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퇴출’36명 출금파일 대공개

‘대형사고’스타들…‘TV 블랙리스트’올랐다

[일요시사=이기현 기자] KBS·MBC 등 방송 출연금지 연예인 36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다. 이들은 모두 대형 사고를 치고 ‘TV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36명이 방송에 나오지 못하는 사유가 뭘까.

“사회적 물의 빚어”KBS·MBC 출연금지 명단 공개 
각각 연예인 23·31명 제재…양사 모두 제명 18명


사회적 물의를 빚어 KBS와 MBC가 출연금지하고 있는 연예인이 모두 36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재윤 의원(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방송 출연금지 연예인이 KBS 23명, MBC 31명이라고 밝혔다. 두 방송사로부터 모두 출연금지 당하고 있는 연예인은 18명이다.

마약건 12명 가장 많아
‘성기노출’무더기 징계

금지 사유별로 보면 마약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수 전인권은 1987년부터 3차례나 마약 사건에 휘말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2007년 또 다시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KBS 출금이 결정됐다. 전인권은 2006년 3월부터 1년 간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하고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춘천, 안양, 청주 교도소 등지에서 복역하다 2008년 9월 출소했다.

배우 김성민도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쇠고랑을 차 양사의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필리핀 세부에서 구입한 히로뽕을 국내 밀반입해 투약하고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민은 지난 3월 집행유예 4년과 함께 사회봉사 120시간, 약물치료강의 40시간 형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엑스터시 등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배우 주지훈과 예학영, 윤설희는 양사로부터 출금 조치를 받았다. 주지훈은 서울 강남과 이태원 등 클럽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로 적발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상근예비역으로 군에 입대해 복무 중이다. 예학영은 같은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윤설희는 주지훈과 예학영 등에게 마약을 공급하고 함께 투약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배우 오광록과 정재진, 가수 크라운J, 방송인 전창걸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입건돼 같은 처지가 됐다. 가수 김준원과 스티븐김(업타운 멤버), 김지훈은 마약류 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MBC에 출연할 수 없게 됐다.

마약에 이어 알몸 노출이 8명으로 나타났다. 주인공은 인디밴드 럭스 멤버 5명(원종희·박건우·윤형식·조상현·조셉퀸)과 더코치 멤버 3명(신현범·오은정·이종재)으로, 생방송 중 옷을 벗었다는 이유로 MBC 출금 연예인으로 확정됐다. 이들은 2005년 7월 MBC 음악 프로그램 <음악캠프> 출연 당시 함께 무대에 올랐던 또 다른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가 갑자기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시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을 일으킨 카우치 멤버 2명은 공연음안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된 카우치 멤버들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삼아 벌인 일”이라고 밝혀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럭스의 리더 원종희는 불구속 조치됐다. 그는 2010년 7월 멤버들과 회식을 하던 중 고기가 다 떨어지자 인근 식당에서 시가 30만원 상당의 한우를 훔친 혐의로 불구속되기도 했다.

사유 마약, 알몸 출연, 도박 순
3가지 이유로 총 24명 발목잡혀


다음으로 도박이 4명이었다. 가수 이상민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인터넷 도박사이트 ‘김미김미’를 개설한 혐의로 기소돼 양사에 얼굴을 비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민은 지난해 5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엔 지인의 부탁으로 모 저축은행에서 35억원의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른바 방송계 ‘도신 3인방’강병규·신정환·이성진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07년 10월부터 2008년 5월까지 필리핀에 개설된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26억원을 송금한 뒤 80여일 동안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병규는 2009년 2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동종 전과는 없지만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에 수백 차례 돈을 이체한 사실을 볼 때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정환은 지난달 해외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8월의 실형이 확정돼 구치소에 있다. 신정환은 지난해 8월 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상습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후 네팔 등지에 머물며 뎅기열에 걸려 입원중이라는 거짓말을 하다 지난 1월 귀국한 뒤 체포됐다.

이성진은 도박빚을 갚지 않아 2심 재판 중이다. 2009년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 등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자, 대부업자 등에게 총 2억4000만원을 빌린 후 도박으로 탕진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진은 지난 1심 선고에서 사기 및 도박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일부라도 채무를 변제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재판부의 배려로 법정구속은 면한 바 있다.

