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입 꾹 다문 송영무 국방부장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16 11:49:51
  • 호수 1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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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답답한 ‘꿀먹은 벙어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난 3월에 보고 받은 이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잇따른 말 실수로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씁쓸한 취임 1년이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위수령·계엄 문건’에 대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수사를 앞둔 가운데 불똥이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로 번졌다. 그간 송 장관의 석연찮은 행동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작성 사실을 지난 3월 보고 받고도 사실상 4개월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기무사가 계엄 선포를 실제로 검토했다면 문재인정부서 임명된 송 장관으로선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텐데도 결과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잦은 말실수
닥친 삼중고

청와대는 “송 장관이 지난 봄부터 기무사 개혁이란 큰 틀에서 계엄령 문건도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대신 설명했다. 송 장관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기무사 문건을 청와대가 보고 받은 시점, 대통령의 특별수사단 구성 지시 타이밍 등을 두고 정치적 해석과 의문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송 장관은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기무사 문건 작성 사실을 보고 받았다. 당시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촛불 시위 때 군이 위수령을 발동해 병력을 투입, 시민을 무력 진압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였다.

당시 기무사 요원 중 일부가 이 사령관에게 “조현천 전 사령관 재직 시절인 작년 3월 기무사도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령관은 이후 해당 문건을 들고 송 장관을 찾아갔다. 

기무사는 당시 해당 문건을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종이로 딱 1부만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이 사령관에게 “문건을 두고 가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송 장관은 기무사 측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도, 조치를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군 안팎에선 일단 송 장관이 해당 문건을 보고도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촛불정국이 박근혜정부 입장에선 초유의 상황이었던 만큼 당시 군 당국도 위수령, 계엄 선포 등 모든 대비책을 실무 차원서 검토했던 것이라고 송 장관이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실 등을 통해 기무사 문건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국방부가 해당 문건의 폭발력을 안이하게 인식했더라도 청와대까지 비슷하게 판단했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3월 국방부의 보고 후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 지시를 내렸지만, 국방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송 장관에게 수사 요청을 한 사실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그 요청을 받고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청와대가 국방부로부터 제때 보고를 받지 못했거나, 문건에 실제로 담긴 각종 기계화사단과 특전사 병력, 탱크 동원 준비 등 폭발력 있는 내용을 뺀 채 요지만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칼로 두부를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재로서는 사실관계에 대해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무사 문건에 대해 아무리 국방부가 안이하게 인식했다고 해도 청와대 보고를 누락했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여성비하 논란·기무사 문건 방치
잇단 의혹·구설…벼랑 끝에 몰려

정부 대응이 늦어진 것은 오히려 6·13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송 장관과 여권이 기무사는 물론 육군 중심 군 조직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계엄령 문건 카드를 이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떠돈다.

이번 사건서 사실상 ‘송영무 패싱’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 장관에게 기무사를 대상으로 한 독립수사단 구성 및 수사를 지난 10일 지시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서 ‘대통령 특별 지시사항 발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지난 11일 국방부는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대령(공군본부 법무실장)을 임명했다. 송 장관은 독립수사단장 임명을 제외하고, 수사단 구성과 운영에 있어 일체의 어떠한 지시나 관여를 할 수 없도록 철저히 배제됐다.
 

특별수사단장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받으면서 수사 인력 편성 등 수사와 관련해 전권을 갖는다. 수사 진행 상황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인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이 직접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은 송 장관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말실수도 송 장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서 열린 ‘성고충전문상담관 간담회’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남성적 시각’이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송 장관은 “(아내가 딸에게)택시를 탈 때라든지 남자하고 데이트를 할 때라든지 굉장히 교육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시키더라”며 “여군들의 회식을 몇 시까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려 하니까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한다”고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송 장관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며 “요즘 신세대 장병들은 남녀가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오해의 여지가 큰 발언들을 이어갔다.


