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산고 vs 수원 매탄고] ‘미니 슈퍼매치’ 총정리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6.04 11:08:45
  • 호수 1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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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축구 최고의 빅매치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우중혈투(雨中血鬪). 이날 경기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그랬다. 지난달 12일, 오산고 축구장서 고교 축구의 양대산맥 서울 오산고와 수원 매탄고가 붙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양 팀 선수들은 넘어지고 뒹굴고 부딪히면서도 승리를 위한 일념 하나로 그라운드서 맞부딪혔다. 이날 경기는 K리그주니어 한 경기로 치부하기엔 담고 있는 의미가 너무도 컸다.

첫 번째로 무적 매탄고의 상승세 지속 여부다. 매탄고는 춘계대회에 6전 전승, K리그 주니어 6전 전승 등 2018시즌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무적의 팀이다. 우승후보 인천 대건고마저 홈에서 0:4로 무너졌다. 사실상 오산고는 무패우승의 마지막 저지선과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는 K리그 주니어 전반기 우승컵의 향배다. 이날 경기를 1위 매탄고가 승리할 경우 우승은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현재 2위 오산고는 무조건 매탄고를 이겨놓고 다음을 바라봐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세 번째는 양 팀의 자존심 대결이다. 미니 슈퍼매치라고 불리는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신경전으로 경기 전부터 팽팽했다. 매탄고 선수들의 “오산고등학교는 라이벌이 아니다”라는 도발에 예정돼있던 사전 인터뷰도 취소되며 오산고 선수들이 발끈했다. 양 팀의 경기가 혈전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초특급 선수들 간 자존심 대결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매탄고 박지민과 오산고 백종범은 고교 최고 골키퍼 자리를 두고 맞대결을 펼쳤다. 매탄고 신상휘와 오산고 이인규 또한 최고의 테크네이션 자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게 됐다. 

최근 센터포워드로 포지션을 변경한 매탄고 김태환과 이를 막아야만 하는 오산고 김주성의 ‘캡틴 맞대결’ 또한 큰 흥밋거리 중 하나였다.

전반 45분

오산고는 기존에 쓰던 4-2-3-1의 형태를 벗어나 다소 수비적인 4-4-2로 나섰다. 왼쪽 풀백에 전우람(11번, 3학년), 오른쪽 풀백에 임도훈(3번, 2학년), 왼쪽 센터백에 박재환(20번, 3학년), 오른쪽 센터백에 김주성(6번, 3학년)이 포진하는 수비진이 구성됐다.

중앙은 박건준(8번, 3학년)과 김성민(4번, 2학년)이 나서고 권성윤(14번, 2학년)이 왼쪽, 이인규(10번, 3학년)가 오른쪽 윙포워드에 포진했다. 투톱은 정한민(19번, 2학년)과 이학선(9번, 3학년)이 위치했다.

라이벌 자존심 대결 ‘우중혈투’
일촉즉발 신경전에 판정 시비도

이에 맞서는 매탄고는 다소 공격적인 4-3-3을 들고 나왔다. 왼쪽 풀백에 허동호(4번, 3학년), 오른쪽 풀백에 조우진(13번, 2학년), 왼쪽 센터백에는 박정준(3학년, 5번), 오른쪽 풀백에는 김상준(3학년, 16번)이 포진하는 수비진이 구성됐다.

미드필더진은 왼쪽에 김석현(3학년, 7번), 중앙에 용동현(14번, 3학년), 오른쪽에는 강현묵(12번, 2학년)이 위치했으며 스리톱은 신상휘(10번, 3학년), 김태환(11번, 3학년), 강태원(6번, 3학년)이 출전했다.
 

전반전은 매탄고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오산고의 수비진이 정비되기 전 신상휘, 김석현으로 이어지는 매탄고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첫 번째 찬스는 전반 8분께 찾아왔다. 신상휘가 아크 정면서 때린 프리킥이 살짝 골대를 빗나갔다. 25분경에도 찬스가 왔다. 오산고의 오른쪽서 단독찬스를 맞은 매탄고 강현묵의 중거리 슛이 백종범의 선방에 막혔다. 이날 찾아온 가장 확실한 찬스였다.

