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 뚫는 창’ 디지털 포렌식을 아십니까?

망치로 깬 휴대폰도 살려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사건사고 보도를 보다보면 흔히 등장하는 말이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다.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디지털 포렌식 방법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등 사건사고 기사에 빠지지 않는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가 사건사고 현장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떠오르면서 이를 분석하는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휴대폰이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일을 앉은 자리서 처리한다. 물건을 사고팔고 공연을 예매하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고 은행에 저축하고, 책이나 영화를 보고, 회의를 하는 일까지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디지털 정보

손바닥만한 휴대폰 안에는 온갖 정보가 담긴다. 소유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디를 여행했는지 누구와 통화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 휴대폰에는 한 사람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또 휴대폰 주인과 대화를 나눈 상대의 정보도 곳곳서 발견할 수 있다.

전자기기의 발달은 사건사고의 상황 파악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전자기기 안에 응축된 정보가 사건사고 해결에 도움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길가의 CCTV, 자동차에 블랙박스, 손 안의 휴대폰은 사건사고를 재구성하고 범죄 가능성을 밝혀내는 데, 또 용의자를 지목하고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증거로 떠올랐다.

이때 전자기기 속 정보를 뽑아내 분석하는 기술이 바로 디지털 포렌식이다. 디지털 포렌식은 PC나 노트북, 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 상에 남아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포렌식은 법의학 용어로 범죄에 대한 증거를 확정하기 위한 과학적 수사를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은 증거 수집, 분석, 제출 등의 절차로 구분된다. 휴대폰을 망치로 부수거나 강에 던져도, 컴퓨터를 포맷해 자료를 지워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일정 부분 복구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기기서 파일을 삭제하면 아예 사라진다고 믿지만 데이터베이스에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7년 ‘신정아 사건’으로 주목
세월호 참사, 국정 농단 때 역할

최근에는 증거 수집 단계서 디지털 포렌식을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법 농단 의혹, 드루킹 특검 등에 디지털 포렌식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는 과정서 디지털 포렌식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재임 중에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요구하자, 대법원이 이 컴퓨터들을 지난해 10월 디가우징했다고 밝히면서 증거 인멸 의혹이 불거졌다. 
 

디가우징은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 같은 저장장치에 있는 파일이나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기술을 말한다. 검찰은 전현직 관계자의 컴퓨터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 등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드루킹 사건에서는 디지털 포렌식이 전면에 등장했다. ‘드루킹 불법 댓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출범부터 디지털 증거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15명 안팎의 전담팀을 꾸리는 등 디지털 포렌식에 사활을 걸었다.

이들은 핵심 수사 대상인 ‘경제적 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폰, 이들이 대화를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방 자료 등을 검찰과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분석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일부 경공모 회원들은 경찰 수사단계서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전화 수십 대를 망치로 내리쳐 부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역시 복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 주목을 받은 건 2007년 학력위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신정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당시 디지털 포렌식이 주목을 받으면서 기술의 신뢰성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졌다. 디지털의 경우 복사나 변형이 손쉬운 만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자료가 원본인지 검증하는 무결성 보장이 핵심으로 지목됐다. 무결성, 동일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법정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정아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디지털 포렌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큰 역할을 했다. 바다에 빠져 망가진 사망자의 휴대폰서 침몰 전 세월호 내부를 찍은 영상 등을 복구했다. 또 가족과 친지,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전 국민은 슬픔에 잠겼다. 

지난해에는 세월호에 적재돼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민간 포렌식 업체의 복구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었다.

사법 농단, 드루킹 사건 때 이용
경찰, 공정위 전담반 개설

국정 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태블릿PC 역시 디지털 포렌식에 발목이 잡혔다. 최씨의 비선 실세 논란이 한창 불거지던 2016년 10월 JTBC는 <뉴스룸>을 통해 더블루 사무실서 입수한 태블릿PC에 저장된 내용을 보도했다. 

최씨는 해당 태블릿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디지털 포렌식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 각종 문서가 청와대 부속 비서관으로부터 전달됐으며 외교와 내치 관련 중요 문서가 완성되기 전에 전송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2016년 5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55년 만에 증거법이 개정돼 디지털 증거가 법에 최초로 명기됐다. 디지털 증거는 과학적 분석 결과에 기초한 디지털 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된 경우에 한해 증거로 인정된다.
 

당시 김 의원은 “이번 개정을 통해 ‘종이 증거법’에 따른 명백한 불합리와 모순이 해소돼 55년 만에 디지털 증거법 시대가 개막됐다”며 “최근 디지털 증거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 안보범죄, 아동학대 범죄, 데이트 폭력범죄 등 다양한 범죄의 엄단 및 신속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 수사서 디지털 증거를 분석한 건수는 2013년 1만1200건서 2014년 1만4899건, 2015년 2만4295건, 2016년 3만2281건, 지난해 3만6060건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핵심 증거 비중이 아날로그서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경찰 수사 전반에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전국 지방경찰청에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해 정확한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요성↑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4월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과 예규를 제정해 본격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디지털 포렌식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팀원이 3∼4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디지털조사분석과가 정식으로 신설됐고, 본격적인 진용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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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