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100일 소탕작전 풀스토리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이 100일간 ‘조폭’ 집중 단속에 나섰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활개를 치던 조폭들이 줄줄이 검거되며 사실상 와해됐다. 경찰이 잡아들인 조폭들 중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연루설이 돌았던 조직도 있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조직들. 과연 누가 잡혔을까?
 

경찰청의 집중단속에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청은 3월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00일간 폭력과 각종 이권개입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조직폭력배 집중단속에 나서 1385명을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가운데 232명이 구속됐다.

4개 조직
점거난동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 유형별로는 폭력 행사가 857명(61.9%)으로 가장 많았고, 도박 등 사행성 불법행위 65명(4.7%), 유흥업소 등 갈취행위 37명(2.7%), 마약 관련 범죄 22명(1.6%), 기타 404명(29.1%) 등이었다.

연령대는 30대가 551명(39.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20대(413명, 29.8%), 40대(271명, 19.6%), 50대 이상(83명, 6%) 순이었다. 10대 청소년도 67명(4.8%) 포함됐다.

특히, 이 가운데 전과 6범 이상은 1019명(73.6%), 1범서 5범까지가 289명(20.9%)으로 조폭 10명 중 9명꼴로 범죄 전력이 있는 것을 분석됐다. 

경찰은 이 기간 강원 춘천지역 토착 폭력배를 통합해 보도방 등 각종 이권사업을 독점한 폭력조직 두목과 조직원을 무더기 검거하는 한편 경남 양산서 유흥가 이권을 장악하려 불법행위를 저지른 조직을 와해시키기도 했다.

이번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세력 확장을 위해 20대 신규 조직원을 대거 영입하고 경쟁 조직원을 집단 폭행한 경기 성남지역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휩싸인 ‘조폭연루설’ 관련 조직폭력배도 이번 검거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5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성남 조폭 2개파 54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2개 조직 두목들을 포함, 14명을 구속하고 40명을 형사입건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성남 국제마피아파는 1970년대 중반 성남 모란시장을 거점으로 생겨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관리하는 폭력 조직 23곳 중 한 곳이다. 조직원 수 규모만 따지면 도내에서 손꼽히는 큰 조직은 아니라고 한다. 

경찰 집중 단속…1385명 검거 232명 구속
수십명씩 무더기로…가장 많이 잡힌 곳은?

1970∼1990년대만 해도 성남의 폭력조직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국제시장(현재는 거의 사라짐)을 중심으로는 종합시장파가, 모란시장은 국제마피아파가 장악했다. 

이후 1990년대 종합시장파가 신종합시장파(국제시장)와 관광파(종합시장)로 분열되면서 성남지역 폭력조직은 3곳이 됐다. 이들은 지역 내 대표 전통시장과 유흥업소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를 키웠다. 

하지만 주 수익원이던 전통시장의 상권이 약화하고 경찰의 대대적인 조폭 소탕 작전도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7년 성남 수정경찰서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61명을 폭력 행위 등 혐의로 적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마피아파는 2007∼2008년 신종합시장파의 잔당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고 한다. 유흥업소를 갈취하거나 건설현장 이권에 개입해 금품을 뜯어내는 방식서도 탈피해 새로운 수익처를 찾기 시작했다. 

다른 폭력조직이 합법을 가장한 건설업이나 대부업으로 진출할 때, 국제마피아파는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 주로 관심을 보였다. 해외에 본거지를 둔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스포츠 결과에 돈을 걸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제마피아파의 활약(?)으로 한때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자들 사이에선 ‘성남이 불법 도박사이트의 메카’ ‘성남에서 시작해 돈을 벌어 강남 간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382억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국제마피아파 조직 3명을 구속하는 등 국제마피아파는 불법 도박 사이트 사건에 주로 이름을 올렸다. 

나쁜 짓은 
손발 척척

이 지사, 은 시장과 연관성이 제기된 무역업체 K사의 대표 이모(38)씨도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2007년 경찰 관리대상 조직폭력배로 이름을 올린 것은 맞고 사업 자금의 상당수도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이씨가 돈을 벌면서 조직과 거리를 뒀다는 말도 있어서 K사가 국제마피아파가 운영한 회사라고는 단정 짓긴 어렵다”고 했다. 

국제마피아파는 세를 늘리면서 ‘조폭 색’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이씨처럼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이 유독 그랬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이씨는 주로 사업가로 행세해 조폭 출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는 친분이 있는 경찰을 자신의 사업체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K사에도 전직 경찰 3∼4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원 춘천지역 4개 토착 세력이 합쳐진 ‘통합춘천식구파’ 두목과 조직원을 일망타진 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합춘천식구파’ 두목 A(48)씨와 고문 B(48)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범죄단체 구성·활동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통합춘천식구파는 2011년 춘천 승택파와 동기파, 생활파, 식구파 등 4개 조직이 뭉쳐 탄생했다. 경찰은 소규모로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하며 힘을 잃은 토착 폭력조직이 재기를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조직은 2011년 6월 홍천군 모 리조트서 결성식을 개최하고 A씨를 두목으로 추대했다. ‘선배를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 ‘선배가 부르면 즉시 출동한다’ 등의 행동강령도 갖췄다. 

