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신의 아들 병역 면제 리스트 완전공개

핑계없는 무덤 없다지만…“해도 너무 한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재벌가 자제가 병역면제를 받는 건 이미 우리사회의 익숙한 풍경이다. 잊을만하면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병역비리 때문이다. 알만한 집안이면 빠짐없이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미 세인들에겐 ‘가진 자들’의 석연치 않은 면제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없는 게 죄’라는 자조 섞인 체념만 읊조릴 뿐이다. 이번에도 역시 재벌가의 군면제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엔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면제율이 올라가는 모습이 포착된 것. 일반인의 면제율이 급감추세인 것과 정반대다.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면제를 받은 걸까. <일요시사>가 재벌가 ‘신의 아들’들의 리스트를 전격 공개한다.

재벌가, 62세 이상 23.1%…32∼41세 41.7%로 증가
일반인, 1940년대생 38.5%서 1980년대생 9.8% 급감


국내 재벌가 남성들의 병역 면제율이 공개됐다. 삼성·현대·LG·SK 등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성 124명 중 아직 미정인 20대를 제외한 114명을 조사한 결과, 면제율은 35.1%로 나타났다. 일반인 29.3%보다 5.8% 높은 수치다.

문제는 재벌가 남성들의 면제율dl 세대를 거듭할수록 높아진다는 데 있다. 올해 62세 이상(1930∼1940년생) 세대에서 재벌가는 13명 중 3명이 병역을 면제받아 면제율이 23.1%였다. 이어 ▲52∼61세(1950년대생) 27명 중 9명(33.3%) ▲42∼51세(1960년대생) 27명 중 10명(37.0%) ▲32∼41세(1970년대생) 36명 중 15명(41.7%)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용 허리디스크
정의선·정몽근 병력

일반인의 병역 면제율이 ▲1940년대생 38.5% ▲1950년대생 33.8% ▲1960년대생 30.5% ▲1970년대생 18.3% ▲1980년대생 9.8%로 급감 추세인 것과 정반대다.

1950년대생 이전까지는 일반 국민보다 오히려 낮았던 재벌가의 면제율이 1960년대생에서는 역전돼 일반인보다 6.5% 높아졌다. 특히 1970년대생에서는 일반인의 2.3배(23.4%p 차)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집안별로 보면 범삼성가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한때 정신질환 판정으로 면제를 받은 것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입대해 군복무를 하다가 전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면제됐다. 수액탈출증, 즉 허리디스크 때문이었다. 이 사장은 1990년 6월8일 신체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았으나 1년6개월 뒤인 1991년 11월8일 재검에서 이처럼 진단받았다.

당시 이 사장의 군면제와 관련해 몇가지 의혹이 떠올랐다. 이 사장은 승마 중 몇 차례 낙마로 허리디스크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장은 1991년부터 1992년까지 약 6개월간 승마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각종대회에 출전했다. 멀쩡한 몸으로도 쉽지 않은 국가대표 생활을 치명적인 부상을 안고 했다는 얘기다. 허리디스크 판정을 척추전문병원이 아닌 산부인과에서 받은 점도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이 사장의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군대에 가지 않았다. 지난 1990년 과체중으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아서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면제도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서울대 재학 당시 정 부회장의 학생카드에는 키 178cm에 체중 79kg으로 기록돼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한 것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정 부회장은 매일 2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것은 물론 모터사이클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도 즐기면서 다부진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신체검사를 받을 당시에만 몸무게가 부쩍 늘어났다. 무려 25kg이나 불어난 104kg에 이르러 당시 면제 기준인 103kg을 1kg 초과했다. 당연히 고의적인 살찌우기 의혹이 떠올랐고 정 회장은 고무줄 몸무게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또 다른 사촌인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건강상의 이유로 군대를 가지 않았으며, 이재관 새한그룹 전 부회장이 갑상선기능 항진증이란 특이한 병명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 이밖에 이인희 한솔 고문의 세 아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조동만 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조동길 한솔그룹 회장도 나란히 면제됐다.

범현대가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등은 모두 군에 다녀왔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병력을 이유로 병역이 면제됐다. 담장결제 때문이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도 건강상의 문제로 군에 가지 않았다.

정용진·최태원
고무줄 몸무게

범LG가에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정상적으로 군에 다녀왔다. 반면, 구철회 회장의 장손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신체검사 결과 질병 등 사유로 제2국민역을 통보받았다.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3남 구본진 LG패션 부사장도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세대 내려갈수록 면제율↑…1970년대생 일반인 2.3배
“사회적 연대책임의식이 갈수록 희박해 질수도” 우려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의 장남 동범씨와 차남 동진씨도 모두 병역을 면제받았다. 당시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국가에 영원히 체류할 수 있는 권리인 영주권은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SK가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군에 가지 않았다. 최 회장의 면제 사유는 정용진 부회장과 다르지 않다. 과체중 때문이었다. 신검 당시에만 100kg이 넘는 거구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현재 최 회장은 테니스로 다져진 키 179cm에 몸무게 85kg의 다부진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의 면제를 둘러싼 불편한 시선들까지도 똑같았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은 근시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모두 이중국적으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신 회장은 지난 1955년 2월 일본에서 태어나 같은 해 4월 한국 호적에 이어 10월에는 일본 호적에도 올랐다.

외국 국적 취득자는 한국당국에 취득사실을 신고해야 하지만 신 부회장은 이를 어기고 41년간 이중국적자로 활동했다. 국적문제가 불거지자 일본 호적을 버리고 당국에 신고, 지난 1996년 8월에야 한국국적을 회복했다. 신동주 부사장도 1996년 한국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그 아들이 면제됐으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셋째 아들도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병역 특례를 통보 받았다. 또 조현준 효성 사장, 한진가의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등도 병역에서 면제됐다.

연대·책임 의식
희박해질 가능성

물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저마다 군대에 안 가는 사연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독 재벌가 자제의 면제율이 높게 나타나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모두 병역의 의무가 있다. 군복무는 질병, 가난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 누구나 거쳐야 할 관문이다.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 면제에 대한 세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특히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 면제가 3·4세로 내려올수록 많아진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연대의식과 책임의식이 갈수록 희박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벌가 아들들이 일반인에 비해 입대 면제자가 많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기본 의무를 저버린 사람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회사 지휘봉을 잡았을 때 과연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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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