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자유한국당 구원투수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25 14:27:56
  • 호수 1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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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잡고 ‘보수굴’로 들어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위기 속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 이어 6·13 지방선거까지 참패한 한국당은 계파 갈등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 어느 시기 비대위원장보다 김 비대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이 인적청산 등 전권을 휘두르는 ‘저승사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주간의 준비위 논의와 오늘 의원총회서 모아진 총의를 바탕으로 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내정자로 김병준 교수를 모시게 됐다”고 밝혔다. 

만장일치로…
흔쾌히 수락

김 권한대행은 “김 교수와 통화했고,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확인했다”며 “(수락 당시 요구 조건은)전혀 없었다. 흔쾌히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김 권한대행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철한 현실 인식과 치열한 자기 혁신”이라며 “김 교수는 냉철한 현실 인식과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발휘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6·13지방선거서 참패와 계파갈등으로 허덕이던 한국당을 쇄신할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지난 17일, 본격 출범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을 통해 “제가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당의 많은 분야를 아주 많이 바꾸는 것”이라며 보수 대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서 전국위원회를 열었다. 전국위원 총 631명 중 363명(참석률 57.5%)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선 김 비대위원장 선임 안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곧바로 직무에 돌입해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게 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수락 연설서 “한국정치를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이 정치의 중심을 이루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아무 힘도 계파도 없고 공천권도 없지만, 작지 않은 힘을 갖고 있다”며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지탄, 그러면서도 아직 놓지 않고 있는 희망이 한 가닥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하는 권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 대표로서의 권한이 있다”며 ‘관리형 비대위’에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혁신비대위의 중점 사안은 계파 청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이후 한 달 가까이나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지방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홍준표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 김 권한대행이 대표를 맡으며 당내 계파 갈등도 표면화됐다.   

3주간 논의 끝에 친노 브레인 영입
인적청산부터? 친박 저승사자 되나


김 권한대행이 지난달 18일 중앙당 해체와 혁신비대위 출범을 발표했다. 당내에선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는 독단적 행위였다”며 거센 비판을 샀다. 이튿날엔 ‘친박의 목을 친다’는 복당파 박성중 의원의 메모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친박과 복당파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 과정서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당내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선 김 권한대행의 독단적 결정을 문제 삼으며 심재철 의원 등이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자 김 권한대행은 “2013년 누드사진 보다가 노출됐을 때 막아주지 않았느냐” 등 감정적인 서운함을 표출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의총서 김 권한대행이 막말 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의원들도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면서 표면적으로 갈등이 봉합되는 양태다. 

하지만 여전히 계파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화해가 아니라 휴전 상태다. 갈등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며 “김 비대위원장이 한국당 인적청산을 하는 과정서 분명히 계파 싸움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물망에 올랐던 다른 후보들과 달리 하마평 당시부터 의욕을 보였다. 남다른 각오로 당 혁신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게 당 안팎의 기대다. 그러나 선거 참패 이후에도 처절한 반성보단 계파갈등에 골몰해왔던 한국당이 ‘공천권’이란 무기도 없이 들어설 비대위 체제 하에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의 임기와 역할에 대해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당초 김 권한대행은 2020년 총선의 공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비대위원장 모델을 제안했다. 그러나 총선이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서 성급한 접근이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 혁신 역할은?
허수아비 우려도

도리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기 전까지 혼란을 수습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한국당 초선의원 모임서도 ‘전권형’ 비대위를 지지하는 의원과 관리형 비대위를 선호하는 의원의 숫자가 비슷했다.

구체적인 쇄신 작업은 더욱 막막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은 인적쇄신, 보수 가치 재정립, 세대교체를 통해 다음 총선서 경쟁력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며 “중요한 점은 인적쇄신의 방법에 있어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일성처럼 한국당을 넘어 한국정치 변화까지 이루려면 이번 기회를 결코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땜질식 봉합’에 그친다면 한국당, 한국보수는 추락할 게 뻔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전대, 총선 공천 등 향후 당 운영 시스템의 원칙을 바로잡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나아가 한국보수가 지향할 가치를 다시 세우고 젊고 참신한 인재들이 뛰어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비대위가 황폐화된 보수의 땅을 객토하고, 다음 지도부는 과감한 혁신 작업을 벌여야 한국의 보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병준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한국당 입장서도 모험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정부 청와대서 일한 ‘원조 친노’ 인사다. 김 비대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1994년 개인 자격으로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청와대에 입성한 뒤에 노 전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했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책기조였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지휘해 종합부동산세와 동반성장전략 정책 등을 수행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김병준은 우리랑 출신이 다르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또 다른 암초도 만났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에 따르면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권익위로부터 김 비대위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접수받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 

