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입 꾹 다문 송영무 국방부장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16 11:49:51
  • 호수 1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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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답답한 ‘꿀먹은 벙어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난 3월에 보고 받은 이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잇따른 말 실수로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씁쓸한 취임 1년이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위수령·계엄 문건’에 대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수사를 앞둔 가운데 불똥이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로 번졌다. 그간 송 장관의 석연찮은 행동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작성 사실을 지난 3월 보고 받고도 사실상 4개월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기무사가 계엄 선포를 실제로 검토했다면 문재인정부서 임명된 송 장관으로선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텐데도 결과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잦은 말실수
닥친 삼중고

청와대는 “송 장관이 지난 봄부터 기무사 개혁이란 큰 틀에서 계엄령 문건도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대신 설명했다. 송 장관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기무사 문건을 청와대가 보고 받은 시점, 대통령의 특별수사단 구성 지시 타이밍 등을 두고 정치적 해석과 의문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송 장관은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기무사 문건 작성 사실을 보고 받았다. 당시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촛불 시위 때 군이 위수령을 발동해 병력을 투입, 시민을 무력 진압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였다.

당시 기무사 요원 중 일부가 이 사령관에게 “조현천 전 사령관 재직 시절인 작년 3월 기무사도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령관은 이후 해당 문건을 들고 송 장관을 찾아갔다. 

기무사는 당시 해당 문건을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종이로 딱 1부만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이 사령관에게 “문건을 두고 가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송 장관은 기무사 측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도, 조치를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군 안팎에선 일단 송 장관이 해당 문건을 보고도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촛불정국이 박근혜정부 입장에선 초유의 상황이었던 만큼 당시 군 당국도 위수령, 계엄 선포 등 모든 대비책을 실무 차원서 검토했던 것이라고 송 장관이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실 등을 통해 기무사 문건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국방부가 해당 문건의 폭발력을 안이하게 인식했더라도 청와대까지 비슷하게 판단했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3월 국방부의 보고 후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 지시를 내렸지만, 국방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송 장관에게 수사 요청을 한 사실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그 요청을 받고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청와대가 국방부로부터 제때 보고를 받지 못했거나, 문건에 실제로 담긴 각종 기계화사단과 특전사 병력, 탱크 동원 준비 등 폭발력 있는 내용을 뺀 채 요지만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칼로 두부를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재로서는 사실관계에 대해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무사 문건에 대해 아무리 국방부가 안이하게 인식했다고 해도 청와대 보고를 누락했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여성비하 논란·기무사 문건 방치
잇단 의혹·구설…벼랑 끝에 몰려

정부 대응이 늦어진 것은 오히려 6·13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송 장관과 여권이 기무사는 물론 육군 중심 군 조직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계엄령 문건 카드를 이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떠돈다.

이번 사건서 사실상 ‘송영무 패싱’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 장관에게 기무사를 대상으로 한 독립수사단 구성 및 수사를 지난 10일 지시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서 ‘대통령 특별 지시사항 발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지난 11일 국방부는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대령(공군본부 법무실장)을 임명했다. 송 장관은 독립수사단장 임명을 제외하고, 수사단 구성과 운영에 있어 일체의 어떠한 지시나 관여를 할 수 없도록 철저히 배제됐다.
 

특별수사단장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받으면서 수사 인력 편성 등 수사와 관련해 전권을 갖는다. 수사 진행 상황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인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이 직접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은 송 장관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말실수도 송 장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서 열린 ‘성고충전문상담관 간담회’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남성적 시각’이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송 장관은 “(아내가 딸에게)택시를 탈 때라든지 남자하고 데이트를 할 때라든지 굉장히 교육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시키더라”며 “여군들의 회식을 몇 시까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려 하니까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한다”고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송 장관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며 “요즘 신세대 장병들은 남녀가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오해의 여지가 큰 발언들을 이어갔다.


