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스파우즈’ 실태

기혼남여, 회사 가면 또 다른 남편과 아내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세상은 변하고, 변화된 세상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낸다.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라는 신조어도 그 중의 하나.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경제 불안이 지속되면서 맞벌이부부가 점차 늘고 있고, 하루의 대부분을 집보다는 직장에서 보내는 기혼남녀들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남녀들은 얼마나 많은 직장 내 아내 또는 남편을 두고 있을까?

남 2명중 1명, “직장 내 오피스 와이프 있다”
남 70% “이성 직장동료에 성적매력 느낀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보라. 출근 후 모닝커피 한 잔 마시면서 간밤에 본 TV프로그램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메뉴를 함께 고민하고, 업무시간에는 일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다 퇴근 후 회식자리에선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이성직장동료가 있는지. 바로 그런 사람을 일컬어 ‘오피스 스파우즈’라고 한다. 마치 내 아내처럼, 남편처럼 친한 회사동료를 말하는데,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많아짐에 따라 생기는 신풍속도다.

지난 8월 31일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직장인 기혼자들 사이에서 ‘오피스 스파우즈’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실제 부부보다 편해?

듀오가 지난 8월 1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기혼남녀 320명을 대상으로 오피스 스파우즈 존재에 대한 인식을 알아본 결과, 남성의 2명 중 1명이 ‘오피스 와이프가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 기혼자들에게 오피스 스파우즈 존재여부를 묻자 남성은 56.7%(72명), 여성은 31.6%(61명)가 ‘있다’라고 답해 여성보다 남성들이 직장 내 이성동료와 더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류모(30·남)씨도 직장 내 아내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어차피 같이 일해야 할 남녀직원끼리 껄끄러운 관계를 맺는 것보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나도 처음에는 업무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고, 이제는 심지어 부부사이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응답자를 대상으로 오피스 스파우즈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을 측정한 결과 ‘70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하루 평균 부부 대화시간인 ‘61분’보다 높은 수치로 부부간 대화시간이 직장동료와의 대화시간보다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피스 스파우즈와 주로 하는 대화내용으로는 ‘회사관련(직장 및 조직)’이 응답자의 48.1%(64명)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업무’(18.8%), ‘취미?관심사’(11.3%), ‘사회이슈’(10.5%), ‘가정사’(5.3%), ‘직장 외 인간관계’(3.0%), ‘진로 및 비전’(2.3%), ‘기타’(1.7%)순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김모(38·남)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고민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과중된 업무 스트레스, 회사 동료와의 불필요한 갈등은 왠지 아내보다는 회사동료에게 토로 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성적 접촉만 없으면 OK?

한편 오피스 스파우즈의 존재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남녀 공히 ‘적정한 선만 유지한다면 무방’(60.6%)하다고 답했지만 그 뒤를 잇는 응답은 남녀가 각각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여성 24.9%(48명)는 ‘부부관계를 해칠 수 있으니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지만 남성 23.6%(30명)는 ‘직장생활에 활력소가 되므로 필요하다’다고 답했다. 이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오피스 스파우즈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결과다.

직장인 이모(29·여)씨는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이성동료가 없을 수 없는데, 남편이 싫어한다고 이성동료랑 말도 못 섞고 살수는 없기 때문에 적정한 선의 유지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며 “그러나 직장동료 이상의 친밀함을 보여주면서도 불륜(외도)이 아닌 애매모호한 상황이 내 남편에게 감지된다면 박탈감이 느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오피스 스파우즈와의 불륜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남성은 ‘성적 접촉이 있는 경우’라는 답변이 63%(80명)로 가장 많았지만 여성은 ‘성적 접촉이 없어도 지속적인 연락’이라는 답변이 63.2%(122명)로 가장 높았다. ‘지속적인 교류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외도’라는 의견도 전체 응답자 중 1.9%(6명)를 차지했다. 

직장인 심모(32·여)씨는 “내 배우자가 오피스 와이프를 만들어도 되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허락하지 않겠다”며 “아무리 감정이 없는 업무관계라 해도 남녀관계란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 듯 영원히 공적관계만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피스 스파우즈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여성은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이 없다’는 의견이 70.5%(43명)로 가장 높은 반면, 남성은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이 있다’는 답변이 69.4%(50명)로 나타나 성별 간 의견 차이를 나타냈다.

이미경 듀오라이프컨설팅 총괄팀장은 “기업의 일과 가정의 균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직의 정서적 지원만큼 가정의 정서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조직 내에서의 정서적 지원은 직장동료들과의 관계가 배우자나 타인이 보기에도 적정한 수준으로 건강하게 유지될 때 가능한 것이며, 이에 못지않게 가정에서도 부부간 충분한 대화와 공감으로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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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