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산고 vs 수원 매탄고] ‘미니 슈퍼매치’ 총정리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6.04 11:08:45
  • 호수 1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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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축구 최고의 빅매치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우중혈투(雨中血鬪). 이날 경기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그랬다. 지난달 12일, 오산고 축구장서 고교 축구의 양대산맥 서울 오산고와 수원 매탄고가 붙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양 팀 선수들은 넘어지고 뒹굴고 부딪히면서도 승리를 위한 일념 하나로 그라운드서 맞부딪혔다. 이날 경기는 K리그주니어 한 경기로 치부하기엔 담고 있는 의미가 너무도 컸다.

첫 번째로 무적 매탄고의 상승세 지속 여부다. 매탄고는 춘계대회에 6전 전승, K리그 주니어 6전 전승 등 2018시즌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무적의 팀이다. 우승후보 인천 대건고마저 홈에서 0:4로 무너졌다. 사실상 오산고는 무패우승의 마지막 저지선과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는 K리그 주니어 전반기 우승컵의 향배다. 이날 경기를 1위 매탄고가 승리할 경우 우승은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현재 2위 오산고는 무조건 매탄고를 이겨놓고 다음을 바라봐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세 번째는 양 팀의 자존심 대결이다. 미니 슈퍼매치라고 불리는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신경전으로 경기 전부터 팽팽했다. 매탄고 선수들의 “오산고등학교는 라이벌이 아니다”라는 도발에 예정돼있던 사전 인터뷰도 취소되며 오산고 선수들이 발끈했다. 양 팀의 경기가 혈전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초특급 선수들 간 자존심 대결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매탄고 박지민과 오산고 백종범은 고교 최고 골키퍼 자리를 두고 맞대결을 펼쳤다. 매탄고 신상휘와 오산고 이인규 또한 최고의 테크네이션 자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게 됐다. 


최근 센터포워드로 포지션을 변경한 매탄고 김태환과 이를 막아야만 하는 오산고 김주성의 ‘캡틴 맞대결’ 또한 큰 흥밋거리 중 하나였다.

전반 45분

오산고는 기존에 쓰던 4-2-3-1의 형태를 벗어나 다소 수비적인 4-4-2로 나섰다. 왼쪽 풀백에 전우람(11번, 3학년), 오른쪽 풀백에 임도훈(3번, 2학년), 왼쪽 센터백에 박재환(20번, 3학년), 오른쪽 센터백에 김주성(6번, 3학년)이 포진하는 수비진이 구성됐다.

중앙은 박건준(8번, 3학년)과 김성민(4번, 2학년)이 나서고 권성윤(14번, 2학년)이 왼쪽, 이인규(10번, 3학년)가 오른쪽 윙포워드에 포진했다. 투톱은 정한민(19번, 2학년)과 이학선(9번, 3학년)이 위치했다.

라이벌 자존심 대결 ‘우중혈투’
일촉즉발 신경전에 판정 시비도

이에 맞서는 매탄고는 다소 공격적인 4-3-3을 들고 나왔다. 왼쪽 풀백에 허동호(4번, 3학년), 오른쪽 풀백에 조우진(13번, 2학년), 왼쪽 센터백에는 박정준(3학년, 5번), 오른쪽 풀백에는 김상준(3학년, 16번)이 포진하는 수비진이 구성됐다.

미드필더진은 왼쪽에 김석현(3학년, 7번), 중앙에 용동현(14번, 3학년), 오른쪽에는 강현묵(12번, 2학년)이 위치했으며 스리톱은 신상휘(10번, 3학년), 김태환(11번, 3학년), 강태원(6번, 3학년)이 출전했다.
 


전반전은 매탄고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오산고의 수비진이 정비되기 전 신상휘, 김석현으로 이어지는 매탄고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첫 번째 찬스는 전반 8분께 찾아왔다. 신상휘가 아크 정면서 때린 프리킥이 살짝 골대를 빗나갔다. 25분경에도 찬스가 왔다. 오산고의 오른쪽서 단독찬스를 맞은 매탄고 강현묵의 중거리 슛이 백종범의 선방에 막혔다. 이날 찾아온 가장 확실한 찬스였다.

