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퇴출’36명 출금파일 대공개

‘대형사고’스타들…‘TV 블랙리스트’올랐다

[일요시사=이기현 기자] KBS·MBC 등 방송 출연금지 연예인 36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다. 이들은 모두 대형 사고를 치고 ‘TV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36명이 방송에 나오지 못하는 사유가 뭘까.

“사회적 물의 빚어”KBS·MBC 출연금지 명단 공개 
각각 연예인 23·31명 제재…양사 모두 제명 18명


사회적 물의를 빚어 KBS와 MBC가 출연금지하고 있는 연예인이 모두 36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재윤 의원(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방송 출연금지 연예인이 KBS 23명, MBC 31명이라고 밝혔다. 두 방송사로부터 모두 출연금지 당하고 있는 연예인은 18명이다.

마약건 12명 가장 많아
‘성기노출’무더기 징계

금지 사유별로 보면 마약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수 전인권은 1987년부터 3차례나 마약 사건에 휘말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2007년 또 다시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KBS 출금이 결정됐다. 전인권은 2006년 3월부터 1년 간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하고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춘천, 안양, 청주 교도소 등지에서 복역하다 2008년 9월 출소했다.

배우 김성민도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쇠고랑을 차 양사의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필리핀 세부에서 구입한 히로뽕을 국내 밀반입해 투약하고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민은 지난 3월 집행유예 4년과 함께 사회봉사 120시간, 약물치료강의 40시간 형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엑스터시 등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배우 주지훈과 예학영, 윤설희는 양사로부터 출금 조치를 받았다. 주지훈은 서울 강남과 이태원 등 클럽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로 적발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상근예비역으로 군에 입대해 복무 중이다. 예학영은 같은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윤설희는 주지훈과 예학영 등에게 마약을 공급하고 함께 투약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배우 오광록과 정재진, 가수 크라운J, 방송인 전창걸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입건돼 같은 처지가 됐다. 가수 김준원과 스티븐김(업타운 멤버), 김지훈은 마약류 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MBC에 출연할 수 없게 됐다.

마약에 이어 알몸 노출이 8명으로 나타났다. 주인공은 인디밴드 럭스 멤버 5명(원종희·박건우·윤형식·조상현·조셉퀸)과 더코치 멤버 3명(신현범·오은정·이종재)으로, 생방송 중 옷을 벗었다는 이유로 MBC 출금 연예인으로 확정됐다. 이들은 2005년 7월 MBC 음악 프로그램 <음악캠프> 출연 당시 함께 무대에 올랐던 또 다른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가 갑자기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시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을 일으킨 카우치 멤버 2명은 공연음안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된 카우치 멤버들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삼아 벌인 일”이라고 밝혀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럭스의 리더 원종희는 불구속 조치됐다. 그는 2010년 7월 멤버들과 회식을 하던 중 고기가 다 떨어지자 인근 식당에서 시가 30만원 상당의 한우를 훔친 혐의로 불구속되기도 했다.

사유 마약, 알몸 출연, 도박 순
3가지 이유로 총 24명 발목잡혀


다음으로 도박이 4명이었다. 가수 이상민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인터넷 도박사이트 ‘김미김미’를 개설한 혐의로 기소돼 양사에 얼굴을 비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민은 지난해 5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엔 지인의 부탁으로 모 저축은행에서 35억원의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른바 방송계 ‘도신 3인방’강병규·신정환·이성진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07년 10월부터 2008년 5월까지 필리핀에 개설된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26억원을 송금한 뒤 80여일 동안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병규는 2009년 2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동종 전과는 없지만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에 수백 차례 돈을 이체한 사실을 볼 때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정환은 지난달 해외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8월의 실형이 확정돼 구치소에 있다. 신정환은 지난해 8월 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상습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후 네팔 등지에 머물며 뎅기열에 걸려 입원중이라는 거짓말을 하다 지난 1월 귀국한 뒤 체포됐다.

이성진은 도박빚을 갚지 않아 2심 재판 중이다. 2009년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 등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자, 대부업자 등에게 총 2억4000만원을 빌린 후 도박으로 탕진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진은 지난 1심 선고에서 사기 및 도박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일부라도 채무를 변제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재판부의 배려로 법정구속은 면한 바 있다.

