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 뚫는 창’ 디지털 포렌식을 아십니까?

망치로 깬 휴대폰도 살려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사건사고 보도를 보다보면 흔히 등장하는 말이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다.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디지털 포렌식 방법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등 사건사고 기사에 빠지지 않는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가 사건사고 현장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떠오르면서 이를 분석하는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휴대폰이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일을 앉은 자리서 처리한다. 물건을 사고팔고 공연을 예매하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고 은행에 저축하고, 책이나 영화를 보고, 회의를 하는 일까지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디지털 정보

손바닥만한 휴대폰 안에는 온갖 정보가 담긴다. 소유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디를 여행했는지 누구와 통화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 휴대폰에는 한 사람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또 휴대폰 주인과 대화를 나눈 상대의 정보도 곳곳서 발견할 수 있다.

전자기기의 발달은 사건사고의 상황 파악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전자기기 안에 응축된 정보가 사건사고 해결에 도움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길가의 CCTV, 자동차에 블랙박스, 손 안의 휴대폰은 사건사고를 재구성하고 범죄 가능성을 밝혀내는 데, 또 용의자를 지목하고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증거로 떠올랐다.

이때 전자기기 속 정보를 뽑아내 분석하는 기술이 바로 디지털 포렌식이다. 디지털 포렌식은 PC나 노트북, 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 상에 남아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포렌식은 법의학 용어로 범죄에 대한 증거를 확정하기 위한 과학적 수사를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은 증거 수집, 분석, 제출 등의 절차로 구분된다. 휴대폰을 망치로 부수거나 강에 던져도, 컴퓨터를 포맷해 자료를 지워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일정 부분 복구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기기서 파일을 삭제하면 아예 사라진다고 믿지만 데이터베이스에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7년 ‘신정아 사건’으로 주목
세월호 참사, 국정 농단 때 역할

최근에는 증거 수집 단계서 디지털 포렌식을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법 농단 의혹, 드루킹 특검 등에 디지털 포렌식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는 과정서 디지털 포렌식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재임 중에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요구하자, 대법원이 이 컴퓨터들을 지난해 10월 디가우징했다고 밝히면서 증거 인멸 의혹이 불거졌다. 
 

디가우징은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 같은 저장장치에 있는 파일이나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기술을 말한다. 검찰은 전현직 관계자의 컴퓨터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 등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드루킹 사건에서는 디지털 포렌식이 전면에 등장했다. ‘드루킹 불법 댓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출범부터 디지털 증거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15명 안팎의 전담팀을 꾸리는 등 디지털 포렌식에 사활을 걸었다.

이들은 핵심 수사 대상인 ‘경제적 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폰, 이들이 대화를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방 자료 등을 검찰과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분석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일부 경공모 회원들은 경찰 수사단계서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전화 수십 대를 망치로 내리쳐 부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역시 복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 주목을 받은 건 2007년 학력위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신정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당시 디지털 포렌식이 주목을 받으면서 기술의 신뢰성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졌다. 디지털의 경우 복사나 변형이 손쉬운 만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자료가 원본인지 검증하는 무결성 보장이 핵심으로 지목됐다. 무결성, 동일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법정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정아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디지털 포렌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큰 역할을 했다. 바다에 빠져 망가진 사망자의 휴대폰서 침몰 전 세월호 내부를 찍은 영상 등을 복구했다. 또 가족과 친지,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전 국민은 슬픔에 잠겼다. 

지난해에는 세월호에 적재돼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민간 포렌식 업체의 복구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었다.

사법 농단, 드루킹 사건 때 이용
경찰, 공정위 전담반 개설

국정 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태블릿PC 역시 디지털 포렌식에 발목이 잡혔다. 최씨의 비선 실세 논란이 한창 불거지던 2016년 10월 JTBC는 <뉴스룸>을 통해 더블루 사무실서 입수한 태블릿PC에 저장된 내용을 보도했다. 

최씨는 해당 태블릿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디지털 포렌식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 각종 문서가 청와대 부속 비서관으로부터 전달됐으며 외교와 내치 관련 중요 문서가 완성되기 전에 전송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2016년 5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55년 만에 증거법이 개정돼 디지털 증거가 법에 최초로 명기됐다. 디지털 증거는 과학적 분석 결과에 기초한 디지털 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된 경우에 한해 증거로 인정된다.
 

당시 김 의원은 “이번 개정을 통해 ‘종이 증거법’에 따른 명백한 불합리와 모순이 해소돼 55년 만에 디지털 증거법 시대가 개막됐다”며 “최근 디지털 증거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 안보범죄, 아동학대 범죄, 데이트 폭력범죄 등 다양한 범죄의 엄단 및 신속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 수사서 디지털 증거를 분석한 건수는 2013년 1만1200건서 2014년 1만4899건, 2015년 2만4295건, 2016년 3만2281건, 지난해 3만6060건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핵심 증거 비중이 아날로그서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경찰 수사 전반에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전국 지방경찰청에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해 정확한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요성↑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4월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과 예규를 제정해 본격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디지털 포렌식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팀원이 3∼4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디지털조사분석과가 정식으로 신설됐고, 본격적인 진용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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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