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듀폰 소송전 전말

“영업비밀 침해” VS “30년간 축적한 기술”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미국 법원이 한국의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미국의 듀폰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청구된 배상금의 규모는 1조원대. 올해 들어 미국에서 이뤄진 평결 중 세 번째로 큰 금액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난해 영업이익의 4배에 달하는 액수기도 하다. 당황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 “듀폰에 1조원 배상하라”
코오롱인더스트리 “평결 결과 불복, 항소할 것”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소재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 코오롱이 케블라 아라미드 섬유의 핵심 기술 및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듀폰사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9억1990만 달러의 손실보상이 정당하다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코오롱이 듀폰 아라미드 섬유 브랜드인 ‘케블라’의 149개 영업비밀을 의도적으로 도용했다고 판단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청구된 배상금은 우리 돈으로 1조23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미국에서 이뤄진 평결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금액이자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인 2513억원에 4배에 달하는 액수다.

1조원대 배상금

코오롱인터스트리는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 연방법원의 이번 평결은 아라미드 섬유시장에서 듀폰이 코오롱을 배제시키기 위해 코오롱을 상대로 다년간 진행한 행위의 결과”라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평결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는 보다 공정하고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코오롱은 이번 판결을 바로 잡기 위해 모든 법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다.

4이 관계자는 또 “지난 60년 동안 섬유산업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특허를 지니고 있다”며 “197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아라미드 섬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30년간 기술력을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듀폰으로부터 어떠한 영업 비밀이나 정보를 요구한 적이 없고 그런 정보가 필요하지도 않다”며 “또 코오롱이 고용한 컨설턴트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서 듀폰이 영업비밀이라 주장하는 것은 상당 부분 이미 일반에 공개된 정보들”이라며 “분명하고도 명확한 법률적, 사실적 근거들을 토대로 항소심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표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패소사실이 알려진 지난 14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7만6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주사인 코오롱의 주가도 하한가인 2만5050원으로 추락했다.

문제가 된 아라미드 섬유는 단면적이 불과 1㎟(직경 약 1.6㎜)인 실로도 350㎏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고강도 첨단 섬유다.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나 강도가 높다. 섭씨 500도의 열에도 견디며 가공이 편리해 방탄복·방탄헬멧·고성능 타이어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 용도가 갈수록 늘면서 시장 규모 역시 2010년 2조원, 2011년 3조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듀폰은 아라미드 세계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독과점 기업이다.

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아라미드 섬유는 자동차 브레이크, 타이어 보강재는 물론 항공기 소재 등으로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어 미국 듀폰이 시장 방어에 소송 등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반독점 소송 제기

듀폰은 코오롱이 미국 내 아라미드 시장에 진출하자 2009년 2월 ‘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이 듀폰 전 직원과 컨설팅 계약을 한 것을 두고서다. 이에 맞서 코오롱도 그해 4월 “듀폰이 코오롱의 미국시장 진출을 방해하기 위해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은 듀폰이 수요 업체들을 상대로 물량의 80~100%를 듀폰 제품만 구매하도록 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1심 재판부는 코오롱의 소송을 기각했다. 코오롱이 이에 불복하고 항소하자, 지난 3월 미 연방 항소법원은 “듀폰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며 1심 재판부 판결을 뒤집고 다시 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 소송에 관한 재판은 내년 3월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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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