방송계 ‘도신 3인방’
언제쯤 제재 풀릴까

출금 사유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원조교제·성추문이다. 3명이 추잡한 사건으로 제재명단에 포함됐다. KBS는 배우 송영창과 이경영을 각각 원조교제,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명목으로 출연을 금지하고 있다.

송영창은 1999년 경기 일산시 호수공원 인근에서 전화사서함 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10대 소녀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은 뒤 돈을 주는 등 두 차례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생활정보지를 뒤적거리다 ‘080 전화사서함’이란 문구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해 호출번호를 남긴 것이 화근이었다”고 진술한 그는 이듬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원조교제를 한 것은 잘못이나 전과가 없고 본인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경영은 2002년 5월 여고생에게 “제작중인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며 두 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된 이후 오랜 법정공방 끝에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출금 조치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경영은 2001년 8월 지인의 소개로 당시 17세였던 이모양을 만나 성관계를 갖는 등 한차례에 3만∼10만원을 주고 3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체포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양이 성인이라 생각하고 성관계를 가졌으나 청소년인 사실을 안 뒤 부터는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가수 유연실의 경우 MBC에 18년째 출연하지 못하는 신세다. 유연실은 1989년 당시 MBC <시사토론> 진행자였던 박모 변호사와의 성추문 스캔들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들은 서로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불륜관계를 맺었다.

그러던 중 불륜 현장이 유연실의 남편에게 발각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위자료 분쟁이 일어났다. 남편과 이혼하는 조건으로 풀려난 유연실은 박 변호사에게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요구했지만, 돈을 주지 않자 “박 변호사에게 피해보상금 조로 약속받은 결별위자료 5000만원 가운데 4000만원을 지급 받지 못했다”며 둘의 관계를 폭로했다.

사유 마약, 알몸 출연, 도박 순
3가지 이유로 총 24명 발목잡혀


두 사람은 위자료 지급 여부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고, 보다 못한 MBC는 1993년 <시사토론> 진행자를 교체하면서 유연실에 대해 출연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에로영화 배우로 변신한 유연실은 1992년 국내 최초로 연예인 누드집 ‘이브의 초상’을 발간해 화제를 모았지만,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음란물로 규정해 발간등록을 취소한 바 있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주가조작·횡령 등 경제범죄를 저질러 방송 출연이 막힌 연예인은 3명이다. 이들은 모두 KBS로부터 출금 조치를 받고 있다.

탤런트 정욱은 2007년 2월 아들과 함께 다단계 회사를 설립한 뒤 투자자들로 부터 100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정욱은 2005년 7월 ‘뉴클레온’이란 다단계 회사를 차려놓고 “투자금의 150%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여 9000여명으로부터 1034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정욱은 전국의 투자설명회를 직접 돌면서 약속한 것과는 달리 회사는 별다른 수익구조가 없었고, 다른 투자자를 많이 모아온 투자자에게는 직급 수당과 추천 수당을 약속하는 등 사실상 다단계 형태로 운영돼 2006년 7월 기소됐다.

개그맨 서세원은 2005∼2006년 허위 공시로 주가를 부풀리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서세원은 2007년 7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서세원프로덕션의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 C사를 인수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한다고 허위 공시한 뒤 C사 대표로 취임해 수차례 회삿돈을 빼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탤런트 나한일은 사업자금을 빼돌려 주식투자, 빚 변제 등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구속됐다. 나한일은 2006∼2007년 브로커 양모씨에게 알선수수료를 주고 영화 및 해외 부동산 투자 개발에 쓴다는 명목으로 H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수차례 한도를 초과해 대출받고, 대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2009년 4월 구속됐다. 그는 2009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3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절도에 자작극까지
병역건 MC몽 유일

음주·뺑소니로 두 방송사의 출금이 확정된 연예인은 가수 김용준과 탤런트 여욱환 등 2명이다. 개그맨 곽한구와 탤런트 정명현은 절도 행각으로 발이 묶여 있다. 법정 공방이 한창인 가수 MC몽은 유일하게 병역문제와 관련해 양사에서 출금되고 있다.

강도 자작극을 벌인 가수 청안은 KBS의 눈 밖에 났다. 청안은 2006년 강도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가 나중에 거짓말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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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