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자유한국당 구원투수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25 14:27:56
  • 호수 1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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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잡고 ‘보수굴’로 들어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위기 속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 이어 6·13 지방선거까지 참패한 한국당은 계파 갈등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 어느 시기 비대위원장보다 김 비대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이 인적청산 등 전권을 휘두르는 ‘저승사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주간의 준비위 논의와 오늘 의원총회서 모아진 총의를 바탕으로 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내정자로 김병준 교수를 모시게 됐다”고 밝혔다. 

만장일치로…
흔쾌히 수락

김 권한대행은 “김 교수와 통화했고,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확인했다”며 “(수락 당시 요구 조건은)전혀 없었다. 흔쾌히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김 권한대행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철한 현실 인식과 치열한 자기 혁신”이라며 “김 교수는 냉철한 현실 인식과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발휘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6·13지방선거서 참패와 계파갈등으로 허덕이던 한국당을 쇄신할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지난 17일, 본격 출범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을 통해 “제가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당의 많은 분야를 아주 많이 바꾸는 것”이라며 보수 대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서 전국위원회를 열었다. 전국위원 총 631명 중 363명(참석률 57.5%)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선 김 비대위원장 선임 안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곧바로 직무에 돌입해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게 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수락 연설서 “한국정치를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이 정치의 중심을 이루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아무 힘도 계파도 없고 공천권도 없지만, 작지 않은 힘을 갖고 있다”며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지탄, 그러면서도 아직 놓지 않고 있는 희망이 한 가닥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하는 권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 대표로서의 권한이 있다”며 ‘관리형 비대위’에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혁신비대위의 중점 사안은 계파 청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이후 한 달 가까이나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지방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홍준표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 김 권한대행이 대표를 맡으며 당내 계파 갈등도 표면화됐다.   

3주간 논의 끝에 친노 브레인 영입
인적청산부터? 친박 저승사자 되나


김 권한대행이 지난달 18일 중앙당 해체와 혁신비대위 출범을 발표했다. 당내에선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는 독단적 행위였다”며 거센 비판을 샀다. 이튿날엔 ‘친박의 목을 친다’는 복당파 박성중 의원의 메모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친박과 복당파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 과정서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당내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선 김 권한대행의 독단적 결정을 문제 삼으며 심재철 의원 등이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자 김 권한대행은 “2013년 누드사진 보다가 노출됐을 때 막아주지 않았느냐” 등 감정적인 서운함을 표출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의총서 김 권한대행이 막말 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의원들도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면서 표면적으로 갈등이 봉합되는 양태다. 

하지만 여전히 계파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화해가 아니라 휴전 상태다. 갈등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며 “김 비대위원장이 한국당 인적청산을 하는 과정서 분명히 계파 싸움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물망에 올랐던 다른 후보들과 달리 하마평 당시부터 의욕을 보였다. 남다른 각오로 당 혁신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게 당 안팎의 기대다. 그러나 선거 참패 이후에도 처절한 반성보단 계파갈등에 골몰해왔던 한국당이 ‘공천권’이란 무기도 없이 들어설 비대위 체제 하에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의 임기와 역할에 대해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당초 김 권한대행은 2020년 총선의 공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비대위원장 모델을 제안했다. 그러나 총선이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서 성급한 접근이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 혁신 역할은?
허수아비 우려도

도리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기 전까지 혼란을 수습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한국당 초선의원 모임서도 ‘전권형’ 비대위를 지지하는 의원과 관리형 비대위를 선호하는 의원의 숫자가 비슷했다.

구체적인 쇄신 작업은 더욱 막막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은 인적쇄신, 보수 가치 재정립, 세대교체를 통해 다음 총선서 경쟁력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며 “중요한 점은 인적쇄신의 방법에 있어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일성처럼 한국당을 넘어 한국정치 변화까지 이루려면 이번 기회를 결코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땜질식 봉합’에 그친다면 한국당, 한국보수는 추락할 게 뻔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전대, 총선 공천 등 향후 당 운영 시스템의 원칙을 바로잡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나아가 한국보수가 지향할 가치를 다시 세우고 젊고 참신한 인재들이 뛰어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비대위가 황폐화된 보수의 땅을 객토하고, 다음 지도부는 과감한 혁신 작업을 벌여야 한국의 보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병준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한국당 입장서도 모험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정부 청와대서 일한 ‘원조 친노’ 인사다. 김 비대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1994년 개인 자격으로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청와대에 입성한 뒤에 노 전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했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책기조였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지휘해 종합부동산세와 동반성장전략 정책 등을 수행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김병준은 우리랑 출신이 다르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또 다른 암초도 만났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에 따르면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권익위로부터 김 비대위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접수받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 

