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7)신라의 간계

쌍두마차 체제로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백제군이 다시금 신라를 침범하여 독산성(獨山城, 충남 예산)과 동잠성(桐岑城, 경북 구미)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하고 물러갔다. 

그 소식을 접한 무열왕이 곧바로 김유신을 찾았다.

“두 성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비록 손실은 입었으나 성은 건재합니다.”

“곧바로 보복을 감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해야지요.”

답을 한 유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바로 출정하렵니까?”

최후의 발악

“전하, 근본적으로 바라보심이 가당합니다.”

“근본적이라 하면?”

“이참에 결말을 내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통일 작업에 단초를 마련하였으면 합니다.”

“상세히 말씀해보세요.”

“작금의 백제를 어찌 생각하십니까?”

“대략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여력이 있으니 침공을 감행하는 게 아닙니까?”

“여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후의 발악이지요.”

“최후의 발악이라!”

“지금 백제의 의자왕은 한 요망한 계집에 의해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있다 합니다. 그 계집의 농간으로 놀이 삼아 신라를 공략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울러 지금이 백제를 멸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입니다. 백제 최고의 명장인 성충은 이미 죽었고 군사인 흥수는 귀양 갔다 하옵니다.”

“성충이 의자왕의 비행을 탄하다가 죽은 사실은 알고 있지만 군사인 흥수까지 귀양 갔단 말입니까?”

“흥수 역시 의자왕의 황음에 대해 간곡하게 간하다가 미운 털이 박혀 지금 고마미지현(전라남도 장흥)에 귀양 가 있다 하옵니다.”

“허허 그렇다면 지금 의자왕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면 고작 허수아비들, 즉 간신들뿐이겠습니다.”

“물론 백제에도 아직 충신들이 건재할 것입니다. 다만 그들의 경우 수도가 아닌 변방에 머물러 작금의 실정에 대해 한탄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지금이 최적기입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임하자 말씀하셨군요.”

“그래서 그런데.”

말을 하다 말고 유신이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해보세요.”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십시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란 말입니까?”“도움 요청이 아니라 그들을 이용하자는 이야기지요.”
“어떤 식으로?”


“신라의 주요한 인물을 사절로 보내어 정식으로 지원군을 요청하십시오.”

“누구를 보내면 좋겠소?”

유신이 대답하지 않고 무열왕을 빤히 주시했다.

“그러면 결국.”

“이런 중차대한 일에는 인문 왕자 외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없습니다.”

김춘추의 둘째 아들인 김인문, 그야말로 당나라 통이었다. 

일찌감치 당나라에 숙위로 파견되어 당나라 조정에 머물면서 양국 간 현안문제에 있어 중개임무를 맡았고 불과 스물세 살에 당나라 좌령군위장군(左領軍衛將軍)이라는 직함을 받았다.

그후 잠시 귀국했다가 당으로 돌아갔고 다시 귀국하여 김유신이 군주로 있던 압량주의 군주로 재임하고 있었다.

“당에서 호락호락 군사를 보내겠습니까?”

유신이 대답하지 않고 슬그머니 미소 지었다.

“왜 그러시오?”

“당의 선황제에게 보장 받은 일이 있지 않습니까?”

무열왕이 진덕여왕 시절 당에 사절로 입조해서 당태종의 환대를 받았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 당태종이 백제를 정벌할 때 군사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조한 사실이 있었지요.”

“그 사실을 부각시키는 겁니다.”

“그 때는 그때고, 지금은 상황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양동작전으로 임해야지요.”

“양동작전이라니요?”

“선친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고종에게 당태종과의 약조를 상기시키고 또한 미끼를 던져야지요.”  

백제 상대 당의 지원…사신은 김인문
김춘추 왕으로…김유신 상대등으로

“미끼라면.”

“후일 당에서 고구려를 침공할 때 우리가 호응할 것을 다짐하는 일입니다.”

“고구려 땅은 어찌하고요?”

“그는 후일 문제고 먼저 백제를 생각하시지요.”백제라는 소리에 무열왕이 슬그머니 이를 갈았다.

무열왕에게 백제와 관련해서라면 이미 철천지원수로 자리매김했다. 

대야성 전투에서 딸 고타소와 사위 김품석을 잃었고 또 조비천성 전투에서 셋째 사위 김흠운을 잃었던 터였다. 

“하기야 백제만 정벌할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그렇다고 통일을 포기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고구려 영토를 취하지 않으면서.”

“영토의 통일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영토도 중요하지만 민족의 통일이 우선이라 보아야지요.”

“민족의 통일이라!”

“그를 이루면 영토의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무열왕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열왕이 즉각 압량주로 사람을 보내 김인문을 소환하여 당의 사절로 보냈다. 물론 신라의 진귀한 조공품들 역시 바리바리 곁들였다. 

아들을 당으로 보내고 이제나 저제나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만간 돌아올 것으로 고대했던 김인문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초조해하며 애타게 아들을 기다리는 중에 김유신이 두 사람을 대동하고 입궐했다.

“그 사람들은 누구요?”

무열왕이 급히 예를 올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왕자께서 보낸 사람들인데 직접 설명을 듣는 것이 좋을 듯하여 함께 들어왔습니다.”

“왕자가!”

“고개를 들고 소상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거라.”

두 사람이 고개를 들기는 하였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너무 어려워 말고 왕자께서 전하라 한 사실들에 대해 고해 보거라.”

김유신의 부드러운 말투에 한 사람이 부복한 상태서 무열왕을 주시했다.

“왕자 저하께서 내년 5월 당군이 진군한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내년 5월이라니?”

“금년에는 당군이 고구려를 침공할 예정이라 시기를 내년으로 늦춘다 하였습니다.”

“그게 다인가?”

“그러하옵니다, 대장군.”

유신이 두 사람을 주시하자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알았으니 자네들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게.”

“무슨 의미요?” 

두 사람이 자리를 물리자 무열왕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고구려에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 아닐는지요?”

“경각심이라니요?”

5월 당의 지원

“증원군을 파견하여 백제를 침공한다고 하면 고구려의 입장에서 어찌 나올지 모르니 사전에 경각심 차원에서 고구려를 침공하여 그들의 발을 묶어놓고 군사를 파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뜻은 없을까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리고 당군이 겨울철에 한번 된통 당해본 경험이 있다는 측면도 작용했을 거라 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저 아무 걱정하지 않고 차근히 준비하면 되겠습니다.”

“당연합니다.”

유신이 힘을 주어 답하자 춘추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무슨 의미입니까?”

“이를 기회로 신라를 쌍두마차 체제로 바꾸려하오.”

“어떻게!”

“짐은 왕으로 그리고 장군은 상대등으로!”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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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