29분에는 허동호의 아크정면서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간발의 차이로 골대를 벗어났다. 반면 오산고는 이렇다 할 슈팅찬스를 전혀 잡지 못한 채 매탄고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후반 시작 ∼20분

후반전에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오산고가 공격적으로 진영을 바꾸었다. 라인을 좀 더 앞으로 당겼다. 그러자 양 팀 미드필더진서 엄청난 공방전이 벌어졌다. 후반 10분경 다시 한 번 매탄고가 찬스를 맞았다. 

신상휘가 중앙서 돌파한 후 때린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말았다. 매탄고의 아쉬운 두 번째 찬스가 그렇게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치열한 공방전 속 첫 골은 후반 17분에 나왔다. 돌파해 들어가는 이인규에게 매탄고 수비수가 파울을 범했고, 페널티에어리어 근접 지역서 프리킥을 얻어낸 것이다. 소중한 프리킥 기회서 전우람의 왼발 슛이 그대로 수비벽을 통과해 오른쪽 모서리에 꽂혔다. 박지민이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봤지만 잡을 수 없는 감각적인 슛이었다. 

기세가 오른 오산고는 경기를 지배해갔다.

약 3분 뒤에는 30미터 떨어진 지점서 이학선의 통렬한 중거리 슛이 터졌다. 살짝 벗어나기는 했으나 감각적인 슛이었다. 전반에 한 번의 유효슈팅도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오산고의 기세가 그만큼 올라있다는 반증이었다.

기세가 오른 오산고는 10여분 만에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후반 26분 오산고 판타지스타 이인규의 개인기가 폭발했다. 혼전 상황서 볼을 획득한 이인규는 그대로 10여m를 질주했고, 한 번의 속임 동작 후 아크 정면서 골대 왼쪽을 향해 때린 오른발 중거리 슛이 그대로 왼쪽 모서리에 빨려 들어가며 2 : 0을 만들었다.

매탄고 골키퍼 박지민이 몸을 날려봤지만 잡을 수 없었던 절묘한 슛이었다. 리그 7호골로 K리그 주니어 A조 득점 단독선두로 올라섬과 동시에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득점이었다.

후반 20∼48분


후반 20분 이후 더욱 많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따라가려는 매탄고의 공격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추격골은 불과 5분 후에 이루어졌다. 후반 20분경 교체돼 들어간 매탄고 정상빈(24번, 1학년)이 후반 31분 멋진 중거리 로빙슛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미궁 속으로 몰고 갔다.

이때부터 한 골을 지키려는 오산고와 한 골을 만회하려는 매탄고의 엄청난 공성전이 펼쳐졌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질수록 경기는 과열됐고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후반 41분경에는 오산고 임도훈과 매탄고 신상휘가 부딪히며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들어 서로를 밀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판정시비도 나왔다. 후반 43분 매탄고 허동호의 헤딩슛이 오산고 박재환의 팔에 맞자 매탄고 선수들과 벤치가 페널티킥을 주장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심판은 고의적인 핸들링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오산고의 2 대 1 승리로 끝났다.

양 팀의 경기가 얼마나 팽팽했는지는 이날 기록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일단 점유율이 51.1%(오산고)와 48.9%(매탄고)가 동등했다. 슈팅도 13-13으로 동률이었고 유효슈팅 개수 또한 4-5로 매탄고가 1개 많았을 뿐이었다. 프리킥은 17-9로 매탄고가 2개를 더 얻어냈고 코너킥은 6-3으로 오산고가 3개를 더 얻어냈으며 파울은 18-14로 오산고가 4개를 더 많이 했다.

전우람·이인규 연속 골로 오산고 승리
K리그주니어 A조 우승 향방 미궁 속으로

한편 '미니 슈퍼매치'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날 경기는 오산고에게 많은 선물을 안겼다. 일단 오산고는 이날 승리로 K리그주니어 전기리그서 우승의 길을 스스로 열었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매탄고가 1패만 해준다면 우승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올해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무패의 매탄고에게 첫 패배를 안기며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춘계대회 3연패, 무패행진 등 라이벌의 승승장구를 보며 다소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2018년 첫 대결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보다 값진 성과를 챙겼다.

경기 후 오산고 명진영 감독은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상황서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경기장 상황이 많이 나빠서 힘들었지만 승리했기에 만족한다”며 차분한 승리소감을 밝혔다.

오산고는 K리그주니어 A조서 6승 2무 승점 20점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으며 매탄고는 6승1패로 개막 이후 처음으로 2위로 내려앉으며 남은 3경기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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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