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독주 저지 선봉장 민주당 장세환 의원

“내곡동 사저는 꼼수 부리다 민심에 철퇴 맞은 것”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권의 민주화 역주행에 맞서 18대 국회를 ‘광장’에서 투쟁으로 보낸 의원이 있다. 민주당 장세환(전북 전주 완산 을)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장 의원은 항의농성과 삭발투쟁에서부터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까지 두며 현 정부의 부당함에 저항하고 바로잡으려 고군분투해왔다. 그런 그가 18대 국회의 뜨거운 투쟁활동을 책 속에 담았다. <광장에서 만난 정치>를 출간한 것. 온 열정을 다해 행동하는 정치를 펼쳐온 장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MB정부의 민주주의 역행…벼랑 끝 투쟁으로 맞서 싸워
“어렵게 얻은 민심에 쉼 없이 달리는 일꾼으로 보답하고파”

두 번의 낙선 끝에 어렵사리 18대 국회 진입에 성공한 민주당 장세환 의원. 그는 어렵게 얻은 민심을 ‘행동하는 정치’ ‘실천하는 정치’로 보답하고자 ‘일꾼’으로서 쉬지 않고 달려왔다. 무엇보다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현 정부에 ‘철퇴’를 놓으며 투쟁으로 맞서 싸웠다.

특히 그는 2008년 5월 명동 한복판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농성으로 첫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이어진 MB정부의 민주화 역주행을 저지하기 위해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까지 두며 이른바 ‘MB악법’을 막으려 몸을 불살랐다.

게다가 지난 4월에는 LH공사의 전북 이전을 관철시키기 위해 삭발투쟁을 감행했고, 여당의 예산안 날치기에 반발해 국회에서 밤샘농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처럼 투쟁의 현장엔 언제나 그가 있었다.

그는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선정하는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2년 연속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장 의원은 국감에서 주민등록 자료 유출·용역업체 폭력 행위·삼성그룹 새만금 투자 등 우리 사회 깊이 잠들어 있거나 숨겨져 있는 문제들을 꺼내 세밀하게 해부하고 비판하는 모습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 의원은 이처럼 뜨거운 현장에서 말보다는 실천을 앞세우며 열정을 불태웠던 의정활동을 책으로 담아냈다. <광장에서 만난 정치>가 그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투쟁을 부끄러운 국회의 자화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국회가  싸움판으로 치달으며 국민의 피로감을 높였던 행위를 중단하고, 후세에는 오로지 국민을 위해 공부하는 정치, 노력하는 정치로 나아가길 바라는 기대감을 책속에 함께 담아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근 <광장에서 만난 정치>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집필 계기는?

▲18대 의정활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활동한 내용의 비망록이다. 나는 2008년 5월30일 첫 의정활동을 명동 미쇠고기 재협상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MB악법 원천무효와 3년간 여당의 예산안 날치기에 항의해 투쟁을 벌였다. 그간 MB정권은 야권과 민심을 귀담아 듣지 않고 일방적 독주를 해 이에 대한 투쟁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국회의 모습이 아니다. 국회의원에게는 투쟁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정책 계발을 위해 고민하고 낡은 입법을 개정해 국민의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때문에 앞으로의 국회에서는 이런 극한의 투쟁이 재현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각성의 계기가 되고자 집필했다.

-지난 4월 LH공사의 전북 이전 관철을 위해 삭발투쟁을 감행했지만 아쉽게 진주 이전으로 결정났다.

▲LH의 경남 일괄배치에 전북도민의 좌절과 분노가 극에 달해 당시 삭발투쟁까지 불사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전주로 LH는 진주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이 두 곳은 세수와 인원수 등 비교가 불가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5년 동안 세금유예와 인원보정을 약속했지만 5년 뒤에 정권교체를 감안하면 현실성 없는 약속이다. LH 후속대책 관련한 5가지 요구 사항도 듣고 있지 않다. 정부는 도민을 기만한 것이다.

-LH 후속대책 관련한 5가지 요구 사항이란?

