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은퇴’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강호동 없으면 소는 누가 키우나?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하반기 연예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설의 코미디언에서 한 때 ‘스타감독’이라 추앙받던 심형래 감독은 각종 루머에 휩싸이며 위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고, 드라마 촬영 거부 사태의 주인공 한예슬 역시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불명예 퇴장했다. 이번엔 대한민국 예능계를 호령하던 ‘국민MC’ 강호동이다. 그는 세금탈루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지 며칠 만에 잠정 은퇴를 선언하면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폭탄을 터뜨렸다. 네티즌들도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강호동 방송 퇴출 서명 운동’이 일었고, 잠정 은퇴의사 발표 후에는 ‘강호동 은퇴 반대 서명 운동’이 확산되는 등 ‘강호동 퇴출 찬반’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은퇴 찬성측 “잠정은퇴? 영구퇴출이 합당하다”
은퇴 반대측 “국민MC 강호동! 못 놔 주겠다”


예능계의 큰 별, 강호동의 갑작스런 잠정은퇴 소식이 충격이긴 충격이었나 보다. 추석을 앞두고 터진 강호동의 은퇴선언은 연휴 내내 차례상 앞에서 떠나지 않던 화젯거리였다. 명절에 모인 가족·친지들끼리, 또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끼리…온통 ‘강호동’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대부분 갑작스런 잠정은퇴 선언에 대한 갑론을박이었지만 ‘신속한 자성이 빛났다’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해라’ 등 모두 제각각의 시각으로 강호동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같은 시각은 인터넷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탈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에서는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이 벌어졌으나 이후 강호동을 두둔하는 ‘강호동닷컴’이 등장하는 등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힘내라 강호동’

또 은퇴 기자회견 이후에는 급격히 강호동 동정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연 수입이 300억 규모라는데 세무처리를 본인이 직접 하기보다 분명 회계사나 세무사의 도움을 받았을 거라는 것을 전제로 강호동을 두둔하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일고 있는 것. 실무자 차원의 잘못을 은퇴라는 결론으로까지 몰고 가는 건 지나치다는 논리도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14일 강호동의 처벌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의 고발에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자 은퇴반대 여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대 청원에 참가한 네티즌들은 “국세청에서도 세금 탈세는 고의가 아니라고 했다”, “더 이상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부터 조사 확실히 해야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디 kdd***는 “정치인들, 유명 인사들이 하는 것에 비하면 강호동은 그야말로 바르고 착한 국민이다”며 “남들 같으면 세무사 핑계대고 뻔뻔하게 굴 텐데 본인잘못이라고 바로 인정하고 은퇴까지 마음먹는 자세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이디 gol***도 “물론 세금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복지에 매우 중요하지만 한 사람이 국민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고, 그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삶과 행복 또한 중요하다”며 “다시 돌아와서 강호동이 가진 재능과 웃음으로 국민의 웃음을 지켜주면서 이번사건을 계기로 봉사나 기부를 통해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웃을 치료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면에 공인이자 국민MC로 불릴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게맞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양보해도 수억원을 추징당한 현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고 어떤 형태든 강호동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잠정은퇴에 찬성하는 아이디 yegyung***는 “절세하려다 탈세가 됐다고? 돈 벌 마음이었는데 도둑질이 됐다는 말과 똑같다”며 “이는 강호동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법에 의해 세금을 강제징수 당한 거고, 본인이 반성하는 뜻에서 영원히가 아닌 당분간 방송에 나오지 않겠다는 것인데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디 hs***도 “세금 떼먹는 파렴치한 강호동씨는 방송을 중단하는게 옳다”며 “들켰으니 냈지 스스로 냈겠습니까? 혼자 잘살겠다고 하는 꼴이 우습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잘나서 사랑도 받았겠지만 돌려 줄줄도 알아야하므로 퇴출이 마땅하다”며 “이참에 사회 기여를 쟁점화해서 서로 나누는 삶을 살아봄은 어떨지 앞장서서 행동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엄연한 탈세범’

무엇보다 이번사건은 그동안 그의 인기를 뒷받침했던 연예인답지 않게 서민적이고 순수한 시골청년 같은 이미지를 한 순간에 추락시켰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무게를 갖고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한사람의 인기 공인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또 구설수에 오를 경우 자신에게도 엄청난 신변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디 2010gka***는 “많은 인기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팬들의 영향력으로 엄청난 소득을 올리고 있는 만큼 이미지 관리에 신중을 기하고 법적 도덕적으로 오점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공인의 도리인데 강호동이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결국 돈문제로 무너지는 것을 보니 허탈할 뿐이다”며 “서민의 입장에서는 많이 버는 만큼 세금 내는 것이 아깝지 않을 듯한데 많이 가진 만큼 더 갖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인가 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이 예정돼 있는 종편행을 포함한 강호동의 다음 행보를 위한 호재라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 또 잠정은퇴 결정이야 말로 지금시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계산된 일로 국민은 치밀한 고도의 전략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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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