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 1심 판결 논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더니…형량 겨우?

[일요시사=이수지 기자] 법원이 전국 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6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4명의 의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고 벌금형을 받은 2명 가운데 의원직 상실형은 1명에 그쳐 법조계와 학계 안팎에서는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또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실형,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에게는 무죄나 다름없는 선고유예가 내려지면서 “여당무죄, 야당유죄의 전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청목회 1심재판서 최규식만 의원직 상실
불법후원금 6명 중 4명 ‘선고유예’에 그쳐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강을환)는 지난 5일 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규식 민주당 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 같은 당 강기정 의원에게는 벌금 90만원에 추징금 99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 형이 확정되면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 재판부는 또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에게는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고 추징금 2080만원을 선고했다. 한나라당 조진형·유정현·권경석 의원에게는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고 추징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의원들의 ‘성실한 의정활동 수행’을 참작한다며 이같이 낮은 형량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이 엇갈린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수수액수가 5000만원에 이르고 청원경찰법 개정 과정에서 청목회 간부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피고인 최규식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해 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당무죄?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자치단체장 등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거나 그 외의 범죄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나 그 전부터 청원경찰 처우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해 개정안을 발의, 통과한 점이 인정된다”며 “기부 받을 것을 예상해 대가성으로 법 개정에 관여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다만 정치자금법이 선출직 공무원은 입법행위와 관련한 청탁알선을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양형기준은 액수를 가지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행 정치자금법 31조 2항은 누구든지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정치자금법 32조 3항의 3호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청원경찰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과 관련해 청목회로부터 990만~5천만원의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지난 8월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5000만원, 이 의원에 징역 1년과 추징금 2150만원을 구형했다.

또 권 의원에게는 징역 1년과 추징금 2000만원, 조·유 의원에 각각 징역 8개월과 추징금 1000만원, 강 의원에 징역 8월과 추징금 990만원을 구형했다.

야당유죄?

1심판결이 끝나자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에게 더 가혹한 형이 선고됐다며 여야를 차별해 판결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최규식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이, 같은 당 강기정 의원은 990만원을 받은 혐의로 벌금 90만원이 선고됐는데 여당의원들은 더 많은 액수를 받고도 선고유예가 내려졌다”며 공정성을 지적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도 “똑같은 혐의가 ‘여야’에 따라 서로 갈린 채 결론 내려진 것으로, 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변인은 “단언컨대 청목회 사건은 처음부터 정치적 의도를 가진 기획수사에서 출발했다”며, “애초에 검찰은 ‘입법로비’ 운운하며 뇌물죄를 거론했지만, 정작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함으로써 청목회 사건은 무리한 ‘억지 수사’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또한 “이 사건이 청와대 대포폰 의혹, 대우조선해양 김윤옥 여사 개입 의혹을 제기한 야당의원들에 대한 ‘괘씸죄’에서 비롯됐다는 의심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 건과 관련된 10만원 소액 후원은 불법자금이 아닌, 엄연히 정치자금법상 허용되는 기부행위인데도 1심 법원이 합법적인 후원금을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주홍글씨를 씌워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한 것은 사법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치자금법상 죄가 되지 않는데도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은 잘못된 일이고 판결 내용도 (여야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한나라당 조 의원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 재판부가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지만 무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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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