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100일 소탕작전 풀스토리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이 100일간 ‘조폭’ 집중 단속에 나섰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활개를 치던 조폭들이 줄줄이 검거되며 사실상 와해됐다. 경찰이 잡아들인 조폭들 중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연루설이 돌았던 조직도 있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조직들. 과연 누가 잡혔을까?
 

경찰청의 집중단속에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청은 3월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00일간 폭력과 각종 이권개입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조직폭력배 집중단속에 나서 1385명을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가운데 232명이 구속됐다.

4개 조직
점거난동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 유형별로는 폭력 행사가 857명(61.9%)으로 가장 많았고, 도박 등 사행성 불법행위 65명(4.7%), 유흥업소 등 갈취행위 37명(2.7%), 마약 관련 범죄 22명(1.6%), 기타 404명(29.1%) 등이었다.

연령대는 30대가 551명(39.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20대(413명, 29.8%), 40대(271명, 19.6%), 50대 이상(83명, 6%) 순이었다. 10대 청소년도 67명(4.8%) 포함됐다.

특히, 이 가운데 전과 6범 이상은 1019명(73.6%), 1범서 5범까지가 289명(20.9%)으로 조폭 10명 중 9명꼴로 범죄 전력이 있는 것을 분석됐다. 


경찰은 이 기간 강원 춘천지역 토착 폭력배를 통합해 보도방 등 각종 이권사업을 독점한 폭력조직 두목과 조직원을 무더기 검거하는 한편 경남 양산서 유흥가 이권을 장악하려 불법행위를 저지른 조직을 와해시키기도 했다.

이번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세력 확장을 위해 20대 신규 조직원을 대거 영입하고 경쟁 조직원을 집단 폭행한 경기 성남지역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휩싸인 ‘조폭연루설’ 관련 조직폭력배도 이번 검거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5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성남 조폭 2개파 54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2개 조직 두목들을 포함, 14명을 구속하고 40명을 형사입건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성남 국제마피아파는 1970년대 중반 성남 모란시장을 거점으로 생겨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관리하는 폭력 조직 23곳 중 한 곳이다. 조직원 수 규모만 따지면 도내에서 손꼽히는 큰 조직은 아니라고 한다. 

경찰 집중 단속…1385명 검거 232명 구속
수십명씩 무더기로…가장 많이 잡힌 곳은?

1970∼1990년대만 해도 성남의 폭력조직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국제시장(현재는 거의 사라짐)을 중심으로는 종합시장파가, 모란시장은 국제마피아파가 장악했다. 


이후 1990년대 종합시장파가 신종합시장파(국제시장)와 관광파(종합시장)로 분열되면서 성남지역 폭력조직은 3곳이 됐다. 이들은 지역 내 대표 전통시장과 유흥업소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를 키웠다. 

하지만 주 수익원이던 전통시장의 상권이 약화하고 경찰의 대대적인 조폭 소탕 작전도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7년 성남 수정경찰서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61명을 폭력 행위 등 혐의로 적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마피아파는 2007∼2008년 신종합시장파의 잔당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고 한다. 유흥업소를 갈취하거나 건설현장 이권에 개입해 금품을 뜯어내는 방식서도 탈피해 새로운 수익처를 찾기 시작했다. 

다른 폭력조직이 합법을 가장한 건설업이나 대부업으로 진출할 때, 국제마피아파는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 주로 관심을 보였다. 해외에 본거지를 둔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스포츠 결과에 돈을 걸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제마피아파의 활약(?)으로 한때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자들 사이에선 ‘성남이 불법 도박사이트의 메카’ ‘성남에서 시작해 돈을 벌어 강남 간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382억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국제마피아파 조직 3명을 구속하는 등 국제마피아파는 불법 도박 사이트 사건에 주로 이름을 올렸다. 

나쁜 짓은 
손발 척척

이 지사, 은 시장과 연관성이 제기된 무역업체 K사의 대표 이모(38)씨도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2007년 경찰 관리대상 조직폭력배로 이름을 올린 것은 맞고 사업 자금의 상당수도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이씨가 돈을 벌면서 조직과 거리를 뒀다는 말도 있어서 K사가 국제마피아파가 운영한 회사라고는 단정 짓긴 어렵다”고 했다. 

국제마피아파는 세를 늘리면서 ‘조폭 색’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이씨처럼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이 유독 그랬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이씨는 주로 사업가로 행세해 조폭 출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는 친분이 있는 경찰을 자신의 사업체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K사에도 전직 경찰 3∼4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원 춘천지역 4개 토착 세력이 합쳐진 ‘통합춘천식구파’ 두목과 조직원을 일망타진 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합춘천식구파’ 두목 A(48)씨와 고문 B(48)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범죄단체 구성·활동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통합춘천식구파는 2011년 춘천 승택파와 동기파, 생활파, 식구파 등 4개 조직이 뭉쳐 탄생했다. 경찰은 소규모로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하며 힘을 잃은 토착 폭력조직이 재기를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조직은 2011년 6월 홍천군 모 리조트서 결성식을 개최하고 A씨를 두목으로 추대했다. ‘선배를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 ‘선배가 부르면 즉시 출동한다’ 등의 행동강령도 갖췄다. 

