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선구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혜성처럼 등장한 이사님, 선거판도 바꿀 선구자 될까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돌연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후보 단일화하기로 했다. 40∼50%대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자랑하던 안 원장의 이 같은 발표는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다. 아울러 선거구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박 상임이사가 안 원장의 지지율을 등에 업고 막강한 후보로 떠오른 때문이다.

안철수 원장, 박원순 상임이사로 후보 단일화
박원순 상임이사는 시민운동 1세대 선두주자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안 원장은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박 상임이사와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오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만나 그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고 시민사회운동을 꽃피운 그가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철수와 아름다운
합의 했다고 생각”

이어 안 원장은 “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도 알고 있고 너무나 부끄럽고 감사하다”며 “저는 민심을 얻을 당연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고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또 “대신 제 삶을 믿어주시고 보답해주신 여러분께 사회를 보다 먼저 생각하고 살아가는 성실한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백두대간 종주를 중단하고 덥수룩하게 수염이 자란 모습으로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박 상임이사는 “잠깐 동안 대화로 안철수 교수님의 진심에 서로가 통했고, 정치권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단일화를 밝혔다.

또 박 상임이사는 “두 사람 모두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정으로 새로운 세상,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론을 냈다고 생각한다”며 “훨씬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이런 정치적 관계를 넘어서 앞으로 이 아름다운 관계를 계속 해가는 그럼으로써 우리 시대를 새로운 시대로 바꿔가는 데 함께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후보 선정을 놓고 고심 중인 가운데 박 상임이사로의 후보 단일화가 결정되자 선거구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40∼50%대를 넘나드는 안 원장의 지지율을 보면서 충격에 휩싸였던 한나라당은 일단 한숨 돌린 모양새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박 상임이사에게 고스란히 넘어가지는 않으리란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은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돌풍을 일으킨 안 원장에 맞설 대항마를 찾지 못해 고심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만큼 후보 선정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원장의 40%에 육박하는 지지층 가운데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도 많았다”며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단일화를 했다고 해서 박 상임이사의 지지율이 크게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당은 아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여론과 야권 단일화 추이 등을 지켜본 후 추석 이후에나 후보를 확정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서는 당 내의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김충환·권영진 의원과 정운찬 전 총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돼왔다.

야권은 한층 바빠지게 됐다. 야권 역시 그동안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지만, 박 상임이사로 단일화하면서 범야권 후보 통합에도 녹색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하고 야권에 가세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보다는 이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야권에 가까운 박 상임이사가 전면에 나서면서 한나라당과 1대 1의 선거구도가 가능하게 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박 상임이사의 후보단일화를 쌍수 들어 환영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박 상임이사가 후보로 나서면서 당 입장에서는 편해졌다”며 “박 상임이사는 확실한 시민운동가로서, 무소속으로 나오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에 동참할 듯하다. 그게 우선 편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서 공부
시민운동에 눈 떠

이에 따라 민주당 내 후보 경쟁구도에도 더욱 불이 붙게 될 전망이다. ‘안철수 카드’가 사라짐에 따라 출마를 이미 선언한 후보들은 물론 그동안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던 후보군들도 전면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에선 현재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천정배·이인영 최고위원, 박영선 정책위의장, 추미애·원혜영·전병헌·김성순 의원, 신계륜·김한길·이계안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통합 일정을 진행하는 데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당내 후보 선출을 위해 당원투표 및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참여경선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통해 후보자를 4명 이내로 압축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안 원장 대항마 물색 고심하다 한숨
민주당, 범야권 후보 통합에 녹색등 ‘쌍수환영’


한편, 이번 후보 단일화 선언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박 상임이사는 국내 대표 진보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만든 시민운동 1세대 선두주자다. 박 상임이사는 오랜 기간 사회정의를 위해 활동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아 지난 2006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리핀 막사이사이상 공공봉사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박 상임이사는 경기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1975년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시절, 유신체제에 항거해 할복한 고 김상진 열사의 추모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다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로 적을 옮겼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을 12기로 수료하면서 법조계에 입문한 박 상임이사는 대구지검에서 짧은 검사생활을 한 뒤 198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당시, 권인숙 성고문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박 상임이사는 국민연금 노령수당 청구소송을 승소로 이끌며 ‘생활 최저선’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1991년 박 상임이사는 돌연 유학길에 올라 2년 동안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시민사회운동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1994년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참여연대를 창립, 사무처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소액주주운동 등을 성공시키며 우리 사회의 ‘1세대 시민운동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박 상임이사는 거기서 머물지 않았다. 지난 2000년에는 8년간 몸담았던 참여연대를 떠나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하면서 우리 사회 기부문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또 2001년에는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하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아름다운 가게’와 ‘아름다운 재단’ 총괄상임이사를 지냈다.

참여연대 창립
1세대 시민운동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던 안 원장이 ‘마음 속 응원자’라며 애정을 나타내며 후보직을 양보할 만큼 깊은 친분을 키운 것은 아름다운 가게의 사회공헌 활동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름다운 재단이 본궤도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21세기 실학운동’을 기치로 ‘희망제작소’를 설립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목표로 활동을 벌여왔다.

한때 대권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정치권의 영입 제의도 잇따랐지만 박 상임이사는 시민사회 진영의 울타리를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정치권의 새로운 핵으로 등장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에 육박하는 안 원장의 지지율을 등에 업게 돼 막강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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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