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전문기자의 연예 스포일러] 실력자와 여색

현대판 양귀비에 홀리면 홀딱 벗겨진다

[일요시사=이기현 기자] 여색(女色), 빠지면 끝이다. 여색, 즐기면 파멸이 앞당겨진다. 제아무리 당대를 호령하던 실력자도 ‘여색’의 늪에 잘못 빠지면 돈과 권력을 몽땅 잃어버린다. 현대판 양귀비에 홀려 망신살이 뻗친 실력자들의 에피소드를 묶어봤다. 이기현 연예전문기자의 <연예 스포일러> ‘실력자와 여색’이다.

특A급 연예인에 녹아 계열사 날린 재벌총수
유명 영화감독 여색 즐겼다가 봉변당할 판


2010년 9월. 대기업 A사는 창립기념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회장을 보필하는 여비서는 늘 그랬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누군가는 A급 여자 연예인이었다. “9월 ○○일 창립기념식이 있습니다. 그날 밤 회장님을 모셨으면 합니다.”

청순한 데다 발랄한 이미지까지 있는 A급 여자 연예인은 A사 회장의 애첩이었다. 하지만 A급 여자 연예인은 난색을 표했다.

“올 여름부터 그분을 모시고 있어서 더 이상 (회장님을) 모실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분은 누굴까. 여기서 실명을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권력을 가졌던 인물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A사 회장은 진노했다. “원하면 해외에 보내줬고, 천문학적인 용돈을 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거였다.

권력자에 애인 뺏긴 총수
“내가 준 용돈만 얼만데…”

A사 회장이 분노를 참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회장은 A급 여자 연예인에 홀려 경영에 태만했다. 이 연예인과 밤생활을 즐길 때 계열사 2곳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 여자 연예인 탓에 사세까지 기울었는데, 당대의 실력자가 그녀를 낚아 채갔으니 A사 회장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는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권불십년이라고 하던데, 그놈의 실력자의 권력은 오래도 간다. 지금 생각하면 통탄할 노릇이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여색을 멀리하고 경영에나 신경 쓰겠다.”
재계 총수와 여자 연예인의 관계는 말할 필요도 없다. ‘남자의 아랫도리 일은 신경 쓰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여자 연예인에 홀려 경영에 소홀했던 재계 총수의 뒷이야기는 넘쳐난다. 물론 그게 어디까지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재계 총수만 그럴 리 없다. 총수의 자제들, 이른바 ‘황태자’의 삶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번엔 TV 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해 진보학자로 명성을 떨치는 B씨 이야기를 해보자.

B씨 사례를 언급하기 전 이 얘기부터 해야 겠다. B씨는 학자 가운데 명망이 높은 인물 중 한 명이다. 정권 때마다 장관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양식있는 언변을 늘어놔 학생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의 뒷모습은 다르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에 살고, 가장 비싼 아파트를 갖고 있다. 물론 진보학자라고 해서 재산이 적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그는 다르다.

그가 벌어들인 재산은 대부분 투기를 통해 얻은 것이다. 더구나 그는 군대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다녀오지 않았고, 지인들과 만나면 비싼 룸살롱에서 질펀하게 노는 게 취미다. 이처럼 제아무리 칭송받는 명망가라도 겉과 속은 다른 법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여하튼 진보학자 B씨는 40대 재벌 2세들과 술을 먹는 걸 좋아한다. 강남 유명 룸살롱의 밀실에서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특급 여자 연예인과 한자리에서 농을 따먹을 수 있어서다.

올해 4월. B씨는 대기업 C사의 아들과 강남 모 룸살롱에 갔다. 밀실에서 그 재벌 2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들어온 여자는 당대를 대표하는 섹시 아이콘 D씨였다. 연락한 지 한 시간 만에 나타난 D씨는 재벌 2세를 보자마자 품속에 달려들면서 “오빠!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라고 말했다.

B씨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D씨는 섹시 콘셉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강단 있으면서도 차분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알고 봤더니 D씨는 완전히 노는 애 같았다”며 “그런 아이가 어떻게 TV에 나와서는 그렇게 청순한 척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B씨가 놀란 것은 재벌 2세의 태도였다. 재벌 2세는 회사와 관련돼 있는 각종 정보를 섹시 아이콘 D씨에게 모두 넘겨줬다. 여기에는 내부정보라고 할만한 대형 프로젝트, 주식정보 등이 온통 들어 있었다. 재벌 2세는 D씨에게 이런 말도 했다. “조금만 있으면 아파트 한 채 사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 다른 데 나가지 말고.”

