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1)전시효과

생색만 내는 당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연개소문이 연정토와 큰 아들 남생에게 평양성을 당부하고 남건을 위시하여 고문, 고연무, 두방루, 검모잠, 뇌음신 등 장수들을 대동하고 성을 나서 박작성, 오골성, 신성을 거쳐 천리장성을 따라 요동성에 도착했다.

요동성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국경순찰을 강화하는 중에 온사문은 승병을 조직하여 두세 명 단위로 속속 국경을 넘어 일차 집결지인 화원진에 집결했다. 

그곳에서 당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점검을 취하고는 다시 이차 집결지, 당의 수도가 있는 장안으로 이동했다. 

온사문의 승리

산시성에 도착한 온사문이 당군의 경계가 삼엄한 상황을 접하고 인근인 황산(橫山)에 진지를 구축했다. 


속속 승병들이 모여들자 온사문이 전열을 정비하고 승병들에게 각자 지참한 고구려 군사의 옷으로 갈아입도록 또한 투구형 모자를 쓰도록 했다. 

아울러 진지의 누각에 삼족오 깃발을 세웠다.

그 소식을 접한 당은 비상이 걸렸고 즉각 설인귀로 하여금 대처토록 했다. 

오래지 않아 설인귀의 부대가 황산에 이르자 누각에 올라선 온사문이 그들의 행태를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이미 설인귀에 대한 이야기는 연개소문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던 온사문이 급히 전투태세에 임했다. 

임시방편으로 나무로 얼기설기 짠 진의 곳곳에 허술하게 만든 허수아비를 세워 고구려군 복장을 입히고 소수의 군사들만 남겨두고 밤에 숲에 매복했다.

멀리서 살피던 설인귀가 척후병을 보내어 고구려 진영을 염탐했다. 


세밀하게 살핀 척후병이 고구려의 상황을 세세하게 보고하자 설인귀가 연개소문에게 당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고구려 군사의 다수가 허수아비란 사실을 상기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고구려 병사들이 그곳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온 점, 아울러 전에 당했던 경험처럼 되지는 않으리란 생각으로 다음 날 날이 밝기 무섭게 선두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침공을 감행했다.   

그를 살피던 소수의 고구려 군사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설인귀를 필두로 당나라 군사들이 허술한 목책을 뚫고 진을 유린하기 시작한 시점에 온사문이 숲에서 앞으로 나섰다.

“자네가 설인귀인가!”

설인귀가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덩치는 자신만하고 우직하게 생긴 사람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네 놈이 누구기에 이 대장군의 명성을 알고 있는 게냐!”

“대장군이라고, 미련한 놈 같으니.”

간단하게 말을 끝낸 온사문이 칼을 뽑아 들었다. 

순간 숲에서 함성이 울리며 불화살과 화살이 고구려 진지를 향해 비 오듯 날아들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는지 당당했던 당나라 군사들이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이어 불화살이 허수아비에 떨어져 불꽃이 일기 시작하자 그야말로 혼비백산으로 변해갔다.


“당나라 오랑캐 놈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말라!”

온사문의 고함에 북소리가 울리며 고구려의 승병들이 긴 창을 들고 앞으로 뛰쳐나갔고 뒤를 이어 칼을 든 병사들이 거센 기세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를 바라보던 설인귀가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퇴각명령을 내리자 당나라 군사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달려 나오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계략으로 설인귀를 쫓아내다…허수아비는 미끼
수군만 보낸 당 속내는?…김유신 “직접 결판” 

660년 새해가 밝자 무열왕은 금강 대신 김유신을 상대등으로 삼아 조정의 체제를 정비하고 전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럴 즈음 당나라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당고종이 좌무위대장군 소정방을 신구도행군대총관으로 삼고 김인문을 부대총관으로 삼아, 좌효위장군 유백영 등 수군과 육군 십삼만 명을 거느리고 백제를 치게 하였다. 

또 칙명으로 무열왕을 우이도행군총관으로 삼아 군사를 거느리고 그들을 응원하게 하였다.

신라와의 협력문제 때문에 선발대로 도착한 김인문으로부터 당군이 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신라 조정이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군이 출발했다는데 우리 측은 어찌 대응해야겠소?”

김유신이 답에 앞서 인문을 주시했다.

“저하, 먼저 당 측의 계획을 알려주시오.”

“당의 군사들은 내주를 출발하여 덕물도(德物島, 인천 옹진군 덕적면)에 집결하기로 하였습니다.”

“십삼만 군사 모두 말입니까?”

“그러합니다.”

순간 유신의 얼굴에 공허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왜 그러시오, 상대등 대감.”

“당에서 십삼만의 군사가 온다 하는데, 진짜 그만한 병력이 오는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바다를 건너온다면 다수가 수군들로 사료됩니다.”

“그 이야기는?”

“결국 당나라에서는 이번 전투에 생색만 내겠다는 의미로 비쳐집니다.”

“생색만 내다니요?”

“백제를 침공하는데 수군이 어찌 가당하겠습니까?”

수군을 되뇐 무열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전하, 그렇다고 너무 심려 마십시오.”

“무슨 이야기입니까?”

“일종의 전시효과입니다.”

“전시효과?”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군의 사기인데, 그런 측면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아울러 뭔가요?”

무열왕이 급했던 모양으로 급히 유신의 말을 가로챘다.

“어차피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입니다. 후에 당이 공적을 거론하며 시시콜콜 개입할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가 직접 백제와 결판내는 방식으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당나라 군사들을 무시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신라의 각오를 다진다는 뜻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면 짐은 어찌할까요?”

“당나라 군사들의 문제는 왕자들에게 맡기시고 전하께서는 소장과 함께 신라군의 사기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움직이도록 하심이 가한 줄로 아룁니다.”

“짐이 맞이하지 않는다고 다른 뜻을 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진짜 저들의 신하처럼 행동하시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유신이 춘추의 큰 아들 법민을 주시했다.

“그 부분은 저하께 일임하도록 하시지요.”

“아바마마, 그렇게 하셔도 무방할 듯하옵니다.”

답을 하는 법민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

무열왕이 법민에게 당군을 맞이하라 지시하고 김유신과 진주, 천존 등을 거느리고 북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천정(南川停, 이천 설봉산성)까지 이르는 동안 신라군의 전열을 점검하며 독려하던 무열왕 일행이 다시 남으로 길을 잡아 금돌성(今突城, 상주시 모동면 소재)에 도착해 머무는 중 당나라 군사들이 덕물도에 도착했다.

“신라의 왕은 무엇하고 경이 맞이하는 거요!”

소정방의 말투뿐만 아니라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입니다. 하오나 신라의 왕은 지금 대장군을 학수고대하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백제 침공 시작

“어디서 기다린다는 말이오!”

“먼 길 오신 대장군의 수고로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신라 전 지역을 돌며 대장군의 지원 사실을 알리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장군께서 오셨다는 사실을 들으시면 자다 말고 새벽같이 일어나 달려오실 것입니다.”

소정방이 머쓱한지 괜히 헛기침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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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