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입 꾹 다문 송영무 국방부장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16 11:49:51
  • 호수 1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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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답답한 ‘꿀먹은 벙어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난 3월에 보고 받은 이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잇따른 말 실수로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씁쓸한 취임 1년이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위수령·계엄 문건’에 대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수사를 앞둔 가운데 불똥이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로 번졌다. 그간 송 장관의 석연찮은 행동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작성 사실을 지난 3월 보고 받고도 사실상 4개월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기무사가 계엄 선포를 실제로 검토했다면 문재인정부서 임명된 송 장관으로선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텐데도 결과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잦은 말실수
닥친 삼중고

청와대는 “송 장관이 지난 봄부터 기무사 개혁이란 큰 틀에서 계엄령 문건도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대신 설명했다. 송 장관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기무사 문건을 청와대가 보고 받은 시점, 대통령의 특별수사단 구성 지시 타이밍 등을 두고 정치적 해석과 의문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송 장관은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기무사 문건 작성 사실을 보고 받았다. 당시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촛불 시위 때 군이 위수령을 발동해 병력을 투입, 시민을 무력 진압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였다.

당시 기무사 요원 중 일부가 이 사령관에게 “조현천 전 사령관 재직 시절인 작년 3월 기무사도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령관은 이후 해당 문건을 들고 송 장관을 찾아갔다. 

기무사는 당시 해당 문건을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종이로 딱 1부만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이 사령관에게 “문건을 두고 가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송 장관은 기무사 측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도, 조치를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군 안팎에선 일단 송 장관이 해당 문건을 보고도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촛불정국이 박근혜정부 입장에선 초유의 상황이었던 만큼 당시 군 당국도 위수령, 계엄 선포 등 모든 대비책을 실무 차원서 검토했던 것이라고 송 장관이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실 등을 통해 기무사 문건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국방부가 해당 문건의 폭발력을 안이하게 인식했더라도 청와대까지 비슷하게 판단했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3월 국방부의 보고 후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 지시를 내렸지만, 국방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송 장관에게 수사 요청을 한 사실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그 요청을 받고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청와대가 국방부로부터 제때 보고를 받지 못했거나, 문건에 실제로 담긴 각종 기계화사단과 특전사 병력, 탱크 동원 준비 등 폭발력 있는 내용을 뺀 채 요지만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칼로 두부를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재로서는 사실관계에 대해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무사 문건에 대해 아무리 국방부가 안이하게 인식했다고 해도 청와대 보고를 누락했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여성비하 논란·기무사 문건 방치
잇단 의혹·구설…벼랑 끝에 몰려

정부 대응이 늦어진 것은 오히려 6·13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송 장관과 여권이 기무사는 물론 육군 중심 군 조직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계엄령 문건 카드를 이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떠돈다.

이번 사건서 사실상 ‘송영무 패싱’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 장관에게 기무사를 대상으로 한 독립수사단 구성 및 수사를 지난 10일 지시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서 ‘대통령 특별 지시사항 발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지난 11일 국방부는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대령(공군본부 법무실장)을 임명했다. 송 장관은 독립수사단장 임명을 제외하고, 수사단 구성과 운영에 있어 일체의 어떠한 지시나 관여를 할 수 없도록 철저히 배제됐다.
 

특별수사단장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받으면서 수사 인력 편성 등 수사와 관련해 전권을 갖는다. 수사 진행 상황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인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이 직접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은 송 장관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말실수도 송 장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서 열린 ‘성고충전문상담관 간담회’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남성적 시각’이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송 장관은 “(아내가 딸에게)택시를 탈 때라든지 남자하고 데이트를 할 때라든지 굉장히 교육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시키더라”며 “여군들의 회식을 몇 시까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려 하니까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한다”고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송 장관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며 “요즘 신세대 장병들은 남녀가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오해의 여지가 큰 발언들을 이어갔다.


