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대담] ‘야구 전설’ 송진우에게 아마야구의 길을 묻다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8.06 10:29:42
  • 호수 1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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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집착 말고 먼 미래로 한발 한발”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송진우 한화이글스 코치는 한국프로야구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다. 대학 4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문에 프로 데뷔를 1년 더 미룬 송 코치는 1989년 데뷔해 통산 21년간 672경기서 210승153패 103세이브 17홀드를 기록했다. 210승도 엄청난데 103세이브를 했으니 입이 떡 벌어진다. 꾸준히 선발로만 등판했다면 300승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송 코치도 어린 시절에는 빠른 공과 훌륭한 소질을 지니고 있는 투수였다.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잃어버린 적이 있으나 마술 같은 제구력과 현란한 변화구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 대기록을 달성했다.

프로 입단 후 큰 부상 없이 없었던 송 코치는 술·담배를 멀리하는 등 철저한 몸 관리로 프로 21년 차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이런 업적이 단지 타고난 소질 때문이 아니라 철저한 노력과 프로정신이 결집돼 발현된 것으로 평가받는 것도 그 이유다.

그런 의미서 작금의 어린 선수들이 롤 모델로 삼아야할 선수는 바로 송 코치인지도 모른다. 송 코치는 현재 일선서 프로선수들을 지도하며 한화 이글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현역 선수로도, 지도자로서도 피칭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그를 만나 어린 투수들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21년 현역으로]
[철저한 몸관리]

증평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송진우는 언제나 팀의 에이스였다. 세광고 2학년 시절 2학년 황금사자기 우승 때는 거의 혼자 완투를 했었다며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날 모교인 세광고는 청룡기서 우승후보 덕수고를 격파하며 8강에 진출했다. “아까 보니까 이기고 있던데요?”라고 말하며 사람 좋게 웃는 송진우 코치. 늘 한 번 찾아가보고 싶으면서도 워낙 치열한 승부의 현장에 있는 탓에 “마음만 있다”는 그는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올해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너무 좋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고 하고 팬들도 야구장 찾아서 응원 많이 해주시다 보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여러 사람들의 뜻이 한 곳에 모이다 보니까 올해 생각보다 좋은 성적이 나고 있다.

-한화 이글스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나?

▲은퇴한 한화 이글스 출신들이 그동안 팀이 부진했던 것을 만회하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면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사실 내가 오기 이전에는 2군 출신 보다는 외부서 영입을 많이 했다. 하지만 구단서 기대하는 기대치에는 다소 부족한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이글스 출신들로 제대로 한 번 팀을 꾸려서 만들어 나가보자는 제의를 받고 나 또한 매력을 느껴 동참했다.

멘탈도 봐야하고
지구력도 봐야하고
민첩성도 봐야한다

-세광고 재학 시절 때는 성적이 어땠나?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 학교가 야구를 나름 잘 했다(웃음). 내가 고교 2학년 때 황금사자기 우승을 했었고, 3학년 때 대통령배 준우승을 했었다.

-가끔씩 모교도 찾아가는가?

▲사실 찾아가보고 싶은데 프로야구 일정으로 전국 각지를 떠돌다 보니 솔직히 시간이 없다. 늘 항상 마음만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투수에 제언]

최근 고교야구의 특징은 ‘스피드업’과 ‘벌크업’이다. 야구에 대한 내적인 깊이보다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스피드를 늘리는 데 여념이 없고 프로 또한 지나치게 스피드에 경도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프로 일선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송 코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야구 투수들이 지나치게 스피드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 아니다. 솔직히 조심스럽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운동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프로에 들어오는 것이 차후에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스피드는 그런 운동능력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학생야구를 할 때는 야구부서 그 선수의 운동능력 테스트를 하고 야구부로 뽑았었다. 최근에는 그런 것과는 동떨어지게 하고 싶은 사람들에 한해서 야구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그런 부분들이 이런 트렌드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처음 입단한 고졸 투수들을 보게 되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체크하나?

▲어느 하나를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선수의 멘탈도 봐야하고 지구력도 봐야하고, 민첩성도 봐야 한다. 공만 빠르게 던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서 얼마나 대처를 잘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봐야한다.

거기다 프로의 기준으로 보면 공을 어느 정도 이상의 스피드로 던져야 하기 때문에 공을 잘 던질 수 있는 체격도 봐야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느린 볼, 특히 체인지업류의 공을 많이 던지는 데 그 공의 브레이크가 얼마나 잘 들어가지도 체크해야 한다.

-투수는 단순한 직구의 스피드보다 공 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공의 회전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지도자마다 방법이 다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투수의 공의 회전력을 늘리고 공의 스피드가 빨라지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멀리던지기라고 생각한다. 공이 멀리가기 위해서는 공의 회전이 많아야 한다.

멀리 던지는 연습을 기피하거나 소홀한 선수는 공이 빨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 선수라고 생각한다(웃음). 가능하면 시즌 중에는 쉽지 않지만 비시즌 중에는 멀리던지기를 권장을 많이 하고 있다.

