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강사 범죄 ‘빨간 불’

“영어면 다야? 왜 남의 나라서 행패야~”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한 흑인이 시내버스에서 노인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흑인이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임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강사 자질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원어민 강사의 각종 범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밝혀진 것만 해도 마약 복용과 판매는 물론이고 폭력, 아동 성추행, 성폭력 등 다양하다. 이들의 범죄 비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관련법 개정이나 관리 감독 강화 등 어디 하나 개선된 것은 없다. 

버스 난동 노인폭행…성관계 동영상 유포까지


지난달 27일 밤 승객이 가득 찬 버스 안. 레게머리를 한 건장한 체격의 흑인남성과 한 노인이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격분한 흑인남성은 노인을 향해 언성을 높이기 시작한다. ‘shut up(닥쳐)’, ‘don’t talk to me(나한테 말 걸지 마)’등의 고함을 치며 위협적인 동작을 취한다.

일부 한국인 승객들이 “하지 마”라며 말렸지만 이 흑인은 오히려 낄낄거리며 한국말로 “야 이 개XX야”라고 욕설을 내뱉고 비아냥거렸다. 또 이 흑인은 급기야 몸을 날려 노인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이 장면은 지난달 28일 오후부터 각종 포털사이트에 ‘흑인 노인폭행’ 등의 제목으로 나돌기 시작한 1분18초 분량의 동영상이다. 이 다툼은 한 60대 승객이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하던 흑인을 나무라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동영상은 일파만파 퍼지며 논란이 되기 시작했고, 경찰 조사 결과 사건의 피의자가 원어민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막가는 원어민 강사 ‘골치’

원어민 강사 관련 범죄는 잊혀질만하면 나오는 뉴스거리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1급 살인미수 혐의를 받았던 원어민강사가 제3의 인물로 ‘신분세탁’을 한 뒤 학력과 경력을 속여 강남에서 유명한 영어학원을 차려 무려 14년 동안이나 엘리트 원장으로 행세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또 캐나다인인 A씨는 지난 8월16일 재판부로부터 아동성추행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1999년 입국해 자신의 집에서 아동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쳐 오던 중 2009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B군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A씨가 원어민 강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영어를 배우고자 자신의 집에 방문한 B군을 여러 차례 반복해 성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5세에 불과한 B군이 자신의 지배 하에 있게 된 것을 이용한 점, 피해 아동에게 큰 정신적인 고통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그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기 영어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많은 학부모가 미취학 자녀를 원어민 강사에게 위탁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영어교육 과정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추행 사건을 막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도 외국인 강사의 성추행 범죄를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전에서 영어강사로 근무하던 미국인 B(26)씨가 그해 8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해 이를 해외성인사이트에 올렸다 해고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외국인 강사는 2명의 한국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 올렸고, 이 일로 상대 여성들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7월에는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근무하고 있던 영국인 J씨가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거됐는데, J씨는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출구 계단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을 뒤따르며 치마 속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경찰청이 밝힌 ‘외국인 영어강사 범죄현황’을 보면 2007년부터 2009년 8월까지 검거된 강사는 모두 274명에 이르고, 범죄유형도 절도·마약·폭력·성폭행 등 강력범죄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국인 강사의 일탈과 범죄행위가 연이어 터지면서 외국인 강사의 일탈과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검증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강사에 대한 수요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사설 학원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데 그들에 대한 자질 검증과 관리 감독은 아직도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인 강사 관리 ‘구멍’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은심씨는 “외국인 강사의 검증되지 않는 채용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내 자녀가 아니겠냐”며 “강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관리, 조속한 법률개정으로 범죄자들이 버젓이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전문가들도 “최근 영어몰입 정책으로 외국인 강사 수요는 급격이 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대책은 전무한 상태”라며 “외국인 영어강사 채용에 대한 신뢰도 높은 검증장치를 시급히 마련해 사전에 범죄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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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