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봉황대기> 대구고 vs 장충고 ‘승부 포인트’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8.27 11:12:27
  • 호수 1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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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전서 만난 라이벌…결과는?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우승후보 맞대결서 대구고등학교(이하 대구고)가 웃었다. 지난 18일 신월야구공원서 펼쳐진 봉황대기 1회전에서 대통령배 우승팀 대구고는 또 다른 우승후보 서울 장충고등학교(이하 장충고)를 9-8로 물리치고 간신히 2회전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이번 봉황기 최고의 빅 매치라 할만 했다. 대표 팀에 선수들이 합류하기 전 최상의 전력으로 부딪힐 수 있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장충고 송민수 감독과 김현수는 대표팀으로 이동한다. 나머지 고교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총력전

모든 대표 선수들이 1회전을 마치고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대표팀에 합류한다. 예상대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다. 흡사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총력전이 펼쳐졌다. 양 팀은 김주섭, 박영완, 한연욱, 송명기, 박주홍 등 에이스들을 모두 출격시키며 총력전으로 대결에 나섰다.

선발투수는 대구고 백현수(188㎝/88㎏, 우우, 3학년)와 장충고 김준영이 나섰다. 백현수는 시속 137∼143km/h 사이의 직구와 커브, 그리고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우완 정통파다. 김준영(185㎝/78㎏, 우우, 3학년)은 최고 135km/h 정도의 직구를 뿌리는 사이드암 투수다.

초반 흐름은 대구고가 잡았다. 대구고는 3회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선두타자 김상휘(175㎝/90㎏, 우우, 2학년)의 유격수쪽 내야안타와 류현우(173㎝/75㎏, 우좌, 2학년)의 좌중간 안타, 그리고 2번타자 서상호(176㎝/74㎏, 우우, 3학년)의 안타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송민수 감독은 지체 없이 승부수를 걸었다. 에이스 송명기를 3회에 호출한 것이다.


그러나 송명기는 3번타자 박영완에게 3-2서 아쉽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1점을 허용했다. 4번 타자 김범준을 강력한 직구로 삼진으로 잡으며 한숨을 돌렸으나 현원회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결정적인 한 방을 허용한 것이다. 대구고의 5번 타자 현원회(183㎝/90㎏, 우우, 2학년)는 볼카운트 2-1에서 142km/h 짜리 한가운데 직구를 통타해 좌월 만루홈런을 작렬시켰다. 이번 봉황대기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점수는 5-0까지 벌어지며 대구고가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대혈투 끝에 짜릿한 끝내기 승리
‘빅매치’ 우승후보 간 맞대결 화제

그러나 장충고가 곧바로 만회에 나섰다. 주장 이후석(181㎝/78㎏, 우우, 3학년)의 안타와 엄정호(176㎝/74㎏, 우우, 3학년)의 포볼에 이어 김병휘(178㎝/78㎏, 우우, 2학년)가 좌익수선상 2루타로 2점을 따라가고 이제웅(184㎝/83㎏, 우우, 3학년)의 안타로 나머지 주자마저 불러들여 3-5를 만들었다.

대구고도 곧바로 2점을 추가했다. 선두타자 조민성(175㎝/75㎏, 우우, 2학년)이 3-1서 송명기의 4구째 직구를 통타해 좌전 2루타를 만들었고 류현우의 포볼로 만든 2사 23루 찬스서 송명기의 폭투로 1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서상호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2점째를 허용해 스코어는 7-2까지 벌어졌다.

장충고에는 핵심타자 박주홍이 있었다. 박주홍은 3점 뒤진 7회 투아웃 만루 상황서 타석에 들어섰다. 만약 이 찬스를 놓치면 경기는 그대로 끝난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 손경호 감독은 박주홍을 잡아내기 위해 2학년 중간 에이스 한연욱을 내리고 원포인트릴리프로 여도건(180㎝/95㎏, 좌좌, 2학년)을 투입했다. 
 


그러나 여도건으로는 물오른 박주홍의 방망이를 막아내지 못했다.

