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취재>어느 ‘부킹호프집’ 죽돌이의 고백

“나는 76명의 여자와 성관계 가졌다”

[일요시사=최형호 기자] 9월3일 토요일 새벽 2시 서울의 한 유흥가. 시끌벅적한 인파 속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무리를 지어 무질서하게 거리를 활보한다. 지나치게 과음한 사람들은 업혀가고, 흥건히 취한 사람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유흥가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유흥가를 걷다보니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다. A호프집 간판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새치기를 못하도록 띠까지 둘러져 있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저기 앞에 두 여자, 내가 찜했어”, “저 남자 꽤 괜찮은데, 호호”라는 등 줄 서 있는 이성에게 호감을 보이며 연신 눈웃음을 보낸다. 그곳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하룻밤 사랑의 온상이 된 부킹호프집을 작심하고 취재했다.


‘하룻밤 풋사랑’ 술값은 남자가 계산
죽돌이 “성관계 허무해 그만 두려”

기자는 다른 일행들에 비해 유독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A군 일행을 발견하고 기자임을 밝힌 뒤 동행해서 취재해도 되는지 제안했다. 호기심 강해보이던 그들은 흔쾌히 취재에 응해주었다.

그는 대학생이며 주말마다 이곳에 온다고 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보자, “나이트클럽과 같이 즉석만남이 이루어지는 호프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출입하려는 여자들도 남자를 만나러 줄 서있는 건가’라고 묻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때마침 그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기자는 그들과 일행으로 가장하고 호프집 안으로 들어가 봤다.

그곳에 들어가 보니…

어둡지만 화려함을 뽐내는 조명,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담배연기는 기자가 바라본 부킹호프의 첫 인상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기본 술값은 2만원부터였다. 부킹의 대명사인 나이트클럽의 기본 술값보다 3~4만원정도 저렴했다. 여자들이 있는 테이블은 남자들이 1~2명씩 붙어서 합석하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싫지 않은 내색이다. 

A군 일행 중 한 명은 익숙한 듯 메뉴를 고르고 여자들을 물색했다. “쟤들 어때?”라고 일행 중 한 명이 제안했고, A는 “그럼 네가 한번 꼬셔봐”라고 말했다. 일행 중 한 명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들에게 다가가 눈웃음과 함께 몇 마디 나누고는 실패한 듯 다시 돌아온다. 그러곤 “쟤들은 아니야”라고 말한 뒤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기자는 A군 일행이 이곳에 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여기에 온 이유가 뭐냐고 묻자 A군은 뻔한 질문이라는 듯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 번도 실패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여자들도 남자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어요. 여자들 눈을 보면 알아요. 굳이 여기 말고 놀 때 많아요. 여자들이 이곳을 그냥 올 리 없잖아요. 근데 여기 왜 오겠어요? 얘들도 남자와 재밌게 놀기 위해 오지요”라고 말했다.

하룻밤의 성공 여부는 남자가 어떻게 여자를 유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A군 말에 따르면 하룻밤 사랑을 원하는 여자들은 행동부터 다르단다. A군은 그것을 느낌으로 감지한다는 것.

하룻밤을 원하는 여자는 호감이 가는 남자에게 술을 따라주고 남자 옆에 자연스럽게 다가간다고 했다. 이것이 여자가 A군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오면 무조건 잡아야 돼요. 그럼 여자들도 따라와요. 그럼 게임 끝나죠(웃음)”라고 말했다.

이런 얘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A군이 직접 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건너편 여자 일행의 테이블에 앉자마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 20분 후 A군이 일행을 향해 손짓한다.

이윽고 일행은 여자쪽 테이블로 건너갔다. 그리고 능숙한 말솜씨로 어색했던 분위기를 금세 편하게 만든다. 여자들도 싫지 않은 듯 남자들과 섞여서 어울린다.

얼마후 A군은 여자들을 향해 밖에 나가자고 제안했다. 여자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A군 일행은 자신들과 여자들이 먹은 술값까지 모두 계산한다.

본격적인 사냥

‘왜 여자들이 먹은 술값을 계산 하냐’고 묻자 A군은 부킹호프만의 규칙이라며 “이렇게 해야 여자들이 따라 온다”고 말했다.

그들은 2차를 일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기자는 여자들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1차 부킹호프집에서부터 성격이 활발해 보이던 여자에게 넌지시 몇 가지를 물어봤다. 부킹호프는 자주 가냐고 묻자, “자주는 아니고 가끔 온다”고 했다. 여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남자친구가 일 때문에 바빠서 자주 못 만나요. 그러다보면,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시게 되는데 그때마다 부킹호프에 와요. 그럼 돈 쓸 일이 없어지죠. 남자들이 다 사니까. 그리고 괜찮다 싶은 남자랑 모…”라고 말끝을 흐렸다.

부킹호프에서 만난 남자와 계속 연락을 하냐고 묻자 연락처를 주고받지만 연락은 안한단다. “여기서 만난 남자랑은 연락 하지 않아요. 그냥 하루 재밌게 놀고 끝내죠”라고 했다. 

술이 한잔 두잔 흥건히 취해갈 무렵 A군 일행은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남자들은 게임을 하고 얘기를 하면서 환심을 샀다. 여자들은 남자의 진한 스킨십을 즐기는 듯 보였다. A군 일행 중 한 명은 계속 관심을 보이던 여자에게 셔츠에 손을 집어넣는 등 노골적인 장난을 서슴지 않고 했다. 술에 취한 여자는 억지로 만류하는 듯 보였지만 싫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짓궂은 장난과 게임을 1시간 가량 하고, 인터뷰를 약속한 A군을 제외한 남자 일행은 각자 마음에 들었던 여성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하나 둘 일어났다. 그리곤 인근 모텔로 향했다.

기자는 A군에게 이렇게 몇 명의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는지 물어봤다. 그는 정확히 76명이라고 했다. A군은 하룻밤 같이 잔 여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자신의 스마트 폰에 저장한다고 했다.


이렇게 만난 여성들과 다시 만나서 성관계를 가졌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개중 몇몇은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고 했다. “솔직히 버리기 아까운 애들이 있어요”라며 “그런 애들하고는 계속 관계를 유지해요. 좋아하는 건 아닌데 제 몸이 잊지 못한다고나 할까요. 집에서 가까이 살고 평일에도 만나기 쉬운 여자는 계속 만남을 유지해요. 하지만 사귀지는 않아요. 그냥 아주 편한 관계일 뿐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애인이 있다며 이제 이런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세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섹스중독자인 것 같아요. 그냥 여자사냥을 해서 성공하면 뭔가 쾌감이 느껴져요. 하지만 알게 모르게 허무함도 공존하죠. 이제 그만하려구요. 재미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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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