여색 가까이 했다가 
낭패 본 총수 많아


이 재벌 2세는 지금 각종 불미스런 사건에 엮여 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관심사는 경영이 아니다. 온통 D씨에게 쏠려 있다. 여색에 눈이 먼 그 재벌 2세가 언제까지 재계를 호령할지는 알 수 없다. B씨의 말에 따르면 그의 천하는 막을 내리고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필자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영화감독 E씨. 그는 심오한 영화를 만드는 데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그의 본성은 색마다. 여자를 워낙 좋아해 자신과 관계를 맺지 않은 여배우는 절대 주인공으로 쓰지 않는다. 물론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말이다. 뭐, 이런 식이다.

“여배우와 감독이 교감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F씨는 2009년 어느 날 영화감독 E씨와 룸살롱에 갔다. 술을 마시러 간 게 아니고 여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얌전한 캐릭터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배우 H씨가 어머니와 함께 나왔다. 영화감독 E씨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던 시나리오 작가 F씨는 “어머니와 함께 왔으니 오늘은 별 일 없겠구나” 했다.

재벌2세, 강남 룸살롱서 여배우와 질펀한 술자리 
주식 정보, 대형 프로젝트 등 회사 기밀 알려줘
어머니 앞에서 여배우 가슴 만지다 “협박 시달려”

하지만 이게 웬걸, 영화감독 E씨는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여배우 H씨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옷을 벗고 180도 터닝 하라는 주문까지 했다. 여기서 깜짝 놀랄만한 일. 이 어머니는 영화감독 E씨의 행동을 보는 척 마는 척 했다. 영화감독 E씨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연예계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한때 히트작품을 줄줄이 만들어내면서 최고의 연출가로 손꼽혔던 영화감독 E씨는 지금 퇴물 신세가 됐다. 자신과 영화를 찍은 여배우들의 이름값이 올라가면서 영화감독을 되레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또 그러면 당신의 행각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여배우들도 있다고 한다.

예부터 실력자 옆에는 미모의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마무리는 늘 비슷하다. 여색에 빠졌다가 권력을 빼앗기거나 폐인으로 전락하는 실력자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들어봤다.

가장 유명한 일화가 중국 양귀비의 이야기 아니던가. 양귀비는 서시·왕소군·초선과 더불어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명이자 실존인물이다. 그녀는 노래와 춤에 능하고 미모가 출중해 17세에 당 현종의 18번째 아들인 수왕 이모의 비가 됐다. 수왕 이모는 당 현종과 무혜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로 황제계승권으로부터는 멀리 떨어진 수많은 왕자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양귀비는 빼어난 미모로 수왕 이모의 아버지인 현종을 홀려 비의 자리에 올랐다. 양귀비는 현종의 사랑을 받기 위해 새로운 화장법을 개발했고, 목욕을 즐겨 했다고 한다.

현종은 젊었을 때 정치에 소질이 있는 황제였지만 양귀비에 눈이 먼 다음부터는 정치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양귀비가 정권의 핵심으로 등장하자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현종 시대는 탐관오리와 부정부패가 들끊는 흉흉한 세상이 됐다. 현종이 향후 권력과 양귀비를 동시에 잃어버렸음은 물론이다.

“세상을 리드하려면 
여색부터 멀리하라”

옛 이야기일 뿐이라고? 그렇지 않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전 부인 세실리아 시가너-알베니즈는 최근 흥미있는 폭로를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주변에는 항상 권력을 탐하는 여성들이 가득했고, 이들은 사르코지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넘겨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세실리아가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는 항상 권력을 쫓는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섹스 심벌이었다”며 “그러나 이들이 좋아한 것은 권력이었지 사르코지 대통령 자체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대 실력자와 미녀의 놀음은 망국적 사랑놀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색에 빠진 실력자들은 본분을 망각하고 정신을 잃게 마련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비극이다. 앞서 이니셜로 언급한 실력자들의 ‘행운’이 과연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여색을 놓지 않는다면 그들 역시 ‘비극의 주인공’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리드하려면 여색부터 멀리하라.” 공연히 나온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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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