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양복으로 갈아입고 자신을 맞은 이 측근이 “꼭 큰 지도자가 돼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 달라”고 말할 때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으나, 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벽에 기댄 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또 미국 하버드대 초청 방미 시 한국전에 참전했다 사망한 하버드대생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봤을 때에도 혼자 교회 안 통로로 걸어가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한번은 “(사람들이) 공주라고 합니다”라고 박 전 대표에게 말하자 그는 “제가 살아온 삶을 있는 그대로 다 말해주고 ‘이래도 대통령 딸로 살고 싶냐’고 물으면 그렇게 살겠다는 사람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치’에 대해 “부정부패가 얼씬도 못하는 윗물이 맑은 사회를 이룰 것이고 정치 선진화를 실현해 인치가 아닌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최초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간 이정현’

‘인간 이정현’도 흥미롭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박정희 대통령에게 마을과 학교에 도서관이 없어 동화책도 못 읽고 전깃불도 없다며 ‘마을 민원’을 제기하는 편지를 써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놨다.

대학생 때 ‘정치 좀 똑바로 하라’고 국회의원에게 편지 쓴 것을 계기로 국회의원 비서가 됐고 18대 총선 개표 과정에서 비례대표 당선이 한때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비 오는 거리를 실성한 사람마냥 걸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평소 “호남 지역구에서 첫 한나라당 의원으로 당선되는 데 모든 것을 걸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이 의원은 “줄곧 호남을 위해서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턱도 없다. 국회의원 좀 더 해야 겠다”며 “나 버려불라요, 솔찬히 아까울 것인디. 인자 알만 허고, 헐만 허고, 헐 일이 쎄부렀당께 시방”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