대북 엇박자
개각 피할까

논란이 일자 송 장관은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와 “요즘 성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 말했는데 본의 아니게 오해가 된 것이 있다”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국무위원인 장관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식 관련) 규정에 이러이러한 것도 (포함시키면)성 평등에 문제가 된다는 사례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회식 규정을 만들 경우 ‘여성은 회식 자리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차별적 내용을 넣어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큰딸을 잃고 (작은)딸 하나를 키우는 아내가 노심초사하면서 했던 말을 예로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의도와 완전히 다르다. 제 불찰”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송 장관의 말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서 “원래 식사 자리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 건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라고 말해 도마에 올랐다. 송 장관의 성 의식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방부장관은 남성 중심적인 안일한 사고서 벗어나 군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는 기강 확립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송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이어 송 장관까지 왜곡된 성 의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송 장관 경질을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군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받는 군을 만들기 위해선 송 장관이 국방 사령탑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국민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송 장관은 지난해부터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문재인정부의 2기 개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취임 1년 만에
쫓겨날 위기

송 장관은 청와대 대북안보 정책을 놓고 여러 차례 엇박자를 보였다. 지난해 9월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서 전술핵 배치가 북핵 위기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정부 차원서 전술핵 배치를 검토한 적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송 장관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참수작전’ 관련 발언에 대해 “학자 입장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옐로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송 장관은 문정인 특보의 한미연합훈련 재개 시점 언급에 대해 “그 사람은 그런 것을 결정하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후로도 대북 안보사안을 두고 크고 작은 입장차를 보였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핵심 자문위원으로 꼽힌다.

송 장관은 이처럼 사퇴 압박까지 받으면서 지난 14일, 씁쓸한 취임 1년을 맞았다. 해군 출신인 송 장관은 지난해 취임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단순한 국방개혁을 넘어 새로운 국군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국군 건설'을 내걸고 고강도 국방개혁을 예고했던 바 있다.

취임 당시 그는 비(非) 육군 출신 국방부장관으로 상대적으로 육군에 쏠려 있는 전력을 육·해·공군 3군 균형발전을 이루고, 급변하는 안보상황에 대비한 군 조직 확립 등 중장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와 기대가 무색하게도 송 장관의 취임 1년은 온전히 축하 받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청와대 눈 밖에 났나
특수단 조사 대놓고 패싱

송 장관은 1949년 충남 논산서 태어났다. 본관은 은진(恩津) 송씨로, 조선시대 후기의 유학자이자 권신인 우암 송시열의 13대손이며, 고조부는 구한말 을사늑약 직후에 자결한 애국지사 송병선(건국훈장 국민장 추서)이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9년 해군사관학교 27기로 입학했다. 1973년에 항해소위로 임관한 후 청주함장 등을 역임했다. 1997년에 해군 준장으로 진급했다.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 시험평가부장을 지냈다. 1999년 제2함대사령부 산하의 제2전투전단장으로 제1연평해전의 승전으로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해군 소장으로 진급한 뒤 제1함대사령관을 지냈고, 2002년까지 조함단장, 기획관리참모부장을 지냈다. 특히 조함단장 시설에는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독도급 대형수송함, 손원일급 잠수함 등을 포함한 2000년대 한국 해군의 주력함 도입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2005년에 해군 중장으로 진급해 합참의 인사군수참모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당시의 합참 근무를 통해 노무현정부가 추진한 국방개혁 2020, 전작권 전환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이때의 활동이 훗날 민주당, 문재인 현 대통령의 국방정책을 보좌하는 쪽으로 연결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역 후 2011년에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정작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그 후에 건양대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이수한 것이 인연이 되서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 11월 새정치민주연합이 신설한 당내 국방안보연구소 소장으로 위촉됐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방, 안보 정책 대안의 개발 능력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영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수령·계엄
보고받고 뭉갰나

문재인정부 출범 후 2017년 6월11일 국방부장관으로 지명됐다. 1991년 음주운전 경력, ‘계룡대 군납비리 사건’ 수사 축소 등으로 인사청문회 시 난항 끝에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으나 7월13일 임명됐다. 해군 출신이 국방부장관이 된 것은 역대 3번째이다. 문재인정부 1기 내각 중 지명부터 임명까지 가장 오랜 기간이 걸렸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무사 메스 잡은 특별수사단장 누구?

기무사를 수사할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48·법무 20기)이 임명됐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대령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수사단장은 수사 전권을 갖고 이번 사건을 수사하며 수사 진행 상황 보고는 물론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전날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국방부 검찰단과 별도의 독립적인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최단시간 내 단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전익수 단장은 1999년 군법무관에 임관한 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재판연구부장과 공군본부 인권과장, 공군 고등검찰부장, 공군 법무과장, 공군 군사법원장,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송무팀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전익수 수사단장은 이날 오후 3시 송영무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특별수사단 구성은 육군과 기무사 출신을 제외한 해 공군 위주의 군검사 30여명으로 구성되며 오는 8월10일까지 1개월간 활동할 계획이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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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