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대담] ‘야구 전설’ 송진우에게 아마야구의 길을 묻다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8.06 10:29:42
  • 호수 1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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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집착 말고 먼 미래로 한발 한발”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송진우 한화이글스 코치는 한국프로야구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다. 대학 4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문에 프로 데뷔를 1년 더 미룬 송 코치는 1989년 데뷔해 통산 21년간 672경기서 210승153패 103세이브 17홀드를 기록했다. 210승도 엄청난데 103세이브를 했으니 입이 떡 벌어진다. 꾸준히 선발로만 등판했다면 300승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송 코치도 어린 시절에는 빠른 공과 훌륭한 소질을 지니고 있는 투수였다.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잃어버린 적이 있으나 마술 같은 제구력과 현란한 변화구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 대기록을 달성했다.

프로 입단 후 큰 부상 없이 없었던 송 코치는 술·담배를 멀리하는 등 철저한 몸 관리로 프로 21년 차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이런 업적이 단지 타고난 소질 때문이 아니라 철저한 노력과 프로정신이 결집돼 발현된 것으로 평가받는 것도 그 이유다.

그런 의미서 작금의 어린 선수들이 롤 모델로 삼아야할 선수는 바로 송 코치인지도 모른다. 송 코치는 현재 일선서 프로선수들을 지도하며 한화 이글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현역 선수로도, 지도자로서도 피칭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그를 만나 어린 투수들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21년 현역으로]
[철저한 몸관리]

증평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송진우는 언제나 팀의 에이스였다. 세광고 2학년 시절 2학년 황금사자기 우승 때는 거의 혼자 완투를 했었다며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날 모교인 세광고는 청룡기서 우승후보 덕수고를 격파하며 8강에 진출했다. “아까 보니까 이기고 있던데요?”라고 말하며 사람 좋게 웃는 송진우 코치. 늘 한 번 찾아가보고 싶으면서도 워낙 치열한 승부의 현장에 있는 탓에 “마음만 있다”는 그는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올해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너무 좋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고 하고 팬들도 야구장 찾아서 응원 많이 해주시다 보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여러 사람들의 뜻이 한 곳에 모이다 보니까 올해 생각보다 좋은 성적이 나고 있다.

-한화 이글스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나?

▲은퇴한 한화 이글스 출신들이 그동안 팀이 부진했던 것을 만회하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면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사실 내가 오기 이전에는 2군 출신 보다는 외부서 영입을 많이 했다. 하지만 구단서 기대하는 기대치에는 다소 부족한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이글스 출신들로 제대로 한 번 팀을 꾸려서 만들어 나가보자는 제의를 받고 나 또한 매력을 느껴 동참했다.

멘탈도 봐야하고
지구력도 봐야하고
민첩성도 봐야한다

-세광고 재학 시절 때는 성적이 어땠나?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 학교가 야구를 나름 잘 했다(웃음). 내가 고교 2학년 때 황금사자기 우승을 했었고, 3학년 때 대통령배 준우승을 했었다.

-가끔씩 모교도 찾아가는가?

▲사실 찾아가보고 싶은데 프로야구 일정으로 전국 각지를 떠돌다 보니 솔직히 시간이 없다. 늘 항상 마음만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투수에 제언]

최근 고교야구의 특징은 ‘스피드업’과 ‘벌크업’이다. 야구에 대한 내적인 깊이보다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스피드를 늘리는 데 여념이 없고 프로 또한 지나치게 스피드에 경도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프로 일선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송 코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야구 투수들이 지나치게 스피드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 아니다. 솔직히 조심스럽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운동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프로에 들어오는 것이 차후에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스피드는 그런 운동능력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학생야구를 할 때는 야구부서 그 선수의 운동능력 테스트를 하고 야구부로 뽑았었다. 최근에는 그런 것과는 동떨어지게 하고 싶은 사람들에 한해서 야구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그런 부분들이 이런 트렌드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처음 입단한 고졸 투수들을 보게 되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체크하나?

▲어느 하나를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선수의 멘탈도 봐야하고 지구력도 봐야하고, 민첩성도 봐야 한다. 공만 빠르게 던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서 얼마나 대처를 잘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봐야한다.

거기다 프로의 기준으로 보면 공을 어느 정도 이상의 스피드로 던져야 하기 때문에 공을 잘 던질 수 있는 체격도 봐야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느린 볼, 특히 체인지업류의 공을 많이 던지는 데 그 공의 브레이크가 얼마나 잘 들어가지도 체크해야 한다.

-투수는 단순한 직구의 스피드보다 공 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공의 회전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지도자마다 방법이 다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투수의 공의 회전력을 늘리고 공의 스피드가 빨라지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멀리던지기라고 생각한다. 공이 멀리가기 위해서는 공의 회전이 많아야 한다.

멀리 던지는 연습을 기피하거나 소홀한 선수는 공이 빨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 선수라고 생각한다(웃음). 가능하면 시즌 중에는 쉽지 않지만 비시즌 중에는 멀리던지기를 권장을 많이 하고 있다.