▲LH의 경남일괄 이전과 국민연금공단 전북 배치로 발생하는 부족인원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전북 혁신도시로 동반이전하고, 지방세수 보전방안으로 대규모 국가산단 조성, 국민연금공단 대체이전에 따른 유휴 공간 활용방안으로는 호텔 및 국제규모의 컨벤션센터 건립과 프로야구 전용경기장 건립, 새만금사업의 개발공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단일 통합 추진체계인 ‘새만금 개발전담기구’ 신설, 새만금사업의 계획기간 내 완료를 위한 ‘새만금특별회계’ 설치를 말한다.

-새만금 삼성 투자유치를 ‘MB정부 사기극’이라 주장했는데.

▲삼성은 한 번도 전라도 지역에 투자한 적이 없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만금 투자를 삼성이 직접 발표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전북이 발표했다. 3자간의 MOU체결의 비공개 내역을 이번 국감기간 받아보니 ‘삼성은 투자를 위한 노력’이라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는 마치 확정된 것처럼 그것도 2021년부터 시행되는 것을 지금 발표했다. LH 경남 배치에 대한 전북도민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총리실 조작에 지나지 않는다. 총리실은 경위를 파악 후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연락이 없다. 때문에 삼성이 직접 나서 투자계획을 밝혀 의구심을 씻어내야 한다.


-경실련이 선정하는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2년 연속 선정됐는데 비결은 뭔가?

▲국회의원은 입법활동과 더불어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이 중요한 권한이다. 국감은 시간이 제한적이다. 때문에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충분한 자료 확보와 분석 등 사전준비가 완벽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 보좌관들의 노력에 감사하다. 지난 국감에는 음향대포 도입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여당의원들의 동의까지 이끌어내 유보시켰다.
이번에는 행안부 감사에서 신용정보를 아무 의식 없이 신용정보회사에 팔아넘긴 점을 맹형규 장관에 지적했다. 하지만 신용불량자 중에는 악덕 채무자도 있지만 병원비?생활고 등 어쩔 수 없이 빚을 진 선의의 채무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똑같이 신용정보회사에 개인 신용을 천편일률적으로 팔아넘긴 것은 OECD가입하고 국민소득 2만 달러는 넘기며 선진국을 향해가는 우리 사회에서 대단히 후진적 발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내곡동 사저에 혈세투입과 각종 편법은 도덕불감증에 걸린 대통령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꼼수짓 하다가 들킨 것이다. 만약 안 들켰다면 그대로 갔었을 것이다. 하지만 들키니 백지화 시킨 것이다. 누가 결정했던 사안이건 재가 결정을 한 것은 대통령이기에 현 정부의 도덕불감증이 우려스럽다.

-MB정권의 최측근 인사들인 김두우 홍보수석과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등 측근비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언론보도를 분석한 결과 이 정권에 32명의 측근비리가 발생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다”고 자화자찬했는데 이 대통령만큼은 해서는 안 될 부적절한 발언이다. 특히 최근 논현동 자택의 공시지가가 절반으로 기록된 행정착오로 세금을 반으로 냈다고 했는데 제발 행정착오이길 바라는 바이다. 대통령이 세금 아끼려고 그렇게까지 했다면 나라망신이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을 어떻게 보는지?

▲재보선 후에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총선이 있어 총선판세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때문에 재보선이 끝나면 정치권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박원순 시민후보가 범야권 진영의 후보가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박 후보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을 견인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박 후보와 민주당이 더욱 노력해야 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였던 야권의 단결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민주당의 입지가 약해졌다는 시각이 있다.

▲박원순-박영선의 야권 후보선출 과정에서 시민들은 박원순을 선택했다. 이는 민주당에 대한 사망신고다. 때문에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 환골탈퇴의 정신으로 민주당을 변화시켜야 한다. 신선한 피를 지속적으로 수혈해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최근 시민사회와 민주당에 합쳐지는 양상이 있는데 계속해서 단결력을 보여야 한다. 특히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이사장이 제도권 밖에서 원격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도권 내로 합류해서 민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필요하면 범야권 ‘헤쳐모여’식의 혁신적인 통합창당”
“박근혜식의 정치적 업적 없어 안철수 바람에 무너져”

-야권통합에 대한 입장은?

