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토로>‘은둔형 외톨이’가 털어놓은 ‘나의 하루’

난 껍데기만 살아있는 시체…“내 마음은 이미 죽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언제부턴가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라는 말이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수 년 동안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방에서만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 그들은 집안에서도 가족과 식사를 함께 하지 않는다. 대화도 없다. 밀폐된 방안에서 오로지 혼자만의 생활을 즐긴다. 이런 은둔형 외톨이 수가 국내에서 큰 폭으로 증가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규모와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이 왜 은둔자가 됐는지에 대한 연구나 대안마련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마음에 병이 들어 자기만의 공간에 갇힌 은둔형 외톨이들.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병리현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의 세계를 최은영(가명?27)씨의 삶을 통해 들여다본다.

어릴 때부터 조금씩 모아온 상처가, 어느 한 순간 터져…
하루하루 무의미한 삶 “벗어나고 싶다…하지만 안 된다”

올해 나이 스물일곱 살 최은영(가명)씨의 활동 공간은 28평 남짓한 아파트가 전부다. 그나마 대부분의 시간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보낸다. 최씨는 “사는 이유가 뭔지, 돈도 사람도 다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래 친구들처럼 직장에 다니지도 않고, 딱히 만날 친구도 없다. 일 할 생각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다. 최씨의 이런 생활은 벌써 7년째다.

그는 왜 세상과 단절 한 채 자기만의 공간에 빠진 것일까. 어릴 때부터 쌓이기 시작한 상처들은 벽을 만들어 버렸고, 너무나 견고한 마음의 벽이 되었다. 이제는 아득하게 끝이 보이지 않는 벽. 그는 부모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속마음을 쏟아낸 후 기자에게 자신의 생활을 공개했다.

스스로에 감금돼

최씨에겐 한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싹싹하고 활달해 어른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던 동생과 달리 최씨는 내성적인데다 외모컴플렉스까지 있어 소극적인 삶을 살아왔다.

학창시절에 공부는 곧잘 하는 편이었다. 사람을 사귀는 게 서툴렀지만 친구들이 몇몇 있기도 했고, 그들과 가끔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기도 했다.

그리고 2003년 말 최씨는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봤다. 대학에 간다는 부푼 꿈도 잠시, 수능점수가 형편없이 나와 원하던 대학에 갈 수 없었다. 공무원인 아버지는 “어떻게 공부를 했기에 이따위 점수를 받아 왔냐”며 “이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이라면 갈 필요도 없고, 주변사람들에게 꺼내기 창피하다”고 소리쳤다. 아버지는 ‘지방대라도 보내자’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무시했고, 부부는 최씨의 대학문제로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한순간의 자괴감에 휩싸여 구제불능이라는 소리가 귓가에서 메아리쳤어요. 난 아무래도 세상을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 듯 했고, 왜 어릴 적부터 그리도 공부를 강요받으며 살아왔는지…. 낙오자에겐 너무 가혹한 세상이 싫었어요. 그때부터 무엇을 시작하는 게 두렵고 무서웠어요. 또 나는 내 부모와 형제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끼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롱이라도 부려 기쁨을 주는 애완동물보다 못한 그저 밥만 축내는 짐승….”

그 시점부터 최씨는 외부와 단절해 나가기 시작했다. 2~3일에 한 번씩 나가던 외출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줄어들었고, 가끔 안부를 묻던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이런 생활을 알리는 것이 싫어 핸드폰을 없앴다.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아주 사소한 행동이나 자극도 엄청 증폭시켜 받아들이게 되고, 별다른 의미 없는 사소한 행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화가 나고, 결국은 피해버리게 되니까 또 다시 좁은 방에 갇혀 혼자가 됐어요”

최씨의 하루일과는 이렇다. 가족 모두가 출근한 아침, 잠에서 깨어나 밥을 차려먹고 집안청소를 시작한다. 처음엔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내가 집에 있으면서 청소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이젠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변해 가구며 안보이는 빈틈까지 닦고 또 닦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집안청소가 끝나면 그때부터 방안생활이 시작된다. 화장실 갈 때나 배가 고플 때 빼고는 나오지 않는다. 먹고, 자고, 싸고의 반복이 최씨의 일상이 돼 버린지 오래. 방안에서는 주로 노트북을 하거나 작은 TV를 시청한다. 둘 다 지겨워질 때면 책을 읽기도 한다.  

“할일 없이 인터넷을 켜놓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기웃거려요. 특별히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봤던 기사들을 보고 또 보고, 봤던 영화도 보고 또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지만 TV나 인터넷을 끊지는 못하겠어요. 이 삶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사실 내가 마음만 굳게 먹고 내 스스로 하려는 마음만 잡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생각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기는 너무 어려워요. 주위에서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해도 남이 강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들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결국 얼마 안가서 다시 원상복귀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래도 가끔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할 때가 있어요. 그런 우울한 마음이 솟구칠 땐 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요. 싫어 제발 그러지마. 누가 나를 살려줘. 다 내가 잘못했어. 제발 용서해줘. 한 번만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 제발….”

최씨는 자신을 껍데기만 살아있는 ‘시체’라고 표현했다. 마음은 이미 죽은 지 오래라는 것이다. 또 언제 이 생활이 끝이 날지 모른다고 했다. 친구들은 어느새 안정된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는 동안, 최씨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홀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경쟁시스템의 산물

최근 잘 드러나진 않지만 최씨와 같은 은둔형 외톨이들이 주변에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외면하고 싶은 현실, 자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사회와 격리시킨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장기간 방치되면 우울증이 심해지거나 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져 자살이나 제2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 잠원동에서 미국 명문대를 중퇴한 뒤 집 안에서 게임에만 몰두하던 20대 은둔형 외톨이가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면서 ‘한국의 히키코모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일본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히키코모리는 자그마치 70만명이나 되고, 앞으로 히키코모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구도 155만명에 달한다”며 “무한경쟁에 내몰리면서 히키코모리 문제가 불거진 일본처럼 사회적으로 경쟁압박이 심한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무능력 차원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의 문제라는 인식을 강화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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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