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예감>색깔 있는 신예 오은호

“이제는 어깨 펴고 다녀도 되겠죠?”

[일요시사=박상미 기자]서늘한 가을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은 10월, 전주의 밤거리에서 신인 여배우의 질주가 시작된다. 헐벗은 차림새로 필사의 추격신을 벌이는 작은 체구의 그녀는 장편독립영화 <앙코르와트-2부 생(生)>의 여주인공 오은호다. 브라운관의 이름 없는 단역에서 이제는 독립영화의 주연으로 스크린 출사표를 던진 그녀를 만나봤다.

사극 <동이>로 눈도장, 시트콤 이어 독립영화 주연 낙점 ‘쾌거’
‘19禁 배우’ 타이틀은 정중히 사양, 노출 없는 연기로 승부수      

배우 오은호가 연기자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극 단역부터 조연, 시트콤 주연까지 브라운관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그녀는 올 가을 독립영화 <앙코르와트-2부 생(生)>(이후 <생>)의 헤로인으로 스크린 출격에 나선다.

색깔있는 신예

“출연작이라기보다 스쳐가는 수준이었어요. 상대역도 없이 이름도 없는 단역이었죠.”

오은호는 2006년 SBS <연개소문>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했고, 같은 해 <황진이>까지 두 개의 사극에 연달아 출연했다. 세 작품 모두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수작이지만 오은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데뷔하던 해 두 작품의 단역 출연을 끝으로 오랜 공백을 가졌다. 기다림의 나날을 보내던 오은호에게 손을 내밀어 준 건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였다.

2010년 <동이>의 감찰궁녀 시비 역을 꿰차며 데뷔 5년 만에 제 이름을 가졌다. 오은호는 이 PD를 “연기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준 은인”이라고 칭하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크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시비’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게 됐고 또래 배우들과 짧고 긴 호흡도 맞출 기회를 얻었다. 또한 올 7월 방영된 케이블 채널 10부작 시트콤 <센스 앤 넌센스>를 통해 당당히 여주인공 자리에 올랐다. 사극 연기와는 또 다른 시트콤의 자유분방한 매력에 푹 빠져 지낸 행복한 시간이었다.       

시트콤이 종방한 이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박상훈 감독의 장편독립영화 <생>의 여주인공 공개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헤로인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약 700대 1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주인공 ‘사라’역을 손에 쥐었다. 꿈만 같은 스크린 데뷔, 게다가 <생>은 앞서 공개된 1부 <사(死)>와 함께 오는 2012년 상반기 해외 영화제 출품을 계획하고 있는 기대작이다.

오디션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은 한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이었다. 손꼽아 기다려온 기회였지만, 쉽게 잡을 수가 없었다. 브라운관 첫 주연의 기쁨을 안겨줬던 전작 <센스 앤 넌센스>가 발목을 잡았다. <센스 앤 넌센스>는 남녀의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그린 청소년 관람불가 시트콤이었다. <생>에서 맡을 사라는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는 윤락여성. 전라 노출 등 파격적인 노출은 대본에 없지만, 캐릭터만을 두고 보면 결국 연달아 ‘19금(禁)’이다.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이 있었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을 했죠. 가장 걱정됐던 것은 사람들이 시선이었어요.” 오은호는 몸이 아닌 마음으로 대중을 뒤흔드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반짝 이슈가 아니라 시나브로 스며들어 대중 곁에 오래 남을 연기자를 목표로 삼았다. 이 같은 오은호의 고민을 알아챈 박 감독은 최소한의 노출만이 담긴 현 대본의 유지는 물론 카메라의 앵글까지 세심한 배려를 굳게 약속했다. 고심 끝에 출연을 결정한 오은호는 사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어둠 속의 빛

“이 작품의 빛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게 잘 해내고 싶어요.”

오은호는 10월 하순 전주에서 크랭크인 해 3주간 이어지는 <앙코르와트-2부 생(生)>의 촬영을 통해 이후 3년,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 영화의 출연을 결정하고, 촬영을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느낄만한 성장을 했다. 전주의 밤거리를 지치도록 달리고 난 후에는 새로운 작품으로 대중에게 한 발 서기 위해 또 다시 신발끈을 여민다.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제 필모그라피는 단출하기 그지없죠. 그네들이 모두가 소위 말하는 ‘톱스타’가 된 것은 아니지만, 어깨가 움츠러들 만큼은 아니잖아요. 이번 작품을 마치고, 또 다음 작품, 또 다음 작품을 만나면서 오랫동안 대중의 곁에 있고 싶어요. 어깨를 당당히 펴고서 말이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