이들은 이후 유흥업소·보도방·사채업 등 각종 이권 사업을 독점하며 다른 조직폭력배들과 대치했다. A씨가 이끌었던 통합춘천식구파는 직종을 가리지 않고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먼저 지난 2011년 두목으로 추대된 이후 A씨는 장례식장 조화 납품 사업을 시작했다. 조직원을 동원해서 기존 사업자들에게 사업을 포기하도록 협박했다. 결국, 조직은 춘천·홍천지역 일대 사업을 독점했다. 

2012년에는 보도방 영업에 손을 뻗어 독점을 시도했다. A씨는 조직원들을 시켜 노래방서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시게 한 다음 경찰에 ‘불법 영업’으로 신고해 가게 문을 닫게 했다. 

2013년부터는 고수익을 위한 사채업에 눈길을 돌렸다. 이들은 각종 흉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 사채업자들을 협박해 영업하지 못하도록 위협했다. 

A씨는 춘천지역의 소위 ‘밑바닥’을 장악해 나가는 한편 필리핀에 근거지를 두고 도박사이트도 운영했다. 2015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운영된 16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2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필리핀 리조트서 일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유인해 도박사이트 관련 일을 시키고 여권을 빼앗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서울 강남
진출이 꿈

일부 조직원들은 조직에 충성한다는 명목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핵심 조직원 6명은 모두 자신의 새끼손가락 한마디씩 잘랐다. 맹목적 충성을 맹세한 이들은 탈퇴한 조직원을 그냥 두지 않았다. 

야산으로 끌고 가 구덩이에 묻고 휘발유를 뿌릴 듯이 위협하고, 술집 등에서 조직원들을 동원해 흉기로 위협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핵심조직원들은 두목인 A씨 보호에 열을 올렸다. 조직원들은 “‘큰 형님에 대해 진술하면 나중에 가만히 두지 않겠다. 무조건 모른다고 해라’고 협박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현재 통합춘천식구파의 부두목은 달아난 상태다. 경찰은 부두목과 조직원 4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른 조직폭력배에 대한 첩보 수집도 강화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각종 사행성 사업으로 조직 운영 자금을 확보한 만큼 조직 와해를 위해 몰수보전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서는 젊은 조직원들이 허위 전세계약서로 신혼부부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며 세력을 키워 온 조직폭력단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6월 경남지방경찰청 형사과는 불법 보도방과 유흥주점 등을 운영하며 조직운영 자금을 만들어 온 양산지역 조직폭력배 두목 B(42)씨와 조직원 등 95명을 검거, 이 중 9명을 구속하고 86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1998년 양산지역 조직폭력배 간 집단폭행 사건으로 대다수 조직원이 구속돼 와해된 상황에서 두목 B씨는 2008년 4월께 남아있던 조직원들을 다시 결성해 위계 질서와 행동강령 등을 갖춰 옛 조직을 정비했다.

국제마피아파, 춘천식구파…
논란의 폭력조직들 일망타진

2010년 3월에는 울산 지역 저수지서 조직기강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선배가 후배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속칭 줄빳다)하는 등 조직원에 대해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6년 5월에는 양산지역 유흥가에서 퇴출한 조직원이 세력을 형성하려 한다는 이유로 조직원들이 퇴출한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후 차량을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3년 6월부터 10월까지 매매 불가능한 오폐수 공장을 매매할 것처럼 속여 1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채고, 2015년 8월께 허위 전세 계약서를 작성해 은행에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해 3억5000만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지역 내 이권장악을 위해 지역 보도방을 각 지부별로 나눠 관리하고, 2014년 3월께 음료수와 물수건을 납품하는 유통업체를 차려 유흥주점 업주를 상대로 물품구입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1월께 경찰의 보도방 업주 조사여부를 알고 보도방 업주들을 불러모아 ‘서로간의 지켜야 할 것’이라는 문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위협을 가할 것처럼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대구와 울산 지역 조직원과 짜고 2016년 8월께 양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 결성 과정부터 현재의 활동상까지 실체를 규명해 입증하고, 조직 구성과 활동에 가담한 주범부터 하위 조직원까지 모두 엄단했다”며 “특히 보복을 두려워한 피해자들의 진술 회피와 조직원들의 증거인멸 시도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밀하고 입체적인 수사로 증거를 수집해 폭력조직 두목의 범행 가담 사실을 밝혀내 처벌했다”며 “불법 보도방 운영과 유흥업소 물건 강매 등 주요 자금원을 차단해 실질적으로 조직을 와해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조폭들이 합세해 명동의 밀리오레를 점거하고 난동을 부려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분양받은 호텔인 서울 명동 ‘르와지르호텔’ 수익률이 당초 약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시행사 사무실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난동을 피운 구분소유자와 동원된 조폭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유리파·대현파, 대전 신유성파·신한일파 등 4개 파 출신 조폭 10여 명은 지난 3월26일부터 명동 밀리오레 관리사무실과 기계실 등을 무단 침입해 점거했다. 무단 점거된 사무실은 명동 밀리오레 건물 지하에 위치한 르와지르호텔 사무실이다.

돈 되면 
이합집산

4월 3일에는 용역 30여 명이 더 투입돼 잠겨 있던 방재실 등 문을 부쉈으며 기계실과 주차 정산소에 있던 직원들을 쫓아내고 건물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무단 점거를 주도한 세력은 이 건물 호텔을 구분소유한 700여명 중 1명인 이씨가 이끈 이른바 ‘신관리단’이다. 2015년 건물 리모델링 후 ‘이 회장’으로 불린 이씨 측은 사드 여파로 수익금이 당초 약속한 월 수익의 7%에 못 미치는 4%에 그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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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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