공만 빠르다고 좋은 것 아냐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이 중요

-현역시절 제구의 마술사라고 불렸다. 어린 선수들에게 제구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반복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나도 어릴 때부터 제구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프로에 처음 왔을 때는 스피드에 의존하는 투구를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예전 지도자분들은 공을 많이 던지라고 주문을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공을 많이 던지면 어깨에 무리는 당연히 갈 수밖에 없고, 공을 적게 던지면 반복연습이 안 되기 때문에 갖고 있는 능력을 배가시키기는 어렵다. 나도 그 적정선을 조절하는 것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제구력은 손의 감각이다. 강하게 던지지 않더라고 꾸준하게 공을 만지면서 스스로 느끼고 깨우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몸매가 굉장히 슬림하다. 지금의 투수들 사이에선 체중을 많이 불리는 벌크업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벌크업이 공의 스피드를 늘리고 공을 무겁게 하는 데 도움이 되나?

▲아무래도 가벼운 것보다는 무거운 것이 더 유리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는 그러한 벌크업보다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민첩성과 공을 던지는 순간의 회전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단순히 몸을 불린다고 해서 공이 무거워지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프로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정글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수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상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멘탈이다. 아마추어는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지만 프로의 세계서 2인자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각 팀의 투수들이 보통 13명 정도의 엔트리가 있는데 자신들의 팀의 선수들끼리도 라이벌 의식을 가져야 한다. 상대를 만나면 꼭 이긴다는 생각이 멘탈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보는]
[고교야구 변혁]

2018년 고교야구는 대변혁의 시기를 걷고 있다. 투구수 제한이 본격화됐다. 올 시즌 말부터는 고교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 금지 및 겨울철 연습경기 금지 규칙도 본격 실행된다. 이러한 규칙들은 고교 야구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반면 고교 선수들의 기량하락과 고교야구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송 코치는 이러한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올 시즌 고교야구서 투구수 제한이 처음 도입됐는데?

▲생각하는 것이 다 편차가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투구수 제한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가 생긴 이유는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욕심이 있어서다. 투수들을 많이 던지게 하다 보니 이런 제도가 나온 것이다. 지도자들의 정확한 판단만 있다면 투구수 제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일본을 예로 들면 일본은 고시엔 대회가 여름과 가을 두 대회가 있는데 거의 모든 투수들이 다 완투한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가서 부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결국 지도자들이 투구수를 얼마만큼 선수에 맞게끔 배당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올 때 부상을 입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투구수 제한을 두는 것 같은데 정답은 없다. 많이 던진다고 아픈 것도 아니고 적게 던진다고 몸이 강해지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 선수에 맞게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잘 조절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한다.

-현역 때 210승을 거둘 만큼 많이 던지면서도 부상이 없었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일단 몸의 구조가 중요하고 생각 자체도 중요하다. 나는 공을 던질 때 조금 긍정적으로 즐겁게 던졌다. 생각이 긍정적이면 부상이 적게 온다. 또 하나, 나는 몸이 매우 유연한 편이었고 투구 폼도 꽤 부드러운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많이 던져도 회복이 빨리 되는 편이었던 것 같다. 부드러운 몸과 부드럽고 예쁜 투구 폼을 가지고 있으면 부상위험은 줄어들 수가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그 선수를 얼마만큼 관리해주느냐인 것 같다.

“투구수 제한…꼭 필요하겠냐?”
“해외훈련 금지…대안 나올 것”

-올해부터 아마야구서 해외전지훈련 금지 및 겨울철 연습경기 금지 법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대한 의견은?

▲사실 이 문제는 프로 지도자인 내가 언급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자율로 보장을 하게 되면 한두 군데가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다른 고등학교들도 안 갈 수가 없다. 이런 측면이 강제적인 금지를 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몇 년 시행되다 보면 여러 가지 개선책이나 대안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신인 투수들을 처음 보면 어떤 훈련을 가장 먼저 시키나?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 나 또한 ‘기본기’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나는 처음부터 선수들을 압박하는 타입이 아니다. 기본부터 차분하게 가르치면서 차츰 좋아지는 방향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줄 수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래도 야구를 등한시하게 될 수 있다. 재미가 있으면 선수들이 알아서 열심히 연습하고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최대한 재미있게 야구를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고교 선수들은 프로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프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나?

▲아마야구의 지도자분들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지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선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이나 상급학교의 진학이 아니라 프로에 와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기본기다.

기본기가 안 되어 있으면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을 명심 또 명심했으면 한다. 또 한 가지는 야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고 한발 한발 정진하는 것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엄청난 폭염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야구계의 대선배로서 따뜻한 한마디 부탁한다.

▲날씨가 엄청나게 덥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은 야구할 날이 정말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부상을 입으면 가족이나 개인에게 가슴 아픈 일이다. 부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수분 섭취를 충분하게 해주면서 경기할 때마다 즐기면서 열심히 뛰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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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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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