공만 빠르다고 좋은 것 아냐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이 중요

-현역시절 제구의 마술사라고 불렸다. 어린 선수들에게 제구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반복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나도 어릴 때부터 제구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프로에 처음 왔을 때는 스피드에 의존하는 투구를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예전 지도자분들은 공을 많이 던지라고 주문을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공을 많이 던지면 어깨에 무리는 당연히 갈 수밖에 없고, 공을 적게 던지면 반복연습이 안 되기 때문에 갖고 있는 능력을 배가시키기는 어렵다. 나도 그 적정선을 조절하는 것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제구력은 손의 감각이다. 강하게 던지지 않더라고 꾸준하게 공을 만지면서 스스로 느끼고 깨우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몸매가 굉장히 슬림하다. 지금의 투수들 사이에선 체중을 많이 불리는 벌크업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벌크업이 공의 스피드를 늘리고 공을 무겁게 하는 데 도움이 되나?

▲아무래도 가벼운 것보다는 무거운 것이 더 유리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는 그러한 벌크업보다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민첩성과 공을 던지는 순간의 회전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단순히 몸을 불린다고 해서 공이 무거워지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프로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정글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수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상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멘탈이다. 아마추어는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지만 프로의 세계서 2인자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각 팀의 투수들이 보통 13명 정도의 엔트리가 있는데 자신들의 팀의 선수들끼리도 라이벌 의식을 가져야 한다. 상대를 만나면 꼭 이긴다는 생각이 멘탈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보는]
[고교야구 변혁]

2018년 고교야구는 대변혁의 시기를 걷고 있다. 투구수 제한이 본격화됐다. 올 시즌 말부터는 고교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 금지 및 겨울철 연습경기 금지 규칙도 본격 실행된다. 이러한 규칙들은 고교 야구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반면 고교 선수들의 기량하락과 고교야구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송 코치는 이러한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올 시즌 고교야구서 투구수 제한이 처음 도입됐는데?

▲생각하는 것이 다 편차가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투구수 제한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가 생긴 이유는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욕심이 있어서다. 투수들을 많이 던지게 하다 보니 이런 제도가 나온 것이다. 지도자들의 정확한 판단만 있다면 투구수 제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일본을 예로 들면 일본은 고시엔 대회가 여름과 가을 두 대회가 있는데 거의 모든 투수들이 다 완투한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가서 부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결국 지도자들이 투구수를 얼마만큼 선수에 맞게끔 배당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올 때 부상을 입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투구수 제한을 두는 것 같은데 정답은 없다. 많이 던진다고 아픈 것도 아니고 적게 던진다고 몸이 강해지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 선수에 맞게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잘 조절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한다.

-현역 때 210승을 거둘 만큼 많이 던지면서도 부상이 없었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일단 몸의 구조가 중요하고 생각 자체도 중요하다. 나는 공을 던질 때 조금 긍정적으로 즐겁게 던졌다. 생각이 긍정적이면 부상이 적게 온다. 또 하나, 나는 몸이 매우 유연한 편이었고 투구 폼도 꽤 부드러운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많이 던져도 회복이 빨리 되는 편이었던 것 같다. 부드러운 몸과 부드럽고 예쁜 투구 폼을 가지고 있으면 부상위험은 줄어들 수가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그 선수를 얼마만큼 관리해주느냐인 것 같다.

“투구수 제한…꼭 필요하겠냐?”
“해외훈련 금지…대안 나올 것”

-올해부터 아마야구서 해외전지훈련 금지 및 겨울철 연습경기 금지 법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대한 의견은?

▲사실 이 문제는 프로 지도자인 내가 언급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자율로 보장을 하게 되면 한두 군데가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다른 고등학교들도 안 갈 수가 없다. 이런 측면이 강제적인 금지를 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몇 년 시행되다 보면 여러 가지 개선책이나 대안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신인 투수들을 처음 보면 어떤 훈련을 가장 먼저 시키나?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 나 또한 ‘기본기’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나는 처음부터 선수들을 압박하는 타입이 아니다. 기본부터 차분하게 가르치면서 차츰 좋아지는 방향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줄 수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래도 야구를 등한시하게 될 수 있다. 재미가 있으면 선수들이 알아서 열심히 연습하고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최대한 재미있게 야구를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고교 선수들은 프로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프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나?

▲아마야구의 지도자분들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지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선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이나 상급학교의 진학이 아니라 프로에 와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기본기다.

기본기가 안 되어 있으면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을 명심 또 명심했으면 한다. 또 한 가지는 야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고 한발 한발 정진하는 것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엄청난 폭염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야구계의 대선배로서 따뜻한 한마디 부탁한다.

▲날씨가 엄청나게 덥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은 야구할 날이 정말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부상을 입으면 가족이나 개인에게 가슴 아픈 일이다. 부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수분 섭취를 충분하게 해주면서 경기할 때마다 즐기면서 열심히 뛰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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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