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식약처 소나기 행정 실태

‘이랬다∼저랬다∼’ 당최 믿을 수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식약처가 일부 고혈압 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환자들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리스트에 있는지 확인하며 우왕좌왕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식약처는 해당 리스트를 번복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식약처의 이런 행정 처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혈압약 복용 환자들은 식약처때문에 또 한번 혈압이 오른다.
 

지난 7일 발암물질로 알려진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일부 고혈압 약에 함유돼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82개사 219개 품목의 고혈압 약을 일괄 회수하고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의 원료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검출됐다’는 발표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식약처는 국내서 판매중단 조치를 내린 고혈압 약들이 실제로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600만명 혼란 

식약처는 이틀간 추가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판매중단한 품목의 일부는 발암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판매중단 조치한 품목 219개 의약품 가운데 104개 품목을 9일 판매중단 해제 조치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가 된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 수는 17만8536명으로 조사됐다. 2016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고한 고혈압 약 복용자 수는 600만명에 달한다. 600만명이 넘는 환자가 식약처의 발표에 분주하게 반응했다.

식품·의약품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식약처의 미숙한 대응은 논란거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8월 ‘살충제 계란’ 이슈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먹거리 안전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던 류영진 식약처장의 취임사가 무색할 만큼 식약처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국내에 살충제 파동이 일어나기 며칠 전, 류 처장은 앞서 유럽서 문제된 살충제 달걀에 대해 "국내는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생활해도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부터
전자담배 유해 논란까지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계란서 살충제 성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를 미리 식약처에 했지만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식약처와 주무부서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준 대목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나기 4개월 전 한국소비자연맹이 “피프로닐 등 살충제가 들어 있는 계란이 시중에 유통 중이니 빨리 조처해야 한다”고 식약처에 알린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류 처장은 “많은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현안으로 살충제 계란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검정조정회의를 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류 처장에게 수입 계란의 안전성 등을 물었을 때 류 처장은 상당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당시 이 총리는 “제대로 답변 못 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라”고 류 처장을 질책했다.

올해 3월에도 식약처의 행정에 의문을 가질 만한 사건이 있었다. 식약처가 우수하다고 인증한 제조사의 화장품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된 것이다. 식약처의 인증을 믿고 제조사를 선택해 유통시킨 화장품 브랜드들은 판매중단 및 자진회수 명령을 받았다.


식약처가 중금속인 ‘안티몬’의 허용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힌 업체는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 8개 업체다. 이들은 모두 화성코스메틱이라는 제조사에 제품을 의뢰했다. 화성코스메틱은 식약처가 우수제조공정(GMP) 업체로 인증한 회사다. GMP는 제조와 품질 관리가 우수한 제조사에 식약처가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 시스템이다.

GMP 인증을 받은 사업장은 일정기간 식약처의 감시 대상서 제외되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린다. 또 식약처 인증 마크를 부여 받아 기업 이미지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인증을 받은 제조사에서 중금속이 과다검출 되면서 식약처는 허술한 검증과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발표만 하고 나몰라
끊이지 않는 잡음

지난달 화제를 모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에도 식약처의 대응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식약처가 발표한 주요 내용은 세가지였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과 일부 전자담배서 일반담배보다 타르가 높게 검출된 것. 

그리고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다수 포함돼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타르에는 다양한 유해 물질이 혼합돼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에 비해 높아 유해 성분도 더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이 같은 발표에 궐련형 전자담배 업체들은 각종 자료를 들이밀며 적극적으로 반발했다.

마누엘 피치 필립모리스인터네셔널(PMI)과학연구 최고책임자는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에 포함된 유해 성분 9종의 함유량이 일반 담배에 비해 평균 90%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식약처가 이런 분석 결과를 배제하고 타르 수치비교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한국필립모리스도 식약처의 발표에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 담배와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 담배의 연기는 구성 성분이 질적으로 달라 배출 총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담배회사가 자체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식약처의 대응도 적절하지 않았다. 공신력을 입증해 보여줘야 할 식약처의 발표가 오히려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국민들에게 식약처 발표내용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신력 얻을까

판매금지된 고혈압 약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문제가 된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은 신속하게 회수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현재 원료의약품에 대한 수거를 진행하고 있고 불순물 포함 여부와 함량,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적인 사안이므로 유럽을 비롯한 제외국과도 공조할 예정이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시작부터 삐걱거린 식약처의 행정 처리가 언제까지 잡음을 낼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kimseh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식약처, 아시아나와 조우?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식약처가 만났다.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일부터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제조현장에 식음료 검식관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벌였다고 밝혔다. 최근 기내식 공급 차질을 둘러싼 이슈에 식품안전당국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식약처가 특별점검을 벌이는 곳은 식품제조업체 세 곳이다. 점검 대상은 샤프도앤코코리아, 케이터링서비스파트너, 이든푸드영농조합법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재료 입고부터 기내식 배송까지 검수를 실시하고 기내식 적정 온도관리와 작업장 위생관리에 신경써 안전한 기내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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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