▲재보선에서 야권이 단결력을 보인 것처럼 이런 시너지 효과를 내년 총?대선까지 이어가야 한다. 이미 야권진영에는 빅텐트가 펼쳐졌다. 이에 더욱 야권이 뭉쳐 단합을 해야 한다. 절대 선거 후에는 공과 다툼이나 주도권 다툼 등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때문에 필요하다면 민주당의 당명을 바꾸는 등 모두 기득권을 버리고 ‘헤쳐모여’식의 혁신적인 통합창당으로 갈 수 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견해는?

▲4년간 부동의 1위를 지킨 것은 그만큼 무시할 수 없는 내공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박근혜식 정치를 보여준 것이 없어 너무 막연해 습관처럼 박근혜인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한계에 ‘안철수 바람’이 불자 맥없이 무너진 것으로 본다

-10‧26 재보선 후 민주당 조기전당대회설이 돌고 있다.

▲야권통합에 진전이 있다면 ‘통합창당대회’가 될 수도 있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민주당 정치 일정에 따라 그렇게 (조기전당대회가) 될 수 있다.


-국회의원 징계 중 ‘30일 이내 출석정지’ 조항을 ‘1년 이내 출석정지’로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그 배경은?

▲국회의원 징계는 국회법상 4단계가 있다. 구두 경고, 공개 사과, 1달간의 출석정지, 제명순이다. ‘강용석 성희롱 발언 파문’이 일었지만 제명은 극단적이고, 30일간 출석정지는 국민정서에 맞지 않아 갭이 크다. 1년 정도의 징계면 중징계에 해당해 사실상 다음 선거가 어려워진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안에 따라 30일, 6개월, 1년 등으로 적절한 징계 수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발의했다.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을 남발하고 있다는 국민적 비난이 높은데?

▲과거 정권에서 인권유린 당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정부질책과 비판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현재는 국민의식이 성숙해져 있어서 현 정부의 독재에 국민들이 직접 ‘철퇴’를 내리고 있다. 때문에 면책특권의 남용이나 악용에 대해서는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유효 판결에 반발해 당시 천정배, 최문순 전 의원과 함께 의원직 사퇴를 강행했는데 이때를 회상하면?

▲2009년 10월29일 당시 헌재의 판결은 지극히 정치적 판결이다. 헌재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고, MB의 언론악법을 원천 무효화시키는데 국민적 공감이 필요했다.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부당한 부분을 국민에 알리고, 이러한 것들을 바꿔야 하기에 투쟁의 한 방법으로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의원으로서 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포퓰리즘’을 어떻게 보는가?

▲포퓰리즘은 실현가능성 없이 인기에만 영합한 것이다. 하지만 여권이 이것을 야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써먹는 것이 되버렸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이 아니다. 국민이 원한다면 당장은 희박해 보여도 예산이 뒷받침되도록 정책을 개선하며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민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18대 국회활동에서 아쉬운 부분이나 잘한 부분을 평가하자면?

▲아쉬운 부분은 지금껏 많은 투쟁을 했지만 결과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 야당 초선의원의 한계와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지역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한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예산확보에는 교육부 특별교부세와 행안부 특교세의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평균적으로 한 회에 5억을 확보하지만 나는 삼회에 걸쳐 48억을 확보했다. 전주 효자4동에 도서관 건립할 수 있게 됐고, 서신동 공영주차장 건설로 주민 숙원사업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역에 문화복합공간이 없는 점이 아쉬워 이는 다음 공약사업으로 미뤄뒀다.
대담=서형숙 기자

<장세환 의원 프로필>

▲1979 전북대학교 법학 학사 
▲1998 연세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1979 전북일보 편집국 기자
▲1996 한겨레신문 편집국 정치부 차장
▲1998~1999 전라일보 편집국 국장
▲2000~2001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2008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2008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
▲2011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2011 민주희망 2012 사무총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