권익위는 올해 초 강원랜드 내부 인사로부터 김 비대위원장과 관련된 제보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무팀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강원경찰청에 이첩된 상태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신고를 접수한 기관은 60일 동안의 확인 과정을 거쳐 수사기관에 직접 고발하거나 감사기관 혹은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도록 돼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민대 교수 신분으로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프로암 경기 당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의 초청을 받아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골프비, 기념품, 식사비용 등을 포함해 모두 118만원가량을 접대 받았다는 제보 내용을 토대로 사실 관계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 

청탁금지법 제8조(금품 수수등의 금지)에는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사립대 교수 신분이었던 김 교수도 적용 대상이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접대라고 하긴 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오전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던 중 전날 언론에 보도된 ‘접대 의혹’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아시겠지만 공식 (골프)시합을 하기 전에 프로암대회가 있고 여기에 사회 각계 여럿을 초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초대를 받아서 갔다”며 “솔직히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냥 상식선서 골프를 한 번 하고 오는 정도인데 그 비용이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범위를 넘었냐 안 넘었냐는 알 수가 없다”며 “당시 대회를 주최한 대표(함승희)가 그 범위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 있다고 했는데 그것 또한 저는 모른다”며 “기다려 달라. 서로 의견이 다르니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결론이 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의 사람 분류
16년 후 보수로

김 비대위원장은 1954년 생으로 경상북도 고령 출신이다. 영남대학교 정치학 학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델라웨어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를 받은 그는 좌·우를 오가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참여정부서 정책실장을 맡으며 ‘노무현정부의 정책 좌장’으로 불렸던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서 새 총리로 지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뿌렸다. 

김 비대위원장은 개헌과 지방분권을 강조해 온 학자다. 국민대 행정대학원장을 재임 시절 대선 전 노무현 대통령이 운영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이사장을 맡으며 정계에 인연을 맺었다. 

이후 캠프 정책자문단장, 인수위 정무분과위원회 간사를 거쳐 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앞장서 이끌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도 그와 공교로운 인연을 맺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된 직후인 2004년 6월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조각 당시 어떤 보직이든 맡길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8월까지 정책실장을 역임한 뒤에는 교육부총리로 임명됐으나 현재의 자유한국당인 한나라당이 논문 표절 문제를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사퇴를 압박하자 13일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며 사단법인 공공경영연구원 이사장, 사단법인 사회디자인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노무현정부를 마친 후에는 보수진영과 접촉면을 넓혔다. 경북 고령 출신으로 TK인사와 교류를 지속했고, 한국당 내에서는 김용태 의원 등 소장파와 가깝게 지냈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무총리로 깜짝 지명되기도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개헌’ 이야기를 꺼낸 데다 대통령의 2선 후퇴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11월3일 그는 박근혜정부의 4번째 총리이자 신임 총리로 지명됐지만, 12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자연스레 없던 일이 됐다. 

“계파·진영논리와 싸우다 죽으면 영광”
보수가치 재정립, 세대교체 등 현안과제

지속적으로 정치현안에 대한 발언을 지속해 온 데다 여·야를 두루 아우르고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비대위원장’ 단골 후보이기도 했다. 과거 박근혜정부 총리 지명 수락 때 그는 이미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던 상태였다. 

당시 안철수 전 대표는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며 당내 반발을 무릅썼다가 낭패를 봤다. 

김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 정책실장이던 시절 당시 비서실장인 문재인 대통령으로 청와대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2012년 대선에선 김두관을 지지하는 등 친문(친 문재인)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2007년 정책특보 시절 친노 진영서 이해찬 후보를 밀고 있는데도, 직접 대선 후보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친노(친 노무현) 인사들과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친노’서 최근엔 두드러진 ‘우향우’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2016년 총선을 전후해 새누리당 의원 대상 특강을 하는 등 정계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1월에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첫번째 외부 연사로 나서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는 등 두드러진 ‘중도 보수 행보’를 보여왔다. 6·13 지방선거 때는 자유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로서도 하마평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 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제일 먼저 거론된 인사였다.

그를 보는 ‘원조 친노’ 진영의 시선은 따뜻하지만은 않다. 이미 멀어진 인사라는 것이다. 2016년 탄핵 정국 때 총리 지명 소식을 접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그가 수락하면서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반친노? 
친노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냈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쪽 일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일갈했다.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김병준 교수를 너무나 잘 알기에 한 말씀 드린다. 그쪽 일을 하면서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당신의 그 권력욕이 참 두렵다”고 적었다.


<cmp@ilyosisa.co.kr>

 

[김병준은?]

▲1954 경북 고령군 ▲대구상고·영남대 졸 ▲미국 델라웨어 대 정치학 박사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 지명자 ▲국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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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