박주홍은 여도건의 변화구를 공략해 중견수 방면의 큼지막한 홈런성 2루타를 뽑아냈다. 모든 이들이 홈런이라고 생각했으나 아슬아슬하게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였다. 123루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오며 점수는 7-6까지 좁혀졌다.

송명기는 현원회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현원회는 서상호의 안타와 도루 등으로 잡은 투아웃 3루 상황서 좌전적시타를 때려냈다. 경기를 뒤집는 역전적시타였다. 송명기는 초구 직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2구째 변화구를 던지다가 적시타를 맞아 아쉬움을 샀다.

대구고는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에이스 김주섭을 투입했다. 김주섭은 지난 대통령배 결승서 선발로 나왔으며 올시즌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에이스다. 9회에 장충고가 대 반격에 나섰다. 1번타자 박민석이 안타와 이영운의 포볼로 맞은 1사 12루 찬스서 박주홍을 거르는 과감한 작전을 펼쳤다.

9회초 1사만루 찬스. 김주섭(181㎝/92㎏, 우우, 3학년)이 이영운에게 밀어내기 포볼을 허용하며 8-7. 그 상황서 옥준우의 그림 같은 호수비가 팀을 살렸다. 엄정호의 잘맞은 라인드라이브 좌익수 플라이를 옥준우가 거의 묘기에 가까운 수비로 잡아내며 동점으로 마무리했다. 

빠졌다면 주자가 모두 들어올 수 있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스코어는 8-8. 그러자 대구고는 마무리 투수 박영완(185㎝/85㎏, 우좌, 3학년)을 호출했다. 박영완은 마운드에 올라와서 2사 만루 상황에서 이제웅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기나긴 승부의 종지부는 대구고 주장 박영완의 몫이었다. 1번타자 옥준우가 송명기의 초구를 공략해 3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안타를 쳐냈다. 잡을 수도 있었으나 타구가 워낙 강해 다리 사이로 빠뜨리고 말았다. 

그 다음 나온 서상호가 번트 자세서 강공으로 전환을 하며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흐름이 끊기는 듯 했으나 3번타자 박영완이 1루수 옆을 스쳐지나가는 1타점 끝내기 2루타를 쳐내며 그대로 경기는 9-8 대구고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현원회, 만루홈런 포함 5타점 맹타
박영완, 9회 극적인 끝내기 2루타

경기는 양 팀 선수들 모두가 상처투성이가 될 정도로 혈전이었다. 그동안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던 대구고 김주섭은 2이닝 동안 2실점을 하며 0점대 방어율이 깨질 뻔했고 올시즌 첫패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청룡기와 대통령배서 무시무시한 구위를 선보이며 일약 2차지명 최상위권으로 후보로 발돋움한 송명기는 6이닝 6실점을 하며 올 시즌 모든 등판 경기 중 최악의 난조를 보였다.


반면 대구고의 주장 박영완은 투타서 맹활약하며 2차지명에서의 지명 가능성을 높였고, 대통령배의 영웅 서상호-옥준우 듀오는 공수서 엄청난 맹활약으로 2차지명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박주홍은 이날 역시 맹활약으로 다시금 전국구 대타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양 팀의 타자들은 훌륭했다. 이날 경기서 가장 빛이 났던 것은 현원회였다. 포수 현원회는 고교 최고의 에이스 송명기를 상대로 1홈런포함 2안타 5타점을 뽑아내며 최고의 인생경기를 만들어냈다. 
 

대구고는 대통령배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며 난적 장충고마저 격파해 이번 봉황기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승장 손경호 감독은 “힘든 경기였다. 송명기가 훌륭한 투수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훌륭한 투수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적응이 된 것 같다. 사실 오늘 경기는 벤치의 실패다. 내가 투수를 잘못 썼는데 선수들이 감독의 실수를 덮어주고 이겨줘서 고맙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타격전

한편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장충고의 에이스 김현수는 더 이상 장충고 유니폼을 입고는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는 “반드시 국위선양하고 오겠다. 일본에 지면 돌아오지 않겠다”며 대표팀 합류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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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