대북 엇박자
개각 피할까

논란이 일자 송 장관은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와 “요즘 성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 말했는데 본의 아니게 오해가 된 것이 있다”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국무위원인 장관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식 관련) 규정에 이러이러한 것도 (포함시키면)성 평등에 문제가 된다는 사례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회식 규정을 만들 경우 ‘여성은 회식 자리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차별적 내용을 넣어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큰딸을 잃고 (작은)딸 하나를 키우는 아내가 노심초사하면서 했던 말을 예로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의도와 완전히 다르다. 제 불찰”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송 장관의 말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서 “원래 식사 자리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 건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라고 말해 도마에 올랐다. 송 장관의 성 의식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방부장관은 남성 중심적인 안일한 사고서 벗어나 군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는 기강 확립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송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이어 송 장관까지 왜곡된 성 의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송 장관 경질을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군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받는 군을 만들기 위해선 송 장관이 국방 사령탑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국민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송 장관은 지난해부터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문재인정부의 2기 개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취임 1년 만에
쫓겨날 위기

송 장관은 청와대 대북안보 정책을 놓고 여러 차례 엇박자를 보였다. 지난해 9월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서 전술핵 배치가 북핵 위기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정부 차원서 전술핵 배치를 검토한 적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송 장관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참수작전’ 관련 발언에 대해 “학자 입장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옐로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송 장관은 문정인 특보의 한미연합훈련 재개 시점 언급에 대해 “그 사람은 그런 것을 결정하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후로도 대북 안보사안을 두고 크고 작은 입장차를 보였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핵심 자문위원으로 꼽힌다.

송 장관은 이처럼 사퇴 압박까지 받으면서 지난 14일, 씁쓸한 취임 1년을 맞았다. 해군 출신인 송 장관은 지난해 취임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단순한 국방개혁을 넘어 새로운 국군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국군 건설'을 내걸고 고강도 국방개혁을 예고했던 바 있다.

취임 당시 그는 비(非) 육군 출신 국방부장관으로 상대적으로 육군에 쏠려 있는 전력을 육·해·공군 3군 균형발전을 이루고, 급변하는 안보상황에 대비한 군 조직 확립 등 중장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와 기대가 무색하게도 송 장관의 취임 1년은 온전히 축하 받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청와대 눈 밖에 났나
특수단 조사 대놓고 패싱

송 장관은 1949년 충남 논산서 태어났다. 본관은 은진(恩津) 송씨로, 조선시대 후기의 유학자이자 권신인 우암 송시열의 13대손이며, 고조부는 구한말 을사늑약 직후에 자결한 애국지사 송병선(건국훈장 국민장 추서)이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9년 해군사관학교 27기로 입학했다. 1973년에 항해소위로 임관한 후 청주함장 등을 역임했다. 1997년에 해군 준장으로 진급했다.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 시험평가부장을 지냈다. 1999년 제2함대사령부 산하의 제2전투전단장으로 제1연평해전의 승전으로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해군 소장으로 진급한 뒤 제1함대사령관을 지냈고, 2002년까지 조함단장, 기획관리참모부장을 지냈다. 특히 조함단장 시설에는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독도급 대형수송함, 손원일급 잠수함 등을 포함한 2000년대 한국 해군의 주력함 도입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2005년에 해군 중장으로 진급해 합참의 인사군수참모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당시의 합참 근무를 통해 노무현정부가 추진한 국방개혁 2020, 전작권 전환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이때의 활동이 훗날 민주당, 문재인 현 대통령의 국방정책을 보좌하는 쪽으로 연결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역 후 2011년에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정작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그 후에 건양대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이수한 것이 인연이 되서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 11월 새정치민주연합이 신설한 당내 국방안보연구소 소장으로 위촉됐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방, 안보 정책 대안의 개발 능력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영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수령·계엄
보고받고 뭉갰나

문재인정부 출범 후 2017년 6월11일 국방부장관으로 지명됐다. 1991년 음주운전 경력, ‘계룡대 군납비리 사건’ 수사 축소 등으로 인사청문회 시 난항 끝에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으나 7월13일 임명됐다. 해군 출신이 국방부장관이 된 것은 역대 3번째이다. 문재인정부 1기 내각 중 지명부터 임명까지 가장 오랜 기간이 걸렸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무사 메스 잡은 특별수사단장 누구?

기무사를 수사할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48·법무 20기)이 임명됐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대령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수사단장은 수사 전권을 갖고 이번 사건을 수사하며 수사 진행 상황 보고는 물론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전날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국방부 검찰단과 별도의 독립적인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최단시간 내 단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전익수 단장은 1999년 군법무관에 임관한 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재판연구부장과 공군본부 인권과장, 공군 고등검찰부장, 공군 법무과장, 공군 군사법원장,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송무팀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전익수 수사단장은 이날 오후 3시 송영무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특별수사단 구성은 육군과 기무사 출신을 제외한 해 공군 위주의 군검사 30여명으로 구성되며 오는 8월10일까지 1개월간 활동할 계획이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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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