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근친상간’ 범죄 실태

‘동방예의지국’이라더니 ‘동방패륜지국’?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대한민국이 ‘패륜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엽기범죄를 다룬 소설,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자부하던 우리 사회는 이제 ‘동방패륜지국’이라 해도 할 말 없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 큰아버지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10대 친조카를 수년간 성폭행했다. 가족이 보는 앞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형부도 있었다. 재혼한 아내의 딸을 성폭행하고, 알몸을 사진 촬영한 의붓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초등학생인 친딸을 성폭행해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게 한 파렴치한 아버지도 있다. 지난 6월에는 설날아침 떡국을 끓여준 60대 친모를 성폭행한 30대 아들이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같이 상상할 수 없는 패륜범죄가 우리 주변에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고,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딸이 처녀인지 아닌지 확인하려 했다고??
도 넘어선 패륜범죄 하루 한명꼴 ‘허거덕~!’

“용돈 줄게. 한 번 자자.”
부인이 인근 음식점으로 일을 나간 밤, A양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내 친아버지가 꺼낸 말이었다. A양은 친아버지가 건넨 한 마디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저항하던 자신의 딸을 억압한 채 자신의 욕구를 채웠다.

친아버지의 반인륜적 행위는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A양이 13살이었던 지난 2005년부터 22차례에 걸쳐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

A양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용돈을 주겠다” “휴대전화를 사주겠다”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겠다”며 불러내 강제로 성행위를 했고, 이에 A양은 3차례나 임신해 낙태수술을 받아야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양의 신고로 긴급 체포된 아버지는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딸이 처녀인지 아닌지 확인하려 했다”고 오히려 정상참작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부인 역시 남편의 죄를 다 인정하며 “남편의 성폭행이 오래됐다. 식구니깐 살면 좀 나아질까 생각했고 부부라 신고할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신고하면 가족들을 다 죽일까봐 하지 못했다”며 두려움에 힘들어했다.

“이제 누굴 믿나…”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참담한 사건은 이 뿐만이 아니다. B양 역시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친어머니와 동거하는 아저씨에게 수차례에 걸쳐서 성폭행을 당해야 했고, C양은 2004년부터 할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명절 때 집으로 찾아온 고모부와 작은아버지, 고종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급기야 지난해부터는 C양의 아버지도 딸을 성폭행했다.

잇따른 근친상간 범죄뉴스는 인륜을 져버린 우리사회의 비극적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근친상간 범죄가 하루 1건 꼴로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이 지난 1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친족간 성범죄는 모두 2천89건이다. 이 같은 수치는 한해 평균 379.8건에 달하는 것으로 하루 평균 1건 이상의 친족간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연도별로는 2006년 331건, 2007년 360건, 2008년 373건, 2009년 350건, 2010년 468건이 발생해 2009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 해 발생건수가 늘고 있다. 올 들어서는 6월까지 207건의 친족간 성범죄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03건으로 가장 많았다(19.3%). 이어 경기 344건(16.5%), 인천 155건(7.4%), 부산 148건(7.1%), 대구 125건(6.0%) 등으로 나타나 대도시일수록 발생비율이 높았다.

지역 경찰서별로는 충남 천안서북서가 492건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청주 흥덕서와 광주 북부서가 각각 405건이었다. 이밖에 서울관악서 395건, 경기 의정부서 392건 등이었다.

한편 같은 기간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모두 3만3천78건이 발생, 한해 평균 6천14건을 기록했다.

연도별로는 2006년 5천168건, 2007년 5천460건, 2008년 6천339건, 2009년 6천782건, 2010년 7천367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올해는 6월까지 1천962건이 발생했다.

“한국 사회안전망 미흡”

성폭력특별법에는 친족은 4촌 이내의 혈족이나 2촌 이내의 인척, 사실상의 친족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하고 있다. 친족 성폭력은 가중처벌 받게 돼 있다.

김 의원은 “일반 성범죄 사건은 가족 울타리 안에서 보살핌을 받고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친족성범죄 사건은 가족을 해체시키고 피해자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범죄 양상도 점점 더 흉포해지고 있다”며 “범죄예방을 위한 법적 제도적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족이라는 미명 아래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지 못한 채 아무렇게나 대하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다보니 살인, 근친상간과 같은 비극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또 친족 개념이 강한 한국 문화 특성상 친족 성폭력 사건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신고 후 피해자와 가족들이 가해자로부터의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되는 위험성이 상당하다는 것에 그 심각성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가해자는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죄의식보다 가족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보복심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친족 성폭행 피해자들은 두 번 울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책 마련이 절실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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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