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입 꾹 다문 송영무 국방부장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16 11:49:51
  • 호수 1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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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답답한 ‘꿀먹은 벙어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난 3월에 보고 받은 이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잇따른 말 실수로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씁쓸한 취임 1년이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위수령·계엄 문건’에 대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수사를 앞둔 가운데 불똥이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로 번졌다. 그간 송 장관의 석연찮은 행동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작성 사실을 지난 3월 보고 받고도 사실상 4개월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기무사가 계엄 선포를 실제로 검토했다면 문재인정부서 임명된 송 장관으로선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텐데도 결과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잦은 말실수
닥친 삼중고

청와대는 “송 장관이 지난 봄부터 기무사 개혁이란 큰 틀에서 계엄령 문건도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대신 설명했다. 송 장관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기무사 문건을 청와대가 보고 받은 시점, 대통령의 특별수사단 구성 지시 타이밍 등을 두고 정치적 해석과 의문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송 장관은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기무사 문건 작성 사실을 보고 받았다. 당시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촛불 시위 때 군이 위수령을 발동해 병력을 투입, 시민을 무력 진압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였다.

당시 기무사 요원 중 일부가 이 사령관에게 “조현천 전 사령관 재직 시절인 작년 3월 기무사도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령관은 이후 해당 문건을 들고 송 장관을 찾아갔다. 

기무사는 당시 해당 문건을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종이로 딱 1부만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이 사령관에게 “문건을 두고 가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송 장관은 기무사 측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도, 조치를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군 안팎에선 일단 송 장관이 해당 문건을 보고도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촛불정국이 박근혜정부 입장에선 초유의 상황이었던 만큼 당시 군 당국도 위수령, 계엄 선포 등 모든 대비책을 실무 차원서 검토했던 것이라고 송 장관이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실 등을 통해 기무사 문건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국방부가 해당 문건의 폭발력을 안이하게 인식했더라도 청와대까지 비슷하게 판단했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3월 국방부의 보고 후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 지시를 내렸지만, 국방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송 장관에게 수사 요청을 한 사실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그 요청을 받고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청와대가 국방부로부터 제때 보고를 받지 못했거나, 문건에 실제로 담긴 각종 기계화사단과 특전사 병력, 탱크 동원 준비 등 폭발력 있는 내용을 뺀 채 요지만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칼로 두부를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재로서는 사실관계에 대해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무사 문건에 대해 아무리 국방부가 안이하게 인식했다고 해도 청와대 보고를 누락했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여성비하 논란·기무사 문건 방치
잇단 의혹·구설…벼랑 끝에 몰려

정부 대응이 늦어진 것은 오히려 6·13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송 장관과 여권이 기무사는 물론 육군 중심 군 조직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계엄령 문건 카드를 이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떠돈다.

이번 사건서 사실상 ‘송영무 패싱’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 장관에게 기무사를 대상으로 한 독립수사단 구성 및 수사를 지난 10일 지시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서 ‘대통령 특별 지시사항 발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지난 11일 국방부는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대령(공군본부 법무실장)을 임명했다. 송 장관은 독립수사단장 임명을 제외하고, 수사단 구성과 운영에 있어 일체의 어떠한 지시나 관여를 할 수 없도록 철저히 배제됐다.
 

특별수사단장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받으면서 수사 인력 편성 등 수사와 관련해 전권을 갖는다. 수사 진행 상황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인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이 직접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은 송 장관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말실수도 송 장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서 열린 ‘성고충전문상담관 간담회’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남성적 시각’이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송 장관은 “(아내가 딸에게)택시를 탈 때라든지 남자하고 데이트를 할 때라든지 굉장히 교육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시키더라”며 “여군들의 회식을 몇 시까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려 하니까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한다”고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송 장관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며 “요즘 신세대 장병들은 남녀가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오해의 여지가 큰 발언들을 이어갔다.


