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통계로 본 한가위 진화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17 10:55:44
  • 호수 1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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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 나누던 시절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빠르게 변했다. 특히 10년간 추석 풍경은 몰라보게 바뀌었다. 1인 가구 증가로 나홀로 추석을 보내는 이도 많아졌으며, 당일 귀성·귀경이 대세다. 추석 연휴 여행객이 크게 늘었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서 발간한 ‘통계로 본 10년간 추석의 경제·사회상 변화’ 리포트로 오늘날 추석 풍경을 들여다봤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변한 만큼 추석도 과거와 비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추석은 경제적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리포트를 통해 “소득의 향상, 새로운 기술의 등장, 인구구조·사회인식의 변화 등으로 추석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사회적 측면서 추석의 모습이 얼마나 변했는지 살펴봤다. 추석과 관련 통계 지표들은 약 10년 전 인 2006년과 2016년의 것이다. 더불어 올해와 지난해 나온 각종 통계로 변화상을 비교했다. 

떠나자! 해외로

추석 기간 중 해외여행을 나간 비중이 급증했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추석 기간 해외여행을 나간 비중이 2006년 1.2%서 2016년 3.1%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추석이 걸쳐 있는 9, 10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7.0%로 급증했다. 금융위기로 경제가 위축된 2008∼2009년 역성장을 했지만, 2010년 이후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추석 기간 해외여행이 증가한 건 연휴가 길기 때문이다. 연휴가 길수록 내국인 출국자수는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추석이 3일이었던 해의 내국인 출국자수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7%에 불과했다. 


하지만 추석이 3일 이상이었던 해를 보면 내국인 출국자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약 10.0%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추석 사회 변화 보니…
여행, 나홀로, 당일치기 등 바뀐 풍경

지난해 추석 연휴는 개천절과 임시공휴일, 대체공휴일에 한글날까지 겹쳐 총 10일간의 휴가가 이어졌다. 정부가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추석 연휴가 9월30일부터 10월9일까지 늘어났다. 

역대 최장인 10일로 지난해 사람들은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10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내국인 출국자 수(32만명)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 역시 추석 연휴 해외 여행객들이 늘지 주목된다. 올해 추석연휴는 연차 이틀을 사용하면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해외 여행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늘었다”며 “이번 추석 연휴 때는 하루 평균 기준으로 역대 추석 연휴 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해외에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온종일 방콕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나홀로 추석’이 늘었다. 평균 가구원 수는 10년 전인 2006년 2.94명에서 2016년 2.58명으로 약 0.36% 감소했다. 2006년 당시만 해도 4인 가구가 가장 일반적이었지만, 1인 가구가 급증해 가구 형태가 변하고 있다. 

가구주 평균연령은 2006년 48.4세서 20016년 53.2세로 증가했다. 60세 이상 고령 가구 비중은 2006년 15.1%서 2016년 19.8%로 4.7%가 급증한 추세다. 

나홀로 추석 즐기기가 늘어가고 있지만, 만혼과 비혼의 일상화, 명절 스트레스, 명절 지출 부담 등의 이유로 고향에 가지 않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만큼 명절 연휴를 혼자서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명절 기간 독거노인들의 사회적 고립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독거노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추석 등 명절 기간 사회적 고립과 소외 등을 느끼는 고령층들도 늘었다.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7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는 전년도 보다 7만1000가구 늘어난 129만4000가구로 나타났다.

독거노인에게 추석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날이다.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지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독거노인이 급증한다. TV서 종일 가족을 만나 반갑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나를 찾는 사람은 왜 없나,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실제로 대한민국 사회의 자살률은 전 세계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통계청 조사결과 국내 독거노인의 15%가 자살을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면 충분

추석 당일 귀성·귀경이 과거 대비 늘어났다. 추석 당일 귀성객 비중은 2006년 27.7%서 2016년의 경우 51.8%로 크게 증가했다. 추석 당일과 추석 하루 후 귀경객 비중도 2006년 60.7%서 2016년 67.0%로 늘었다.  

귀경·귀성 시 자가용, 일반 열차, 시외버스 이용은 줄었다. 반면 비행기, 고속열차 등 이용은 늘었다. 추석 기간을 이용한 교통수단은 10년 전(2006∼2016년)과 비교해 고속열차가 1.6%서 2.5% 상승했다. 비행기는 1.3%서 5.1%로 크게 늘었다. 