권익위는 올해 초 강원랜드 내부 인사로부터 김 비대위원장과 관련된 제보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무팀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강원경찰청에 이첩된 상태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신고를 접수한 기관은 60일 동안의 확인 과정을 거쳐 수사기관에 직접 고발하거나 감사기관 혹은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도록 돼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민대 교수 신분으로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프로암 경기 당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의 초청을 받아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골프비, 기념품, 식사비용 등을 포함해 모두 118만원가량을 접대 받았다는 제보 내용을 토대로 사실 관계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 

청탁금지법 제8조(금품 수수등의 금지)에는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사립대 교수 신분이었던 김 교수도 적용 대상이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접대라고 하긴 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오전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던 중 전날 언론에 보도된 ‘접대 의혹’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아시겠지만 공식 (골프)시합을 하기 전에 프로암대회가 있고 여기에 사회 각계 여럿을 초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초대를 받아서 갔다”며 “솔직히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냥 상식선서 골프를 한 번 하고 오는 정도인데 그 비용이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범위를 넘었냐 안 넘었냐는 알 수가 없다”며 “당시 대회를 주최한 대표(함승희)가 그 범위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 있다고 했는데 그것 또한 저는 모른다”며 “기다려 달라. 서로 의견이 다르니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결론이 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의 사람 분류
16년 후 보수로

김 비대위원장은 1954년 생으로 경상북도 고령 출신이다. 영남대학교 정치학 학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델라웨어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를 받은 그는 좌·우를 오가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참여정부서 정책실장을 맡으며 ‘노무현정부의 정책 좌장’으로 불렸던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서 새 총리로 지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뿌렸다. 

김 비대위원장은 개헌과 지방분권을 강조해 온 학자다. 국민대 행정대학원장을 재임 시절 대선 전 노무현 대통령이 운영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이사장을 맡으며 정계에 인연을 맺었다. 

이후 캠프 정책자문단장, 인수위 정무분과위원회 간사를 거쳐 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앞장서 이끌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도 그와 공교로운 인연을 맺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된 직후인 2004년 6월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조각 당시 어떤 보직이든 맡길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8월까지 정책실장을 역임한 뒤에는 교육부총리로 임명됐으나 현재의 자유한국당인 한나라당이 논문 표절 문제를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사퇴를 압박하자 13일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며 사단법인 공공경영연구원 이사장, 사단법인 사회디자인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노무현정부를 마친 후에는 보수진영과 접촉면을 넓혔다. 경북 고령 출신으로 TK인사와 교류를 지속했고, 한국당 내에서는 김용태 의원 등 소장파와 가깝게 지냈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무총리로 깜짝 지명되기도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개헌’ 이야기를 꺼낸 데다 대통령의 2선 후퇴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11월3일 그는 박근혜정부의 4번째 총리이자 신임 총리로 지명됐지만, 12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자연스레 없던 일이 됐다. 

“계파·진영논리와 싸우다 죽으면 영광”
보수가치 재정립, 세대교체 등 현안과제

지속적으로 정치현안에 대한 발언을 지속해 온 데다 여·야를 두루 아우르고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비대위원장’ 단골 후보이기도 했다. 과거 박근혜정부 총리 지명 수락 때 그는 이미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던 상태였다. 

당시 안철수 전 대표는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며 당내 반발을 무릅썼다가 낭패를 봤다. 

김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 정책실장이던 시절 당시 비서실장인 문재인 대통령으로 청와대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2012년 대선에선 김두관을 지지하는 등 친문(친 문재인)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2007년 정책특보 시절 친노 진영서 이해찬 후보를 밀고 있는데도, 직접 대선 후보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친노(친 노무현) 인사들과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친노’서 최근엔 두드러진 ‘우향우’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2016년 총선을 전후해 새누리당 의원 대상 특강을 하는 등 정계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1월에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첫번째 외부 연사로 나서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는 등 두드러진 ‘중도 보수 행보’를 보여왔다. 6·13 지방선거 때는 자유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로서도 하마평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 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제일 먼저 거론된 인사였다.

그를 보는 ‘원조 친노’ 진영의 시선은 따뜻하지만은 않다. 이미 멀어진 인사라는 것이다. 2016년 탄핵 정국 때 총리 지명 소식을 접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그가 수락하면서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반친노? 
친노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냈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쪽 일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일갈했다.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김병준 교수를 너무나 잘 알기에 한 말씀 드린다. 그쪽 일을 하면서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당신의 그 권력욕이 참 두렵다”고 적었다.


<cmp@ilyosisa.co.kr>

 

[김병준은?]

▲1954 경북 고령군 ▲대구상고·영남대 졸 ▲미국 델라웨어 대 정치학 박사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 지명자 ▲국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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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