29분에는 허동호의 아크정면서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간발의 차이로 골대를 벗어났다. 반면 오산고는 이렇다 할 슈팅찬스를 전혀 잡지 못한 채 매탄고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후반 시작 ∼20분

후반전에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오산고가 공격적으로 진영을 바꾸었다. 라인을 좀 더 앞으로 당겼다. 그러자 양 팀 미드필더진서 엄청난 공방전이 벌어졌다. 후반 10분경 다시 한 번 매탄고가 찬스를 맞았다. 

신상휘가 중앙서 돌파한 후 때린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말았다. 매탄고의 아쉬운 두 번째 찬스가 그렇게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치열한 공방전 속 첫 골은 후반 17분에 나왔다. 돌파해 들어가는 이인규에게 매탄고 수비수가 파울을 범했고, 페널티에어리어 근접 지역서 프리킥을 얻어낸 것이다. 소중한 프리킥 기회서 전우람의 왼발 슛이 그대로 수비벽을 통과해 오른쪽 모서리에 꽂혔다. 박지민이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봤지만 잡을 수 없는 감각적인 슛이었다. 

기세가 오른 오산고는 경기를 지배해갔다.

약 3분 뒤에는 30미터 떨어진 지점서 이학선의 통렬한 중거리 슛이 터졌다. 살짝 벗어나기는 했으나 감각적인 슛이었다. 전반에 한 번의 유효슈팅도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오산고의 기세가 그만큼 올라있다는 반증이었다.

기세가 오른 오산고는 10여분 만에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후반 26분 오산고 판타지스타 이인규의 개인기가 폭발했다. 혼전 상황서 볼을 획득한 이인규는 그대로 10여m를 질주했고, 한 번의 속임 동작 후 아크 정면서 골대 왼쪽을 향해 때린 오른발 중거리 슛이 그대로 왼쪽 모서리에 빨려 들어가며 2 : 0을 만들었다.

매탄고 골키퍼 박지민이 몸을 날려봤지만 잡을 수 없었던 절묘한 슛이었다. 리그 7호골로 K리그 주니어 A조 득점 단독선두로 올라섬과 동시에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득점이었다.

후반 20∼48분

후반 20분 이후 더욱 많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따라가려는 매탄고의 공격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추격골은 불과 5분 후에 이루어졌다. 후반 20분경 교체돼 들어간 매탄고 정상빈(24번, 1학년)이 후반 31분 멋진 중거리 로빙슛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미궁 속으로 몰고 갔다.

이때부터 한 골을 지키려는 오산고와 한 골을 만회하려는 매탄고의 엄청난 공성전이 펼쳐졌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질수록 경기는 과열됐고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후반 41분경에는 오산고 임도훈과 매탄고 신상휘가 부딪히며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들어 서로를 밀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판정시비도 나왔다. 후반 43분 매탄고 허동호의 헤딩슛이 오산고 박재환의 팔에 맞자 매탄고 선수들과 벤치가 페널티킥을 주장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심판은 고의적인 핸들링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오산고의 2 대 1 승리로 끝났다.

양 팀의 경기가 얼마나 팽팽했는지는 이날 기록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일단 점유율이 51.1%(오산고)와 48.9%(매탄고)가 동등했다. 슈팅도 13-13으로 동률이었고 유효슈팅 개수 또한 4-5로 매탄고가 1개 많았을 뿐이었다. 프리킥은 17-9로 매탄고가 2개를 더 얻어냈고 코너킥은 6-3으로 오산고가 3개를 더 얻어냈으며 파울은 18-14로 오산고가 4개를 더 많이 했다.

전우람·이인규 연속 골로 오산고 승리
K리그주니어 A조 우승 향방 미궁 속으로

한편 '미니 슈퍼매치'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날 경기는 오산고에게 많은 선물을 안겼다. 일단 오산고는 이날 승리로 K리그주니어 전기리그서 우승의 길을 스스로 열었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매탄고가 1패만 해준다면 우승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올해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무패의 매탄고에게 첫 패배를 안기며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춘계대회 3연패, 무패행진 등 라이벌의 승승장구를 보며 다소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2018년 첫 대결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보다 값진 성과를 챙겼다.

경기 후 오산고 명진영 감독은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상황서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경기장 상황이 많이 나빠서 힘들었지만 승리했기에 만족한다”며 차분한 승리소감을 밝혔다.

오산고는 K리그주니어 A조서 6승 2무 승점 20점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으며 매탄고는 6승1패로 개막 이후 처음으로 2위로 내려앉으며 남은 3경기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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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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