대북 엇박자
개각 피할까

논란이 일자 송 장관은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와 “요즘 성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 말했는데 본의 아니게 오해가 된 것이 있다”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국무위원인 장관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식 관련) 규정에 이러이러한 것도 (포함시키면)성 평등에 문제가 된다는 사례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회식 규정을 만들 경우 ‘여성은 회식 자리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차별적 내용을 넣어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큰딸을 잃고 (작은)딸 하나를 키우는 아내가 노심초사하면서 했던 말을 예로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의도와 완전히 다르다. 제 불찰”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송 장관의 말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서 “원래 식사 자리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 건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라고 말해 도마에 올랐다. 송 장관의 성 의식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방부장관은 남성 중심적인 안일한 사고서 벗어나 군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는 기강 확립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송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이어 송 장관까지 왜곡된 성 의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송 장관 경질을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군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받는 군을 만들기 위해선 송 장관이 국방 사령탑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국민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송 장관은 지난해부터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문재인정부의 2기 개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취임 1년 만에
쫓겨날 위기

송 장관은 청와대 대북안보 정책을 놓고 여러 차례 엇박자를 보였다. 지난해 9월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서 전술핵 배치가 북핵 위기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정부 차원서 전술핵 배치를 검토한 적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송 장관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참수작전’ 관련 발언에 대해 “학자 입장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옐로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송 장관은 문정인 특보의 한미연합훈련 재개 시점 언급에 대해 “그 사람은 그런 것을 결정하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후로도 대북 안보사안을 두고 크고 작은 입장차를 보였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핵심 자문위원으로 꼽힌다.

송 장관은 이처럼 사퇴 압박까지 받으면서 지난 14일, 씁쓸한 취임 1년을 맞았다. 해군 출신인 송 장관은 지난해 취임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단순한 국방개혁을 넘어 새로운 국군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국군 건설'을 내걸고 고강도 국방개혁을 예고했던 바 있다.

취임 당시 그는 비(非) 육군 출신 국방부장관으로 상대적으로 육군에 쏠려 있는 전력을 육·해·공군 3군 균형발전을 이루고, 급변하는 안보상황에 대비한 군 조직 확립 등 중장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와 기대가 무색하게도 송 장관의 취임 1년은 온전히 축하 받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청와대 눈 밖에 났나
특수단 조사 대놓고 패싱

송 장관은 1949년 충남 논산서 태어났다. 본관은 은진(恩津) 송씨로, 조선시대 후기의 유학자이자 권신인 우암 송시열의 13대손이며, 고조부는 구한말 을사늑약 직후에 자결한 애국지사 송병선(건국훈장 국민장 추서)이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9년 해군사관학교 27기로 입학했다. 1973년에 항해소위로 임관한 후 청주함장 등을 역임했다. 1997년에 해군 준장으로 진급했다.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 시험평가부장을 지냈다. 1999년 제2함대사령부 산하의 제2전투전단장으로 제1연평해전의 승전으로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해군 소장으로 진급한 뒤 제1함대사령관을 지냈고, 2002년까지 조함단장, 기획관리참모부장을 지냈다. 특히 조함단장 시설에는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독도급 대형수송함, 손원일급 잠수함 등을 포함한 2000년대 한국 해군의 주력함 도입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2005년에 해군 중장으로 진급해 합참의 인사군수참모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당시의 합참 근무를 통해 노무현정부가 추진한 국방개혁 2020, 전작권 전환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이때의 활동이 훗날 민주당, 문재인 현 대통령의 국방정책을 보좌하는 쪽으로 연결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역 후 2011년에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정작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그 후에 건양대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이수한 것이 인연이 되서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 11월 새정치민주연합이 신설한 당내 국방안보연구소 소장으로 위촉됐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방, 안보 정책 대안의 개발 능력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영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수령·계엄
보고받고 뭉갰나

문재인정부 출범 후 2017년 6월11일 국방부장관으로 지명됐다. 1991년 음주운전 경력, ‘계룡대 군납비리 사건’ 수사 축소 등으로 인사청문회 시 난항 끝에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으나 7월13일 임명됐다. 해군 출신이 국방부장관이 된 것은 역대 3번째이다. 문재인정부 1기 내각 중 지명부터 임명까지 가장 오랜 기간이 걸렸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무사 메스 잡은 특별수사단장 누구?

기무사를 수사할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48·법무 20기)이 임명됐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대령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수사단장은 수사 전권을 갖고 이번 사건을 수사하며 수사 진행 상황 보고는 물론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전날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국방부 검찰단과 별도의 독립적인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최단시간 내 단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전익수 단장은 1999년 군법무관에 임관한 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재판연구부장과 공군본부 인권과장, 공군 고등검찰부장, 공군 법무과장, 공군 군사법원장,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송무팀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전익수 수사단장은 이날 오후 3시 송영무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특별수사단 구성은 육군과 기무사 출신을 제외한 해 공군 위주의 군검사 30여명으로 구성되며 오는 8월10일까지 1개월간 활동할 계획이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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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