대북 엇박자
개각 피할까

논란이 일자 송 장관은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와 “요즘 성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 말했는데 본의 아니게 오해가 된 것이 있다”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국무위원인 장관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식 관련) 규정에 이러이러한 것도 (포함시키면)성 평등에 문제가 된다는 사례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회식 규정을 만들 경우 ‘여성은 회식 자리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차별적 내용을 넣어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큰딸을 잃고 (작은)딸 하나를 키우는 아내가 노심초사하면서 했던 말을 예로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의도와 완전히 다르다. 제 불찰”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송 장관의 말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서 “원래 식사 자리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 건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라고 말해 도마에 올랐다. 송 장관의 성 의식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방부장관은 남성 중심적인 안일한 사고서 벗어나 군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는 기강 확립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송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이어 송 장관까지 왜곡된 성 의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송 장관 경질을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군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받는 군을 만들기 위해선 송 장관이 국방 사령탑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국민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송 장관은 지난해부터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문재인정부의 2기 개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취임 1년 만에
쫓겨날 위기

송 장관은 청와대 대북안보 정책을 놓고 여러 차례 엇박자를 보였다. 지난해 9월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서 전술핵 배치가 북핵 위기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정부 차원서 전술핵 배치를 검토한 적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송 장관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참수작전’ 관련 발언에 대해 “학자 입장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옐로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송 장관은 문정인 특보의 한미연합훈련 재개 시점 언급에 대해 “그 사람은 그런 것을 결정하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후로도 대북 안보사안을 두고 크고 작은 입장차를 보였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핵심 자문위원으로 꼽힌다.

송 장관은 이처럼 사퇴 압박까지 받으면서 지난 14일, 씁쓸한 취임 1년을 맞았다. 해군 출신인 송 장관은 지난해 취임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단순한 국방개혁을 넘어 새로운 국군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국군 건설'을 내걸고 고강도 국방개혁을 예고했던 바 있다.

취임 당시 그는 비(非) 육군 출신 국방부장관으로 상대적으로 육군에 쏠려 있는 전력을 육·해·공군 3군 균형발전을 이루고, 급변하는 안보상황에 대비한 군 조직 확립 등 중장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와 기대가 무색하게도 송 장관의 취임 1년은 온전히 축하 받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청와대 눈 밖에 났나
특수단 조사 대놓고 패싱

송 장관은 1949년 충남 논산서 태어났다. 본관은 은진(恩津) 송씨로, 조선시대 후기의 유학자이자 권신인 우암 송시열의 13대손이며, 고조부는 구한말 을사늑약 직후에 자결한 애국지사 송병선(건국훈장 국민장 추서)이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9년 해군사관학교 27기로 입학했다. 1973년에 항해소위로 임관한 후 청주함장 등을 역임했다. 1997년에 해군 준장으로 진급했다.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 시험평가부장을 지냈다. 1999년 제2함대사령부 산하의 제2전투전단장으로 제1연평해전의 승전으로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해군 소장으로 진급한 뒤 제1함대사령관을 지냈고, 2002년까지 조함단장, 기획관리참모부장을 지냈다. 특히 조함단장 시설에는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독도급 대형수송함, 손원일급 잠수함 등을 포함한 2000년대 한국 해군의 주력함 도입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2005년에 해군 중장으로 진급해 합참의 인사군수참모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당시의 합참 근무를 통해 노무현정부가 추진한 국방개혁 2020, 전작권 전환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이때의 활동이 훗날 민주당, 문재인 현 대통령의 국방정책을 보좌하는 쪽으로 연결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역 후 2011년에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정작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그 후에 건양대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이수한 것이 인연이 되서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 11월 새정치민주연합이 신설한 당내 국방안보연구소 소장으로 위촉됐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방, 안보 정책 대안의 개발 능력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영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수령·계엄
보고받고 뭉갰나

문재인정부 출범 후 2017년 6월11일 국방부장관으로 지명됐다. 1991년 음주운전 경력, ‘계룡대 군납비리 사건’ 수사 축소 등으로 인사청문회 시 난항 끝에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으나 7월13일 임명됐다. 해군 출신이 국방부장관이 된 것은 역대 3번째이다. 문재인정부 1기 내각 중 지명부터 임명까지 가장 오랜 기간이 걸렸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무사 메스 잡은 특별수사단장 누구?

기무사를 수사할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48·법무 20기)이 임명됐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대령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수사단장은 수사 전권을 갖고 이번 사건을 수사하며 수사 진행 상황 보고는 물론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전날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국방부 검찰단과 별도의 독립적인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최단시간 내 단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전익수 단장은 1999년 군법무관에 임관한 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재판연구부장과 공군본부 인권과장, 공군 고등검찰부장, 공군 법무과장, 공군 군사법원장,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송무팀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전익수 수사단장은 이날 오후 3시 송영무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특별수사단 구성은 육군과 기무사 출신을 제외한 해 공군 위주의 군검사 30여명으로 구성되며 오는 8월10일까지 1개월간 활동할 계획이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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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