반면 자가용은 85.2%서 83.9%로 감소했다. 일반 열차는 4.2%서 1.8%, 시외버스는 2.3%서 1.0%로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당일 귀성·귀경이 증가한 건 기술 발전과 도로망 확충 등이 이유로 풀이된다.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등으로 교통 정보를 얻기 쉬우며, 이 때문에 고속도로 주요 구간 소요 시간 등이 줄었다. 

2006년 추석 기간 도로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TV(55.7%), 라디오(28.4%) 등의 매체에 의존했다. 2016년에는 교통 상황 안내 정보를 얻기 위해 스마트폰(63.1%), 내비게이션(8.1%)을 이용했다. 스마트폰 이용률은 기존 매체를 뛰어넘었다. 


도로망 확충, 정부의 특별교통대책 시행 등은 귀성·귀경 소유 시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귀성길의 경우 서울/대전 소요시간은 2006년 5시간5분이었지만, 2017년 3시간10분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부산 소요시간은 동 기간 8시간40분서 6시간으로 단축됐다. 귀경길의 경우 서울/대전 소요시간은 2006년 7시간서 2017년 3시간30분으로. 서울/부산 소요시간은 동 기간 9시간50분서 7시간 20분으로 줄었다. 

가벼운 지갑

추석 상여금 지급액은 늘어나고 있으나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비율은 줄어들었다. 추석상여금 지급액은 금융위기 영향서 벗어난 2012년 이후부터 비교적 빠르게 늘었다. 2016년 104만4000원, 2017년 105만10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비중은 2013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최근에 줄어들었다. 올해는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인 기업이 48.9%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880개사를 대상으로 ‘추석 상여금’에 대해 조사한 결과, 48.9%가 ‘추석 상여금을 미지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지급한 기업은 54.5%로 올해는 이보다 5.6% 감소한 수치다. 직원 1인당 상여금 평균은 62만원으로 2017년(66만원), 2016년(71만원)보다 줄었다. 상여금 지급액은 기업 형태별로 대기업이 평균 119만원, 중견기업 76만원, 중소기업 59만원의 순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인식도 급변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연휴 보내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2배 이상 많다. 상여금 지급 계획도 대기업은 60.9%가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대답했지만 중소기업은 48.6%가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상여금을 미지급 기업(450개사)은 그 이유로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35.1%),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29.8%), ‘지급 여력이 부족해서’(28.7%), ‘불경기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20.9%), ‘상반기 성과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8.2%), ‘연말에 별도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어서’(4.7%)의 순이다. 

장바구니 부담

주요 성수품들의 가격이 10년 전 보다 큰 폭으로 올라 가계의 추석 장바구니 부담이 늘어났다. 추석 기간 과일, 육류, 견과류 등 수요가 급증한다. 추석의 경우 주요 과일류의 수확기여서 설날보다 소비 변동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는 946.1%, 사과 246.7%, 견과류 96.0%, 소고기 140.1%, 돼지고기 32.6%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수요가 늘어나 가격도 크게 올랐다. 2006년 추석 기간과 비교해 2016년 성수품들의 가격은 농산물 40.7%, 축산물 46.8%, 수산물 54.6% 올랐다. 동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인 25.8%를 상회했다. 
 

2006년과 비교해서 2016년 추석 기간 농산물인 배추(223.0%), 밤(75.2%), 도라지(44.3%), 고사리(40.5%), 배(40.3%), 사과(6.0%) 가격도 올랐다. 수산물인 조기는 63.7%, 오징어 56.2%, 고등어43.8% 증가했다. 축산물인  쇠고기는 38.0%, 돼지고기 54.3%, 닭고기 52.8%로 가격이 올랐다.

쓸쓸한 노인들

현대경제연구원은 추석 연휴를 국내 경제의 활성화 기회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 방안으로 ▲변화하는 추석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가구 특성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 ▲가계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추석 성수품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 ▲여행객들의 수요에 맞는 관광 기반을 갖춰 추석 기간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소비를 국내로 돌리려는 노력 필요 등을 제시했다.

이어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고령층의 여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산업을 육성 및 활성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노인 여가 산업 정책에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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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