이들은 이후 유흥업소·보도방·사채업 등 각종 이권 사업을 독점하며 다른 조직폭력배들과 대치했다. A씨가 이끌었던 통합춘천식구파는 직종을 가리지 않고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먼저 지난 2011년 두목으로 추대된 이후 A씨는 장례식장 조화 납품 사업을 시작했다. 조직원을 동원해서 기존 사업자들에게 사업을 포기하도록 협박했다. 결국, 조직은 춘천·홍천지역 일대 사업을 독점했다. 

2012년에는 보도방 영업에 손을 뻗어 독점을 시도했다. A씨는 조직원들을 시켜 노래방서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시게 한 다음 경찰에 ‘불법 영업’으로 신고해 가게 문을 닫게 했다. 


2013년부터는 고수익을 위한 사채업에 눈길을 돌렸다. 이들은 각종 흉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 사채업자들을 협박해 영업하지 못하도록 위협했다. 

A씨는 춘천지역의 소위 ‘밑바닥’을 장악해 나가는 한편 필리핀에 근거지를 두고 도박사이트도 운영했다. 2015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운영된 16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2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필리핀 리조트서 일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유인해 도박사이트 관련 일을 시키고 여권을 빼앗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서울 강남
진출이 꿈

일부 조직원들은 조직에 충성한다는 명목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핵심 조직원 6명은 모두 자신의 새끼손가락 한마디씩 잘랐다. 맹목적 충성을 맹세한 이들은 탈퇴한 조직원을 그냥 두지 않았다. 

야산으로 끌고 가 구덩이에 묻고 휘발유를 뿌릴 듯이 위협하고, 술집 등에서 조직원들을 동원해 흉기로 위협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핵심조직원들은 두목인 A씨 보호에 열을 올렸다. 조직원들은 “‘큰 형님에 대해 진술하면 나중에 가만히 두지 않겠다. 무조건 모른다고 해라’고 협박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현재 통합춘천식구파의 부두목은 달아난 상태다. 경찰은 부두목과 조직원 4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른 조직폭력배에 대한 첩보 수집도 강화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각종 사행성 사업으로 조직 운영 자금을 확보한 만큼 조직 와해를 위해 몰수보전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서는 젊은 조직원들이 허위 전세계약서로 신혼부부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며 세력을 키워 온 조직폭력단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6월 경남지방경찰청 형사과는 불법 보도방과 유흥주점 등을 운영하며 조직운영 자금을 만들어 온 양산지역 조직폭력배 두목 B(42)씨와 조직원 등 95명을 검거, 이 중 9명을 구속하고 86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1998년 양산지역 조직폭력배 간 집단폭행 사건으로 대다수 조직원이 구속돼 와해된 상황에서 두목 B씨는 2008년 4월께 남아있던 조직원들을 다시 결성해 위계 질서와 행동강령 등을 갖춰 옛 조직을 정비했다.

국제마피아파, 춘천식구파…
논란의 폭력조직들 일망타진

2010년 3월에는 울산 지역 저수지서 조직기강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선배가 후배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속칭 줄빳다)하는 등 조직원에 대해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6년 5월에는 양산지역 유흥가에서 퇴출한 조직원이 세력을 형성하려 한다는 이유로 조직원들이 퇴출한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후 차량을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3년 6월부터 10월까지 매매 불가능한 오폐수 공장을 매매할 것처럼 속여 1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채고, 2015년 8월께 허위 전세 계약서를 작성해 은행에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해 3억5000만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지역 내 이권장악을 위해 지역 보도방을 각 지부별로 나눠 관리하고, 2014년 3월께 음료수와 물수건을 납품하는 유통업체를 차려 유흥주점 업주를 상대로 물품구입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1월께 경찰의 보도방 업주 조사여부를 알고 보도방 업주들을 불러모아 ‘서로간의 지켜야 할 것’이라는 문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위협을 가할 것처럼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대구와 울산 지역 조직원과 짜고 2016년 8월께 양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 결성 과정부터 현재의 활동상까지 실체를 규명해 입증하고, 조직 구성과 활동에 가담한 주범부터 하위 조직원까지 모두 엄단했다”며 “특히 보복을 두려워한 피해자들의 진술 회피와 조직원들의 증거인멸 시도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밀하고 입체적인 수사로 증거를 수집해 폭력조직 두목의 범행 가담 사실을 밝혀내 처벌했다”며 “불법 보도방 운영과 유흥업소 물건 강매 등 주요 자금원을 차단해 실질적으로 조직을 와해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조폭들이 합세해 명동의 밀리오레를 점거하고 난동을 부려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분양받은 호텔인 서울 명동 ‘르와지르호텔’ 수익률이 당초 약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시행사 사무실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난동을 피운 구분소유자와 동원된 조폭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유리파·대현파, 대전 신유성파·신한일파 등 4개 파 출신 조폭 10여 명은 지난 3월26일부터 명동 밀리오레 관리사무실과 기계실 등을 무단 침입해 점거했다. 무단 점거된 사무실은 명동 밀리오레 건물 지하에 위치한 르와지르호텔 사무실이다.

돈 되면 
이합집산

4월 3일에는 용역 30여 명이 더 투입돼 잠겨 있던 방재실 등 문을 부쉈으며 기계실과 주차 정산소에 있던 직원들을 쫓아내고 건물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무단 점거를 주도한 세력은 이 건물 호텔을 구분소유한 700여명 중 1명인 이씨가 이끈 이른바 ‘신관리단’이다. 2015년 건물 리모델링 후 ‘이 회장’으로 불린 이씨 측은 사드 여파로 수익금이 당초 약속한 월 수익의 7%에 못 미치는 4%에 그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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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