방송계 ‘도신 3인방’
언제쯤 제재 풀릴까

출금 사유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원조교제·성추문이다. 3명이 추잡한 사건으로 제재명단에 포함됐다. KBS는 배우 송영창과 이경영을 각각 원조교제,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명목으로 출연을 금지하고 있다.

송영창은 1999년 경기 일산시 호수공원 인근에서 전화사서함 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10대 소녀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은 뒤 돈을 주는 등 두 차례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생활정보지를 뒤적거리다 ‘080 전화사서함’이란 문구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해 호출번호를 남긴 것이 화근이었다”고 진술한 그는 이듬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원조교제를 한 것은 잘못이나 전과가 없고 본인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경영은 2002년 5월 여고생에게 “제작중인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며 두 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된 이후 오랜 법정공방 끝에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출금 조치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경영은 2001년 8월 지인의 소개로 당시 17세였던 이모양을 만나 성관계를 갖는 등 한차례에 3만∼10만원을 주고 3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체포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양이 성인이라 생각하고 성관계를 가졌으나 청소년인 사실을 안 뒤 부터는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가수 유연실의 경우 MBC에 18년째 출연하지 못하는 신세다. 유연실은 1989년 당시 MBC <시사토론> 진행자였던 박모 변호사와의 성추문 스캔들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들은 서로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불륜관계를 맺었다.

그러던 중 불륜 현장이 유연실의 남편에게 발각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위자료 분쟁이 일어났다. 남편과 이혼하는 조건으로 풀려난 유연실은 박 변호사에게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요구했지만, 돈을 주지 않자 “박 변호사에게 피해보상금 조로 약속받은 결별위자료 5000만원 가운데 4000만원을 지급 받지 못했다”며 둘의 관계를 폭로했다.

사유 마약, 알몸 출연, 도박 순
3가지 이유로 총 24명 발목잡혀


두 사람은 위자료 지급 여부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고, 보다 못한 MBC는 1993년 <시사토론> 진행자를 교체하면서 유연실에 대해 출연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에로영화 배우로 변신한 유연실은 1992년 국내 최초로 연예인 누드집 ‘이브의 초상’을 발간해 화제를 모았지만,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음란물로 규정해 발간등록을 취소한 바 있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주가조작·횡령 등 경제범죄를 저질러 방송 출연이 막힌 연예인은 3명이다. 이들은 모두 KBS로부터 출금 조치를 받고 있다.

탤런트 정욱은 2007년 2월 아들과 함께 다단계 회사를 설립한 뒤 투자자들로 부터 100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정욱은 2005년 7월 ‘뉴클레온’이란 다단계 회사를 차려놓고 “투자금의 150%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여 9000여명으로부터 1034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정욱은 전국의 투자설명회를 직접 돌면서 약속한 것과는 달리 회사는 별다른 수익구조가 없었고, 다른 투자자를 많이 모아온 투자자에게는 직급 수당과 추천 수당을 약속하는 등 사실상 다단계 형태로 운영돼 2006년 7월 기소됐다.

개그맨 서세원은 2005∼2006년 허위 공시로 주가를 부풀리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서세원은 2007년 7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서세원프로덕션의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 C사를 인수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한다고 허위 공시한 뒤 C사 대표로 취임해 수차례 회삿돈을 빼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탤런트 나한일은 사업자금을 빼돌려 주식투자, 빚 변제 등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구속됐다. 나한일은 2006∼2007년 브로커 양모씨에게 알선수수료를 주고 영화 및 해외 부동산 투자 개발에 쓴다는 명목으로 H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수차례 한도를 초과해 대출받고, 대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2009년 4월 구속됐다. 그는 2009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3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절도에 자작극까지
병역건 MC몽 유일

음주·뺑소니로 두 방송사의 출금이 확정된 연예인은 가수 김용준과 탤런트 여욱환 등 2명이다. 개그맨 곽한구와 탤런트 정명현은 절도 행각으로 발이 묶여 있다. 법정 공방이 한창인 가수 MC몽은 유일하게 병역문제와 관련해 양사에서 출금되고 있다.

강도 자작극을 벌인 가수 청안은 KBS의 눈 밖에 났다. 청안은 2006년 강도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가 나중에 거짓말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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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